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초로 불을 발명한 민족은 누구일까
무애(한국선도학회장)
인류사회에서 불은 가장 의미 있는 최초의 발명품이었다. 가장 먼저 불을 사용하게 된 종족(민족)은 타 종족에 비해 엄청난 이익과 특권적 지위를 누렸을 것이 틀림없다. 과연 그들에게는 어떤 이익들이 있었을까?
먼저 그들은 맹수나 다른 종족들과의 싸움이나 경쟁에서 크게 유리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곧 가장 우월한 지배적 종족이 되었을 것이다. 이에 따라 그들의 활동공간도 가장 넓게 확장되어 갔을 것이다. 또한 그들은 불을 활용해 토기 등 발달된 도구들도 앞서 만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신석기혁명을 주도했을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불을 다루는 기술은 후일 야금(冶金) 기술로 이어져 그들이 청동기, 철기 등 금속문명 시대를 가장 먼저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놀라운 결과를 초래한 불을 최초로 다루게 된 사람들은 과연 어느 민족이었을까? 인류가 언제부터 불을 사용하기 시작했는지에 대해선 분명치 않다. 하지만 인류가 전기구석기 시대부터 불을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증거들은 여럿이 있다.
중원의 북경원인(北京原人)이 거주했던 주구점(周口店) 동굴에는 50만 년 전에 모닥불을 피운 흔적이 있고, 케냐 서부에는 100만 년 전에 원시인들이 동물의 뼈를 태운 흔적이 있다고 한다. 더 오래 된 것으로는 아프리카의 스와 트크란 동굴에서 발견된 불고기의 흔적이 있는데, 무려 150만 년 전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 원인(原人)들이 불을 제대로 일으키고 컨트롤 하는 능력이 있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이어 중기 구석기시대의 유적에서는 노지(爐趾)가 발견되었으며, 후기 구석기시대 이후에는 채난(採暖)ㆍ채광(採光)ㆍ조리(調理)ㆍ방위(防衛) 및 도구 제작 등에 불이 이용되었던 사실이 각지에서 나타나고 있다. 과연 이러한 불을 최초로 발명하여 사용한 민족(종족)은 어느 곳에 살던 누구였을까. 이를 알아내기는 쉽지 않지만, 불과 관련된 어휘들을 통해 우리는 그 민족이 누구였는지 충분히 추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 불을 일컫는 각국의 말들
불의 기원과 관련하여 '불'을 일컫는 단어들을 흥미롭게 비교해본 솔본 선생(필명, 역사연구가)의 설명을 들어보자.
“영어로 불은 파이어(fire)이고, fire의 고영어(old English)는 'fyr'이다. 그 발음은 대체로 '피에르' 또는 '피엘'이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당시 중세영어는 앵글로색슨과 켈트어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고 켈트어에서 모음 'y'의 음가는 'u'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래서 'fyr'은 '풀'과 '필'의 중간정도에 해당할 것으로 재구(再構)할 수 있다. 게르만의 독일어로 불은 'feure' (페우얼), 프랑스어로는 'feu'(페우), 그리고 그리스어로는 'pur'(풀)이다. (이런 점에서 인도유럽어계에서 불의 원시어를 재구할 때, f와 p가 교환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켈트어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네덜란드에선 '불'이 'vuur' (부울)이다. 아프로-아시안어(동아프리카어)에서도 불은 'vuur(부울)이다. 림부르기안, 플레미시 지역의 방언으로도 역시 'vuul(부울)'인 것으로 보아, '부울(vuul)'은 어느 나라만의 특정한 말은 아니었을 것으로 보인다.
'불'을 일컫는 부울(vuul)계의 말은 화산을 일컫는 볼케이노(volcano)와도 연관이 있을 것이다. 영어 볼케이노는 원래 라틴어 불카누스(vulcanus)에서 비롯되었는데, 이는 바로 '불의 신'(God of Fire)의 이름 불칸(Vulkan)에서 유래된 것이다. 고대 그리스어로 재구하면 이는 Pur(불)+Cani(이빨)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이 불칸이 몽고와 투르크의 신 ‘부르칸(Vurkan)’과 관계가 있음은 분명하며, 이것이 우리의 ‘불함(不含)’과도 모종의 관련이 있음은 이미 최남선이 시사한 바 있다.
'불'(火)은 지중해 및 이탈리아 지역에서는 fuaco(화코), fugo(후고) 등으로 발음하는데, 그 어간은 분명히 'fu'일 것이다. 이것은 중국어 火(fua 화)와 음운 상 연결된다.
