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봄 마중(5-1)
(우도와 섭지코지, 2023년 3월 8일)
瓦也 정유순
제주도에 여러 번 왔었지만 성산 일출봉에 올라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 건너에서 손짓하는 우도에 가보기는 처음이다. 우도는 성산포에서 3.8km 떨어져 있다.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에 있는 종달항에서 아침 9시 반에 출발하는 도항선에 승선하기 위해 아침에 조금 부산을 떤다. 종달항(終達港)은 지방어항으로 지정되었으며, ‘우도 도항선선착장’이 종달항에 있다.
<우도 도항선대합실>
<우도 도항선>
여객선으로 10여분이면 우도의 하우목동항에 도착한다. 우도(牛島)는 제주도 부속도서 가운데 8개의 유인도 중 가장 큰 섬이며 면적은 6.18㎢, 해안선 길이 17㎞이다. 여의도 3배 정도 크기의 우도는 작은 제주도라 불리기도 하며, 국내에서 유일하게 산호로 이뤄진 홍조단괴해빈과 모래가 검은색인 검멀레해수욕장이 있다. 우도는 제주도의 또 다른 속살이라고 불릴 만큼 제주도를 가장 많이 닮았다.
<우도 지도>
배에서 내려 시계반대방향으로 방향을 잡는다. 파도가 일렁이는 바위섬에는 가마우지가 망중한을 즐기고, 까마귀 떼는 무리를 지어 하늘을 나르며 입도(入島)를 축하해 준다. 까마귀를 보면 우리는 보통 오합지졸(烏合之卒)이라고 하는데, 이는 까마귀 떼는 그 중 리더가 없는 단순 집합체이기 때문에 생겨났다고 한다. 까마귀는 철따라 먹이를 찾아 자연스럽게 이동하는 겨울 철새 중 하나다.
<까마귀 떼의 비상>
경쾌한 발걸음으로 도착한 곳은 <서빈백사(西濱白沙)>라고도 하는 ‘홍조단괴해빈’이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홍조단괴해빈(紅藻團塊海濱)은 홍조라는 석회조류가 죽은 후 산호처럼 하얗게 굳어버린 것들이 파도에 깎여 형성된 해변이다. 햇볕이 내리쬐면 눈이 부실 정도로 해변이 새하얗게 빛난다. 고운 백사장과는 달리 발바닥에 굵직하게 밟히는 홍조류가 신기하다. ‘산호사 해빈’으로 알려졌다가 최근에 홍조단괴로 밝혀졌으며, 동양에서는 이곳 하나 밖에 없어 학술적 가치가 높다. 서빈백사는 <우도 8경 중 8경>이다.
<홍조단괴해빈>
눈부신 해변과 에메랄드빛 바다는 우도가 꿈의 낙원이라는 뜻인가? 홍조단괴해빈에는 “서산용출(瑞山湧出)이란 바로 우도(牛島)”라는 비석이 서있다. 비문에는 “고려 목종 5년 6월에 화산폭발이 있었다. 이 섬은 [세종실록지리지] 제주목에 목종 7년(1004) 서산(瑞山)이 해중에서 솟아 조정에서는 태학박사 전공지(田拱之)를 보내 탐라인들은 ‘밤 낯 7일간 폭발’하여 높이 1백여 장(丈), 주위가 40여리의 섬이 되니(이하생략)”라고 적었다.
<고려사의 서산용출이란 바로 우도>
설화로 만나는 제주의 이야기 ‘탐라창조여신 설문대할망’에는 “설문대할망이 성산일출봉에서 일출을 감상하고 있을 때 밤새 한잠도 못자고 해가 뜨길 기다리며 오줌을 참고 있다가 성산일출봉에서 양쪽 다리를 각각 서귀포시와 오조리 식산봉에 걸치고 앉아 일을 보려 할 때 포수에게 쫓기던 사슴이 굴로 착각하고 배꼽 아래로 급하게 숨는 바람에 간지러워 참았던 오줌을 싸버렸는데, 오줌발이 얼마나 세었던지 땅이 끊기며, 성산일출봉의 한 귀퉁이가 떨어져 나간 섬이 소가 누운 모양이라 우도”라고 이야기 한다.
<성산일출봉>
우도는 소가 머리를 내민 모양(牛頭形) 또는 누워 있는 모양(臥牛形)이라 해서 <소섬> 즉 우도로 명명된 곳이나 1900년에는 향교 훈장 오유학이 ‘물에 뜬 두둑’이라는 뜻의 <연평도>로 개명하여 현재까지 연평리로 불리고 있다. 1986년 4월 1일에 우도면으로 승격되었다. 현재는 4개 행정리에 12개 자연마을로 나누어져 있다. 면사무소, 숙박 시설, 종교 시설, 등대박물관, 연평초·중학교, 보건소 등이 있다. 반농반어(半農半漁)의 전형적인 농·어촌 마을이다.
<우도 청보리밭>
<우도마을 하수처리장>
우도는 제주도에서 해녀들이 가장 많은 섬이라 그런지 해변에는 해녀상이 있다. 바다 속 깊은 곳을 드나들면서 해산물을 캐는 위험한 일인지라, 해녀노래에는 ‘칠성판(七星板)을 등에 지고/저승길을 오락가락’하는 가사가 있다. 가끔 물질을 하다가 아까운 목숨을 잃는 경우도 일어난다. 1940년쯤 일어난 ‘용궁에 다녀온 만행이 할머니’의 실제 이야기는 세월이 흐를수록 전설이 되어 간다.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숨비소리(물질을 하고 나와 휘~하며 쉬는 숨소리)를 통해 해녀들의 한 맺힌 소리가 들려온다.
