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9장,
동생들 누구라도 엄마를 데려간다면 이 집은 자신들의 집이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울고 있는 엄마를 보며 속으로 쾌재를 부른다.
더 크게 더 서럽게 울라고 빌고 있는 미선이다.
영환은 엄마가 통곡을 하자 할 말을 찾지 못한다.
무엇이라고 엄마를 달랠 수가 있을 것인가?
그렇다고 엄마를 자신의 집으로 모시고 올 수도 동생들에게 엄마를 모시고 가라고 할 수도 없다.
“엄마!
그만 진정하시고 참고 지내보세요.
누나 네가 설마 오랫동안 그곳에서 살지 않겠지요.“
“당분간이라고 해도 난 정말 싫다.
조금도 조심하지 않고 뛰고 설치고 다니는 아이들을 어떻게 감당을 해?“
“...........................”
미선은 살며시 엄마 방에서 나간다.
엄마가 그럴수록 자신에게는 좋다는 생각을 한다.
박여인은 아무리 자신이 통곡을 하고 흐느껴 운다고 해도 아들의 입에서 데려가겠다는 말이 나오지 않고 있기에 더욱 서러워진다.
그러나 언제까지 전화를 잡고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지금 너희 집에 가도 되겠지?”
“저희들 지금 집에 없습니다.”
“그래?
그럼 언제 들어올 것이냐?
그 시간에 맞추어서 내가 가서 기다리고 있겠다.“
“그러지 마세요.
요즘은 일이 바빠서 집사람하고 야간작업을 계속합니다.
퇴근시간이 따로 없고 일이 끝나야 퇴근을 하게 됩니다.“
“아무리 그래도 잠은 집에 와서 자야 할 것이 아니냐?
기다리고 있으면 올 것이 아니겠어?“
“엄마!
우리까지 힘들게 하지 말아요.
매일 야근을 하고 엄마를 위해서 새벽에 일어나 밥을 준비를 하면 집사람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힘들어서 어떻게 삽니까?
집에서 살림만 하는 사람도 아니고 그렇게는 못합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니?
엄마가 지금 얼마나 힘든 상황인데 그렇게 엄마를 오지 못하게 할 수 있어?“
”네!
엄마가 아무리 그런다고 해도 저희가 모시고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평소 좋아하는 누나 네가 들어왔으니 좋으실 것인데 너무 엄살을 부리지 마시고 살아가 보세요.“
영환은 달리 할 말이 없다.
무엇이라고 엄마의 마음을 달랠 수가 있을 것인가?
엄마가 조용하게 살다가 누나네 식구들이 들어왔다면 힘들 것이다.
허지만 지금으로서는 엄마를 모시고 살아갈 사람이 누나네 밖에는 없는 것이 사실이다.
엄마는 며칠 지나고 나면 그런대로 살아갈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박여인은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그러나 누구 한 사람 와서 미선이를 내 쫓아버리지 않고 있는 것이 가슴이 답답해진다.
저녁을 먹고 나서 미선이는 부엌을 다 치우고 엄마 방으로 온다.
박여인은 그런 딸의 얼굴을 바라보지도 않는다.
“엄마!
이 방이 우리 방보다 크니까 첫째와 둘째를 이 방으로 보낼게요.“
“뭐라고 했어 지금?
내가 네 아이들까지도 데리고 자야 해?“
”할머니가 돼서 당연한 일 아닌가요?
비좁은 방에서 어떻게 여섯 명이 자느냐고요?“
”지금까지 너희가 방 두 칸에서 살아본 적이 있어?
지금까지 방 한 칸에서 복닥거리며 살아왔는데 갑자기 비좁다는 말을 해?
난 싫다.“
“참 엄마도!
우리 아이들이 이 다음에 외할머니가 얼마나 고마운 사람인줄을 알 것인데 그렇게 냉정하게 말을 해요?“
“이 다음에 나에게 아무런 신경도 쓰지 말라고 해라!
절대로 네 아이들하고 함께 방을 쓰지 않겠다.
그리고 분명히 알아둬라!
여기는 내 집이라는 것을 잊지 말라는 것이야!“
“네!
당연한 말이지요.
