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업고 달리기 (Dum Laga Ke Haisha, 2015) 인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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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100 영화에서 눈에 띄던 문구가 있었다. 아내 업고 달리기. 게다가 인도영화라고 하길래 뭔가 더 끌리는 느낌. 세 얼간이와 내 이름은 칸이라는 영화를 너무 잘 봤기 때문에 교훈적이면서도 인도 특유의 향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봐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리고 민지가 추천해달라고 하길래 바로 추천함. 엄청 재미있는 영화를 기대한다면 비추이다. 하지만 소소한 유머 속에 현실적인 배경에서 공감을 담아내고, 감동적인 순간을 연출해준다. 이것이 이 영화를 추천하는 이유이다. 1995년, 인도의 작은 소도시 리시 캐시에서 카세트테이프 판매업자인 프렘은 아버지와 가족의 강요에 의해 뚱뚱한 신부와 중매결혼을 하게 된다. 하지만 프렘은 뚱뚱한 신부, 산디야에게 마음을 열지 않아, 홀대에 지친 산디야는 집을 나가고, 이혼을 청구하게 된다. 양가의 노력으로 가까스로 사태가 해결되면서 아무 생각 없이 둘은 '아내 업고 달리기'대회에 출전하게 되는데....
작은 소도시에 살고 있는 프렘(아유쉬만 커라나)은 똑똑하고 돈 잘 버는 며느리를 맞이하여, 작은 행복이라도 누리고 싶은 가족들의 강요로 뚱뚱한 산디야(부미 페드네카르)와 원하지도 않던 결혼을 하게 된다. 뚱뚱하고 못 생긴 그녀와 함께 하는 것이 죽기보다 더 싫어보이는 프렘에 비하여 산디야는 프렘의 모습들에 호감을 느끼며 결혼을 하게 된다.
프렘의 가족들뿐만 아니라 산디야의 가족들까지도 그들의 아이를 원한다. 산디야의 엄마는 누가 너랑 결혼해주겠냐며 얼른 남자를 사로잡으라며 전화할 때마다 야한 비디오 좀 보여달라고 꼬시라는 둥. 산디야는 프렘이 너무 순수해서 아무것도 못 한다며 둘러대는데, 엄마가 하는 말이, 원래 그런 사람들은 여자가 먼저 덮치는 거라며. 진짜 귀염둥이들 대화.. 산디야는 성공적인 첫날밤을 위해 용기를 내서 야한 속옷도 사고, 비디오까지 함께 보는 등 만만의 준비한다. 프렘은 그런 그녀를 더욱이 피하게 되지만, 남자의 본능이라는 게.. 결국 첫날밤을~~
프렘은 산디야와 함께 걸으며 만나는 친구나 지인들에게서 인사를 들을 때마다 산디야가 창피하다는 듯 그 자리를 회피하려고만 한다. 산디야는 그런 그에게 화가 나서 삐지고.. 사실 연애만 안 했지, 결혼 후 연애하고 있는 것 같은 부부를 연기하는 것 같았다.
산디야는 결혼 생활을 하면서 프렘의 가족들의 험담을 수도 없이 많이 듣지만 모두 그러려니 하고 넘긴다. 여자가 너무 많이 배웠다고 위선 떠는 것 같다, 잘난 척한다, 우리를 무시하는 것 같다, 뒤에서 계속 떠들어 대지만 앞에 대놓고는 절대 아무 소리 못 하는 가족들.. 진짜 눈치껏 떠들어야지.
그나마 믿었던 프렘도.. 친구의 결혼식(?) 파티인가.. 아무튼 파티 같은 곳에 산디야와 함께 파트너로 와서 지 친구들한테 뱉어서는 안 되는 말을 뱉어버린다. 산디 야도 들으면 안 되는 말인데, 영화 타이밍이라는 게.. 역시. 그래서 결국 이 말 한마디가 이혼의 사유가 되어버린다. 산디야는 울면서 짐을 싸고 친정으로 돌아간다.
이혼을 하려고 법정에서 만났지만, 판사는 국법에 의해서 6개월 간 결혼 생활을 유지하되, 그래도 정 안 되겠다면 그 때 이혼을 가능토록 하겠다 말한다. 그렇게 다시 원치 않는 결혼 생활을 하게 되었지만, 프렘의 가족들은 산디야가 다시 돌아와 준 것에 고마움을 표하며 더욱 잘해준다. 산디야가 음식에 소질이 없는대도 불구하고 맛있다 칭찬하고. 산디야는 그대로 믿었었는데, 프렘이 가족들의 가식을 제대로 알릴 진실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 진실은 산디야와 프렘이 가까워지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법정에서 왜 결혼했냐는 말에 프렘은 가족의 강요에 의해서라고 했지만 산디야는 좋아해서 결혼했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프렘은 울고 있는 산디야를 위로하며 나는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며 자격지심을 느끼는 말을 내뱉는다. 위 사진의 장면이 서로 솔직한 감정을 털어놓고, 대화 다운 대화를 나눈 시점이다.
아내 업고 달리기 대회는 영화 중간중간 계속 참여해보라고 언급되지만, 산디야와 프렘은 서로 전혀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프렘의 고모가 10년 이상 별거 생활을 하다가 전화 한 통에 과부가 되는 순간, 고모는 그들에게 다가가 결혼 생활을 하는 동안만이라도 충실해보라고, 그 대회를 참여해보라는 것은 모두 이유가 있지 않겠니? 하면서 설득한다. 그때의 산디야와 프렘은 서로 진지한 대화를 많이 했던 터라.. 네가 하기 싫다니까 안 할 생각이었는데, 니가 한다면 할 수 있어라는
식의 대화를 주고받다가 결국 대회에 출전하기로 한다. 그리고 그 대회는 진정한 사랑을 느끼게해주고, 사랑이 뭔지 배울 수 있는 길이 되버린다. 인도에서 상을 싹쓸이했다는 영화다. 어째 여주는 뚱뚱한데도 너무 예쁘다. 만난 경로가 뭐가 중요한가. 사실 처음엔 이런 중매결혼을 도대체 왜 하는 걸까 싶었지만, 결국 흘러가는 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상황들이 그를 혼란스럽게 했을 거라 여겼다. 운명적인 사랑을 믿고 있는 나로서는 이렇게 목적 있는 만남을 싫어할 수밖에
없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목적이 있는 만남이라도 그 둘이 아니었다면..? 결국 운명은 어떻게 서든 만나게 된다. 서로를 바라보기까지 긴 시간이 흐른다 할지라도 어떻게 만났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만나고 나서 우리의 감정은 어떤가? 서로에게 솔직해질 수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운명적인 만남이다. 이 영화는 단순히 중매결혼을 했는데 이 결혼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사랑해보자는 영화가 아니다. ㅠ_ㅠ 그냥 그저 가장 인도스러우면서도 가장 현실적인 사랑을 보여주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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