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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30일 김건곤선생과 지리산 유람에 나섰다.
갑자기 뜬금없이 김선생과 지리산 유람에 나서게된 사연은 이렇다.
2008년 김선생은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홀로 사업을 시작하기로 결심을 했다.
선생은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두려움과 설레임 기대와 걱정으로 흔들리는 자신을 발견했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강하게 단련하기위해 한 겨울 홀로 지리산 산행을 감행한 것이다.
겨울 지리산 등반후 하산길에 계곡의 얼음을 깨고 냉수욕을 한바탕 한뒤 나오다가
깨진 얼음에 발바닦이 찢어지는 대형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진주의 병원까지 간신히 가서 발바닦을 8바늘 꾀멘 사고는 지금도 김선생의 집안에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이다.
나는 선생의 전후좌우 이야기는 다 무시하고 혼자서 지리산에 다녀왔다는 말에 놀라
나도 산을 좋아하니깐 나중에 함께 같이 산행을 하자고 약속했었다.
그 약속을 한지 벌써 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난 이번 산행을 위해 낡은 등산화를 새로 교체하고 우중 산행 대비 방수 배낭을 준비하였으며
여름용 등산복 상하의를 구입하기 위해 36개월 무이자 할부 카드 신공을 발휘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미 출발 한참 전부터 장맛비가 예정되어 있었고 비가 와도 출발한다는 우리의 신념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나는 새벽 4시에 일어나 장대 처럼 쏟아지는 비를 뚫고 6시 남원행 첫 고속버스를 타기 위해 강남고속버스터미널 까지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고속버스는 씩씩하게 잘달려서 9시 정각에 남원에 도착했다.
남원에 8시부터 도착하셔서 9시까지 기다려주신 김선생을 만나 남원고속버스 터미널앞 국밥집에서 아침을 먹고
경상남도 함양군에 위치한 백무동계곡 입구에 도착했다.
10시 22분 출발 전 선생님의 모습이다.
덥고 땀차니깐 우의를 입지 말라고 말렸지만 끝끝내 착용하신다.
백무동을 출발해서 2시간이 좀 지나 12시40분 주룩주룩 비가 오는 가운데 김밥으로 간단한 점심을 드시고 계신 선생의 검소하신 모습이다.
이번 산행에 소비되는 모든 음식은 선생께서 준비해 오셨다.
나는 딸랑 딸랑 빈손에 몸뚱아리만 따라가는 만행을 저질렀다.
선생이 남원에서 구입하신 김밥.
주룩주룩 떨어지는 빗속에 깊고 깊은 산속에서 김밥을 먹는 그 맛은 안 먹어본 사람도 다 아는 바로 그 맛이다.
약간 신맛? 맛이 가기 바로 직전의 맛 바로 그것이다.
헥헥대며 등반하느라 힘을 써서 배가 몹시 고픈 관계로 2줄씩 먹어줬다.
뭐 동내 뒷산 살살 산책한 것 같은 데 어느덧 비 내리는 장터목 대피소에 도착을 해버렸다.
2시30분 굵어진 빗줄기에 온몸이 흠뻑 젖은 상태로 장터목 대피소에 도착한 것이다.
백무동을 출발한지 3시간 30분 만이다. 무슨 지리산 등반이 이렇게 쉽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주 쉬운 등반이였다.
원래 예정은 4시에 도착해서 저녁 먹고 방 배정받아 쉬는거 였는데 너무 일찍 도착해서 많이 뻘쭘했다.
비가 많이 와서 쉬지 않고 바락바락 걸어온 것이 패인이였다.
취사장에 자리를 잡고 정리 정돈을 하고 계신 김선생.
코펠, 버너, 쌀, 김치, 각종 밑반찬, 스펨, 참치, 찌게거리, 국거리, 삼겹살 시식에 같이 먹을 채소, 라면을 배낭 한 가득
짊어지시고도 힘든 내색 한번 안 하셨다.
나는 거의 빈 배낭을 달랑 달랑 메고 올랐고 김선생은 엄청 무거운 배낭을 메고 올라온 것이였다.
국방색은 내 가방 빨강색은 김선생가방.
도착 기념으로 라면 두 개 끓여 먹고 있는데 주변이 갑자기 이상해 졌다.
대피소에 모여 비를 피하고 있던 대략 3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콧구녕을 벌름거리며 후루룩 냠냠 쩝쩝 라면을 먹고 있는
우리 두사람에게로 시선이 집중되는 것이었다. 특히 우리 바로 옆에 비싼 명품 아크테릭스 방수 자켓을 입은 어여쁜 한 아주머니는 옆에있는
아저씨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면서 '다먹기 전에 좀 궁물이라도 달라고 해봐' 라고 내귀에 다 들리게 속삭이고 있었다.
