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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이 내 집처럼 편안하다?
입력 2012.11.26 00:01 / 수정 2012.11.26 00:01
사회 각박해지자 ‘배째라식’ 범죄 급증…교정행정, ‘구금’보다 ‘교화’에 중점 둬야
영화 <쇼생크 탈출>에는 탈옥에 목숨을 건 주인공이 등장한다. 무거운 철문 뒤의 바깥 세상에 그가 갈망하는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현실의 교도소 재소자들도 마찬가지다.
하루빨리 감옥을 벗어나 자유를 만끽하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그러나 이 상식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사회보다 감옥이 낫다”며 교도소행을 자처하는 범죄자들이다.
<출소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교도소로 돌아가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들에게 수감 생활은 더이상 고역이 아니다. (*위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계 없음.) [사진=중앙포토]>
지난 8월 8일 새벽 4시 경기도 의왕시 근처의 한 식당이 소란스러워졌다. 구석에서 술을 마시던 한 50대 남성이 고함을 치며 행패를 부리기 시작했다. 식당 주인의 만류에도 행패는 그치지 않았다.
테이블 위에 올라가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던 그는 옆자리 손님에게 “담배를 사오라”고 엉뚱한 요구를 하기도 했다. 식당 주인은 돈도 안낸 그를 식당 밖으로 쫓아내기에 급급했다. 그는 같은 날 낮에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일식집을 찾아가 술과 음식을 실컷 시켜먹고 “돈이 없으니 마음대로 하라”며 고성을 질렀다.
“나 감방에서 이제 나온 놈인데, 다 엎어버리고 죽여버릴 테니 마음대로 하쇼!” 그는 ‘출소증’을 꺼내 보이며 오히려 주인을 협박했다. “신고할 테면 해봐. 난 무서울 게 없는 놈이니까.” 소리를 지르고 욕설을 퍼붓던 그는 신고를 받고 온 경찰에게 주먹을 휘두르기까지 했다.
그는 출소한 지 12시간 만에 ‘무전취식 및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또다시 구속됐다.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수서 경찰서 형사과 안태수 경위는 “만기 출소하였음에도 동일한 범행을 저질렀기에 구속수사를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과거에도 여러 차례 이런 수법으로 실형을 받은 적이 있는 상습범이었어요. 습관적으로 범죄를 저질러온 셈이죠.”
출소한 지 하루 만에 다시 ‘감옥행’
그는 1996년부터 무전취식·사기·절도 등을 일삼아온 전과 47범. 그동안 감옥을 무려 11차례나 들락거렸다. 범죄 후 재입건되기까지 걸린 기간도 대부분이 6개월~1년 미만이었다. 안태수 경위는 “무연고에 주거도 부정확한 터라 출소 후에 오갈 데가 없자 범죄를 저지른 듯하다”고 말했다.
실제 그는 경찰조사 과정에서 “(감옥에서) 나왔는데 돈도 없고, 갈 곳이 없어 그랬다”고 진술했다.
지난 7월 29일 경남 창원교도소에서 출소한 30대 B씨 영화도 출소한 지 1주일 만에 경찰에 구속됐다. 창원서부경찰서에 따르면 교도소를 나온 B씨는 식당에서 술값을 지불하지 않고 욕설 퍼부어 식당 영업을 방해한 혐의다. 그 역시 과거 동일한 범죄로 1년을 복역하고 나온 터였다.
그는 경찰 진술에서 “먹고 살 길이 막막해 차라리 감방에 가는 게 낫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갈 데도 없고, 연락하고 지내는 가족도 없었다. 게다가 교도소에선 먹고 자는 문제는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출소한 지 얼마가 되지 않아 또다시 교도소행을 자청하는 범죄자는 얼마나 될까? 정확한 통계를 내긴 어렵지만 A 교도소의 한 교도관은 “현재 수감 중인 전체 재소자 300명 중 대략 5%가량이 고의적인 범행으로 교도소를 찾은 범죄자들”이라고 말했다.
경찰이나 교정 관계자에 따르면 다른 교도소들도 사정이 비슷하다. 그렇다면 전국 50여 개 교도소에 수감된 죄수 4만여 명 가운데 약 2000명이 ‘고의적인 범죄자’인 셈이다.
상식대로라면 아무리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라도 ‘통제’와 ‘감시’를 꺼려야 함이 마땅하다.
