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통일> 원고
아버지의 솜사탕(외 1편)
권 혁 모
굵은 힘줄 증기 기관차는 아직도 가고 있다
아버지의 고단함이 어둠 속에 얼룩진
철길 옆 오막살이집 밤새 기침을 한다
급수탑은 거룩했네 엄마 가슴 수유하듯
포성砲聲이 추풍령 넘어 그림자로 따라 오는
산마을 등불을 내린 깊고 깊은 그 밤에
기차 굴뚝을 나온 흑장미의 요정이어
석탄 몇 삽을 던져 피어나는 솜사탕을
아이들 고사리손에 하나씩 건네더니
세월의 강은 그렇듯 철길 따라 흐르고
기적 소리가 뚫어 놓은 캄캄한 터널을 지나
백 년은 더 가야 할 역이 뻐꾹새로 울고 있다
망원경
권 혁 모
이승을 다 지우고 떠나는 날 언제일까
어기영차 불귀불귀 푸른 비가 내리면
망원경 뒷주머니에 숨겨 가면 안 될까
소백산 천문대에서 행성을 보았듯이
천상에서 비박하며 그리우면 어쩌지
감청색 지구라는 꽃밭 보름달로 뜨겠지
이제 ‘제임스 웹*’이 우주 탄생을 찾는데
그까짓 살던 옛집 어딘들 못 찾으랴
첫눈이 수놓은 강변 자작나무 숲길도
곁에 있으면 좋겠네 먼저 떠나신 그대
망원경 꺼내 들고 내가 설명할 수 있다면
아득히 지상의 날을 함께 볼 수 있다면
약력 - 권혁모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84년), 시집 『첫눈』, 『가을 아침과 나팔꽃』, 『오늘은 비요일』, 중앙시조대상 신인상(94년). 한국시조시인협회 작품 본상, 한국꽃문학상 특별상, 월간문학상, 영축문학상 수상, 한국문협 안동지부장 역임. (사)한국문인협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