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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새 시집 <오늘도 그대는 멀리 있다> 고요아침
2006년10월9일 출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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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소월과 박목월을 잇는 한국 서정시의 큰 흐름, 나태주 시인이 삶에 지친 그대에게 드리는 선물 ▶ 나태주 시전집에 수록된 1500여 편의 시 중 사랑의 시와 대표작을 모은 엣센스! ▶ 가슴에 시를 안고 사는 사람들, 늘 그리움을 품고 사는 이들에게 바치는 풀꽃 한 다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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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급하게 몇 가지 가지고 나왔습니다 당신 가신다기에 멀리 떠나신다기에 준비 없이 허둥지둥 몇 가지 들고 나왔습니다 책장에서 아끼던 옛날 책 몇 권 빼내고 오래 전부터 간직했던 만년필 한 자루 꺼내고 시간 날 때마다 당신 붓글씨 쓰고 싶다기에 화방에 가 벼루와 먹, 그리고 붓과 화선지 얼만큼 사 가지고 와 손 내밉니다 그러나 정작 당신에게 드리고 싶은 것 눈에 보이는 그 어떤 물건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내 마음이라는 것을 당신도 이미 아시는 일입니다 이것들 드리면서 울먹이는 나를 향해 당신 눈가에 보일 듯 말 듯 이슬을 만들어내시는군요 그 이슬 나에겐 또 그 어떠한 선물보다 귀하고 값진 선물임을 나는 압니다. 당신은 내가 보고 싶지도 않은가 봐요 목소리라도 듣고 싶어 전화 걸어 목소리 듣고 나니 이번엔 가까이 얼굴 보고싶어 손이라도 잡아보고 싶어 안달하는 마음 짠 바닷물에 붉은 꽃잎으로 띄워보낼까…… 어둔 하늘 종이비행기로 날려보낼까…… 사람 마음은 이렇게 변덕이 심하고 바라는 게 끝이 없어요 ―당신은 내가 보고 싶지도 않은가 봐요. 목소리만 들어도 알지요 목소리만 들어도 알지요 당신의 기분이 어떤지 지금 무얼 하고 있는지 누구랑 함께 있는 건지 오늘의 밝고 둥글고 환한 목소리 좋았어요 지구를 한 바퀴 돌아서 오는 듯한 아름다운 노래 소리 정다운 숨소리 비비대는 귀여운 새소리였어요 당신 목소리가 나에게는 삶의 환희예요 산 속에 숨어 흐르는 맑은 시냇물 소리예요 때로는 보고싶어 가슴이 타오르는 그리움의 뭉게구름이기도 하구요 그래도 당신 목소리는 나에게 샘물이에요 보고 싶은 마음 그리워 애타는 마음 달래주는 시원한 한 모금 샘물이에요 끊임없이 듣고 싶은 음악이구요. 나 오늘 왜 이러죠 가을이 너무 많아요 얼른 가을이 지나가 버리고 차라리 얼음 찬 겨울이 들이닥쳤음 좋겠어요 당신 내게 데리고 온 가을 가을만 덩그러니 남기고 당신 훌쩍 떠나버린 자리 가을과 나만 둘이서 마주 앉은 날들이 너무 많아요 무심히 피어 있는 뜨락의 국화꽃 덤불 국화꽃 덤불 위에 지나가던 바람이 몸을 얹고 흔들거리는 것도 차마 못 보아주겠어요 나날이 단풍의 물이 들어가는 나무들도 그러하지만 일찍 떨어져 땅바닥에 뒹굴다가 발길에 밟히며 소리내는 낙엽은 더더욱 못 보아주겠는 맘이에요 나 오늘 왜 이러죠? 대답은 간단해요 당신, 내 앞에 있을 때가 제일 예뻐요 웃는 얼굴도 예쁘고 찡그린 얼굴까지 예뻐요 대답은 간단해요 내가 당신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내가 당신 사랑하는 것 당신도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나도 당신 앞에 섰을 때가 가장 마음 편하고 즐거워요 당당해요 그 또한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는 걸 내가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행복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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