10년 넘게 수감자들과 함께 생활했던 전직 교도관 B씨는 이렇게 말한다. “이런 수감자들은 ‘감옥에서 사는 게 차라리 편하다’고 말해요. 밖에 있어봤자 갈 곳도, 할 것도 없는데 교도소에 가면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잖아요. ‘전과자’라는 눈총을 받고 고생하며 살 바에야 주는 밥 먹고, 시키는 일 하고 사는 게 낫다는 생각이죠.”
그는 “그런 수감자를 심심치 않게 봤다”면서 “그들은 구치소나 교도소를 일종의 ‘도피처’로 여긴다”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수감자들이 감옥생활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가족, 친구 등과의 ‘단절’ 때문이다. 하지만 무연고인 사람은 교도소 밖이나 안이나 홀로 지내는 게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교도소 삶이 큰 단절로 다가오지 않는다. 오히려 여러 수감자와 함께 생활하는 교도소 안이 이들에겐 덜 외로운 장소일지도 모른다.
지난 10월 출소 한 달 만에 방화 혐의로 구속영장을 받은 30대 중반 김모 씨도 그랬다.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교도소에서 복역하고 나와 처음 며칠은 여기저기 일자리도 찾아보고, 잘 살아갈 방법도 궁리해보았다.
그러나 친구도 가족도 없는 그가 비빌 언덕은 어디에도 없었다. 일용직 근로자로 어렵게 생활을 이어갈 바에야 차라리 교도소 안이 몸과 마음 모두 편하리라 생각했다. 그는 출소 후 한 달 동안 총 4차례에 걸쳐 불을 지르고 다시 수감됐다. 그에게는 교도소가 ‘삶의 터전’이었다. 바깥에선 ‘전과자’의 낙인을 갖고 살아가야 하지만 철창 안에서만큼은 ‘돈벌이’ 염려 없이도 이러한 시선에서 자유롭기 때문이었다.
<2006년 개소한 포항교도소 수용시설은 수세식 화장실, 싱크대, TV 등을 두루 갖추었다. 무연고에 오갈 데 없는 전과자들에게 교도소는 먹고 재워주는 삶의 터전인지도 모른다. [사진=중앙포토]>
지난 8월 출소 12시간 만에 재구속된 50대 남성 이모씨도 마찬가지다. 교도소를 벗어난 떠돌이 생활이 오히려 더 힘들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수감생활이 더 좋지는 않았다. 처음 감옥을 나왔을 때는 ‘하루벌이’라도 하며 살아보려 했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가정의 보호를 받거나 학교의 울타리 안에 있어 보지 못했던 그가 사회 생활을 하기는 역부족이었다. 그는 이제껏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무전취식하고 물건을 훔치며 살아왔을 뿐이다.
“‘처음부터 감옥이 좋아 감옥에 가려는 범죄자들은 없을 거라고 봐요. 다만 사회에 나와 자꾸 떠밀리고 ‘전과자’로 불리게 되다 보니 결국엔 자포자기하게 되죠. 이런 게 반복되다 보면 바깥보단 교도소 생활이 편해지는 거고요.” 절도죄로 과거 여러 차례 복역한 경험이 있는 한 40대 전과자의 말이다.
그는 교도소행을 자처하는 범죄자들의 심리에 쉽게 공감했다. 몇 년 전 신학교를 졸업하고 전도사가 된 그는 “신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진 사회생활이 버거워 몇 번이고 ‘교도소에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그 역시 초등학교 때부터 가족과 떨어져 혼자 생활해 온 무연고 출소자였다.
출소자들의 사회 복귀를 돕는 민간갱생보호시설 담안 선교회의 임석근 목사도 “이런 범죄자들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년 넘게 출소자들과 생활해오며 그 동안 사회 적응에 실패해 교도소를 다시 가는 경우를 수두룩하게 봤어요. 물론 출소자 개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겠지만, 전과자를 보는 사회의 편견 속에서, 그것도 무연고에 오갈 데 없이 살아온 출소자들이라면 사회 적응이 더더욱 쉽지 않죠.”
