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사로잡힌 위소보 이 두타는 비쩍 말라 있었는데 그야말로 그 모습은 세상에서 보기 드물 정도였다. 그런데 그 노화상은 그 비쩍 마른 사람에게 뚱보라는 뜻의 반존자라고묻는 것이다. 십중팔구 그를 비웃는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헌데 그 두타는 큰소리로 대답했다. "내가 바로 반두타이외다. 당신네들은 나를 사부로 모시고자 하는 것이 오? 나는 제자를 받아들이지 않소. 그대들은 그 누구에게 무공을 배웠 소?" 노승은 말했다. "노납은 소림사의 징심(澄心)으로서 달마원을 관장하고 있지요. 이곳의 열 일곱 사제들은 모두 소림사의 달마원의 일을 보고 있는 사람들이랍 니다." 반두타는 아! 하더니 천천히 위소보를 내려놓고 입을 열었다. 그대들은 나를 사부로 모시고자 하는 것이 아니었구려. 나 혼자로서는 그야말로 그대들과 싸워 이길 수가 없죠." 징심은 합장했다. "서로 아무런 원한이 없고 모두 다 부처님의 제자인데 어찌 싸운다는 말씀을 하시오? 나한은 불문 중의 성인을 가리키는 것이외다. 우리들은 범속한 사람에 불과한데 어찌 그와 같은 칭호를 감당할 수 있겠소이까? 무림의 친구들은 아무렇게나 그와 같은 존칭으로 우리들을 불러왔지만 우리들은 평소부터 감당할 수 없다고 여겨 왔소이다. 요동의 반수(반 瘦) 이존자(二尊者)는 무적의 신공을 지니고 있다는 말을 듣고 우리들 은 평소부터 앙모해 왔던 터이외다. 오늘은 이렇게 인사를 나눌 인연이 있게 된 것은 실로 영광스럽기 그지없는 일이로소이다." 거기까지 말하게 되었을 때 나머지 십칠 명의 승려들도 일제히 합장하 고 절을했다. 반두타는 허리룰 굽혀 반례하고 몸을 똑바로 세우기도 전에 물었다. "그대들이 오대산으로 온 것은 무슨 일이죠?" 징심은 위소보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분 소시주는 우리 소림사와 퍽 관계가 깊답니다. 그러니 아무쪼록 대사께서는 용서하시고 그를 산 아래로 내려가도록 놓아주십시오." 반두타는 잠시 망설였다. 상대방의 수가 많고 또한 소림 십팔나한은 하 나같이 무공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터이다. 일대 일로 싸울 때는 조금도 개의치 않겠지만 십 팔 명이 덤비게 된다 면 상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리하여 그는 말했다. "좋소이다. 대사의 얼굴을 봐서 그를 놔 드리지요." 그리고 그는 몸을 굽혀서는 위소보의 배를 몇번 어루만져 혈도를 풀어 주었다. 위소보는 몸을 일으키자마자 오른손을 내밀었다. "그 경서는 십팔나한의 친구가 나에게 맡겨서 소...... 소림사의 주지 방장에게 갖다 드리도록 한 것이니 그대는 되돌려 주도록 하시오. 반두타는 노해 부르짖었다. "뭐라구? 그 경서와 소림사와 무슨 상관이 있다는 것인가?" 위소보는 큰소리로 말했다. "그대는 나의 경서를 빼앗아 갔소. 그것은 노화상이 나에게 전해 달라 는 것으로서 전하지 않으면 큰일나오. 그러니 빨리 되돌려 주시오." 반두타는 노해 말했다. "터무니없는 소리." 그리고 몸을 돌려서는 북쪽 산비탈 아랫쪽으로 달려갔다. 세 명의 소림 승려가 몸을 날려서는 손을 뻗쳐 그의 팔을 잡으려 들었다. 반두타는 감히 뭇승려들과 싸울 생각을 못했다. 몸을 기울여 세 승려의 손을 피 해 버렸다. 그의 키는 매우 컸지만 행동은 날렵하기 이를 데 없었다. 소림사의 세 승려가 그와 같이 잡는 수법은 소림 무공의 절정이라 할 수 있는데 그 의 옷자락도 손에 닿지 않은 형편이었다. 그러나 반두타가 그와 같이 순간적으로 달려가는 기세를 늦추게 되자 어느덧 네 명의 소림 승려가 그의 등뒤로 막아서게 되었고 여덟 개의 손이 교차되면서 그의 앞길을 가로막게 되었다. 반두타는 진기를 끌어올리고 일성을 대갈하였다. 그리고 두 손으로 오 정개산(五丁開山)이라는 일초를 펼쳐 밀어내었다. 그리고 그 위명하기 짝이 없는 기세를 빌어서는 몸을 돌려 남쪽으로 질 풍과 같이 내달았다. 네 명의 소림승려는 동시에 손을 뻗쳐 내어서는 그의 좌우 양쪽을 나누어 공격했다. 반두타는 쌍장의 장력으로 네 승려 가 뻗쳐오는 장력과 맞부딪치게 되었다. 그런데 왼쪽에서 부딪쳐 오는 장력은 매우 굳건한 편인데 오른쪽 두 승려의 장력에는 은연중 면면히 부드러운 기운이 뻗쳐 있었다. 그는 크게 놀라서 두 손에 힘을 돋ㄴ구고 상대방의 장력을 해소시키게 되었다. 바로 이때 등뒤에서 다시 세 개의 손이 그를 움켜 잡으려 들었 다. 이때 반두타가 흘낏 보니 왼쪽에도 다시 두 승려가 주먹을 휘두르며 공 격을 해오는 것이 아닌가. 그 즉시 그는 두 발로 땅을 박차며 위로 몸 을 솟구쳤다. 등뒤의 세 승려가 뻗쳐온 손은 제각기 다른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 러니까 용조(龍爪), 호조(虎爪),응조(鷹爪) 세 가지의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그는 그만 겁이 더럭 나는 것을 느끼고 커다란 소맷자락을 급히 휘둘렀 다. 그리고는 한가닥 선풍을 몰아 일으키면서 왼발이 땅에 떨어져 닿는 순간 오른손으로 위소보를 잡아 위로 들어올리며 부릊짖었다. "이 녀석을 죽일 작정이오, 아니면 살릴 작정이오?" 십팡 소림승은 앞으로 나아가거나 뒤로 물러섬에 있어서 두 개의 원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리고 두 겹으로 나누어서 그를 에워싸고 있는 형편 이었다. 