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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의 작가이자 프로듀서인 조엘 코언의 『마라톤에서 지는 법』(클, 2018년)을 읽었다. 최근에 읽은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책이다. 이렇게 유머스러하고 뻔뻔하게 글을 쓰는 작가가 있다는 것에 감탄했고, 마라톤 풀코스를 뛰기 위해 노력한 코언의 모습을 보고 감동까지 먹었다. 사무실에서 감자칩과 탄산음료와 아이스크림만 먹었던 ‘게으름뱅이’가 어떻게 뉴욕마라톤에서 풀코스를 완주할 수 있었을까? 코언은 “2013년에 나는 뉴욕마라톤에서 우승을 놓쳤다”(11쪽)고 아주 뻔뻔스럽게 말한다. 코언은 “26,782등”(11쪽)으로 골인했다. 그러면서 “26,781등과 1초도 안 되는 차이”(11쪽)였다고 투덜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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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달리기를 시작한 날, 코언은 1마일(1.6km)을 달린 후 멈춰야 했다. 1마일을 달리는 데 15분이 걸렸는데, “시뻘건 얼굴로 숨을 헐떡이며 누워 죽기에 좋은 장소를 찾”(47쪽)아야 했다. 아마 걸음이 빠른 성인이 1마일을 걷는다면, 15분 정도가 걸릴 것 같다. 역시나 형편없는 달리기 실력이었다. 그날 코언의 머릿속에는 “머리 위에서 빙빙 돌며 날던 독수리들과 관 크기를 재러 온 서부시대 장의업자의 환상”(47쪽)으로 가득찼다나! 그래도 다음날 코언은 약 2킬로미터를 뛴다. 그 후 3마일 이상을 뛰게 되었고, “세상을 뜬 조상님들이 이리 오라며 손 흔드는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54쪽)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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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언은 태평양 해안을 따라 달리는 ‘샌타모니카 클래식’ 5km 대회에 참가한다. “새싹 러너로서, 물을 마시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공공쓰레기 투척자로서, 정말 기분이 끝내줬다!”(57쪽) 코언의 기록은 28분 56초로, 945명 중에서 267등으로 골인한다. 나쁘지 않은 기록이다. 그러면서 “무언가가 이루어지는 느낌, 무엇인가를 이루는 느낌, 즉 성취감이 좋았다”(61쪽)고 말한다. “세차했을 때나 받은 메일함을 정리했을 때 느끼는 그 기분”(61쪽)처럼 말이다. 그리고 4개월 후 10마일(16km)을 뛸 수 있게 된다. 코언은 디즈니월드 마라톤, 만리장성 마라톤, 사파리컴 마라톤, 북극권 마라톤, 프랑스 메도크 마라톤, 뷰러 데이스 월드챔피언십 팩 뷰러 레이스, 에베레스트 마라톤, 아내 나르기 북미 대회, 런던 마라톤, 베를린 마라톤, 도쿄 마라톤, 시카고 마라톤, 보스턴 마라톤, 뉴욕 마라톤 중에서 ‘뉴욕 마라톤’ 풀코스(26.2마일)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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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언은 “좋은 신발과 좋은 셔츠, 그리고 좋은 반바지를”(91쪽) 구입하고, 달리기 앱을 다운받고, GPS 시계를 구입한다. 이제 모든 것이 갖춰졌으니 연습만 하면 된다. 코언은 훈련 프로그램을 종교적으로 따라했다. “정해진 훈련주를 끝낼 때마다 프로그램의 작은 아이콘이 불행해 보이는 노란 얼굴에서 녹색 체크 표시로 바뀌었다. 그 작은 노란색 얼굴을 행복하게 만들면 왠지 나까지 행복했다.”(94쪽) 오르막길을 “오르막 사탕”(102쪽)으로 부르며 달렸고, “고지서 납부처럼 지루하고 섹시한 매력도 없는 잡일”(104쪽) 같은 달리기를 “뇌를 속여서 이겨먹기로”(104쪽) 한다. 이 정도면, 마라톤에 중독된 거라고 봐야 한다. 코언은 달리면서 6가지 지혜를 깨닫는다. “① 4마일을 뛰어보지 않고는 5마일을 뛸 수 없다. ② 좋은 사람들에게도 나쁜 달리기는 일어난다. ③ 첫 3마일은 워밍업에 지나지 않는다. ④ 성취한 일은 축하하고 성취 못 한 것은 계속 생각하지 말자. ⑤ 시작하지 않으면 마칠 수도 없다. ⑥ 당신이 혼자라고 해서 당신이 혼자라는 뜻은 아니다.”(119~1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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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코언은 15주 동안 마라톤 훈련을 하면서 9kg이 빠진다. 그래도 살이 빠진다는 것에 행복해한다. 그런데 뉴욕으로 떠나기 바로 전, 훈련 도중 발목이 접질린다. 코언은 부상 때문에 걱정했지만, 첫 마라톤을 앞둔 중년 남자는 “내가 마라톤에 뛰는 데 걸린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의 시간, 로스앤젤레스에서 뉴욕까지 비행시간인 다섯 시간”(152쪽) 동안 비행기에 몸을 싣고 뉴욕으로 향한다. 그렇게 8개월 전 보스턴 마라톤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한 후 처음으로 개최되는 ‘뉴욕마라톤’의 총성이 울렸다. 5만 명이 넘는 러너들은 총성과 함께 앞으로 앞으로 달렸다. 