김선생과 나는 바로 얼마전에 김밥도 먹었고 초코바와 비스켓등을 잔뜩 먹어서 배도 부른 상태였기에 코펠에 하나 가득 남은 궁물과
절반보다 조금 모자라게 남은 면발을 호기있게 그 이쁜 아줌마에게 양보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벌때처럼 종이컵이 드리밀어지며
순식간에 코펠이 텅텅 비어버렸다.
우리가 도착했을때 뭔가를 열심히 먹고 있던 사람들인데 왜 이런 희한한 반응을 보이나 싶어 몹시 궁금해진 내가 물어봤다.
세상에 태어나가 가장 맛있는 라면 궁물을 먹었다며 고마와 하던 아주머니가 대답해 줬다.
"12시간 동안 비 맞으면서 계속 차가운 음식만 먹다가 옆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라면 궁물 냄새를 맞으니 미칠것 같았어요. 호호호"
거지떼들이 모두 떠난 뒤 커피를 타고 계신 김선생.
후룩 후루룩 쩝쩝.
방배정 까지 한참이 남은 상태에서 대피소 휴계소에서 뻘쭘하게 한참을 쉬었다.
1990년 3월초 기숙사에서 시작된 김선생과 나의 인연은 특별하고도 각별하다.
할 이야기도 무궁무진하고 졸업후 자주 만나긴 했지만 깊은 대화를 나누지 못해 서로 아쉬웠던 우리는
한참 동안 이야기 꽃을 피울수 있었다. 남자들의 수다는 즐겁고 행복했다.
5시에 다시 취사장에 내려오셔서 쉐프로 변신하신 선생의 우아한 자태.
밥을 올려 놓고 물끄러미 밥이 되는 과정을 바라보시는 진지한 자세에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요것은 참찌 김치찌게가 완성된 모습.
소주와 삼겹살.
지리산 정상에서 구워먹는 삼겹살의 그 맛은 정말 끝내준다.
2008년 홀로 지리산에 오셨던 선생께서는 옆에서 다른 등산객들이 구워먹는 삼겹살이 너무나도 먹고 싶었다고 눈물을 흘리며
그때를 회상하셨다. 아까 라면 궁물을 얻어 먹었던 아주머니처럼 고기 좀 한 점만 달라고 하지 그랬냐고 물었더니 남원 김씨가문의 명예
때문에 수줍어서 차마 그럴수 없었다고 아쉬워 하셨다.
그래서 선생은 당시에 큰 결심을 하셨다고 한다. '내 다시 지리산에 올라온다면 반드시 삼겹살을 구워먹고 말리라.'
그 결심의 결과가 바로 이것이다.
우하하하하.
그리고 밥.
선생과 나는 단 둘이서 삼겹살 1Kg과 저 코펠에 한가득한 밥을 다 먹는 기염을 토했다.
선생의 단하나 소원이였던 지리산 꼭대기 삼겹살 파튀는 이렇게 진행되었다.
지글지글 냠냠냠.
그리고 우덜은 대피소에 방 배정을 받고 8시부터 취침 준비를 했다.
산꼭대기 대피소의 밤은 정말 할일이 없다. TV도 인터넷도 신문도 라디오도 없는 그야말로 잠자는것 말고는 할일이 없는 곳이다.
침대가 아닌곳에서는 잠을 못 주무신다는 선생은 애써 눈감고 잠들려고 노력했지만 밤새 재대로 잠을 잘 수 없었다.
그러니 선생과 나는 옆에 있는 초등학생 꼬마들이 듣거나 말거나 산부인과에 가서 비아그라 처방전 받아온 무용담부터
비뇨기과에가서 신경제거수술을 받고 잠깐 좋았다 좌절한 이야기, 딸내미가 엄마 옆에서 떨어지려고 하지 않는 통에 새벽에 눈비비고 일어나
부부생활을 어렵게 이어나간다는 잉꼬부부의 이야기 까지 시간 가는줄 모르고 지껄여 댔다.
여기저기서 코고는 소리가 진동을 시작한뒤 이야기를 그치고 잠을 청했지만 어려운 일이였다.
밤새 뒤척이다가 새벽3시30분에 화장실에 다녀오다가 하늘을 보니 전날 그리 많이 내리던 비는 멈추었고 하늘에는 별이 초롱초롱 했다.