이때 그의 말을 듣고 징심이 입을 열었다. "소시주의 그 경서는 관계가 크외다. 대사께서는 착한 인연을 맺는다는 생각으로 되돌려 주신다면 우리들은 고맙게 생각하겠소이다." 반두타는 오른손으로 위소보를 높이 쳐들고 왼손은 위소보의 정수리에 갖다대었다. 그리고는 성큼성큼 남쪽으로 걸음을 옮겨놓기 시작했다. 이 의도는 분명했다. 만약 소림승이 손을 써서 저지한다면 그는 왼손에 다 힘을 줄 참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위소보는 즉시 두개골이 파괴되고 말 것이다. 남쪽을 막고 섰던 몇 명의 소림 승려들은 이와 같은 광경에 잠시 망설 이다가 함께 아미타불 하고 부르짖으며 한옆으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 다. 반두타는 위소보를 들고 남쪽을 향해 질풍과 같이 내달았다. 가면 갈수 록 빨리 달렸다. 소림사의 십팔나한들은 경신법을 전개해서는 뒤를 바 짝 쫓아갔다. 이때 쌍아는 짚혔던 혈도가 이미 소림승에 의해서 풀어져 있는 상태였 다. 위소보가 사로잡혀 가자 그만 당황하고 놀라게 된 그녀는 진기를 돋구고 급히 뒤쫓았다. 그녀의 권각법은 고인의 전수를 받았기 때문에 퍽이나 뛰어난 편이었다. 그러나 역시 나이가 어린 탓으로 내공 수위는 십팔 소림승과 비교할때 훨씬 떨어지는 편이었다. 거기다가 키가 작기 때문에 걸음폭이 좁아 일이마장을 달려가게 되었을 때 그만 훨씬 뒤로 쳐지게 되었다. 그녀는 그만 다급해지자 울음을 터뜨렸다. 한편으로는 울면서 급히 뛰었다. 그런데 반두타는 손에 사람을 들었는데도 조금도 기세를 늦추지 않았다. 소림사 승려들이 그를 뒤쫓아 잡지를 못하는 것 이다. 잠시 달려가게 되었을 때 반두타는 위소보를 든 채 정남쪽에 있는 높은 봉우리를 향해 질풍과 같이 내달리기 시작했다. 십팔 소림승들은 한줄 로 늘어서서는 뒤에서 바짝 쫓았다. 쌍아는 산봉우리 밑에 이르게 되었 을 때 이미 가뿐 숨을 몰아쉬게 되었다. 그녀는 고개를 쳐들고 산봉우 리가 무척 높은 것을 보고는 속으로 생각했다. (저 고약한 두타가 상공을 잡아서 산봉우리 위로 올라갔다가 만약 실족 하여 떨어지게 된다면 고약한 두타는 죽지 않을 수 있겠지만 상공이 어 찌 목숨을 건질 수 있겠는가?) 정히 당황하고 초조해져서 어쩔 줄을 모르고 있을 때 갑자기 우르릉거 리는 소리가 있었다. 한조각 커다란 바위가 산길로 굴러내려왔다. 십팔 소림 승려는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피했다. 반두타는 산봉우리 위로 오르면서 끊임없이 발로 길옆에 있는 바위를 차서는 굴려 적을 저지하 려고 했던 것이다. 십팔 소림 승려들이 어찌 그와 같은 바위에 얻어 맞을까만은 반두타와 간격은 점차 멀어지게 되었다. 징광 방장은 황보각과 싸우게 되었을 때 가슴팍에 상처를 입은 몸이었고 내력에 손상을 입었으므로 뒤로 처지게 되었다. 쌍아는 진기를 돋구고 산봉우리 위로 올라가면서 부르짖었다. "방장대사, 방장대사!" 징광은 고개를 돌려보더니 그 자리에 서서 그녀를 기다렸다. 그녀가 달 려오기는 했으나 그저 가뿐 숨만 몰아쉬고 얼굴에 놀람과 당황한 빛을 띠우고 있는 것을 보고 그녀를 위로하였다. "두려워 하지 마시오. 그는 그대의 공자를 해치지는 않을 것이오." 그리고 그녀가 급히 달리느라고 상처를 입을까봐 그녀의 손을 잡고 천 천히 산위로 올라갔다. 쌍아는 약간 마음이 놓여서 물었다. "방장, 저...... 저 사람은 상공을 해치지 않을까요?" 징광은 말했다. "해치지 않을 것이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반두타의 그토록 흉악한 행위를 볼 때 단정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 산봉우리는 남태봉이었다. 산길을 구불구불해서 몇 번 구비를 돌게 되었다. 반두타가 발길로 차던 돌멩이와 바위들은 이미 사람을 해칠 수 없게 되었다. 쌍아가 징광대사를 따라 남태봉 위로 올라가게 되었을 때 십 칠 명의 소림 승려들은 한채의 절간을 겹겹히 에워싸고 있었다. 이 로 미루어 볼 때 반두타와 위소보는 절안에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오대산엔 모두 다섯 개의 높은 봉우리가 있었다. 그리고 봉우리마다에 는 각기 한개의 절간이 있었다. 오대산은 불교에서 문수보살이 설법하 던 장소라 일컬어지고 있었다. 봉우리 위에는 각기 한채의 절간이 지어 져 있었는데 모시고 있는 것은 문수보살이었다. 그러나 그 칭호는 각기 달랐다. 문수보살의 신통력이 광대하여 각기 다른 모습으로 세상에 모 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라고 했다. 동태망해봉(東台望海峯)에는 망해사(望海寺)가 세워져 있고 총명문수 (聰明文殊)를 모시고 있었다. 북태업두봉(北台業斗峯)에는 영응사(靈應 寺)가 세워져 있었고 무구문수(無久文殊)를 모시고 있었다. 중태취암봉(中台翠巖峯)에는 연교사(演敎寺)가 세워져 있었는데 유동문 수(儒童文殊)를 모시고 있었다. 그리고 서태괘월봉(西台掛月峯)에는 법 뢰사(法雷寺)가 세워져 있었는데 사자문수(獅子文殊)가 모셔지고 있었 다. 그리고 남태금수봉(南台錦秀峯)에는 보제사(普濟寺)가 세워져 있었 고 지혜문수(智慧文殊)가 모셔지고 있었다. 뭇사람들이 오른 산봉이었 고 그 절간은 바로 보제사였다. 쌍아는 몇 번 불렀다. 그러나 대답 소리가 들리지 않아 그냥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쌍아는 곧장 대전이 있는 쪽에서 달려갔다. 그리고보니 반두타는 대웅 보전의 처마 밑에 서 있었다. 