그중에는 10개월 전 마라톤을 뛴다는 것은 어처구니없다고 생각한 코언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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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마일을 뛰고 나자 안정이 되었고, 첫 급수대와 마주쳤다. 마일당 페이스는 10분 정도. 그렇게 13마일쯤(하프)을 달리자, “죽지 않고 끝까지 달릴 수도 있겠다고 판단하기엔 너무 일렀지만 죽지 않고 거의 반을 달려온 것은 고무적인 일”(190쪽)이라고 깨닫는다. 하지만 코언은 실망하고 만다. “이 마라톤이 나의 첫 두 시간 미만 마라톤이 되지 못할 것”을 깨달았고, “내가 이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속상해한다. 사실 이 책을 읽다 보면, 이 같은 코언의 유머를 만나게 되는데, 뉴욕마라톤에서 우승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코언의 말에 나는 쓰러졌다. 누구라도 이 말에 포복절도할 것이다. 코언의 능청스러움과 뻔뻔함은 어디까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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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마일(약 26km)이 지나자 고통이 느껴지기 시작했고, 두 다리는 죽기 일보 직전이었다. “나의 몸이 반복되는 충격에 복종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고개를 숙인 채 앞으로 계속 나아갔다. 부자연스러웠다.”(193쪽) 20마일쯤에서는 다량의 에너지젤을 먹고 이온 음료를 마시고 비틀거리며 앞으로 전진했다. 중간에 코스를 짤라 먹거나 지하철을 타고 싶었지만, 코언은 그 정도로 “배짱과 교활함이 없고 지하철 카드”(195쪽)도 없었다. 코언은 뉴욕마라톤을 완주해야 할 운명이었다! 25마일(40km)이 지나자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기진맥진해 있었지만, 코언은 오직 “내 몸을 전기자동차로 생각하면 된다”(199쪽)며 마지막 스퍼트를 한다. 하늘이 도왔을까? 골인 지점까지는 ‘내리막길’이었다. “나는 억지로 나 자신을 앞으로 밀어붙였고, 1,000미터, 800미터, 600미터. 사람들의 함성은 계속 커지고 또 커졌고 마침내 나는 깨달았다. 나는 마라톤을 마칠 것이다. 내가 완주한다! 그리고 성공했다.”(200쪽) 기록은 4시간 26분 3초, 그러면서 마지막 유머를 던진다. “오프라 윈프라를 이겼다!(오프라는 1994년 해병대 마라톤에서 4시간 29분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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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언은 “마라톤을 네 시간 안에 완주할 가능성이 거의 없을 남녀, 아마도 당신과 나 같은 남녀를 위한 책”(13쪽)이라고 말한다. 해서 이 책을 읽고 코언이 어떻게 마라톤에 미친 도전을 했는지 알게 된다면, 머지않아 어느 누구라도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할 수 있을 것이다. 마라톤을 시작한다면, 그전에 이 책을 읽어라. 그러면 마라톤이 재미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코언은 ‘마라톤의 매력 혹은 마력(魔力)’을 이렇게 말한다.
“나는 살면서 다른 성취도 이뤄낸 바 있으니 흐뭇한 마음으로 그 성취를 되돌아볼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성취의 대부분은 솔직히 말하자면 팀의 일원으로서 행운과 우연 그리고 재능과 끈기를 포함한 여러 무수한 요인에 기초해서 이뤄낸 것이었다. 마라톤은 달랐다. 그것은 명확하게 정의된 목표였고 오로지 내가 훈련하고 헌신함으로써 성취할 수 있었다. 다른 누구의 도움도 없었다. 그 사실을 알기에, 나 홀로 이뤘음을 알기에 이 성취는 훨씬 더 대단했다. 진정한 승리였다.”(205~2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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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일요일(11월 6일)에 JTBC마라톤 대회가 열립니다. 저는 지난 춘천마라톤 대회처럼 이 대회에도 참가하지 못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아주 천천히 걷고 싶지만, 한 보 전진을 위해 반 보 물러나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제 천천히 2023년 3월에 개최되는 동아마라톤대회를 준비해야겠습니다. 더불어 이번 JTBC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는 토끼팀(21명)의 완주와 베스트 기록을 응원합니다. 게으르미@장웅배, 국향@이종윤, 굿샷@정문철, 녹우@이호정, 다빈치@백문수, 단미@한기후, 달님@윤창수, 발렌티노@최승환, 릴리@이미숙, 민경@권윤정, 바카스@박상근, 비단@정은정, 사단장@장석용, 상무@신상무, YJ@조용준, 예시카@김윤옥, 올인@한관희, 초이@최선미, 터보@양윤석, 하사달@윤서근, 희나리@여희욱 파이팅^^. 더불어 일마 일마 일산호수 파이팅^^.