허지만 엄마 혼자서 이 넓은 방을 혼자 쓰시는 것보다는 손자들을 데리고 주무시면 무서운 것도 없고 얼마나 든든할 것이냐고요. 아이들 이부자리를 가져올게요.“
미선은 엄마 대답을 듣지 않고 방문을 열고 나간다.
박여인은 얼굴이 사색이 되고 가슴에 열불이 일어난다.
아무리 나가려고 해도 꿈쩍도 하지 않고 이제는 손자 녀석들 두 명이나 이 방으로 보낸다는 말에 그저 아연실색을 한다.
미선은 아이들 이부자리를 들고 들어온다.
“어서 가지고 나가!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네가 마음대로 해?“
박여인이 언성을 높이며 말을 한다.
“그러지 마세요.
공연히 엄마 마음만 상할 뿐이에요.
손자들 보기에도 미안하지 않아요?“
미선은 엄마가 무슨 말을 해도 아이들 이부자리를 바닥에 깐다.
박여인을 몸을 일으켜 아이들 이부자리를 걷어서 밖으로 내 던진다.
“네가 아무리 그래도 모든 것이 네 마음대로는 되지 않아!
어서 가지고 내 집에서 나가!“
그러나 미선은 다시 아이들 이부자리를 가지고 들어온다.
“내 말이 말 같지 않니?
네가 나를 아무리 무시를 한다고 해도 이런 법은 없는 것이다.“
“엄마!
아이들이 모두 보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보여서 좋을 것이 뭐가 있어요?
어차피 두 아이들이 이 방에서 잠을 자야 하는데 그냥 받아드리세요.“
박여인은 미선이가 다시 아이들의 잠자리를 준비하는 것을 멍하니 바라본다.
이제 자신의 말은 아예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 딸이다.
박여인은 갑자기 몸을 일으켜 옆방으로 간다.
문을 확 열어 제치고 사위를 본다.
이부자리를 준비하고 있던 사위 이종화는 놀라는 듯이 장모를 바라본다.
“자네 지금 뭐하고 있는 거야?어서 네 식구들을 데리고 나가!
내 집에서 어서 나가란 말이다.“
미선이가 쫒아 나와 엄마를 끌다시피 하면서 방으로 들어간다.
“대체 엄마 왜 그런 거야?
여기는 내가 우리 식구들을 데리고 온 것이지 애들 아빠가 오자고 한 것이 아니란 말이야!
할 말이 있으면 나하고 해요.“
“오냐!
당장 내 집에서 나가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를 할 것이다.“
“신고요?
경찰에 신고를 하겠다고요?네, 그렇게 해요.
세상에 어느 엄마가 갈 곳이 없는 딸네 가족들이 왔다고 경찰에 잡아가라고 신고를 합니까?
잘 되었네요. 어차피 갈 곳이 없으니 경찰들이 잡아가면 먹을 걱정 집걱정을 하지 않고도 살 수가 있겠네요.“
미선은 엄마에게 지지 않겠다는 듯이 대든다.
박여인은 더욱 기가 막혀 말문이 막힌다.
박여인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미선이가 하는 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자신이 자식들을 잘못 키웠다고 생각을 한다.
하나같이 모두 엄마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자식들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미선이네를 내 보낼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밤을 새운다.
이제 덩치가 커다란 손자 녀석들 둘이 차지하고 있는 방안은 너무 답답하고 좁다는 생각을 한다.
당신 혼자서 쓰고 있을 때는 방안이 휑하니 넓었던 방이 이제는 방안이 좁고 답답해져 온다.
큰 아이가 벌써 중학생이니 덩치로는 이제 어른이 다 된 사내 녀석들이다.
아이가 아닌 어른으로서의 덩치를 가지고 있는 두 녀석들이다.
쌀이 며칠이 되지 않아서 바닥이 난다.
미선은 남편이 일을 하러 나가지 않아서 돈이 없다.
“당신 이렇게 언제까지 일을 안 할 건데?
이제 쌀도 다 떨어지고 아무것도 없어!”
“장모님 가진 돈이 많잖아?
당분간은 당신이 어떻게 하든 장모님이 모든 것을 해 나가도록 해 봐!“
“우리 엄마가 우리식구들 때문에 돈을 쓰신다고?