오른 손으론 여전히 위소보를 움켜잡고 있었다. 쌍아는 달려들며 부르짖었다. "상공, 고약한 화상이 해치지는 않았나요?" 위소보는 말했다. "서두르지 마시오. 그는 감히 나를 해치지 못할 것이오." 반두타는 노해 부르짖었다. "내가 어째서 너를 해치지 못한다고 생각하지?" 위소보는 웃었다. "그대가 만약 나의 덜끝 하나라도 다치게 된다면 소림 십팔나한은 그대 를 사로잡아서는 원상태로 되돌려 다시 키가 작고 뚱뚱한 사람으로 만 들어 놓게 될 것이오. 그렇게 되면 야단이 아니겠소." 반두타는 안색이 대변해서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원모습으로 되돌려 놓는다구? 그대...... 그대...... 그대는 어떻게 알고 있지?" 기실 위소보는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었다. 그저 그의 키가 크고 비쩍 말랐는데 이름은 반두타인지라 아무렇게나 말한 것이 그만 맞아떨어지 게 되고 그의 정곡을 찌르는 말을 하게 되었던 것이었다. 위소보는 안색을 살폈다. 그의 어조에는 놀람과 두려운 빛이 서려있는 것을 보고 즉시 냉소했다. "흐흐흐, 물론 나는 알고 있지." 반두타는 중얼거렸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소림사의 승려들은 그와 같은 재간이 없을걸." 별안간 반두타는 오른발을 내밀어 퍽 하는 커다란 음향과 함께 봉당에 세워놓은 돌북을 걷어 찼다. 돌북이 벽에 가서 부딪히면서 돌가루가 마 구 날렸다. 그러는 가운데 그는 쌍아에게 물었다. "그대는 왜 왔소? 살기가 귀찮아졌어?" 쌍아는 말했다. "나는 상공과 생사를 같이 하기로 했어요. 그대가 만약에 그를 조금이 라도 다치게 한다면 나는 그대와 사생결단을 내겠어요." 반두타는 노해 말했다. "제기랄, 이 녀석이 뭐가 좋다고 그래? 그대는 이 녀석에게 정과 의리 를 함께 느끼는 모양이군." 쌍아는 얼굴을 붉히며 그 말에 직접 대답하지 못하고 다른 말을 했다. "상공은 좋은 사람이고 당신은 나쁜 사람이에요." 이때 바깥의 십팔 명 소림 승려들은 일제히 불호를 외웠다. "아미타불, 아미타불, 반존자, 아무쪼록 그 소시주를 풀어 주고 경서를 되돌려 주시오. 그렇게 하면 무림에 명성이 혁혁한 영웅호걸이 될 것이 오. 어린 사람을 괴롭혔다가는 천하에 웃음거리가 되지 않겠소?" 반두타는 노해 외쳤다. "그대들이 자꾸 잔소리를 늘어놓는다면 나는 사정없이 손을 쓰겠소. 막 무가내로 내가 이 사람을 죽이고 경서를 없애 버린다면 그대들은 무슨 도리가 있겠는가 말이외다." 징심은 물었다. "반존자, 그대는 어떻게 하면 그 사람을 풀어 주고 경서를 되돌려 주겠 소이까?" 반두타는 말했다. "사람을 놓아 주는 것은 상관없지만 경서는 어떻게 하더라도 되돌려 줄 수가 없소." 절밖의 뭇승려들은 그만 아무 소리도 하지 못했다. 반두타는 대전 안의 사방을 살폈다. 그리고는 이곳에서 빠져나갈 궁리 를 했다 별안간 잿빛 그림자가 번쩍이는 가운데 십 팔 명의 소림사 승 려들이 왼쪽 벽을 타고 그의 등뒤로 돌아갔다. 다른 다섯 명의 소림 승 려들은 오른편의 벽을 타고는 역시 그의 등뒤로 돌아갔다. 삽시간에 다 시 포위의 형세를 하게 되었다. 반두타는 노해 말했다. "사내라면 일대 일로 싸웁시다. 하나 하나 나서서 나의 수단을 시험해 봐도 좋고 그대들이 차륜전법으로 싸워도 나는 마음에 두지 않겠소이 다." 징광은 합장했다. "노납 등이 무례한 것을 용서하시오. 우리들은 일제히 덤벼들어야겠소 이다." 반두타는 왼발을 들더니 가볍게 위소보의 머리 위에 얹고는 냉소를 흘 렸다. 위소보는 그의 신발 밑의 퀘퀘한 냄새를 맡자 놀람과 동시에 분노를 느 꼈다. 그와 같이 냄새 나는 발을 자기의 머리 위에 올려놓자 머리도 제 대로 잘 돌아가지 않는 것 같았다. 역시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어 그는 자주 눈알을 희번득거렸다. 대전에서 주의할 수 있는 물건을 찾는다면 그 물건을 상대로 터무니없 는 말을 지껄여서 반두타의 시선을 끌 생각이었다. 그리하여 반두타가 조금이라도 정신을 팔게 된다면 소림승은 자기를 구할 기회가 있으리라 고 생각되었다. 그러나 그의 머리가 발 아래에 놓이게 되자 바깥 쪽의 한쪽만 ㅂ이게 되었다. 그런데 마당에는 커다란 돌로 깍은 거북이가 있었고 그 등에는 큰 비석이 세워져 있었다. 위소보는 말했다. "반존자, 그대의 아버지가 언제나 땅에서 기어다니는가 하면 등으로는 수만 근이나 되는 커다란 바위를 짊어지고 있으니 그건 너무나 고생스 럽지 않겠소. 그대가 그를 구해 주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 불효스럽기 짝이 없는 노릇이외다." 반두타는 노해 부르짖었다. "우리 아버지가 따위를 기어다니다니 무슨 소리냐? 터무니 없는 소리만 지껄이고 있군." 위소보는 말했다. "그 사십이장경은 모두 여덟권이나 있소. 그대는 한권을 가졌을 뿐 나 머지 일곱 권을 얻지 못하고 있소. 단지 한권의 경서를 얻어서 어디에 쓰겠느냔 말이오?" 반두타는 급히 물었다. "다른 일곱권은 어디에 있지? 그대는 알고 있는가?" "나는 물론 알고 있소." "어디에 있지? 빨리 말해. 말하지 않는다면 나는 이 발로 너의 대가리 를 박살내겠다." "나는 본래 모르고 있었는데 이제사 알게 되었소." 반두타는 의아하여 말했다. "방금 알게 되었다구? 그게 무슨 뜻이냐?" 위소보는 목을 길게 빼고 거북의 잔등 위에 세워져 있는 비석을 바라보 았다. 그 비석에는 꾸불꾸불한 전자체의 글씨가 씌어져 있었다. 