'불'과 관련해선 또 다른 형태의 음가들이 있다. 켈트어의 영향을 직접 받은 스칸디나비아와 영국 웨일즈 지역에서 '불'은 탄(tan), 아이리시어로 불은 타인(tine), 영국의 브레튼어로도 탄(tan), 스코틀랜드에서는 테이네(teine)이다. 이것은 우리가 '불'과 관련해서 사용하는 '타다' , '때다'라는 말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그런데 중국어로는 탄(炭)이 숯을 말하고, 이때의 숯은 영어로 charcoal라는 말이 있지만 이보다 대중적인 말은 'soot'(숱; 숯검댕)이다. 또 히브리어로 불은 아쉬(ash)이다. 히브리어로 ‘여호-아쉬(Joho-ash)’라는 말은 신의 불(The Fire of Lord)의 뜻이라고 할 수 있다. 중근동에서 유라시아의 '불'을 뜻하는 아주 오랜 고대어, 즉 노스트라틱어로는 아사(asa), 아쉬(ash)인데, 이는 투르크어에 불을 '아쉬테'(ashite)라고 하는 말에도 녹아 있다. 노스트라틱어를 연구하는 학자들 중에는 이 아사(asa), 아쉬(ash)가 후에 신(god)을 의미하는 성스러운 말로 변화했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특이한 것은 인도네시아 같은 남방계어(austranesian)에서 불을 아피('api')라고 하는데, 이는 유라시아에 연결되지 않는 매우 독특한 음가다. 그런데 이는 우리말에 불을 '지피다' '피우다'라고 하는 말과 어떤 유추 관계가 있어 보인다.
수메르어에서 직접 불을 무엇이라 했는지 명확하진 않으나 bar(태우다, 굽다, 불꽃) 또는 ubulbul(불꽃, 섬광)의 어휘형태를 보아 b의 자음에 a, u형태의 모음이 첨가되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 (솔본, <'불'(火)에 대한 세계언어 그리고 기원의 문제>, coo2.net)
또한 그는 불에 해당되는 고대 알타이어로 'As'(아스)가 있었음도 지적한다.
“ 'As'(아스)‘는 불붙는, 타오르는, 뜨거운’의 뜻에서 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로부터 As는 점차 '빛나는', '신령한', '황홀한'의 뜻을 갖게 된다. 우리의 아사달은 이와 관련이 있다.
수메르어 아스(as)는 '유일한, 하나의, 독특한, 뛰어난'이라는 뜻이다. 이 말이 훗날 인도유러피언 언어계통에서 에이스(Ace)로 자리 잡게 된다. 게다가 수메르어로 아스테(aste)는 ‘왕권, 신성한 도시’를 뜻한다. 켈트어군에서 아스(As, 대문자)는 신(god)을 의미한다. As는 단수형으로 신이고, 그 복수형은 '아사'(Asa)이다. ”
- (솔본, 위의 글)
한편 우리말에서 ‘아’라는 말도 불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한다. 아궁이(불구멍), 아오지(불붙는 흙, 오지는 흙을 의미함)에서 보듯이 우리 선조들은 불을 ‘아’라고 부르기도 했다. 또한 ‘불을 붙이다’, ‘불꽃이 일다’라는 뜻의 영어 말 이그나이트(ignite)는 한글에서 익은[ign], 익다, 일그러지다, 이글거리다와 통하며, 그 어원은 구리(銅), 구리다(臭), 구르다, 고리(環), 굽다(折), 굽다(燒) 등과도 같다. -(김병관, <우리말은 우랄알타이어가 아니다>, 신동아 2000년 10월호)
이런 사실들을 종합해 볼 때, '불'이라는 우리말은 전 세계에서 '불'을 일컫는 단어들에 대해 거의 모든 관련 어휘를 갖고 있음을 보게 된다. 다시 솔본 선생의 설명이다.
“불에 대해 우리 한국어는 '타다', '피우다' '지피다' 등 불에만 관련되는 어휘들을 통해, 다른 어족이 '불'을 뜻하는 단어에 다양한 동의어 대응관계를 유추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어를 제외한 다른 어군들 사이에서는 전혀 그렇게 되지 않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불을 뜻하는 스칸디나비어군의 ‘탄(tan)’은 남방어의 ‘아피(api)’나 네덜란드의 ‘불(vuul)’ 등에 대해, 관련어로 대응관계를 지을 수 없다는 말이다.
