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만 여덟 달 만에 보고싶었던 마을호수를 찾았다. 숲에 들어서는 순간 아주 강열한 나무들의 향기가 나의 폐 깊숙이 들어왔다.
한국에 가기전 이 산길은 겨울의 모습에서 막 벗어나 새싹을 티우고 있었다. 바닥에는 지금같이 낙엽이 푹신하게 깔려있었다. 지금 깔려있는 계절의 산뜻한 시신들은 나 없는동안 봄의 향긋함 여름의 소나기 가을의 밤하늘들을 살았다. 이제는 대지를 끌어안으며 자신을 불태우고 있다.
'나는 너희들의 젊은 날을 기억하지 못한다.'
...
나는 또 움직임을 꿈꾼다. 내가 이십대부터 오십대 초반까지 지낸 이 동네를 떠나려 한다. 보다 따뜻하고 모국에 가까운 곳으로 간다. 내가 할 일이 있는 곳으로 향한다.
그제 막내가 학교에서 돌아왔다. 지난 학기에 고생을 해서인지 많이 홀쭉해졌다. 오늘은 녀석을 데리고 바깥 사철나무들을 전지했다. 그리고 함께 집안을 청소했다.
방금 새벽 두시에 잠이 깨어 옥수13재개발구역을 취재한 다큐삼일을 보았다. 고향에서 내몰리는 사람들의 슬픔을 보면서 그 상실의 이유가 궁금했다. 잊을 수 없는 장면은 가파른 계단을 오르며 한 백발의 노인이 젊은이를 뒤에서 미는 모습이다. 한 칠순의 할아버지는 육남매를 출가시킬 때마다 방을 얻어주느라 정작 자신의 거처는 달동네에 전세로 옮겨졌고 이제 이 동네가 철거되면 갈 곳이 없다고 말한다.
한국에서 영어강사를 하며 이곳에서 지내는 외국인 두명은 시간이 날 때마다 동네를 다니며 사진을 찍는다. 그들은 말한다. '왜 이런 사람들 냄새가 나는 집들을 다 헐고 전부 아파트만 지으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2015년 한국에 살면서 내가 얻은 이미지를 다 합쳐서 구겼다가 다시 펼치면 거기에는 어디를 가든 시야를 가로막는 아파트 빌딩들이 있다. 그 아파트들 사이로 또 아파트가 있고, 마치 내 상상의 시야를 사방에서 가로막는 회색빛 담벼락들 같다.
그리고 이제는 돌아갈 수 없고 찾을 수 없는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 자그마하게 한 구석에 써있다.
'내가 어떻게 여기에 왔을까?'
나에게 행복을 느끼게 해줬던 사람들이나 일들을 추억한다. 오랜 친구와 만나 환한 미소를 나눌 때, 제주의 비자림과 일출봉 그리고 마이산의 신비함을 만났을 때, 사십년 전에 살았던 옛집을 찾았을 때...
이제 새로운 보석을 생명으로부터 선물 받았다. 2016년은 어떻게 다가올까?
약 열흘가량 비가 오더니 앞으로 며칠은 해가 반짝인다. 이 우주에는 의미가 있을까? 왜 나는 내 존재의 뜻을 찾기 위해 이 새벽에 깨어있는가.
별도 없는 어둠의 공간을 나는 웃으며 떠다닌다. 무언가를 사랑하고 배우며 나 자신의 행복을 발견한다. 어느 누구도 나에게 의미를 가르쳐주지 않는다.
'이생망'이라는 말이 청년들 사이에 유행을 한단다. 이번에 생은 망했다는 뜻의 속어이다. 그러면서 바라는 것 가운데 가장 제일이 이다음에 태어날 때는 국적이나 사회를 바꿔보고싶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증시가 8%가량 폭락을 하면서 거래가 중단이 되었다. 환율이 급등을 하고 미국의 증시도 2%가 하락했다. 내일 다시 내려가면 미리 생각해 두었던 주식 한 두가지를 살 예정이다.
시간이 나면 요즘은 치매를 예방하려고 두뇌운동과 중국어 공부를 병행한다. 큰이모님과 어머니가 치매로 고생을 하시니 나의 유전인자도 치매에 취약할 것이다. 어머니의 기억력은 사는 환경이 바뀔 때마다 조금씩 좋지 않아진다. 계속 한국을 오가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겠다.
이번 주는 막내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싶다. 그에게 어떤 말을 해줄까?
이번이 그와의 마지막이라면 나는 무엇을 함께 하고 싶은가?
산책도 함께 하고 스시도 함께 먹고싶다.
찜질방도 가고싶다. 술도 한잔 해야지.
인생의 의미에 대해 토론도 해야 한다.
2016을 내 생애 최고의 해로 만들려면 내게 필요한 것은 일, 사랑, 가족, 친구등이다. 그렇다면 내가 갈 곳은 정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