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봄 마중(3)

[와야]

제주도에서 봄 마중(3)

(2023년 3월 7일, 가파도와 휴애리공원)

瓦也 정유순

조반을 마치자마자 가파도로 가기 위해 모슬포 운진항으로 이동한다. 모슬포(摹瑟浦) 운진항은 <모슬포 남항>으로 가파도와 마라도로 가는 정기여객선이 다닌다. 서귀포시 대정읍에 있으며 모슬봉(187m)과 가시악(加時岳 106.5m)이 항구를 등지고 있는 천혜의 항구다. 모슬포항 앞바다는 방어·참돔·옥돔 등의 다양한 어족이 서식하여 예로부터 황금어장으로 알려졌으며, 해마다 11월 중순에는 모슬포항 일원에서 <최남단 방어축제>가 열린다. 

<모슬포운진항>

운진항을 출발한 여객선은 약20여분 후에 가파도 상동포구에 도착한다. 가파도(加波島)는 제주도 주변의 62개 섬 가운데 사람이 생활하는 유인도(8개) 중 하나로 화산섬이며, 대정읍 모슬포항에서 5.5km 떨어진 섬이다. 가파도는 마라도의 2.5배 크기에 129가구 25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관광객이 찾아오지 않으면 ‘바다 위의 외로운 섬’이다. 

<가파도여객선>

가파도는 제주도의 부속 도서 중 네 번째로 큰 섬으로 전체적인 섬 모양이 가오리가 넓적한 날개를 편 형상이다. 그래서 섬 이름도 섬 전체가 덮개 모양이라는 데서 따온 개도(蓋島)·개파도(蓋波島)·더위섬·더푸섬 등이다. 하멜의 표류기(漂流記)에는 케파트(Quepart)로 표기되었다. 섬의 최고점은 높이 20m 이하로 평탄한 섬이다. 섬이 작고 나무가 별로 없는데도 불구하고 해수담수화 시설이 잘 되어 있다. 

<가파도 지도>

친환경 명품섬 가파도 상동포구에서 시계 반대방향으로 방향을 잡아 발길을 옮긴다. 해안 바위에는 갈매기들이 망중한을 즐기고 제주도 토종 백년초는 억센 가시로 붉은 열매를 지킨다. 제주도 특유의 낮은 돌담길을 따라 걸으며 가파도의 특색이 무엇인지 탐색해 보며, 상큼한 바닷바람에 실려 오는 갯내음에 잠시 취해본다. 길을 가다가 북쪽을 바라보니 바다 건너에 제주도 삼방산이 멀리서 손짓한다. 

<가파도 마을길>

처음 눈에 띄는 것은 가파도 북서쪽 해안가에 있는 보름바위다. 바위 크기는 키가 약4ｍ, 너비가 약3ｍ 정도로 된 큰 암석이다. 이 바위 위로 함부로 올라가거나 걸터앉으면 태풍이나 강풍이 불어 큰 재난이 일어난다고 하여 신성시 하고 있는 바위다. 가파도 주민들은 태풍이나 강풍이 불어 닥칠 때면 누군가나 까마귀들이 이 바위에 올라간 것이 아닌 가 의심한다고 한다. 그래서 가끔 외부 인들이 와서 아무 것도 모른 채 보름바위에 올라서서 사진을 찍거나 하면 태풍이 불어 닥친다고 믿고 있다. 

<보름바위>

이는 가파도 사람들이 날씨에 무척 민감함을 말해주고 있다. 보름바위를 신주 모시듯이 조심히 모셔야 바다에 나가 일할 수 있는 좋은 날이 이어진다고 믿는 섬 주민들의 경외(敬畏)심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주변 해역에 어로자원이 풍부한 가파도는 대부분 암석해안을 이루고 있으며 제주 본도와 이웃 마라도와 같이 화산석인 까닭에 돌발적으로 일어나는 기상이변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가파도 해안>

<가파도해안길>

서쪽 해안을 돌아 남쪽으로 가면 선사시대의 유적인 고인돌이 보인다. 이는 이곳에서 사람들이 신석기시대부터 살았다는 증거다. 제주도 내에는 180여 기의 고인돌이 있는데 그중 135기가 가파도에 있다고 한다. 가파도 주민들은 이 고인돌을 ‘왕돌’이라 부른다. 고인돌은 두 개의 받침돌이 지하 묘실을 덮은 다음에 그 위에는 큰 덮개돌을 올려놓은 것 같다. 

<가파도 고인돌>

가파도에는 상동마을(북)과 하동마을(남)이 있다. 상동은 겨울에 바람도 많이 불고 배도 접안할 수 없는 외진 곳이었고, 하동에만 선착장이 있어서 정기 여객선도 하동으로 다녔고, 가파도의 모든 배들이 하동포구에 안전하게 정박하면서 고기를 잡고 해산물을 채취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동에 선착장 시설을 마련하여 여객선이 여기에 닿고 마을의 중심이 상동으로 옮겨간 것 같다. 상동은 제주도가 훤히 바라다 보이고 모슬포와 거리가 더 가깝다. 

<가파도 하동포구>

그러나 아직도 하동마을에는 가파초등학교와 가파보건진료소, 의용소방대, 가파리어촌계 등 행정의 중심이 밀집되어 있다. 발걸음은 하동마을에서 소망전망대가 있는 섬 중앙 길로 접어든다. 가파초등학교는 5대 민의원(民議院)을 지낸 김성숙(1896∼1979)이 1922년 신유의숙(辛酉義塾)으로 개교한 이래 2022년까지 1,147명의 졸업생을 배출하였으며, 2023년 3월 현재 복식 2학급과 단식 1학급으로 편성 운영하고 있다. 

