초기 전진교(全眞敎)의 신선관
- 마단양, 구처기, 담처단, 유처현 네 진인(眞人)을 중심으로 -
초기 전진교(全眞敎; 도교의 대종을 이룬 문파 -주)의 대표이자 스승으로서 마단양(馬丹陽 혹은 마옥馬鈺), 담장진(譚長眞 혹은 담처단譚處端), 유처현(劉處玄 혹은 유장생劉長生), 구처기(丘處機 혹은 구장춘(丘長春) 이 네 사람의 중요성은 상당히 크다(전진교 북칠진 중에 4인임 -주). 이 분들의 어록에 나타난 내용을 통해, 초기 전진교에서 본 신선(神仙)의 의미를 밝혀 보고자 한다.
신선은 전진교에서 추구한 이상적 인간상이자 수행의 최종 목표로서 그 위치를 가지고 있으며, 네 진인(眞人)을 비롯하여 전진교의 도사들은 바로 이 신선(神仙)이 되기 위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고 본다.
1. 신선(神仙)의 성격과 그에 대한 확신
마(馬) 담(譚) 유(劉) 구(丘) 네 진인의 어록 가운데 '신선(神仙)' 혹은 '선(仙)'으로 나타난 부분을 중점적으로 살펴보면, 이들이 수행의 궁극적 목표로서 신선(神仙)을 추구했음을 알 수 있다. 네 진인(眞人)의 어록 가운데 대표적인 구절을 하나씩 들어보기로 한다.
“사람들에게 말하길, 도(道)를 배우는 것은 하나에 전념하는 것이니, 곧 사람마다 신선(神仙)이 될 수 있다.” (마단양)
“참된 근원은 항상 허공(虛空)과 같다. 소요하고 자재하며, 자연히 신(神) 과 기(氣)가 서로 만나 텅 비고 조화롭게 된다. 수행이란 이 한 가지일 뿐이다. 어찌 다시 삶과 죽음으로 두려워함이 있겠는가!” (담장진)
“수행인은 신과 기(神氣)가 서로 보는 것과 같게 되면, 가히 신선(神仙)이 될 수 있다.” (유장생)
“만물을 구제하고 살아있는 것을 이롭게 하면, 공(功)이 이루어져 곧 선(仙)의 경지로 간다.” (구장춘)
이중에 신선(神仙)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담장진의 경우를 제외하면, 모두 신선(神仙)을 추구했을 뿐 아니라, 그것이 수행의 목표로 뚜렷하게 제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사실은 어록 전체에서 '신선(神仙)'이라는 말이 그리 많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신선(神仙) 혹은 선(仙)은 마단양의 어록에서 8번, 유장생 어록에서 1번, 구장춘 어록에서 5번으로 모두 15번 나온다. 많은 횟수에 걸쳐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앞에 인용한 부분에서와 같이 이들 진인(眞人)이 강조한 것을 보면 이를 중요하게 생각지 않았다거나, 혹은 기존에 있던 신선의 소위 '마법적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적게 언급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본다.
오히려 신선은 수행의 목표로서 당연한 것이었기 때문에, 그에 관한 구구한 설명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이미 전진교의 성립 자체가 종리권(鍾離權)과 여동빈(呂洞賓)이라는 신선(神仙)으로부터 일종의 계시를 받아 성립된 것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칠진(七眞; 북칠진. 전진교 북종의 7분 진인)이 문제로 삼았던 것은 신선 그 자체에 대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서 신선이 될 것인가라는 것에 있었다. 그 때문에 신선에 대한 묘사가 적었던 것으로 본다.