아직도 엄마를 몰라?
당신이 모든 것을 책임을 지지 않으면 우리가 어떻게 살아?“
“일을 하러 나가면 너무 힘이 들어서 정말 일하기 싫다.
예전하고는 몸이 달라졌는지 너무 힘들다는 생각뿐이야!
당신이라도 어디 일거리를 찾아서 일을 해봐!“
미선의 남편 이종화는 힘이 들어서 일을 하지 못하겠다는 말을 숨기지 않고 말을 한다.
미선은 그런 남편을 보며 긴 한숨을 내 쉰다.
“당신이 힘이 들어서 일을 못하는 것을 내가 하라고?
나는 힘이 안 들어?
아이들 뒷바라지 하고 살림을 하는 것만 해도 힘이 벅찬데 거기다 나가서 돈까지 벌어오라고?
우리 엄마가 그것을 가만히 보고 있을까?“
“........................”
이종화는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자꾸만 기운이 빠지고 힘들어 지는 자신의 몸을 자신인들 어찌 할 것인가 싶어 일을 나가면 더욱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때로는 일을 하려고 술을 마시기도 한다.
술기운에라도 일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지만 현장에서 술 마신 것을 알면 바로 그만 두어야 한다.
현장에서 사고가 나면 그 책임을 다 져야 하는 현장 소장에게 술 마신 것이 발각이 되면 그 자리에서 그만두고 나와야 한다.
이종화는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것이 없다.
가족이 있기에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몸이 따라주질 않는다.
월세 보증금도 다 까먹고 월세가 밀리자 주인이 나가라고 하는 것을 두어 달 잘 버티고 있었다.
아이들도 다 커가고 들어가는 돈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지만 머리로는 이렇게 놀아서도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점점 더 몸이 힘들어지기에 아내에게 말을 하면 일하기 싫어서 꾀병을 부린다는 말로 사람을 몰아세운다.
돈이 있다면 병원이라도 가서 진료를 받고 싶지만 자신이 병원에 가는 돈으로 아이들의 입에 먹을 것을 넣어주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동안 술이 생기기만 하면 앞뒤 생각 없이 술을 마신 것이 후회가 된다.
한동안 자신의 건강을 믿고 술을 마시곤 했다.
다른 사람들보다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을 자랑으로 생각하며 술자리는 찾아다니면서 마시곤 했다.
그러나 그것이 길지도 못하고 얼마 가지 않아 그렇게 좋아하던 술이 마시기 싫어지고 술자리에 끼고 싶은 마음도 없어지곤 한다.
그러면서 몸에 기운이 빠지는 것을 느끼고 일하기가 힘들어지곤 한다.
다른 집들 같으면 아내도 나가서 돈을 벌어오는 집이 많은데 자기 아내는 일하기를 죽어도 싫어한다.
어디 일을 하러 나가서 삼사일을 버티지 못하고 그만 두곤 한다.
아이들 키우기에 힘들다는 것은 알지만 그보다도 아내는 일을 하러 나가기를 싫어하면서 힘들어도 나가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친정이라고 도움을 받을 형편이 되질 않지만 이따금 친정엄마에게 손을 내밀곤 하지만 생각만큼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방세가 밀려 나가라는 주인의 성화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엄마 집에서 영호가 따로 살림을 나갔다는 엄마의 하소연을 듣고는 미선은 두말도 없이 바로 엄마 집으로 온 가족을 이끌고 들어온 것이다.
친정으로 들어왔으면 남편이 장모님 보기 미안해서라도 일을 하러 나가리라는 생각을 했지만 남편은 일을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대체 당신은 왜 그렇게 일을 나가지 않아?
믿는 구석도 없으면서 나더러 어떻게 하라고 일을 나가지 않느냐고?
이제 아이들도 교통비가 없어서 학교도 가지 못하게 생겼어!“
“..............................”
그러나 이종화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아내의 잔소리와 폭언을 듣고만 있을 뿐이다.
미선은 그런 남편이 참으로 답답해진다.
이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교통비를 줄 것도 없다.
남편에게 아무리 말을 해도 소용이 없다.
미선은 한숨을 쉬면서 엄마 방으로 간다.