위소보 는 물론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는 비석위 글을 잘 아는 척 하고 천 천히 읽어 내려갔다. "사십이장경은 모두 여덟 권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첫번째 책은 하남성 어떤 산 어떤 절에 있도다. 그런데 저 몇 자는 내가 잘 모르겠소." 반두타는 물었다. "무슨 글자?" 그리고 그는 시선을 옮겨 마당에 세워져 있는 비석을 바라보며 의아하 다는듯 물었다. "저 비석에 새겨져 있단 말인가?" 위소보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 비석의 글을 읽는 척 했다. "제이권은 산서성 무슨 산 무슨 여승암자 안에 있군. 반노형, 저 몇자 의 글은 내가 알아볼 수 없소이다. 거기다가 글자가 새겨진 것이 모호 하구려. 그대는 문무를 겸비한 분이 아니시오? 스스로 가 보도록 하시 구려." 반두타는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믿었다. 몸을 굽혀서는 위소보를 잡아들 더니 대전 입구 쪽으로 걸어가서는 자세히 비석에 새겨진 글을 보았다. 비석 위에 새겨진 전자체의 글은 글씨라고 하지만 그 자신으로선 한 자 도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글자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었다. 글자가 아닌데 어떻게 비석에 새겨져 있겠는가 말이다. 이때 위소보는 계속해서 읽었다. "제삼권은 사천 무슨 산에 있군. 그 다음 글자도 나는 잘 모르겠군." 반두타는 이미 남에게 사십이장경에는 모두 여덟 권이 있으며 반드시 여덟 권을 갖추어야만이 크게 소용이 닿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어디에 숨겨져 있는지 그는 전혀 알지 못했다. 이때 위소보가 하는 말을 듣고 이제는 조금도 의심을 하지 않았다. 그는 즉시 위소보를 들어올리며 물었다. "제 사권은 어디에 숨겨져 있지?" 위소보는 실눈을 하고는 비석을 바라보았다. 먼저 머리를 오른쪽으로 기울였다가 다시 왼쪽으로 기울였다. 그리고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을 하였다. "나는 똑똑히 보이지 않소." 반두타는 그의 몸을 들고서 비석 쪽으로 세 걸음 다가섰다. 이렇게 되 자 간격은 좀더 가까워지게 되었다. 그리고 온 얼굴에 웃는 빛을 띠웠 다. 위소보는 말했다. "내 머리가 근질근질해 죽겠소." 반두타는 물었다. "뭐라구?" 위소보는 말했다. "이 절간에는 벼룩이 있는 모양이오. 내 머리카락 안에서 마구 물어뜯 는군. 반노형, 그대가 나를 위해 좀 잡아 주시오. 머리가 근질근질해서 제대로 사물을 볼 수가 없구려." 반두타는 그의 모자를 벗기고 솥뚜껑 같은 손을 뻗쳐서는 다섯개의 방 망이 같은 커다란 손가락으로 그의 머리카락 안을 긁적긁적 몇번 긁어 주고는 물었다. "좀 나아졌는가?" 위소보는 말했다. "어이구, 벼룩이 내 목있는 쪽으로 뛰었군. 그대는 보이시오?" 반두타는 그가 수작을 부리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그의 손목 을 놓고 그저 왼손을 가볍게 그의 어때 위에 얹어 그가 도망치는 것을 방비한 후 말했다. "그대 스스로 긁도록 하게." 위소보는 말했다. "어이구, 제기랄, 이 벼룩은 정말 대단하군. 아마도 삼년 동안 사람 피 를 빨아 마시지 못한 모양이야. 본래 난장이에다가 뚱보였는데 이제는 배가 고파서 비쩍 마라 대나무쪽처럼 형편없는 몰골로 죽어라 하고 나 를 괴롭히는군." 그리고 그는 왼손을 옷자락 안으로 집어 넣고는 힘주어 긁어댔다. 반두 타는 그가 말을 빙 둘러 자기를 벼룩에 배유해서 욕을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나 모른 체 하고 물었다. "제사권의 경서는 어디에 숨겨져 있지?" 위소보는 말했다. "음, 제사권의 경서는 무슨 산 소...... 소림사의....... 달...... 달 무슨 원인가?" 반두타는 깜짝 놀라 물었다. "소림사의 달마원에 숨겨져 있다는 말인가?" 위소보는 그가 소림 십팔 승려에 대해서 매우 꺼리는 것으 보고 또 그 소림 승려들이 달마원의 사람이란 말을 들었던지라 일부러 어려운 문제 를 내놓아 그를 희롱하려는 것이었다. 물론 그의 짐작에 의하면 반존자 가 아무리 간이 크다고 하더라도 소림사 달마원으로 들어가서는 경서를 훔치지 못하리라는 생각이었다. 위소보는 말했다. "저것은 마 자인가요? 나로서는 알 수가 없군. 반노형, 그대는 저 어려 운 글자도 알아볼 수 있으면서 왜 나를 보고 읽으라고 하시오? 아, 그 렇군. 그대는 나를 시험해 보겠다는 것이지. 정말 말하기는 부끄럽지만 한줄 가운데 몇 자는 내가 알 수가 없구려." 반두타는 곁눈질로 소림의 뭇승려들의 얼굴을 살폈다. 그러한 그의 얼 굴은 약간 불안한 빛을 띄우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물었다. "제오권의 경서는 어디에 숨겨져 있지?" 소림사가 무림에서 커다란 문파란 것을 위소보는 해대부에게 들은 바 있었다. 그리고 또 해대부에게서 황태가 무당파의 사람으로 행세한다는 말을 들었고 황태후로부터는 해대부가 공동파의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 을 들은 적이 있었다. 따라서 무당과 공동 역시 생각해 볼 때 두 개의 큰 문파인 것 같았다. 그리하여 그는 제오권관 제육권을 무당과 공동이라는 산속에 숨겨져 있 다고 하였다. 