2. 도(道)의 실재에 대한 확신 - 본체론
이처럼 진인(眞人)들이 신선을 목표로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도(道)라는 궁극적 실재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도(道)는 중원 일대의 종교전통에서 여러 가지로 해석되면서도 항상 일관되게 인정되어 왔던 궁극적 실재의 한 이름이라 할 수 있다. 전진교는 삼교합일(三敎合一)의 경향에 따라 유교나 불교 같은 다른 종교 전통의 용어와 이론을 많이 차용하기는 하지만, 대부분 궁극적으로는 도(道) 혹은 허(虛)라는 실재로 돌아가는 것을 말한다. 이는 초기 전진교의 경우에 더욱 분명히 드러나는데, 다음과 같은 부분을 중점적으로 본다.
“마음에 장애가 없도록 하고자 한다면, 천경만론(千經萬論)도 모두 물리쳐야 한다. 집착하는 마음을 갖지 말아라. 신명(神明)은 모두 비추어 깨뜨린다. 도(道)는 형태도 없고 그림자도 없다.” (유장생)
“모든 악(惡)을 경계할 수 있고 모든 선(善)을 닦을 수 있으면, 모든 행동이 두루 원만하고 한 몸이 깨끗해진다. 죽을 때까지 영원히 힘써라. 게을러서 물러남이 생기지 않게 하고, 도(道)를 안고 죽어라. 그 지조와 절개를 어그러뜨리지 말라.” (구장춘)
“내가 지금 정녕 너희들에게 말하니, 다만 스스로 마음을 맑게 하며 욕심을 버리고, 모든 인연에 물들지 않으면, 신기(神氣)가 텅 비고 조화로워지니, 곧 도(道)이다. 이것에 의지하여 수행해라. 착오에 빠지지 말아라. 만약 게으름에 빠짐으로써 수행이 지켜지는 데 이르지 못함은, 내 죄가 아니다. 어찌 너희들은 칠조(七祖)를 생각지 않는가! 생전에 모든 악업(惡業)을 지으면, 명계(冥界)에서 모든 죄의 고통을 받으며, 자손이 도(道)를 성취함으로써 구원되어 하늘에 살 수 있기를 원한다.” (마단양)
구장춘이 "도(道)를 안고 죽으라"고 했던 것이나 마단양이 "이것[도道]에 의지하여 수행하라", "도(道)를 안고 죽는 것, 이것이 나의 소원이다."라고 한 말을 통해, 우리는 이들이 도(道)를 절대적으로 신앙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수행자들 자신의 자의식과도 연관된 것이다. 또한 마단양은 그의 어록에서 항상 '학도지인(學道之人)'의 태도에 관하여 말하고 있다. 즉 이는 수행자들 자신의 정체성을 '도(道)를 배우는 사람들'로서 규정하는 것이며, 이는 마단양을 위시한 청수파(淸修派)가 뚜렷한 도교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다는 한 중국 도교연구자의 평을 뒷받침하는 내용이라 본다.
이러한 도(道)와 신선(神仙)의 상관성은 분명하다. 신선(神仙)이란 바로 도(道)와 일치된 존재이기 때문이다.
“신(神)을 정련하여 도(道)와 합해지면 곧 참됨을 닦는 것이니... 무릇 수행의 요지는 이것이다.” (마단양)
“스승님 가라사대(師曰), 무릇 도(道)를 배우는 사람은 반드시 모름지기 하늘의 도(道)를 본받아야, 돌아가는 것이 자기 몸에서 조화된다 하셨다. 하루 24시간 중에 항상 맑고 항상 깨끗하여 털끝만큼의 진념(塵念)도 일어나지 않게 하면 바야흐로 이것이 수행이며, 일취월장하고 간단없이 하면 결단코 신선(神仙)이 된다. ” (마단양)
여기서도 우리는 도(道)를 통해 득선(得仙, 신선을 이룸)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마단양의 확신을 볼 수 있다. 이처럼 도(道)는 진인(眞人)들이 궁극적 실재로서 상정하였던 개념이며 동시에, 이것을 수행하는 것은 결국 성선(成仙)을 향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계속)
필자; 이 승 국 , <초기 전진교(全眞敎)의 신선(神仙) 사상에 대한 연구> 중에서
출처; https://cafe.daum.net/kphpi21/6vD7/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