“엄마!
뭐하고 있어?“
“남이야 뭘 하든 네가 무슨 상관이 있어?”
딸의 말에 곱게 받아드리지 않는 박여인이다.
“엄마!
실은.........저녁을 할 쌀이 없는데................“
“그래서 나더러 어떻게 하라고?”
“그이가 일을 나가서 돈을 벌어오면 갚을 테니까 쌀도 사고 아이들 교통비도 줘야 하니까 돈 좀 주세요.”
“내가 왜 그래야 하니?
그리고 난 돈이 없다.
밥을 하든 말든 네 새끼들 학교에 보내든 말든 나에게 말을 하지 마라!“
박여인은 냉정하게 잘라서 말을 한다.
자신이 혼자 먹으면 두 달을 먹어야 하는 쌀이 동이 난 것이다.
아이들의 먹성을 무엇으로 감당을 할 것인지 알바 없다는 생각을 한다.
미선이 사정을 하며 엄마에게 말을 하지만 박여인은 딸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그대로 자리에 눕는다.
하루 이틀 굶는다고 당장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도 아니다.
자식들이 있는데도 무엇을 믿고 사위도 딸도 나가서 일을 하지 않는 것인지 괘씸하기도 하고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당신의 통장에 돈을 찾을 수는 더욱 없는 일이라는 생각을 한다.
당신은 배가 고프면 살며시 나가서 사먹고 들어오면 그만이다.
딸네 가족들을 위해서 돈을 쓸 이유가 없다는 생각을 한다.
미선은 라면을 끓이기로 한다.
그러나 집에 남아 있는 라면도 다섯 개가 전부다.
그것을 가지고는 아이들의 배도 채워주지 못한다.
미선은 옆의 구멍가게로 간다.
이 집에서 엄마가 오래 살았기에 잘 알고 있는 구멍가게다.
엄마 핑계를 대고 라면 한 박스를 외상으로 들여온다.
아이들을 굶길 수는 없는 일이기에 나중에 엄마에게 욕을 얻어먹는다 해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다.
미선은 여기저기 자신이 일을 할 곳을 알아본다.
이제 남편은 믿고 살아갈 수가 없다.
아무리 싸움을 하고 잔소리를 퍼부어대도 꿈쩍도 하지 않는 남편이 야속하지만 언제까지 자식들을 라면을 먹일 수도 없고 교통비를 주지 못해서 학교를 보내지 않을 수가 없다.
식당에 설거지 하는 일이 주어진다.
자신이 없으면 엄마가 아이들을 돌봐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일을 나간다.
박여인은 이제 딸이 일을 하러 나간 것을 보고 다소 안심이 되기는 하지만 사위 녀석은 이런 상황에서도 일을 나가려는 생각도 없이 보이는 것이 가슴에 천불이 일어날 지경이다.
“자네는 뭐하는 인간인가?
자식들이 교통비가 없어 학교도 가지 못하고 쌀이 없어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어도 자네 몸만 그리 소중한가?”
그러나 이종화는 말을 하지 않는다.
아무리 장모님과 마누라가 닦달을 해도 자신의 몸을 설명을 할 도리가 없다.
그저 기운이 빠지고 매사가 힘이 드는 말을 하면 일을 하기 싫어 핑계를 만든다는 생각을 하며 더욱 매섭게 몰아붙이는 모녀다.
무슨 말을 해도 그저 잠자코 있는 것이 상책이라는 생각을 한다.
박여인은 미선이 일을 하러 나가자 어쩔 수 없이 저녁을 하러 부엌으로 간다.
아무것도 없는 텅 빈 냉장고를 열고는 그저 나오는 것이 한숨이다.
일단 쌀과 반찬으로 할 야채들을 조금 구입을 해서 저녁을 한다.
한 두 식구도 아니고 일곱 식구의 저녁이라 쌀이 푹 들어간다.
이십 키로 한 포대가 며칠이나 갈 것인가 싶다.
지금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이라 그런지 먹는 것이 보이기만 하면 서로 양보라는 것도 없이 서로 더 많이 먹으려고 아우성들을 친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아이들에게 제대로 먹이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글: 일향 이봉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