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자각
1)신체자각
신체자각은 현대심리치료와 심신의학분야에서 치유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요소인 자기자각의 출발점(왕인순, 2015)이며 신체자각은 삶을 경험해 나갈 때 가장 기본적인 존재 인식의 자료(Shusterman, 2010)가 된다. 신체자각은 의학, 심리학, 신경과학, 철학 등의 신체와 관련된 여러 분야에서 조금씩 상이하게 사용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신체 내부로부터 오는 감각을 알아차리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심교린, 2017; Baas, Beery, Allen, Wizwer & Wagoner, 2004). 이러한 신체 자각은 신체 움직임에 의한 감각자각, 신체의 생리적 상태뿐만 아니라 통증, 정서 등을 포함하며, 사회적·문화적 맥락의 경험과 신념, 태도에 의해 형태화되는 다차원적인 성격을 가진다.
신체자각에 대한 초기 연구들은 건강심리학과 임상의 여러 분야에서 주로 통증 조절과 관련되어 연구되었는데, 신체자각을 주로 환자가 신체 증상에 주의를 기울이는 측면에 집중하여 일종의 불안의 표현이며, 우울이나 신체화 같은 부정적인 증상과 관련된 것으로 이해하였다(심교린, 2017; Baas 등, 2004). 반면 최근 들어 신체감각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건강에 대한 잠재적인 이득으로 보는 연구들이 나타나고 있다. Goubert, Crombez, Eccleston과 Devulder(2004)는 통증으로 향하는 주의를 회피하는 것이 일시적으로 통증을 덜 느끼게 할지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더 큰 통증을 야기할 수 있다고 하였으며, Mehling, Gospisetty, Daubenmier, Price, Hecht와 Stewart(2009)은 통증을 회피하는 것보다 통증에 주의를 두는 것이 근육의 긴장과 스트레스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결과들을 제시하였다.
신경생리학관점에서 신체자각은 외부에서 오는 감각을 수용(extroceptive)하는 부분과 내부에서 오는 감각을 수용하는(interoceptive) 두 가지 감각체계로 구성된다. 전자는 안이비설신(眼耳鼻舌身)의 오감(五感)인 감각기관을 통해 신체 외부환경의 정보를 전달받는 신경이고, 후자는 내장이나 근육 결합 조직과 같은 몸 안에서 일어나는 자극의 정보를 전달받는 신경이다. 내부자극을 수용하는 부분은 다시 고유수용감각과 내부수용감각, 그리고 전정감각(vestibular sense)으로 분류될 수 있다(Rothschild, 2013). 고유수용감각과 내부수용감각은 일반적으로 내부감각으로 여겨지는데, 고유수용감각은 운동감각으로 불리는 반면 내부수용감각이라는 용어는 1906년 Sherrington에 의해 고유수용감각을 포함하는 개념에서 Craig에 의해 고유수용감각과 분리되어 내장감각으로 새롭게 정의되었다(김안나, 2016; Mehling 등, 2012). 고유수용감각이라 불리는 운동감각은 우리 몸 전체의 근골격계로부터 전달되는 움직임의 정보뿐만 아니라 통증, 공간 안에서의 방향, 시간의 추이, 그리고 리듬 등이 포함된다. 내장감각이라 불리는 내부수용감각은 내부장기가 받는 다양한 형태의 입력신호의 집합이다(Kaparo, 2013). 전정감각은 지구 중력에 대해 균형을 잡고 서 있을 수 있는 감각으로, 몸을 기울이고 회전하는 것을 느끼고, 적절히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한다(Rothschild, 2013).
최근 내부수용감각은 정서적인 상태를 자각하는 것과 관련이 깊다는 연구자들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 Mehling 등(2012)은 내부수용감각에 대해 몸 전체에서 전해오는 통증과 감각, 자율신경 등의 몸 안에서 일어나는 자극이며, 그 중 심장박동, 호흡, 체온, 포만감 등의 내장 피드백은 정서와 연결된 자율신경계를 활성화시키는 신체의 생리적인 내부감각을 알려주는 역할을 담당한다고 하였다. 즉 내부수용감각은 바깥세상의 정보를 받아들이는 오감과 달리 '나 자신을 느끼는 감각'이라고 할 수 있다(Kaparo, 2013). 따라서 자신의 감정을 파악하지 못하고 어떤 종류인지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은 신체자각을 확립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Rothschild, 2013).