이렇게 되자 반두타의 안색은 점점 더 일그러졌다. 위소보는 제칠권의 경서는 운남 목왕부의 사람이 가져갔다고 했다. 그리고 제팔권은 운남 의 무슨 서왕의 왕부에 있다고 하였다. 백한풍이 그에게 쓴맛을 보여 주었던지라 이렇게 말함으로써 목왕부에게 뒤찮은 일을 안겨 주자는 것 이었다. 그리고 오삼계 평서왕부에는 고수들이 구름처럼 모여 있는지라 사부도 무척 꺼려 하는 판이 아닌가, 아니 시비를 일으키려 한다면 크 게 곤욕을 치루리라고 생각되었다. 그런데 반두타는 안색이 별안간 변해서 물었다. "너는 제팔권의 경서가 평서왕부 아네 있다고 했지?" 위소보는 말했다. "저 글자를 난 모르오. 그러니 평서와인지 아닌지는 난 모르겠소." 반두타는 대노해서 맹렬히 호통을 내질렀다. "터무니없는 소리, 저 비석은 천년은 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오백년은 되었다. 오삼계가 도대체 몇 살이란 말인가? 수백 년 전의 비석에 어찌 오삼계라는 평서왕의 이름을 써 놓을 수 있단 말인가?" 그 비석은 검은 빛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돌 거북과 돌비석 뒤에도 이 끼가 돋아 있었으며 새겨진 글자는 얼룩덜룩 했으며 완전치 못했다. 첫 눈에 고물이 된 것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위소보는 그와 같은 이치를 모르고 나오는 대로 씨부렁거리다 보니 그만 오삼계를 들먹이게 되었던 것이다. 그는 속으로 부르짖었다. (야단났다. 야단났어.) 그러나 입으로는 여전히 억지 변명을 했다. "나는 저 글자를 모른다고 하지 않았소? 그대가 평서왕이라고 했소. 어 쩌면 옛날 운남의 개서와인지 아니면 자라 서왕이 있었는지 그 누가 알 겠소? 반노형, 내 그대에게 말하지만 저 꾸불꾸불한 글자들은 알아 보 기가 힘들고 그대가 알면 안다고 하고 모른다고 하고 모른다면 모른다 고 하시오. 아는 척 해서는 평서와 오삼계로 읽어 버린다면 여기 계신 대화상들은 하나같이 학문이 높으신데 그대가 함부로 읽음으로써 그드 은 입이 비틀어지도록 웃지 않겠소?" 그 말은 그럴싸했다. 반두타는 그 말을 듣고 비쩍 마른 얼굴이 씨뻘겋 게 붉어졌다. 그는 결코 성을 내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저 올챙이 같은 글을 나는 한 자도 모른다네. 알고 보니 평서왕이 아 니었군. 그럼 아래에는 또 무슨 글자가 새겨져 있는가?"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정말 위험했다. 한바탕 핀잔을 주무로써 얼버무렸군. 그러나 몇 마디 좋은 말을 해서 그를 기쁘게 해야겠지. 그가 사도를 신룡도라 하고 함 퇘지 같은 유연을 알고 있는 것을 보면 십중팔구 신룡교의 인물임에 틀 림이 없다.) 그리고 그는 고개를 갸웃하고 한참 동안 있다가 말했다. "아래에는 수여천(壽與天)...... 천...... 천...... 천 뭐라고 하는지 잘모르겠군." 반두타는 안색이 대뜸 긴장 되어서는 말했다. "자세히 보시게. 수여천 무엇인가?" 위소보는 말했다. "아마도...... 아마도...... 아마도 제(齊)......" 반두타는 크게 기뻐하며 두손을 바구 비벼댔다. "과연 그 한마디가 있었군. 또 어떤 글이 있는가?" 위소보는 비석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곳의 글자는 이상야릇해서 정말 알아보기가 힘드오. 그렇군. 저것은 홍(洪) 자, 음, 홍교주(洪敎主) 석자이구려. 또 신룡(神龍)이라는 두 글자가 있소. 저것 보시오. 저기에는 신통광대(神通廣大)라는 넉 자가 있구만." 반두타는 화 하는 큰소리를 내고 펄쩍 뛸듯 하면서 말했다. "진정 홍교주가 그와 같은 복을 타고 나 수명이 하는과 같이 길단 말인 가? 이 천년 묵은 비석에 이미 씌어져 있단 말이지?" 위소보는 말했다. "위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씌어져 있구려. 이것은...... 당태종(唐太 宗) 이세민(李世民)이 세운 비석으로서 진숙보(陣叔寶) 정요금(程요金) 을 파견하여 세운 것이라고 명명백백히 새겨져 있소. 그리고 당나라에 는 위로 천년을 알고 아래로 천년을 아는 군사가 있었는데 이름은 서무 공(徐무功)이라고 했으며 그는 천녕 이후이 일을 헤아려 본 것이오. 따 라서 대청나라 때에 신룡교 홍교주가 있고 홍교주의 신통력이 광대하고 수명이 하는과 같이 높은 것이라는 사실을 내다본 것이오." "양주의 찻집에서 그는 이야기꾼으로부터 수나라와 당나라 이야기를 들 은 적이 많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위소보는 정요금이니 서무공이니 하는 이름을 외우다시피 하고 있었다. 기실 서무공은 당나라를 세울때 크게 공을 세운 대장수 서적(徐積)이라고 하며 이정(李靖)과 명성을 함 게 날린 영국공(英國公) 서적(徐積)이이기도 한데 결코 손가락을 헤아 려 미래의 천년을 내다볼 수 없는 군사가 아니었다. 하지만 위소보는 그와 같은 사실까지 알 턱이 없었다. 그는 그저 얼렁뚱땅 그럴싸하게 이야기를 꾸며서 반두타로 하여금 어리벙벙 하도록 속여 넘길 작정이었 다. 그렇게 된다면 십팔 명의 소림 승려들이 그 기회를 틈타 자기를 구 출해 내 갈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홍교주의 신통력이 광대하고 수명이 하늘과 같이 높다는 등등의 말은 바로 장씨의 집에서 장노삼 등 신룡교의 무리가 말하는 것을 듣고 외워 둔 것이었다. 