이는 마치 어떤 공통의 유전자 풀에서 개체군 내 다양한 유전적 돌연변이의 집합적 포함관계를 통해 그 조상을 추적하는 작업과도 매우 유사하다. 이러한 방법을 과거 고도의 문명어 어휘들에 적용해 보면, 현재 우리 한국어가 전 세계 4대문명어의 주요 어휘들을 모두 갖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아울러 그러한 어휘들은 우리가 차용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우리의 어휘를 차용해 간 명백한 증거들을 어군 내 화용 또는 변용(變容)을 통해 추적해 낼 수 있다.“
- (솔본, 위의 글)
- 최초로 불을 발명한 민족은 한겨레
과연 인류사회에서 불을 제일 먼저 발명하여 본격사용한 종족(혹은 민족)은 누구일까? 불을 사용하게 됨으로써 혹한의 빙하기를 지혜롭게 극복하고 살아남아, 역사상 제일 먼저 문명의 여명을 밝힌 사람들은 대체 어느 민족이었을까? 그들은 바로 동이 한겨레로 보인다. 몇 가지 증거들을 들어보자.
첫째 ‘불’이라는 말은 우리 민족이 처음 사용한 말이다. ‘불’과 관련된 우리말은 전 세계 언어의 공통유전자 풀이며, 전 세계의 말들은 모두 우리말의 불을 차용해간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다른 민족들이 불을 사용한 때는 한겨레보다 늦은 시기인 것이 분명하다.
둘째, 전 세계 불 관련 전설 중에 우리의 전설은 신화적 요소가 가장 적으며 리얼리티가 높다. 이는 불 기원 관련 전승설화가 신화화되기 전의 원형일 가능성이 높다.
불의 기원에 대한 전 세계 설화들을 크게 나누면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신(神) 또는 초자연적 존재가 불을 훔쳐내 인간에게 주었다는 것이다. 그리스의 프로메테우스(Prometheus) 신화와 미주 인디언ㆍ폴리네시아ㆍ오스트레일리아 그리고 아프리카 도곤족(族)의 신화 등이 있다. 또 하나는 신 또는 동물의 시조로부터 인류가 얻어내거나 불을 일으키는 기술을 배웠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ㆍ에스키모ㆍ스리랑카ㆍ아프리카 등지에서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불 기원 관련 전설은 신화적 요소가 없이, 매우 리얼한 것이 특징이다. <환단고기(桓檀古記), 태백일사(太白逸史)>에는 불의 기원과 관련된 이야기가 있다. 배달국을 세운 환웅천황은 불을 다루는 기술을 찾으려고 고심하며 숲속을 거닐었다고 한다. 그러던 와중에 갑자기 호랑이가 달려들자, 곁에서 경호를 하던 고시(高矢)가 놀라서 돌을 던진 것이 그만 바위에 맞았고, 그 자리에서 불꽃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는 환웅은 돌을 부딪쳐 불을 만드는 방법을 발명했다고 한다.
또한 우리에겐 부싯돌 설화도 있다. 단군왕검의 둘째 아들 부소는 쑥을 가지고 쇠와 돌을 부딪쳐서 불을 일으키는 방법을 백성들에게 가르쳤다고 한다. 이후로 불을 일으키는 돌은 부싯돌, 쇠는 부싯쇠, 쑥은 부싯깃이라고 일컫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편 <삼성기전 상>에는 환인(桓因)이 돌을 쳐 불을 일으켜서 날 것을 익혀먹는 법을 처음으로 가르쳤다고 했다.
셋째, 고대사회에서는 불을 크게 신성시 하였는데, 중요한 사실은 불 숭배사상의 기원을 보면 태양숭배의 관념과 밀접히 결부돼 있다는 사실이다. 고대사회에서 태양숭배가 행해지는 지역에서는 불의 숭배도 함께 행해졌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일찍이 한겨레는 태양을 숭배하는 인류 최초의 종교인 '신도(神道)'를 창시한 민족이었다.
넷째, 불을 발명한 민족은 기술축적에 의해 토기의 발명, 거석문화의 창조, 청동기 철기의 발명 등 선진 고대문화를 창조해가는 주역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데 이런 모든 고대의 발명품들은 모두 동이 한겨레에게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출처; <인류문명은 한겨레에서 시작되었다> (무애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