그는 한 출소자의 사례를 들려줬다. 열심히 살아보겠다는 강한 의지로 일자리를 찾았지만 근무한 지 얼마가 지나지 않아 회사 내에 절도사건이 벌어졌고, 전과가 있던 그 출소자를 모두 의심해 결국엔 불이익을 당했다는 얘기였다. “‘전과자 딱지’는 평생 출소자들을 따라다니죠. 본인의 의지만으로 사회에 적응하기는 그만큼 어렵다는 말입니다.”
출소자가 개선의 의지는 고사하고 기본적인 사회생활 능력이라도 있다면 다행이다. 그러나 교도소행을 자처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사회생활 자체가 어려운 일종의 ‘사회적 장애인’이다. 가정의 보호는 물론 정규교육 과정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떠돌이처럼 살아온 탓에 사회생활에 필요한 기본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
임 목사는 “글도 모르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도 모르는 애들이 많다”면서 “그러다 보니 교도소 안을 차라리 편하게 여기게 된다”고 덧붙였다.
교도관이나 갱생보호시설의 관계자들도 이런 범죄자들을 ‘비사회적 성격장애자’로 불렀다. 한 교도관은 그들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람들이”라면서 “기본적인 사회 적응능력이 없다 보니 반복해서 범행을 저지르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신영철 교수팀이 실시한 전문신경심리기능검사에 따르면 상습절도범의 경우 일반인에 비해 스스로의 감정 조절과 행동 억제, 타인에 대한 배려 등을 담당하는 사회적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나타났다. 경제적 궁핍, 사회적 편견 등은 물론 부족한 사회 적응 능력이 이들을 교도소 안으로 몰고 가는 셈이다.
사회에선 ‘전과자’, 감옥 안에선 ‘모범수’
바깥세상이 버거워 교도소행을 택한 이들은 무전취식이나 절도 등을 일삼는 ‘잡범’이 대부분이다. ‘교도소행’자체가 목적인 이들은 성범죄자 등 범죄행위에 중독된 범죄자들과는 다르다. 사회에선 오갈 데 없는 전과자지만 교도소 안에선 수감 생활에 잘 적응하는 ‘모범수’가 많다고 한다.
그만큼 교도소 생활에 익숙하고, 다른 수감자들처럼 바깥 생활을 갈망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과거보다 개선된 교도소 환경도 이들의 수감 생활을 돕는다.
현재 국내에는 교도소 33개와 구치소 10개를 포함해 모두 47개의 교정시설이 있다. 강력범들이 주로 모여있는경북북부교도소(옛 청송교도소)와 천안개방교도소, 민영교도소 등 성격에 따라 교정시설이 구분되기도 하지만 의식주 등의 기본 환경은 모든 교도소가 거의 유사하다.
법무부 교정시설 관계자는 “시설의 낙후 정도에는 차이가 있고, 재소자의 비율에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의식주 환경은 모든 교도소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바깥세상에서 호화스러운 생활을 했던 이른바 ‘범털’이 아닌 경우 대부분은 감옥에서 먹고 자는 일에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교도소 생활이 편해 교도소에 들어온 범죄자들은 더욱 그러하다. 전직 교도관 B씨는 “‘끼니 때마다 밥 먹을 수 있고 겨울에도 걱정없이 잘 수 있는데 이보다 좋은 생활이 어디 있느냐’고 말하는 재소자도 있었다”고 말했다.
교도소 내에 콩밥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교도소 내 급식관리위원회 소속 식품영양학 교수들의 지침에 따라 1식3찬의 식사가 제공되며, 옷차림이나 두발 등 엄격했던 생활규율 기준들도 완화됐다.
흔히 교도소 안에서의 삶을 사회와 완전히 단절되리라 여기지만, 사실 사회로부터 완전히 격리되지도 않는다. 천안개방교도소는 외부업체와 연계해 현장에서 직원들과 같은 옷을 입고 일하고 일정 금액의 노임을 받기도 한다. 교도소 내에서 노역해도 일정 액수의 노임을 받는 건 동일하다. 노역의 대가론 휴식시간도 제공된다. 여기에 기결 수용자의 경우 누진제의 적용에 따라 최대 월 6회 면회도 가능하다.
더구나 재소자들의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분위기때문에 과거에 비해 재소자들의 수감 생활이 수월해진 측면도 있다. 경우에 따라선 교도관들이 거꾸로 재소자들의 눈치를 보기도 한다. 실제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재소자가 국가기관을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를 한 건수는 지난해 1만319건으로 2003년(1988)보다 20배나 증가했다.