뒤척이고 있는 김선생에게 일출을 볼 수 있을꺼 같다고 이야기 하여 천왕봉 일출을 보러 길을 나섰다.
밤새 뒤척이느라 피곤함이 묻어나는 선생의 안쓰러운 얼굴이다.
천왕봉에 해뜨는 모습. 이것이 새벽 5시경의 모습이다.
장엄한 일출 관경을 바라보시며 새삼스럽게 감회에 빠진 선생의 거룩하신 옆모습.
김건곤 선생은 아마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으리라...
[내가 2008년 한 겨울에 지리산에 올라 일출을 바라볼 때만 해도 무일푼에 아무것도 가진것 없이 단돈 천만원으로 개인사업자를 냈었는데
지금은 그래도 먹고 살만하게 되었다.춥고 배고프던 4년전 각오를 다지게 해주었던 지리산아 고맙다.]
해가 뜨고 있는 반대편 천왕봉에서 바라본 지리산의 풍경이다. 자욱하게 깔린 운해가 장관이다.
꼭두새벽 부터 설치고 부산을 떨어서 정상에 올라선 보람이 있다.
정상에 선 자의 득의 만만한 미소.
김사장님 나이스샷.
40대 아저씨의 풍취가 뭉클 풍겨나온다.
일출을 다 보고나서 다시 장터목 대피소로 내려오자 밝은 햇살 아래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
어제 내리는 비에 모습을 꽁꽁 감추고 있던 지리산이 모습을 드러냈다.
일출을 보고 6시에 대피소로 돌아와 어제 먹다 남긴 김치찌게에 밥을 다시 하여 아침 식사를 한다.
아침 식사를 준비하시기 전 간단한 메뉴 브리핑 중이신 선생님.
" 에 오늘 아침 메뉴는 밥, 된장찌게, 멸치볶음, 스팸, 구운김, 어제먹다 남긴 김치찌게 이상입니다."
그냥 주는 대로 쳐묵어...
정말 내가 많은 산행을 해 보았지만 이렇게 잘먹고 다닌 산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꼼꼼하게 이것저것 많은 음식을 챙겨온 김건곤 선생에게 정말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하지만 다음부터 저따위 된장찌게 끓이면 직여 버린다...으르릉...
7시30분 아침 식사를 마치고 짐 정리까지 깔끔하게 하여 세석 대피소를 거쳐 한신계곡을 통해 백무동 계곡으로 하산하기로 결정했다.
김건곤 선생이 추정한 총 소요 예상시간은5시간 이였다. 내가 타고 서울로 올라올 버스는 14시50분 고속버스였다.
12시반에 하산을 종료하고 점심 먹고 사우나하고 버스타고 집에가면 딱 맞춤이다.
장터목을 떠나면서 우리가 묵었던 대피소를 찍어 보았다.
오르락 내리락 가벼운 발걸음으로 7시40분 장터목을 출발하여 세석대피소에 9시5분에 도착하였다.
예상보다 30분 빠른 아주 건전하고 순탄한 진행이였다.
첫 번째 목표 지점 도착 기념으로 커피타임이 벌어졌다.
빨리빨리 끓어라..
아싸 좋구나..
김건곤 선생의 동반자 아직은 멀쩡하고 쌩쌩한 최진우입니다.
첫 출연입니다. 반갑습니다...
지도자의 얼굴에도 어쩔수 없는 세월의 흔적이 세겨지고 있군요.
세석대피소를 지나 한신계곡으로 하산하는 길은 정말 지리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코스였다.
코스 내내 시원한 계곡물을 옆에 끼고 직하강하는 이 코스의 경치는 저절로 원더플 뷰티플하는 탄성이 나오는 명품 코스이다.
제법 그럴듯한 폭포를 만나서 선생이 포즈를 취하셨으나 찍사의 형편없는 실력과 조잡한 카메라의 형편없는 성능이 어울러져 그 아름다움이
표현 되지 않는 사진 밖에 없음이 안타깝다.
"자 이제 저 계곡을 넘어보자!"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고생고생 하며 내려가다가 선생이 문득 발걸음을 멈추셨다.
그리곤 훌렁훌렁 옷을 벗으시더니
요렇게 바로 입수 하셨다.
2008년 한 겨울 지리산 계곡의 얼음을 깨고 냉수욕을 하셨던 그 추억을 떠올리시며 다시한번 각오를 다지고 계신 선생의 모습은
정말 남 보기 부끄러웠다. 지나가던 아줌마들이 어머어머 별꼴이야..할줄 알았지만 이 코스에 사람이라곤 선생과 나 단 둘뿐이 없었다.
