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성, 여가(마라톤) 19-60, 매니저님 생신 축하
지난주 수요일, 거창마라톤클럽 밴드에 번개 모임을 알리는 글이 올라왔다.
마라톤 훈련과 매니저님 생신 축하를 겸해서 회원 중 한 분 집에 모인다는 내용이었다.
동호회 활동 초기부터 지금까지 보성 씨 가까이에서 활동을 돕는 매니저님 생신이라기에
꼭 참석하고 싶었지만 마침 직원이 휴무라 다른 지역에 있어 가지 못했다.
‘뜨거운 여름 잘 지내고 계시죠? 오늘 참석하시죠?’ - 박은애 총무님의 메시지.
‘총무님, 안 그래도 공지 올려주신 거 봤는데 일이 있어서 지금 다른 곳에 있습니다. ㅠㅠ’
- 직원의 메시지.
박은애 총무님이 따로 연락까지 주셨는데 가지 못해 마음이 무거웠다.
생신이 며칠 지났지만 이대로 보낼 수는 없었다.
보성 씨가 꼭 감사한 마음을 전했으면 했다.
생신 축하를 두고 의논했다.
“보성 씨, 마라톤클럽에 매니저님 알죠? 보성 씨 마라톤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이요.
모자도 선물해 주셨잖아요.”
“아, 매니저님! 네, 아는데요.”
“매니저님 생신이라는데 축하해드리면 좋을 것 같아서요. 선물 사드리면 어때요?
옆에서 준비하는 거 도울게요.”
“선물? 선물 주는 거 맞죠? 사야죠. 살 겁니다.”
선물 사러 보성 씨와 외출했다.
어떤 걸 사면 좋을지 고민이 가득한데 보성 씨는 거리를 둘러보느라 여념이 없다.
마침 거리 곳곳이 공사 중이어서 중장비와 공사 구경을 좋아하는 보성 씨 관심을 빼앗겨버렸다.
선택을 돕기 위해 의견을 더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마라톤 동호회, 매니저님’을 생각하니 ‘건강’이 떠올랐다.
보성 씨가 회원으로 선물할 수 있는 적당한 가격을 고려하니 비타민이 괜찮을 것 같았다.
“보성 씨, 비타민 어때요? 챙겨 드시고 건강하게 지내시라고 선물하면 좋을 것 같은데요.”
“비타민, 좋죠. 살 겁니다.”
보성 씨가 공사 현장을 바라본 채로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다.
비타민을 눈앞에 두고 어떤 걸 살지 찾아보다가 ‘스포츠 양말’이 떠올랐다.
매주 운동을 하는 매니저님에게 잘 맞는 선물 같았고, 가격도 적당해 보였다.
“보성 씨, 양말 살까요? 선물하면 매니저님이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양말? 사야죠. 살래요.”
“둘 다 선물할 수는 있는데 보성 씨가 제일 선물하고 싶은 거 고르면 더 좋겠어요.
마음을 담아서 골라 봅시다. 양말 살까요? 아니면 비타민 살까요?”
“양말, 양말이요! 양말 살래요.”
확신에 찬 대답을 듣고 스포츠 브랜드 가게로 향했다.
직원 추천을 받아 적당한 스포츠 양말 2켤레를 샀다.
가게 옆 문구점에도 갔다.
보성 씨가 축하카드와 쇼핑백을 고르도록 거들었다.
축하카드는 상황에 적절한 문구가 쓰인 것, 쇼핑백은 담으려는 물건 크기에 적당한 것을 고려했고,
그 이외에는 보성 씨 선택에 따랐다.
“이거!” “이거요!”
이번에는 분명한 의지를 가지고 단번에 골랐다.
오늘 알게 된 보성 씨 취향. 보성 씨는 분홍색을 좋아하는구나.
옷 살 때는 검은색을 고집하더니, 선물은 일편단심 화사한 분홍색이다.
직원 사정이 있어 화달에는 참석하지 않고 끝날 때쯤 스포츠파크에 들렀다.
회원들이 코스를 돌고 하나둘 스포츠파크로 돌아오고 있었다.
매니저님이 쇼핑백에서 축하카드를 꺼내 읽었다.
같이 의논해서 한 줄 한 줄 썼으며 마지막 이름은 보성 씨가 직접 쓴 거라 설명을 더했다.
“이거 봐라. 보성이가 편지도 썼다.” “어디, 어디. 나도 보여줘요.”
매니저님의 자랑에 회원들이 축하카드 앞으로 몰려들었다.
“기분이다! 오늘 간단하게 치킨 한 마리 먹고 갑시다. 보성이가 축하해준 겸, 신입 회원 환영회 겸.”
매니저님 말에 흥겨운 분위기가 들썩였다.
“아니, 매니저님 무슨 대통령이가? 생일을 일주일 넘게 하네.”
“원래 생일은 앞 뒤로 일주일이라. 많이 축하하면 좋지.” “이러다가 한 달도 하겠네.”
스포츠파크를 빠져나가는데 매니저님이 보성 씨 어깨에 팔을 두르고 뭐라 말하는 것을 보았다.
매니저님과 보성 씨,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스포츠파크 강 건너편 치킨집에서 보성 씨는 콜라 두 잔과 환타 한 잔,
치킨 여섯 조각을 단숨에 먹고 든든한 배로 집에 돌아왔다.
2019년 8월 20일 일지, 정진호
박현진(팀장): 보성 씨로 하여 또 한 번의 생일파티가 열렸네요. 평소 동호회에서 매니저님께서 보성 씨 많이 챙겨 주시고 보성 씨도 잘 따르신다 전해들었습니다. 보성 씨를 한 사람으로, 주체로 대하니 그렇겠지요. 고맙습니다. 매니저님 생신 선물 직접 고르고 마음을 전할 수 있게, 두 분의 관계를 살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최희정(국장): 스포츠 양말, 서로 부담스럽지 않게 주고받을 수 있는 의미 있는 선물이네요. 매니저님께서는 양말 신고 마라톤 할 때마다 보성 씨 생각을 더하겠지요. 고마운 분께 생일 챙기고 마음을 전하도록 지원하니 고맙습니다. 보성 씨 마라톤클럽 활동은 언제 읽어도 정겹고 사람 사는 듯 신납니다. 보성 씨가 이렇게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니 감사합니다.
월평: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