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에서 쓰는 산중일기다. 일기는 쓰고 싶고... 산중일기를 쓸 때 가장 힘들고 시간 걸리는 부분이 산중일기 넉자를 쓰는 것이다. 오늘도 쓸까...오늘은 쉬지 뭐... 아니 그래도 써보자...스마트 폰을 꺼낸다...생각이 안난다...다시 넣는다. 조금 가다 다시 꺼낸다...생각이 안난다. 다시 넣는다 꺼낸다 넣는다 꺼낸다... 에잇 일단 제목부터 쓰고 보자.... 그런데 오늘 같은 날은 제목이 좀 그렇다. 산에도 안갔는데.. 집중일기? 속세일기? 에이 그건 아니다.. 이것도 고정관념이다. 꼭 일기를 붙여야 하나... 그냥 제목없이 써도 되지... 여러말 말고 편한대로 산중일기로 갑시다. 크게보면 다 산중이지 뭐.. 오늘은 찐빵집 가는 날이다. 아침부터 설레인다. 오랜만에 집시람과의 나들이도 그렇지만 내가 좋아하는 찐빵을 사 먹으러 가기 때문이다. 얼마전 딸아이가 보내준 정보에 따라 경주에 있는 달인빵집에 가기로 했다. 원래 어제 가기로 했었는데 갑자기 손님이 들이닥치는 바람에 오늘로 연기됐다. 난 칼국수 라면 호떡 찐빵 곰보빵 국화빵 밀가루 전문매니아다. 가래떡과 절편도 빼놓을 수 없다. 빵가게를 절대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당뇨가 발병되고 부터는 조금은 덜해지긴 했지만 아직도 진행중이다. 5시50분... "당신 목욕 안갈래요? 나는 갈라하는데..." "...." "갔다 올게요. 당신도 가야하는데 노인되면 냄새난단 말이에요." "....." 갈까 말까 갈까 말까.. "에이ㅡ게으르기는..." 갈까 말까... 말까 갈까... 에잇 가자... 아침 공기가 차다... 그렇지만 우리 아파트에도 봄빛이 완연하다. 정원에 흰 매화가 활짝 피었다. 목욕탕은 아파트에서 이삼십미터 거리의 호텔에 있다. 호텔프론트의 아가씨가 깔끔하게 화장을 하고 손님을 맞는다. 보기 좋다. 기분이 좋아진다. 목욕탕에 잘 왔다는 생각이 난다. 남이 나를 볼 때도 그럴거 아닌가.. 깨끗하게 하고 다니면 상대도 기분이 좋을 것이다. 여탕은 지하1층이고 남탕은 지하 2층이다. 걸어서 내려가면 남자들은 여탕을 지난다. 왜 그렇게 위치해 두었을까.. 게다가 여탕문을 항상 열어둔다. 지나가기가 불편하다. 프론트에서 주는 표에는 번호가 쓰여져 있다. 131번... 옷장 번호인데 신발장 번호와 같다. 그런데 갈 때마다 키가 꼽혀있는 아무 신발장의 키를 뽑는다. 통상 신발장 키와 라커키가 다르기 때문인데 이 호텔에는 프론트에서 입력된 신발장만 키가 뽑힌다. 옷장이 131번이니 신발장도 131번을 써야한다. 안 뽑히는 키와 생 씨름을 하다가는 아참 그렇지하고 쓴 웃음을 짓는다. 아이고 촌놈아 촌놈아 호텔 사우나를 다녀 봤어야지..목욕 좀 자주하라우ㅡ 열탕을 들어서는데 건너편에 머리가 벗어진 내 또래의 노인이 머리만 내 놓은채 나를 쳐다본다. 영감쟁이... 사람도 없이 넓고 넓은데 하필 맞은편에 앉아서 이사람 저사람 훑어 보고 있나그래... 더 희한한 사람도 있다. 욕탕에 들어 오지 않고 떡...하니 욕탕 테두리에 양손을 허리에 얹은 자세로 서서 욕탕을 내려다 보고 있는 사람이다. 욕탕에 들어가 있는 사람들이 다 올려다 봐야 한다. 에이 사람..거시기도 시원치 않던데... 목욕탕에서는 돈이고 명예고 거시기가 좋은 사람이 최고다. 고스톱판에서는 고스톱 잘 치는 사람이 최고인 것 처럼...ㅋ 비유가 좀 거시기했나... 아이고 개운하다. 날아갈 것 같다. 이렇게 좋은 것을... 이크..스마트 폰을 보고 계단을 오르다가 여탕입구로 들어 갈 뻔 했다. ㅎ 프론트에 있는 차집에 금방 구워낸 단팥빵과 커피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인내에 한계를 느끼고 있는데... "좀있다 찐빵 사먹으러 갈낀데 참아요." 목욕탕 문을 나서니 앞 건물사이로 태양이 환하다. 기분이 배가 된다. 모두에게 기분 좋은 태양이 되었으면 좋겠다. Yes Sir, 가족과 함께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대운산객이었습니다
첫댓글 어릴적 아버지께서 5일장날이면 언제나 나를 불러 찐빵을 사 주셨던 기억이 너무나 생생합니다. 그래서 저 역시도 하얀 설탕을 뿌려주는 그 찐빵 맛을 너무나 좋아하고 찐빵만 보면 그분에 생각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