신경학자인 Antonio Damasio는 신체표지이론(somatic markertheory)에서 감정을 느끼는 데 신체감각이 중요한 역할을 하며, 과거의 경험과 감각, 감정이 쌓여 신체적 표지를 이루고, 이를 바탕으로 몸은 생각하기도 전에 반응한다고 하였다. 따라서 뒤엉킨 감정과 생각으로부터 감각을 구별하기 위해서는 감각을 몸에서 찾아보고 직접적인 신체적 방법으로 경험하는 것이 필요하며, 감각을 다루고 찾아내는 힌트는 반드시 몸에 있고, 크기와 형태가 있다(Levine, 2014). 문영애(2015)는 신체자각을 통해 정서적 반응을 감지하는 것과 반대로 정서적 반응이 일어날 때 신체감각에 주의를 두고 호흡이나 움직임의 변화를 자각하게 되면, 신체감각의 변화를 통해 정서적 변화가 일어나게 되고, 따라서 몸이 이완되며 이것은 심리적으로도 이완되어 사고, 인지, 감정 등에 변화를 가져오게 되어 치유와 연결된다고 하였다. 즉 자신이 누구인가를 알아가는 첫걸음이 신체자각이며, 자신이 지금 무엇을 어떻게 감지하고, 어떻게 반응하고 있느냐 하는 것은 감각의 자각에서부터 출발해야 하며, 감각의 자각 없이는 감성의 자각이 일어날 수 없고, 감성의 자각 없이는 영성의 자각이 일어날 수 없다(이병창, 2015). 왜냐하면 내부수용감각 수준이 높을수록 삶을 통제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자신이 무엇을 느끼는지 알아야 왜 그렇게 느끼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김안나, 2016).
한편, Mehling 등(2009)은 신체감각에서 마음챙김 태도를 강조하였다. 매 순간 직접 경험하는 느낌이나 감각에 비판단적인 방식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적응적인 반면, 반추적이며 자기초점적인 방식으로 주의를 두는 것은 부적응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완석, 조옥경, 양희연(2011)은 "판단이나 감정없이 신체감각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통증과 같은 불편한 감각은 감소되는 경향이 있다. 마음챙김 수련은 자신의 신체에 관한 내적, 외적 경험을 자동적으로 판단하거나 또는 이런 경험에 정서적으로 반응하지 않으면서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며, 그 결과 충동적이고 파괴적인 행동의 가능성을 줄이며 신체이미지에 대한 경험의 복잡성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하였다. 또한 사람들이 현재 생각하고 느끼고 있을 신체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대체로 매스컴을 포함한 다양한 사회적 영향에 의해 자동적으로 형성된 것이며, 실체를 반영하는 것이 아님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한다. 따라서 내면으로 주의를 돌리는 일은 수동적으로 지각하는 심리적인 행위라기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생리적 행위가 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Hanna, 2013).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을 토대로 신체감각을 인지하지 못할 때의 부작용은 생각보다 더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신체감각은 자신의 상태에 대한 일종의 측정기(Rothschild, 2013)로 현재 자신의 상태가 피곤한지, 정신이 명료한지, 배가 고픈지 부른지, 갈증이 나는지, 추운지 더운지, 편안한지, 불편한지 등을 알려준다. 신체감각을 느끼고 해석하지 못하면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알 수 없어 때로는 감각이 둔화되면 삶을 조금 더 쉽게 견딜 수 있다고 착각할 수 있지만, 그 대신 자신의 몸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을 인지하지 못한다. 그로 인해 온전하게 감각을 느끼며 살고 있다는 느낌까지 잃는다(Van der kolk, 2016). 또한 신체감각을 자각하는 능력이 저하될 경우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신체에 영향을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도 심각하다. 현대인은 감각운동 능력의 상실로 인해 중년의 나이에 이르게 되면 척추는 휘어있고 허리통증과 좌골 신경통, 만성 신체 경직에 시달리며 목의 통증과 어깨 결림을 경험한다. 스스로 느끼는 신체자각의 부족으로 긴장과 스트레스 등이 오랫동안 누적되어 뇌졸중, 심장마비, 기타 신체적 쇠약 증상이 예고 없이 찾아오게 되어, 자각능력의 부족은 단순히 도덕적 문제가 아니라 현대사회에 있어 주요한 사회적 차원의 보건문제이다(Hanna, 2013). 따라서 부정적인 신체이미지 등과 같은 심리적인 문제들, 노화의 과정에서 오는 건강상의 문제들을 다루기 위해서는 신체자각을 강조하는 심신치유기법들의 대중적인 보급과 활용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2)신체자각에 관한 선행연구