<가파초등학교>

하동마을에 있는 회을공원(悔乙公園)은 신유의숙을 설립한 회을 김성숙을 기리기 위한 공원이다. 가파도 출신 회을 김성숙(悔乙 金成淑)은 3·1운동에 참여하여 옥고를 치른 후 문맹퇴치만이 독립의 지름길임을 자각하고 신교육운동을 전개했다. 또한 일본 와세다대학(早稻田大學)을 수학하고 돌아와 일본의 경제적 수탈을 극복하기 위해 협동조합운동에도 앞장선 선각자였다. 

<회을공원과 김성숙 동상>

회을공원에서 소망전망대로 가는 하동마을은 벽화마을이다. 벽화에는 가파도를 소개하는 글도 있다. 그리고 가파도는 주로 밭농사인데, 대부분 청보리 밭이며, 매년 4월이면 청보리축제가 열린다. 약 1달 정도 축제가 진행되는 동안 관람객들은 커플자전거대회·소라잡기·전통낚시대회·뿔소라구이 및 젓갈 무료시식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다고 한다. 

<가파도 벽화>

가파도에서 제일 높은 곳에 설치된 소망전망대는 한라산과 마라도, 푸른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최적의 명소다. 옛날부터 가파도에 등대가 있었다고 전해왔어도 흔적이 없었는데, 이곳이 가장 유력한 곳으로 유추하는 곳이다. 그리고 매년 이곳에서도 제주도의 ‘한라산신제’처럼 한라산 설문대할망에게 소망을 기원하는 장소다. 전망대에는 풍어와 무사를 기원하는 풍어제오색기(豊漁祭五色旗)와 멀리 경계를 알리기 위한 당보기(塘報旗),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포제기(酺祭旗)를 꽂아 놓는다. 

<소망전망대>

제주도 유인도 중 유일하게 물 걱정이 없는 상동우물을 지나 소라껍질로 쌓은 담벼락 길로 내려오면 선착장 옆에 ‘매부리당’으로도 불리는 ‘할망당’이 있다. 이곳은 해녀와 어부들이 안전과 풍요를 기원하는 해신당의 다른 이름이다. 주변의 자연석으로 둥글게 울타리를 쌓았고 안에 석궤 형태의 제단이 있으며, 지금도 어부와 해녀들이 제물을 올리며 정성을 들이고 있다. 

<상동우물>

<할망당(매부리당)>

다시 모슬포로 나와 오전을 마무리하고 유채꽃이 만발한 산방산 아래로 이동한다. 산방산 아래 유채꽃 밭은 인증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에게 요금을 받는다. 여러 곳을 전전하다가 우리가 찾은 유채꽃 밭은 요금을 받지 않아 자유롭게 봄의 길목에서 망중한을 즐긴다. 한라산 백록담을 퍼와 산이 되었다는 산방산 아래로는 하멜표류기념관 등 볼거리가 많이 있으나 아쉬움을 남긴 채 서귀포시 남원읍에 있는 <휴애리자연생활공원>으로 이동한다. 

<산방산 유채밭>

휴애리자연생활공원은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리에 있는 자연생활 체험 공원으로, 무척 제주도다우며 한라산 자락이 한눈에 보이는 자연생활 체험공원이다. 이곳에서는 대표 축제로는 2월∼3월 봄소식을 가장 먼저 알리는 매화축제를 시작으로 4월∼7월까지 공원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수국축제, 9월∼11월 까지 가을에는 핑크뮬리축제, 11월∼1월 까지 동백축제가 열리는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 준다. 

<휴애리공원 입구>

특히 매시간 정각에 펼쳐지는 <흑돼지야놀자> 공연은 이곳의 백미로 흑돼지와 거위공연을 보고 난후 먹이주기체험을 할 수 있으나 시간이 맞지 않아서 볼 수 없었다. 또한 토끼, 제주마, 송아지, 염소 등 다양한 동물들에게 직접 먹이를 주며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는 자연생활체험도 가능하다. 이 외에도 옹기·돗통(제주 전통 화장실)·연자방아 등 옛 중산간 마을의 정겨운 생활도 체험해 볼 수 있다. 

<제주도 흑돼지>

곤충테마관은 토종 곤충과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수중 생물 등 제주도에 서식하는 여러 곤충들을 관찰할 수 있는 공간이다. 제주를 상징하는 대표적 계절체험인 귤 따기 체험은 8월∼9월에 어린이 교육용으로 진행하고, 10월∼2월 까지 전 연령이 직접 체험하면서 딴 귤을 먹어보고 가져갈 수 있다고 한다. 4계절 축제 테마 와 다양한 체험거리가 있는 제주도 <휴애리자연생활공원>은 즐겁고 행복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제주도의 명소 같다. 

<곤충테마관>

<곤충표본>

https://blog.naver.com/waya555/223053176895

[남궁연옥]

우리 육지에서 떨어진 곳이라서 여행 하면 쉽게
제주도를 많이 가더라고요,
이몸은 예전에 5회 정도 가고선 이젠 꿈도 못 꾸네여
비행기도 배도, 심지어 차도 힘드니~~~

[와야]

요즘은 교통이 발달해서 서울에서 약속하면 제주에 사는 친구가 더 빨리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