과연 반두타는 그와 같은 말을 듣고 머리를 긁적긁적하며 기뻐서 어쩔 줄 모라했다. 그리고는 입을 쩍 벌린 채 다물지 못했다. 위소보는 넌지시 말했다. "이 커다란 비석 뒷쪽에는 또 무슨 글이 씌어져 있는지 모르겠군." 반두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그러면서 그가 먼저 비석 뒷쪽으로 살피러 걸음을 옮겼다. 위소보는 훌 쩍 몸을 날려 뒤쪽으로 뺑소니를 쳤다. 반두타는 깜짝 놀라 손을 뻗쳐 그를 잡으려고 했다. 양쪽 네명의 소림 승려가 도잇에 손을 휘둘러 일장을 후려쳐 왔다. 반 두타는 부득이 주먹을 휘둘러 막지 않을 수 없었다. 위소보는 이 순간 소림 승려의 등뒤로 돌아가게 되었다. 삽시간에 다시 네 며으이 소림 승려가 달려들었다. 여덟 명의 소림 승려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반두타를 한가운데 두고서 맴돌듯 돌아갔다. 그리고 손을 끊임없이 공격을 가했다. 그런데 그 일 초가 상대방의 몸에 적중되었는지 안 되는지는 상관하지 않고 즉시 걸 음을 옮겨 놓았다. 이 사람이 나가면 저 사람이 나서게 되고 이 사람이 나서게 되면 저 사람이 물러가곤 했다. 열 여섯 개의 손과 팔이 여덟 개의 방향에서 공격을 하고 있는데 평소 익히고 연습했던 전법인 것 같았다. 반두타의 수세는 매우 엄밀했다. 그러나 그는 혼자서 여덟 명을 상대했 기 때문에 즉시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이때 척척 하는 소리와 함게 한명의 소림 승려와 반두타가 각기 일장씩 얻어맞게 되었 다. 그 소림 승려는 테두리 밖으로 물러나고 다른 한 명의 승려가 그 자리를 보충했다. 다시 한참 싸우게 되었을 때 반두타는 발길질을 당하게 되었다. 그는 두 팔을 쭉 뻐도는 맴을 한번 빙글 돌았다. 이렇게 되자 여덟 명의 소 림 승려들은 각기 두 걸음씩 뒤로 물러났다. 이때 그는 부르짖었다. "잠깐!" 여덟 명의 승려는 다시 두 걸음 물러섰다. 반두타는 말했다. "오늘은 중과부적이니 경서는 그대들에게 돌려 주도록 하겠소." 그리고 그는 품속에서 경서를 꺼내 들었다. 징심은 왼손을 휘둘렀다. 여덟 명의 소림 승려들은 다시 두 걸음 다가 섰다. 이렇게 되자 반두타와는 불과 석 자의 간격밖에 되지 않았다. 각 기 손을 들고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반두타는 아랑곳하지 않고 손을 뻗쳐서는 경서를 내밀었다. 징심은 단전에서 내식을 끌어올려 몇 바퀴 돌고 돌았다. 온몸에 가득 공력을 돋구고는 왼손의 세 손가락으로 자세를 취한 후 공격과 수비의 형태를 갖춘 후 그러니까 공격과 수비의 형태를 갖춘 직후에야 오른손 을 내밀어 천천히 경서를 받았다. 그런데 반두타는 전혀 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고 경서를 내밀었다. 그리 고는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징심대사, 그대들 소림사 십팔나한은 천하의 명성을 떨치고 있는데 열 여덟 명이 나 한사람을 공격한다는 것은 결코 영광스러운 일은 못되지 않겠소?" 징심은 경서를 품속에 갈무리한 후 합장하고 허리를 굽혔다. "미안하게 되었소이다. 소림 승려가 일대 일로 싸워서는 반존자의 적수 가 되지 못하오." 그리고 왼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뭇승려들은 일제히 뒤로 물러섰다. 그 러나 혹시나 그가 다시 위소보를 잡을까 해서 오륙 명의 승려들이 위소 보의 앞을 막아섰다. 반두타는 말했다. "위시주, 한가지 간곡하게 말씀드릴 일이 있는데 응낙해 주시기 바라 오." 위소보는 물었다. "무슨 일이오?" 반두타는 말했다. "나는 그대가 신룡도로 가서 며칠 동안만 손님이 되어 주십사 하고 청 을 드리고 싶소이다." 위소보는 깜짝 놀랐다. "뭐라구? 나보고 신룡도로 가라는 것이오? 그와 같은 곳에......" 반두타는 말했다. "소시주의 경서는 이미 징심대사가 거두어 갔으니 틀림없이 소림 방장 에게 전달될 것이오. 소시주가 우리 신룡도에 오시게 된다면 우리 교의 아래 위의 사람 할 것 없이 귀빈의 예우로 깍듯이 모시겠소. 그리고 홍 교주를 만나본 이후에는 반드시 소시주를 편안무사하게 섬에서 떠나도 록 해주겠소." 그런데 위소보는 입을 삐죽했다. 바로 그의 말을 믿지 않는다는 행동이 기도 했다. 그와 같은 모양을 본 반두타는 징심대사 쪽으로 시선을 옮 겼다. "징심대사, 아무쪼록 그대가 증인이 되어 주시오. 반두타가 한말에 책 임을 지지 않는 적이 있었소?" 징심대사는 이 두타가 일을 처리함에 있어서 사악한 점이 없잖아 있다 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별로 크게 저지른 악행이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더군다나 반, 수, 두 두타가 자기네들이 한 말에 반두 시 책임을 진다는 사실을 이미 일찌기 들은 바가 있어서 말했다. "반존자께서 하신 말씀에 책임을 진다는 것은 뭇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일이외다. 하지만 위시주에게는 중요한 일이 있어서 아마도 신룡도까지 갈 여가가 없을 것이외다." 위소보는 말했다. "그렇소이다. 나는 바빠 죽을 지경입니다. 장래 여가가 있다면 반드시 신룡도로 가서 반존자와 홍교주를 만나도록 하지요." 반두타는 재빨리 그 말을 가로챘다. "응당 홍교주와 그 어르신의 부하인 반두타라고 말씀해야 하오. 