정보공개 청구는 재소자가 교도관을 괴롭힐 때 사용하는 수법으로, 재소자들은 한꺼번에 수십 건에 달하는 방대한 양의 자료를 정보공개로 청구해 교도관 등이 진땀을 빼도록 한 뒤, 이를 취하하기도 하면서 수용생활 편익을 늘리는 수단으로 활용한다. 교도소나 구치소 수형자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자 도입된 ‘수용자 정보공개제도’가 수형자가 교도관이나 교정 당국을 골탕먹이는 방법으로 활용된다는 얘기다.
한 교도관은 “기본권을 주장하며 교도관들의 애를 먹이는 재소자들이 있어 어떨 땐 통제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그는 “한마디로 ‘배 째라는 식’인데, 반찬 투정은 기본이고 처우가 조금이라도 안 좋다고 여기면 인권위에 접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재소자가 있다”면서 “소수긴해도 내부적으로 이런 분위기가 형성되다 보니 재소자들의 수감 생활이 이전보다 수월해진 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가석방의 혜택도 달가워하지 않는 수형자도 있다”고 한 전직 교도관은 말했다. “출소하는 날 늦장을 부리는 건 기본이고, 어떤 재소자는 철문 밖을 나서면서 ‘곧 다시 오겠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먹고 잘 염려 없이 지내는 철창 안의 삶이 이들에겐 큰 구속이 아닌 거죠.”
전과자 양산하는 ‘교정시스템’?
한 달간 수감자 한 명을 관리하는 데는 150만원가량의 비용이 든다. 고의적 범죄자 수용에만 연간 360억원가량이 든다는 얘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현 교정체제론 이들의 수를 줄일 수 없다고 말한다. 그들은 현 교정체제가 오히려 고의 범죄자를 양성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한다.
교정의 목적은 재소자의 ‘감시’와 ‘교화’에 있는데 현재 우리의 교정시스템은 지나치게 ‘감시’에만 치중돼 있는 탓이다. 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학과 교수는 “흔히 교정이라고 하면 ‘보안’과 ‘처우’ 즉 ‘감시’와 ‘교화’의 기능을 모두 포함해야 마땅한데, 우리나라는 복역기간 동안 수감자를 교화시키는 역할은 거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비율로 따지자면 감시 기능이 95%, 교화와 치료가 5% 정도”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는 1962년 “단순 사회적 격리의 차원을 넘어 사회복귀를 위해 죄인을 교정한다”는 의미로 과거 감옥이었던 용어를 교도소로 바꾸었다. 하지만 50년이 지난 지금도 용어만 바뀌었을 뿐 수감자들에게 교도소는 여전히 격리공간일 뿐이다. 물론 범죄자를 관리하는 교도소는 재소자들을 엄격하게 감시해야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범죄자인 동시에 ‘예비 사회인’이기도 한 재소자에게 사‘ 회적 연결고리’를 마련해주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교정시설도 이러한 목적 아래 직업훈련과 심리치료 등의 교화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 직업교육훈련의 경우 법무부는 매년 40억을 투자하지만 직업교육에 참여하는 재소자는 전체 수형자의 16%에 불과하고, 이 가운데 중도탈락자도 19%나 된다.
임석근 목사는 “범죄자들에게 필요한 건 ‘인성교육’인데, 가장 중요한 교육은 뒷전이고 ‘직업교육’ 같은 형식적인 프로그램만 운영한다”고 말했다. “사회 생활의 기본이 바탕이 돼 있지 않은데 직업훈련을 받는다고 사회에 적응할까요? 근본을 바꾸는 게 중요해요. 직업훈련은 그 다음의 일이죠.”
심리치료 등의 프로그램도 없지 않지만 전문적이지도 체계적이지도 않다. 미국의 경우 심리 상담사와 같은 전문가가 교도소마다 상주한다. 우리나라는 상주 가능한 심리치료가나 상담사 등의 전문인력이 부족하다. 심리치료프로그램은 성범죄자에 한해 몇 시간 이수 등의 간헐적인 기준이 있지만 그마저도 각 교도소 여건에 따라 다르고, 지속적이지도 않다. 현재 전국 교도소를 통틀어 운영 중인 교정심리치료센터는 1곳으로 지난해 말 서울 남부교도소에 문을 열었다.