첫댓글 감사합니다
두부대장님~~~
역시 우리 토끼 대장님 ^^
저도 토끼팀 21분의 호기록과 멋진 완주 열나게 응원합니다 파이팅!!
게으르미@장웅배, 국향@이종윤, 굿샷@정문철, 녹우@이호정, 다빈치@백문수, 단미@한기후, 달님@윤창수, 발렌티노@최승환, 릴리@이미숙, 민경@권윤정, 바카스@박상근, 비단@정은정, 사단장@장석용, 상무@신상무, YJ@조용준, 예시카@김윤옥, 올인@한관희, 초이@최선미, 터보@양윤석, 하사달@윤서근, 희나리@여희욱
녹우 선배님, 제마에서 베스트 기록을 내실 듯합니다^^
재미있게
즐겁게 읽을
마라톤 책을
소개 해 주셨네요^^~
감사합니다
토끼 두부대장님^^~
책을 읽고나서 호공 3-4바퀴는 바람처럼 뛸 정도로 힘이 납니다^^
@두부@박상문 우와~
당장 봐야겠는걸요
선배님! 정말 재미나요~~^^ 꼭 읽어봐야겠어요! 똑같은 42.195 거리를 달리면서도 저마다 생각하고 느끼고 경험하는 것이 얼마나 다채로운지요~ 벌써부터 언덕을 차고 오를 숨가쁜 상상보다 완주 후 행복할 나를 떠올려야 겠습니다!
민정 대장님께서 제마에서 호기록을 낼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민경 대장님 , 파이팅!!
저도 달리기에 입문하면서 여러권의 달리기 관련 책을 읽었는데 그 중에 이책이 제일 쉽게 읽힌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올해 울릉도마라톤, 경기마라톤과 춘마대회 3개를 참가했고, 이제 마지막으로 JTBC가 남았습니다.
울릉도마라톤 대회때 우연히 일마출신 테니맨선배님을 만나 함께 울릉도 해안도로를 달리면서 사진도 찍고, 급수도 함께 하면서 동반주를 즐긴것 말곤,
마라톤의 묘미인 인내와 끈기, 그리고 연대를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것 같아 반성과 후회가 됩니다.
그래서 이번 제마를 대하는 마음이 이전 대회보다는 조금 특별합니다.
이번 대회만큼은 호수공원을 둘러보듯 서울시내를 살피고, 동료를 챙기면서, 나 자신을 격려하며 풀코스를 일마 일요정모하듯 달려보겠습니다.
바카스 선배님, JTBC 마라톤에서는 말씀하신 대로
즐기고, 돌아보고, 챙기는, 마음 편한 레이스가 되었으면 합니다^^.
두부대장님 글도 잘 써요~~
게르으미 대장님, 이번 제마에서 탁월한 기록으로 완주해주시기를 응원합니다^^.
@두부@박상문 고마워요
두부대장님, 글 재미있게 읽었어요. 두부도 마라톤책 한 권 내고도 남을 경륜과 글솜씨를 가지고 있네요.
부상 회복될 때 까지 쉬면서 마라톤책 한권 내세요. 두부 화이팅!!!
타잔 선배님, 부상은 많은 회복되었습니다. 책보다는 더 좋은 기록을 위해 열심히 달려보겠습니다^^.
풀 완주가 얼마나 위대한 성공인지 알기에 두려움만 가득한 달림이 초보에게 큰 위로가 되네요~조상님이 부르러 오기전까지
달려봐야 할텐데~~
첫풀이라 인정하고 픈
2번째 풀🌿 ☘️ 🌿
풀코스를 완주하는 것은
보통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훠얼씬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그 도전을 지금
메텔 선배님이
하고 계십니다.
조상님께서 반드시 도와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응원합니다^^.
어느 날씨 화사한날~~~그날의 운동은 이 책을 대출하러 도서관까지 소풍가듯 사뿐사뿐 설레는 발걸음였어요^^
두부대장님 덕분에 좋은책 소개받아 즐거운 마음으로 ~~~완주하고^^
또다른 완주를 꿈꿔봐야겠네요.~~~^^
미호 선배님, 벌써 책 완주하셨다니 빠르십니다^^ 늘 선배님의 긍정 에너지와 배려에서 많은 것을 배웁니다^^
글도 잘 쓰시고👍👍👍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항상 응원합니다~^^
선배님, 얼굴 좀 보여주세요^^ 혼자 몰래 호공 왔었다는 것도 압니다^^
@두부@박상문 넵~ 고맙습니다
항상 아이럽호수💕~ 아이럽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