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농촌이나 산간벽촌 중학교 상위권 학생 상당수는 공업고나 상업고(여상 포함) 진학을 숙명처럼 받아들여야 했다. 가난한 가정형편 탓에 인문계고(현 일반계고)는 언감생심 꿈도 못 꿨다. 대학은 사치였다. 하루빨리 취직해 집안을 일으키고, 줄줄이 딸린 동생들 뒷바라지에 나서야 했다. 고교조차 못 가고 산업전선에 뛰어든 10대들은 더 많았다.▼이들이 바로 한국사회의 베이비부머 세대다. 6·25전쟁 직후인 1955년부터 산아제한정책이 도입되기 직전인 1963년 사이에 태어났다. 서울대 송호근 사회학과 교수는 수필집 `그들은 소리내 울지 않는다'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경험한 이들을 농업 세대와 정보통신 세대를 잇는 `가교 세대'로 규정했다.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1946~1965년), 일본의 단카이 세대(1947~1949년)처럼 유난히 인구가 많다. ▼한국 베이비부머 인구가 대략 715만 명이다. 송 교수는 이 중 400만 명 이상이 저소득층으로 불안한 노후를 맞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소득층은 100만 명쯤, 중간소득층은 200만 명쯤으로 봤다. 우리나라 제1 직장 평균 퇴직연령은 53세 안팎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멕시코 다음으로 노동시장 은퇴연령이 낮다. 대다수는 이미 제2의 인생을 시작했거나 몇 년 이내에 직장에서 짐을 싸야 한다.▼베이비부머 세대 공무원의 공로연수도 올해부터 대상이다. 이 여파로 도와 시·군의 공무원 채용규모가 앞으로 9년간 무려 1만 명에 달할 전망이다. 베이비부머들은 은퇴 뒤 자녀교육과 결혼 건강 일자리 생계비 걱정에 시달린다. 정년과 연금이 보장된 공무원들은 그나마 낫다. “일어나 일어나 다시 한 번 해보는 거야. 일어나 일어나 봄의 새싹들처럼….” 가수 고(故) 김광석의 노래 `일어나' 가사 중 한 소절이다. 봄이다. 베이비부머들이 새로운 인생 2막을 꽃피우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