<서빈백사와 해녀상>
우도의 또 하나의 선착장인 천진항 동천진동 포구에는 1932년 1월 12일에 일어난 해녀항일항쟁을 기념하는 기념비가 있다. 일제강점기 때 해녀들이 채취한 해산물을 해녀어업조합을 통해 판매하는데 대금의 약 50% 이상을 조합과 야합한 상인들이 수수료라는 명목으로 착취하자 이런 불합리함에 대노한 수백 명의 해녀들이 구좌읍에 모여 항일봉기를 했다. 이 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1995년 12월에 해녀상과 해녀가를 새긴 기념비가 건립 되었다.
<우도해녀항일기념비-네이버캡쳐>
천진항에서 순환버스를 이용하여 이 섬의 최정상인 우두봉 입구에서 내려 우도등대로 향하는데, 우두팔경 중 5경인 지두청사를 지난다. ‘지두청사(地頭靑莎)’란 우도의 전경을 한눈에 감상하는 것을 일컫는데, 우도의 가장 높은 우도봉 (132.5m)에 올라가서 내려다보면 우도 전체의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고, 황홀한 초록빛 물결이 바다에 맞닿아 있는 것이 보인다.
<우도8경 중 5경인 지두청사>
쇠머리(섬머리)오름(일명 우두봉) 일대는 잔디와 억새 등이 우점하고 있는 초지대(草地帶)로 구성되고, 꼭대기에 부분적으로 1950년대 이후 조림한 곰솔군락이 분포하는데 강한 바람과 해수 때문인지 생육상태는 좋지 않은 것 같다. 정상에 오르면 아름다운 우도의 전경이 펼쳐지며, 멀리 한라산을 위시하여 성산일출봉·다랑쉬오름·높은오름 등 오름 군이 한눈에 들어온다.
<우두봉에서 본 천진리포구>
정상에는 우도항로표지관리소 즉 우도등대가 서 있는데 1906년 3월에 최초로 점등한 16m 높이의 이 등대는 ‘우도등간(燈竿)’이라고도 한다. 등대 주변으로는 국내 최초로 등대시설을 해양친수문화공간으로 조성한 등대공원이 있다. 등탑을 겸한 홍보실을 비롯하여 53점의 전시물을 전시하고 영상실과 항로표지 3D 체험관을 갖춘 전시실, 야외전시장, 전망대, 설문대할망 소망항아리(백록담),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우도등대>
<구 우도등대(등간)>
우도등대에서 바쁘게 망동산 방향으로 내려오는 발밑에는 우도팔경 중 6경인 후해석벽이다. ‘후해석벽(後海石壁)’은 높이 20여m의 우두봉 남쪽 절벽으로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야 볼 수 있는 기암절벽으로 일명 ‘광대코지’로도 부른다. 돌의 조각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 듯 가지런하게 단층을 이루고 있는 석벽이 직각으로 낭떠러지를 이루고 있는데, 오랜 세월 풍파에 침식되어 단층의 사이마다 깊은 주름살이 패어 있다.
<후해석벽 해안>
조금 더 내려오면 우두봉 중간자락에 제법 큰 우두저수지가 보인다. 섬에서는 무엇보다 물이 귀하디귀한 존재다. 그래서 1958년 3월 하우목동 청년회가 주축이 돼 저수지를 만들어졌지만 수질문제로 어려움을 겪다가 1993년에 들어 5만㎥ 규모의 저수지가 조성되어 우도의 물 문제 해결되기 시작했다. 그 후 2010년 12월 제주도에서 우도로 공급되는 해저상수도관(총연장 16km)이 완성된 후 본래의 역할이 멈춰선 채 우도봉 기슭에 남아 있다.
<우도저수지>
노란 유채꽃이 지천인 연평리로 내려와 검멀레해수욕장 쪽으로 간다. 검멀레해수욕장은 우두봉 절벽 아래로 우도 동남부 끝에 있는 해안이다. 해안의 모래가 전부 검은색을 띠고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며, ‘검’은 검다의 준말이고, ‘멀레’는 모래가 와전된 것이다. 이 해안의 총길이가 100m에 불과한 작은 해수욕장이지만, 모래찜질을 즐기기엔 최적의 장소라고 한다. 검멀레 해수욕장 구석에는 보트 선착장이 보이는데, 보트를 타면 우도의 비경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유채밭>
<검멀레해수욕장>
활처럼 굽은 검벌레해안 끝에는 동안경굴(東岸鯨窟)이다. 검멀레 해안 끄트머리 절벽 아래로 뚫린 동굴로 ‘동쪽 해안의 고래굴’을 뜻한다.. 이곳에는 커다란 고래가 살았다는 전설이 있다. 동안경굴은 밀물 때는 바닷물에 잠기며 물이 빠져야 들어갈 수 있다. 이 동굴은 제주도에 있는 해식동굴 중 비교적 큰 규모의 것이며 바닥에 용암이 흐른 흔적이 나타난다. 바닥은 바위로 되어 평평하며 80m 지점에는 모래로 되어 있다.
<동안경굴 해안>
https://blog.naver.com/waya555/223058476855
첫댓글 제주도를 여러번 가셨는데 어찌 우도는 처음 가셨을가요?
나중에, 이번에 가시려고 남겨두었군요
하긴 새로운곳도 있어야 겠지요, ㅎㅎ
항상 다음에~ 하다가
못 가는 경우가 많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