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쌍 >
올드 유럽 문화에서는 하나보다 더 강한 힘을 나타내기 위해 같은 문양을 하나 더 반복해서 표현하는 쌍 이미지 또는 겹선 문양을 이용했다. 이 이미지는 발전과 향상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림 247- 1) 가운데 애벌레 한 쌍이 있고 네 구석에 개가 등장한다. 테두리는 길게 늘어진 알들로 장식했는데 알 안에는 한 쌍의 선 (겹선)이 있다. 애벌레나 뱀 같은 생물이, 하나는 크고 하나는 작다.
(그림 247- 2) 둘로 분할한 각 구획마다 애벌레 두 쌍이 있다. ( 루마니아, 기원전 3500년경)
(그림 247- 3) 토기에 분할된 각 구획안에 두루미가 등장한다. (우크라이나, 기원전 3700~3500년경)
(그림 248) 접시와 원뿔형 그릇, 내부에는 난황이 쌍으로 등장하는 모티브가 빈번히 관찰된다. 때로 뱀이 몸을 길게 늘여 이 알들을 가로지른다. (우크라이나, 기원전 3500년경)
(그림 249 ) 자궁내의 쌍둥이 태아. 엉덩이와 허벅지에는 쌍알이 표현되어 있다. 쌍알 위로는 종종 두 선이 가로지른다. (기원전 4500년경)
(그림 250) 톨로스 무덤들에서 출토된 상아 인장에 흔한 한 쌍의 뱀이나 앵무조개 문양 ( 기원전 2000년기 초기)
(위 그림) 사원 벽감에서 발견된 한 쌍의 남근 조각상 (몰타, 기원전 3천년기 초기)
< 쌍알 모양 엉덩이 >
(위 그림) 후기 구석기시대와 신석기시대 비너스 상들 중에 엉덩이 부분을 극적으로 과장한 것들이 있다. 약 2만 년 전 조각상이나 부조에 등장하는 여신의 전형적인 몸매 중 하나인데, 신체 부위 중에서 엉덩이를 매우 과장했고 자연히 몸 전체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보인다. 쌍알은, 임신의 은유이며, 아주 강력한 다산성을 드러내는 표현이기도 하다.
(위 그림) 쌍알 모양 엉덩이 유물. 신체의 다른 부위는 윤곽만 나타냈다. ( 기원전 5500년경 )
< 쌍 과일 혹은 쌍 알곡의 상형문자 >
올드 유럽에서 토기나 인장, 거석들에서 한쪽 끝이 붙어 있는 타원 모양이 자주 등장한다. 이 문양은 주로 곡식이나 과일로 표현되지만 추상화한 엉덩이로도 등장한다. 제일 먼저 이 문양이 등장한 시기는 후기 구석기시대이다.
자연계에서 호밀이나 보리, 밀의 낟알이 쌍으로 자라는 경우는 드물다. 농부가 추수를 하다 쌍으로 성장한 낟알을 발견하면 이를 집으로 가지고 가서 식탁 근처 벽면에 걸어 귀중하게 보관한다. 이듬해 보관했던 낟알을 파종하는 씨앗과 섞어 밭에 뿌린다. 겨울 호밀은 이듬해 가을 파종 때 이렇게 한다. 이것은 쌍 과일이나 쌍으로 맺은 낟알 혹은 쌍으로 자란 채소인데 이런 곡식이 배로 늘어나듯이 가정에 부와 번영을 가져다주는 힘이 있다고 믿었다.
(위 그림) 쌍 과일 문양은 여신의 힘 중에서 특히 식물의 다산성을 드러낸다. (기원전 3900~3700년경)
< 겹선 >
평행한 두 선을 인장이나 토기의 중심 문양으로 삼았던 시기가 있었다. 이것은 아마도 '둘의 힘'을 추상적으로 나타내는 문양이었을 것이다.
(위 그림) 지브랄타 부근의 동굴벽화. 임신한 암말의 몸에 겹선 문양이 있다. (프랑스, 기원전 1만 3000~1만 1000년경)
(위 그림) 겹선 문양은 어머니와 자녀 이미지를 나타내는 전형적인 특징이다. 여기서는 고도로 도식화된 형태로 태아 같은 고치를 안고 있는 인물이 묘사되어 있다. 이마와 눈에 겹선 문양이 새겨져 있다. (초기 키프로스문화 기원전 2300~2000년)
< 머리 둘 달린 여신과 모녀 이미지 >
이른바 '샴쌍둥이'와 모녀상으로 알려진 여신들이 신석기시대부터 순동기시대까지 등장한다.