첫째로 천하에서 그 어르신 위에 올려 세울 수 있는 사람이 없소. 남의 이름을 먼저 말하고 다시 홍교주를 들먹인다는 것은 크게 불경스러운 짓이외 다." 위소보는 말했다. "그렇다면 황제는 어떻게 되나요?" 반두타는 말했다. "그야말로 홍교주님을 앞에 내세워야 하고 황제는 뒤에 세워야 하지요. 그리고 둘째 교주 어르신의 앞에서는 존자이니 무슨 진인이니 하는 칭 호를 들먹여서는 안 되오. 이 천하에서 오로지 홍교주만이 존칭을 받을 수 있소이다." 위소보는 혀를 쏙 내밀었다. "홍교주가 그렇게 무섭다면 나는 더욱더 감히 그를 만나러 갈 엄두가 나지 않는구려." 반두타는 말했다. "홍교주께서는 인자하고 무리들을 사랑하시오. 골고루 천하 사람들에게 은덕을 입히고자 한다오. 소시주와 같이 총명하고 영리한 소년 영웅을 그 어르신께서 만나보신다면 틀림없이 기뻐하실 거외다. 소시주가 신룡 도로 가기만 한다면 반드시 많은 선물들을 한 배에 가득 싣고 돌아 올 수 있을 것이외다. 교주 어르신께서 크게 은혜를 베푸시고 또한 선물을 내리실 것은 말할 필요도 없거니와 어쩌면 그 어르신께서는 기쁘셔서 그대에게 일초 반식을 전수할지도 모른다오. 그렇게 된다면 소시주는 천하를 종횡할 수 있게 될 것이며 한평생 다 써먹을래야 다 써먹을 수 없는 은덕을 입게 되는 것입니다." 그가 이와 같이 말을 하는 태도는 지극히 성의에 차 있었고 또한 간곡 했으며 열렬한 것을 표정으로 미루어 알 수가 있었다. 본래 그는 위소 보를 안중에 두지 않고 있었다. 한때는 발로 그의 머리를 밟기까지 하 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때는 그를 소시주는 총명하고 영명한 소년 영웅이니 불렀다. 더군다나 위소보가 알아 듣지 못할까봐 대나무 쪽과 같은 몸을 구부려 서는 위소보가 좀더 말을 듣기에 편리하도록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위소보는 도홍영의 말을 기억하고 있었고 또 장씨 집에서는 장노삼 등 몇 명 신룡교 무리들의 행동거지를 보았다. 거기다가 황태후와 유연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었고 여장으로 가짜 궁녀로 변장했던 그 남자 모습 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그야말로 신룡교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는 혐오감을 느꼈다. 그들 과 비교해 볼 때 그가 알고 있는 신룡교의 인물 가운데 이 반두타만은 그래도 어느 정도 영웅기개가 있어 보였다. 그러나 그가 자기의 힘만 믿고 경서를 빼앗아 간 점과 자기를 들고서 이리 왔다 저리 갔다 한 일 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태도가 싹 바뀌어서는 자기에게 신룡도로 가서 손님이 되달라고 하는 것을 보면 좋지 않은 생각을 품고 있는게 틀림없다는 생 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지금 반존자가 겸손하게 나오는 것은 소림사의 승려들을 이길 수 없기 때문일 뿐이며, 소림사의 승려들이 떠나기만 한 다면 자기에게 또 반드시 완력을 써서 강요할 것이며 우격다짐으로 달 려들 것이니 그때는 그 누가 있어 그를 제압할 수 있으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그는 즉시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나는 가지 않겠소." 반두타는 비쩍 마른 얼굴에 실망의 빛을 잔뜩 띠우고는 천천히 몸을 똑 바로 세웠다. 그리고는 주위의 십팔 명의 소림승을 한번 바라보더니 천 천히 말했다. "소시주, 나의 무공을 이 열 여덟 분 대화상과 비교해서 어떻다고 생각 하시오?" 위소보는 말했다. "각기 장점이 있었소이다." 반두타가 노해 말했다. "뭐가 각기 장점이 있다는 것이오? 만약 일대 일로 싸우게 된다면 설마 그들이 나를 이길 수 있겠소?" 위소보는 말했다. "일대 일이라면 어쩌면 그대가 이길지 모르지. 그러나 일대 팔이라면 그것은 그대가 지겠지. 그러니까 각기 장점이 있는 것이오. 만약 일대 일에서도 그대가 진다면 그대에게 무슨 장점이 있다고 하겠소? 그대는 기껏해야 키가 크다는 것뿐이지." 반두타는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 "나와 같이 무공이 고강한 사람을 그대는 본 적이 있소?" 위소보는 말했다. "물론 본 적이 있소. 그대의 무공은 별것 아니오. 그대보다 십배나 더 고강한 사람도 나는 적잖게 보아 왔소." 반두타는 대노해서 한걸음 다가서서는 손을 뻗쳐 그를 잡으려고 들었 다. 네 명의 소림승이 동시에 손을 뻗쳐서는 막았다. 반두타는 말했다. "누가 나보다 강하더냐?" 위소보는 일시에 말이 막혔다. 그는 반두타 보다 무공이 고강한 사람을 본 적이 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불론 그의 사부의 무공은 지극히 고강한 셈이었다. 하지만 반드시 그를 이긴다고는 할 수 없지 않겠는 가. 반두타는 의기양양해져서 말했다. "자 보라구. 말 못하잖아?" 위소보는 말했다. "뭐가 말을 못해요? 나는 말을 하지 않을 뿐인데. 그저 그대를 놀라게 할까봐 걱정이 된 것이오. 무공이 그대보다 고강한 사람이 무척 많은데 첫번째는 천지회 총타주인 진근남이지요. 나는 그가 북경성 안에서 다 른 사람과 싸우는 것을 보았소. 그때 그는 두손으로 네 명의 두타를 잡 았소. 그 두타들은 하나같이 이백여 근이나 되는 무게가 나가는 사람들 이었는데 그리고도 그는 두 발로 땅을 차고는 나는듯 성벽을 넘어갔단 말이오. 