시원하게 샤워를 한바탕 하시고 한참을 내려와서 체력 보충용 초코바를 맛나게 드시는 선생.
계곡이 엄청 멋지고 장관이였지만 힘들어서 카메라 꺼내기도 귀찮고 쉴 때마다 아무곳이나 찍었더니 이런 보잘것 없는 풍경 밖에 없다.
12시40분 목적지 백무동 계곡에 도착하여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에 들렀다.
김선생의 밝고 상큼하며 원기 왕성한 모습.
그와 대조적으로 완전히 기진맥진 ?이 나간 내 몰골은 이런 꼴이다.
자체 심의로 삭제 했다.
토종닭 백숙을 시켰더니 타조 만한 백숙이 나왔다.
이걸 어찌 다 먹을까 고민중이신 선생.
그래도 꾸역꾸역 밀어 넣었다.
1박2일 코스로 아주 쉽고 무난한 코스였는데 서울행 복귀 고속버스 시간 예약을 잘못 해 놓는 통에 쉬지 않고 무리하게 진행을 해서
하산 하는 길에 고생을 아주 조금했다.
김선생과 아쉬움에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이별을 하며 서울로 올라오는 고속버스에서 좋았던 1박2일을 되새김질 했다.
간밤에 김건곤 선생과 새로운 약속을 했다.
" 다음은 한라산이다."
이번 산행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한라산의 약속은 금방 이루어질 것 같다.
김선생님은 지난 봄 내가 금오도 비렁길 다녀온것이 몹시 부러우셨는지 한라산 가기전에 비렁길 한번 가보자는 말씀도 하셨다.
가을쯤에 여수 것들이 추진하면 가고 추진 안하면 안간다고 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게그콘서트를 보다가 피곤해서 일찍 잠을 청햇다.
일찍 자면 일찍 일어나는 법. 7월2일 월요일 새벽 5시 화장실이 궁금해서 일어났다가 털썩 주저 앉았다.
이런 제기랄. 다리가 아파서 화장실 까지 네발로 기어갔다.종아리 허벅지 다 알이 박혀버렸다.
회사에 이 아픈 다리를 이끌고 출근할 일이 깜깜했다. 출근을 할까 말까 한참을 고민을 했다.
당최 걸을 수 가 없었다.할 수 없이 평소처럼 자전거 타고 출근했다. 이런 제기랄..
김건곤 선생의 안위가 몹시 걱정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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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와우 가보고 싶다 지리산 .. 글 덕분에 같이 간 기분은 뭐지?
두수 너를 꼭 끌고 가야 한다는 말을 건곤이랑 많이 했다.
잘 다녀 왔군,,,부럽다,,,,산 타본지가 언젠지,,,,아마도 군대 갔다오고 후배들이랑 mt때가 마지막,,,,그 뒤론 허리 다쳐서,,,,,가 본적이 없는 것 같다,,,대리 만족이라도 해서 다행인 듯,,,진탱아 담부턴,,,카메라 좋은 거로 현장감 좀 제대로 살려 주는 바램을 남겨 본다,,,,ㅎㅎㅎㅎ
카메라 좀 사줘바바바.
싱글의 자유를 느끼며 당신을 믿어 봅니다,,,,ㅆㅂㄸㅇ ,,,좀 좀,,,,,,,,,죽는 소리는 너 말고도 세상 사람들이 다한다,,,진우를 느끼고 싶다,,이넘아,,,,ㅎㅎㅎㅎ
한라산 갈때 참석해야 거따. ㅎㅎ
당첨 되셨습니다.
한라산 산행후 김해 산부인과에서 처방 받은 신형 비아그라 변종 에스케이를 1팩 증정 해드리겟습니다.
그거때문에 한라산을 가려는것은 맞습니다.만
나도 월요일 출근길 3층 계단에서 기어 내려와 출근했음
멋지다!!!
좋았겠군요 비렁길은 한여름에 추진해봄세 ㅋ
둘의 우정을 견고하게 다지는기회가 되었겠구만 암튼 즐겁네
한라산은 가족모두의 동의를 얻은 후 참석예정임. 가을에 딱이겠다. 10월쯤
한여름 좋다. 그거 핑계로 내려가서 장어좀 먹게.. 하모하모, 유비낑...만쉐!!~~~
하모먹으러오삼^^!
고마워 잘먹으러 갈께...반드시 갈께..
유비끼는 자연횟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