(위 그림) 머리가 둘인 여신상. 머리 크기가 서로 다르다. 젖가슴이 표현된 몸체 하나에 머리가 둘 달려 있는 형상. 이 여신상들의 특징은 새부리에 가면을 쓰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 머리 하나가 옆에 있는 머리보다 조금 더 크거나 살짝 높게 위치한다. 이 둘의 관계는 주요한 여신과 상대적으로 비중이 덜한 여신, 모녀 혹은 두 자매를 나타낸다. (루마니아 다뉴브근처, 기원전 5000~4800년경)
< 여름과 겨울의 이원성 >
(위 그림) 네데이아에서 출토된 여산상 네 개 중 둘. 머리와 발이 검게 칠해졌고 몸에 쐐기와 평행선 문양이 장식되어 있다.
이 유물은 1970년, 루마니아 북동부 네데이아 마을에서 발굴되었다. 발굴자는 머리가 검은 여신상들은 지상의 영역을 의미하고 색을 칠하지 않은 상들은 천상의 영역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이는 식물의 재생을 위해 계절별로 거행하던 다산 의례에 필요한 유물들이고, 이에 따른 배치라고 말하고 있다.
여기에 특히 주목할 점이 있다. 이전에는 단순히 문양을 반복해 나타냈을 뿐인데, 여기서는 이원성 개념이 한층 발전한 모습이다. 이유는, 이 여신상들을 포함하는 알 모양 토기에는 뱀 문양이 커다란 띠를 형성하고 그 위로는 쌍 과일 혹은 쌍둥이 씨앗이 장식되어 있다. 쌍과일 문양은 뚜껑 모양 토기에도 되풀이해서 등장한다. 안쪽 토기에도 구획된 틀 안에 네 번씩 등장한다. 네 개의 다른 토기에는 알과 씨앗이 장식되어 있고 옆에 뱀 똬리 문양이 있다. 다산성을 표현하는 관습적인 방식인 '둘의 힘'을 놀라울 만큼 잘 구성한 토기 여덟 개도 촐토되었다.
전처럼 같은 것을 되풀이하지 않고, 삶과 죽음 혹은 여름과 겨울이라는 대극의 개념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자연의 주기와 삶과 죽음의 관계를 수용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첫댓글 고고학이나 유물에 관심이 생길 거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흥미도 관심도 없었으니까요.
어느 날, 정말 어느 날 우연히 '꿈공부'를 접하게 되고, 무의식과 상징에 관한 책을 호기심에 따라 읽게 되면서 최초 인류의 생각들이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불안과 두려움은 뭐였을까, 그들은 사물을 어떻게 보고 느꼈을까, 교과서에서만 보던 동굴벽화의 의미들이 살아나기 시작했고, 그들은 의도치 않았겠지만그들의 흔적이 아직까지 남아 있어, 누군가의 발굴에 의해 해석되고 분석된 정보가 세상에 나옵니다. 호기심과 관심만 있으면 자료를 찾아보는 건 어렵지 않게 되었습니다. 해가 뜨고 지는 것, 달의 모양이 바뀌는 것, 생명이 태어나는 일, 죽음이 찾아오는 일, 먹어야 하고, 먹히지 말아야 하고... 이 모든 것에 대한 신비감, 몰라서 신비하게 느껴지고 그래서 두려움을 느꼈을 그들.
멀게만 느껴지던, 아예 관심 밖이던 원시인류는 그렇게 제게 가깝게 다가왔습니다.
이 책은, 그런 흥미를 마음껏 풀 수 있도록 해줍니다. 읽을수록 호기심과 재미가 더해지는 책입니다. 그들이 남긴 유물에서 그들의 생각을, 인류의 정신사를 들여다 볼 수 있으니까요. '모른다'는 것은 '상상'이라는 것을 가져다 줍니다. 그들은 '몰랐기' 때문에 두려워하고, 두려웠기 때문에 모든 것을 신성시한 것 같습니다. 지금의 우리가 '우주'를 바라보는 시선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재생과 영원한 세계의 서두에, "선사시대 예술은 20세기 개념으로 보듯 섹스의 상징이 아니며, 유럽의 선조들은 우리보다 더 철학적이었다. 그리고 그 예술에는 외설적인 요소가 없다" 는 문장이 다시 떠오릅니다. 오늘날의 성개념과 비교하면, 너무나 성(聖)스럽습니다! 그들에겐 종교와도 같았고, 그들은 무엇보다 진지했습니다.
이 자료를 참고로 자신의 꿈에 나오는 상징을 읽어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돼지꿈을 꾸면 복권을 살 수도 있겠지만, 내면의 풍요를 어디에서 찾고 있을까에 대한 질문을 해볼 수도 있습니다. 뱀 꿈을 꾸었을때, 개인의 뱀에 대한 스토리를 우선 생각해보고, 허물을 벗어 '재생'의 의미를 가진 뱀을 떠올리며, 내 일상에서 다시 태어나는 부분은 무엇일까 생각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새부리를 한 여신과 새의 가면이 자주 나오는데요, 새는 지상과 천상을 연결해주는 메신저이기도 합니다. 이 또한 나의 영적 발달과 상태가 어떤지, 꿈에 나오는 새의 상황을 꼼꼼히 들여다보시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코로나가 다시 번지기 시작하네요. 기나긴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어떤 꿈들을 꾸시는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