그대를 그 분과 비교한다면 훨씬 뒤떨어지지요." 반두타는 흥 하고 코웃음을 쳤다. 그도 평소 진근남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었다. 그러나 결코 그가 네 사람이 손에 들고 성벽을 뛰어 넘을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아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과장된 말이군." 위소보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두 번째로 무공이 고강한 사람은 강남의 예쁘장한 작은 발의 젊은 부 인이오." 거기까지 말했을 때 그는 쌍아를 바라보았다. 쌍아는 손을 흔들며 그에 게 말을 하지 말라는 시늉을 했다. 위소보는 계속해서 말했다. "이 젊은 부인은 삼십 육 명의 무당파의 고수들과 싸웠는데 삼십 육 명 의 도사들은 그녀를 에워싸고 그 뭐라고 하더라...... 무슨 진법이라고 하던 것을 펼쳤는데......" 반두타는 물었다. "무당파의 진법은 맨손이던가, 검을 사용하던가?" 위소보는 말했다. "검을 사용했죠." 반두타는 말했다. "그렇다면 진무검진(眞武劍陣)이로군." 위소보는 말했다. "그렇소. 그대 뚱보대사께서는 정말 견문이 넓어서 진무검진을 아는군. 그런데 그때 서른 여섯 자루의 보검으로 그 젊은 부인을 에워싸고 검의 광채를 번뜩이는데 그야말로 물을 끼얹어도 그 물이 그 검의 광채를 뚫 고 들어갈 수 없을 지경이었소이다. 그런데 그 젊은 부인은 왼손으로 아기를 안고서 오른손은 맨손으로......" 반두타는 크게 의아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녀는 왼손으로 어린애를 안은 채 무당파와 무공을 겨루었다는 것이 냐?" 위소보는 말했다. "그게 뭐가 이상할 게 있나요? 그녀가 안고 있는 것은 한쌍의 쌍동이로 서 모두 남자이며 통통했소." 그는 일부러 장씨 집안의 작은 마나님의 무공을 과장하려고 애의 숫자 를 한배 더 늘여서는 계속해서 말했다. "...... 그녀는 입으로 아기를 달랬어요. '두 착한 아가야, 울지 말아 라. 너희 엄마가 요술을 해보이겠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서른 여섯 명 의 도사의 손에 들린 보검을 모두 다 빼앗고 그 도사들의 혈도를 짚어 그곳에 서서 꼼짝 못하도록 만들었죠. 그런데 그 젊은 부인은 아기를 안은 채 아기들로 하여금 늙은 도사들의 수염을 잡아당기도록 했지요. 늙은 도사들은 눈을 부릅뜨고 화를 냈는데 두 어린애는 매우 기쁜 듯 환히 웃었지요." 무당파는 소림파와 함께 명성을 날리고 있었으며 무공에 있어서도 각기 막상막하였다. 그는 반두타가 십팔 명의 소림 승려들을 상대로 이기지 못하자 그 젊은 부인이 서른 명의 무당 도사를 대패시켰다고 말한 것이 었다. 이렇게 된다면 무공에 있어서 어느 누가 강하고 어느 누가 약한지는 더 말할 나위도 없었다. 반두타는 그와 같은 말에 마치 넋을 잃은 듯한 표정이 되어서는 한숨을 내쉬었다. "천하에 그토록 신기한 무공이 있었다니." 위소보는 그가 자기의 말에 속아 넘어가는 것을 보고 크게 의기양양해 져서는 말했다. "솔직이 말해서 그 젊은 부인은 나의 의어머니라오." 쌍아는 처음 강남의 ㅈ은 부인이 있다고 말했을 때 그가 말하는 사람이 바로 장씨 집안의 세째 마나님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데 나중에 듣고 보니 그 젊은 부인에게는 한쌍의 아들이 있다는 것이 아닌가. 거기다가 그의 의어머니라고 하는 말에 따로 그런 사람이 있는 가 보다고 여기게 되었다. 반두타는 다시 한번 깜짝 놀랐다. "그대의 의어머니라구? 그녀의 성씨가 무엇이오? 무림에 그와같이 무서 운 인물이 있는데 내가 어째서 들어 본 적이 없을까?" 위소보는 웃었다. "무림에서 무서운 인물은 많이 있다오. 나의 마누라도 그중의 한 사람 이지." 그러면서 그는 쌍아를 손가락질하고 다시 말을 이었다. "저것 보시오. 그녀는 아담하고 예쁜 모양을 하고 있지 않소. 그러니 그 누가 있어서 그녀의 일신에 갖춰진 무공을 짐작이나 하겠소?" 쌍아는 온 얼굴을 빨갛게 붉히며 말을 하였다. "상공, 터무니없는 말을 하지 말아요." 반두타는 쌍아와 손을 쓴 적이 있는지라 나이 어린 소녀인 쌍아가 정말 솜씨가 뛰어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자기가 친히 보지 못했다면 믿기 어렵다는 사실 또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지라 고 개를 끄덕였다. "옳은 말이오. 소시주가 신룡교로 가지 않겠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여러분들은 가 보시오." 위소보는 말했다. "대사께서 먼저 가시죠.!" 그는 겸손하게 예의를 차린 듯 했으나 기실은 반두타로 하여금 먼저 가 도록 만들어 반두타가 동쪽으로 갈 때 자기는 서쪽으로 가자는 속셈이 었다. 반두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시주가 먼저 가시오. 나는 이 비석의 글을 탁본해야겠소." 위소보는 속으로 웃었다. "내가 아무렇게나 주어 섬긴 말을 진짜로 믿고 있는 모양이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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