하지만 성폭력범만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프로그램인데다가 지금까진 성폭력범 중에서도 몇 명에 한해 시범적으로 운영될 뿐이다. 이백철 교수는 “구금위주의 교정 정책으로는 재범률은 물론 고의적인 범죄자들의 수도 줄이기 어렵다”면서 “재소자들의 사회 복귀를 돕는 실질적인 프로그램 기획을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선진국에 비해 사회복귀 프로그램 열악
출소 이후 범죄자들의 사회 적응을 돕는 시설과 프로그램을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복역기간 내에 교화도 중요하지만, 교도소 문을 나선 이후 이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도록 현장에서 밀착 지원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해 교도소를 나오는 출소자는 평균 14만여 명이다.
그중 무연고 출소자는 적게는 3000명, 많게는 1만3000명에 달한다. 임석근 목사는 “갈 곳 없는 무연고 출소자들이 일시적이라도 머물 만한 보호시설을 늘리고 기존 시설 지원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충남 천안개방교도소 재소자들이 사회 적응훈련 교육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구금` 위주의 교정행정에서 벗어나 수감자들의 실질적인 사회 적응을 돕는 교화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정부가 운영하는 갱생보호시설로는 법무부 산하 법무보호복지공단과 보호관찰소가 있다. 법무보호복지공단은 전국 15개 지부로 나뉘어 있고, 원하는 출소자들에 한해 숙식을 제공하고 취업 등을 알선하는 역할을 한다. 보호관찰소는 광역시별로 전국에 17개 본소가 있고, 보호관찰을 조건으로 선고유예나 집행유예를 받아 가석방된 범죄자들의 사회 복귀를 돕는다.
하지만 법무보호복지공단과 보호관찰소는 환경이나 지원이 열악하다. 2010년 법무부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당시 한나라당 이은재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4~2010년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에 입사한 신규 직원 76명 중 21명이 사직했다. 범죄자의 재범 방지 업무에 종사하는 전문 인력이 열악한 처우를 이유로 조기 퇴직하거나 제대로 충원되지 않은 셈이다.
보호관찰소의 직원인 보호관찰관의 수도 감소하는 추세다. 그로 인해 보호관찰관 한 명이 관리하는 보호관찰 대상자는 2007년 180명, 2008년 202명, 2009년 223명으로 늘어났다. 보호관찰관 1인당 관리 대상자가 영국 23명, 호주 53명, 일본 70명, 미국 75명인 데 비하면 우리의 현실이 얼마나 열악한지 한 눈에 들어온다.
민간갱생보호시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민간에서 운영 중인 시설은 개신교에서 운영 중인 담안선교회와 천주교 사회교정사목위원회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인력이나 예산 면에서 출소자들을 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담안선교회의 경우 1년에 4억을 정부에서 지원받지만, 출소자 150~200명을 관리하는 데에는 주거비와 피복비 등을 포함해 9억4000만원이 들어간다. 관리자도 8명밖에 되지 않는다.
임석근 목사는 “갱생보호시설이라고 하면 출소자들의 사회적응을 우선해야 하는데 지금은 출소자들을 먹이고 재우는 역할도 겨우 한다”고 말했다. 새 출소자 쉼터의 건립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천주교 서울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는 예전 서울 광진구 구의동의 ‘평화의 집’을 허물고 다른 장소에 쉼터 시설을 마련했지만 인근 주민의 반대에 부딪힐까 봐 비밀리에 운영한다.
그러나 미국은 연방정부와 계약을 맺어 민간이 위탁운영하는 ‘중간거주지(Halfway House·행형시설과 사회의 중간)’ 제도를 활용해 재소자들의 사회 정착을 돕고, 영국은 석방 10개월 전 직업훈련을 집중적으로 실시하는 ‘하우징(Housing) 제도’를 운영한다. 일본 역시 국가가 지원하는 117개의 출소자 갱생시설을 운영해 출소자들의 성공적인 자립과 사회 적응을 돕는다.
형사정책연구원 예방처우연구센터 정진수 연구원은 “미국이나 영국처럼 민간시설 등을 늘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기업과의 연계를 통해 출소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주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웅혁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교도소나 갱생보호시설과 사회적 기업이 일종의 계약을 맺고, 직업훈련 후에도 출소자들이 그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한다면 출소자들의 실질적인 사회복귀를 도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백승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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