국내에서 신체자각을 검색어로 한 학위논문과 학술지 논문을 모두 포함한 학술연구를 학술연구정보서비스(www.riss.kr)에서 검색 결과 1,314건의 학위논문과 539건의 학술논문이 추출되었다. 년도 별 개수를 확인한 결과 1960년을 시작으로 2000년 이전까지 학위논문 125건, 학술논문이 62건이었으나 2000년 이후에는 1,189건의 학위논문, 477건의 학술논문으로 2000년대 이후 신체자각 연구가 10배가 넘게 진행된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국내의 선행연구를 살펴보면, 신체자각에 대한 장진아(2018)의 연구에서는 마음챙김요가를 통한 신체자각의 변화를 측정하기 위해 마음챙김요가 17명, 일반요가 17명으로 8주간, 주 2회 70분씩으로 실험을 구성하여 진행한 후 신체자각을 측정하였다. 실험 결과 신체자각이 경계선 상에서 유의미하였으며, 신체자각의 하위요인인 감각자각, 심신연결성 자각이 유의미하게 증가한 결과를 보고하였다. 조윤숙(2019)은 마음챙김요가와 자기자비가 신체자각과 심리적 안녕감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하였다. 실험을 위해 8주간 실험집단 1(n=18)은 마음챙김요가를, 실험집단 2(n=24)는 자기자비 훈련을 각각 주1회 100분씩 처치하였다. 통제집단(n=19)은 아무런 처치를 하지 않았다. 실험 결과 마음챙김요가와 자기자비집단은 통제집단에 비하여 신체자각이 유의미한 증가가 나타났다. 특히 두 집단 모두 사후보다 추후에 점수 차이가 유의미하게 증가되어 마음챙김요가와 자기자비 훈련을 마친 후 그 영향이 더 증진되는 결과를 보고하였다.
심교린(2017)의 연구는 마음챙김 훈련이 신체자각과 통증 강도 및 통증 파국화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잦은 통증을 호소하는 노인들(n=86)을 대상으로 1주일에 1회기씩, 2시간 동안 총 8주간 실험연구를 진행하였다. 실험집단(n=44)은 한국형 마음챙김 스트레스 감소 프로그램(K-MBSR)을 실시하였고, 통제집단(n=49)은 민요, 트롯트, 실버댄스와 같은 일반적인 노인대학 프로그램을 실시하였다. 연구결과 실험집단이 통제집단보다 마음챙김 수준의 향상, 통증 강도와 통증 파국화의 감소, 신체자각의 하위요인인 감각수용과 감각복귀에서 유의미한 향상을 가져왔다. 이에 대해 심교린(2017)은 신체자각은 개념적으로 자각적 측면과 감각수용과 같은 신체감각에 대한 태도적 차원으로 구분지어 설명할 수 있는데, 연구의 결과는 신체자각과 관련하여 자각적 측면의 효과보다는 신체감각에 대한 반응 및 관계 맺기와 같은 태도적 차원에서 유의하게 작용한 것으로 설명하였다.
다음으로 신체자각과 관련한 해외의 선행연구를 살펴보면 Bravo, Skjaerven, Sein-Echaluce와 Catalan-Matamoros(2019)는 PubMed 등을 통해 섬유근육통 환자에게 비약학적 개입인 신체자각에 대한 메타분석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섬유근육통 환자의 보조적인 치료에 요가와 벨리댄스 등을 통하여 신체자각을 활용한 것이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음을 보고 하였다. Rivest-Gadbois와 Boudrias(2019)는 요가가 운동능력, 신체 자각 및 통증 개선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하기 위해 메타 분석(n=32)을 진행하였다. 그 결과 요가를 통한 감각조절 및 신체자각은 주의력을 높이고, 스트레스를 줄여주어 운동능력의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자율신경계의 조절 및 통증과 관련된 불안과 고통을 감소시키는 것을 보고하였다. Rivest-Gadbois와 Boudrias(2019)의 연구 결과를 통해 요가가 신체 자각에 효과적이며, 이를 통해 심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침을 알 수 있었다. Bornemann, Singer, Herbert와 Mehling(2015)은 226명의 대상자들에게 3개월 동안 바디스캔과 호흡, 명상만을 실시하여 신체자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연구했다. 연구결과 신체자각 하위요인인 자기조절, 주의조절에서 효과 크기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음을 보고하였다. Bornemann 등(2015)의 연구결과를 통해 요가와 같이 움직임이 없는 심신치유기법에서는 주로 신체자각의 태도적 측면보다는 자각적 측면에 효과적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음챙김요가가 여성의 신체이미지와 신체자각에 미치는 영향/ 박민숙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심신통합치유학과 박사학위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