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는 방랑벽(Wanderlust) : 부제는 보행의 역사(History of Wal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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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의 리듬은 생각의 리듬을 낳는다. 풍경 속을 지니가는 일은 생각 속을 지나가는 일의 메아리이면서 자극제이다. 마음의 보행과 두 발의 보행이 묘하게 어우러진다고 할까. 마음은 풍경이고, 보행은 마음의 풍경을 지나는 방법이라고 할까. 마음에 떠오른 셍각은 마음이 지나는 풍경의 한 부분인지도 모르겠다.
생각하는 일은 뭔가를 만들어내는 일이라기보다는 어딘가를 지나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보행의 억사가 생각의 역사를 구체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마음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두 발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것은 가능하잖은가 말이다.
걷는 일은 곧 보는 일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보면서 동시에 본 것에 대해서 생각할 수도 있고, 새로운 것을 이미 알고 있는 것 속으로 흡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느긋한 관광이라고도 할 수 있다. 사색하는 사람에게는 걷는 일이 특별히 유용한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여행의 경이와 해방과 정화를 얻자면, 세계를 한바퀴 돌아도 좋겠지만 한 블록을 걸어갔다 와도 좋다. 걷는다면 먼 여행도 좋고 가까운 여행도 좋다. 아니, 여행이 아니라 몸의 움직임이라 해야 할 것이다.
제자리를 걷는것도 가능하고, 좌석벨트에 묶인 채 전 세계를 도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보행의 욕구를 만족시키자면 자동차나 배, 비행기의 움직임으로는 부족하다.
몸 전체의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마음속에서 일이 일어나려면 눈의 볼거리가 필요하다. 걷는 일이 모호한 일이면서 동시에 무한히 풍부한 일인 것은 그 때문이다.
보행은 수단인 동시에 목적이며, 여행인 동시에 목적지다.(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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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걸을 때만 사색할 수 있다. 내 걸음이 멈추면 내 생각도 멈춘다. 내 두 발이 움직여야 내 머리가 움직인다.” 루소의 고백록에 나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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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늘도 걷는다 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