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트라우마 회복 지침
보건복지부 통합심리지원단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에서 발생한 참사의 희생자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며, 유가족과 생존자 여러분께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큰 충격적인 사건을 트라우마라고 부르고, 집단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사건을 재난이라고 합니다. 이번 이태원 참사는 대규모의 사망과 부상이 발생한 재난입니다. 재난 피해자의 치료, 해당 지역의 안전 확보 등 신속한 대처가 필요합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생존자와 유가족, 목격자, 그 외 관련된 많은 사람이 겪을 수 있는 마음의 고통인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일입니다. 예상치 못한 처참한 사고가 발생하면 누구라도 불안, 공포, 공황, 우울, 정신적 혼란과 고통을 겪을 수 있습니다. 이번 이태원 참사로 인해 고통받는 모든 사람과 관련자가 트라우마에 대처하고 회복하기를 바랍니다.
1. 트라우마 반응을 겪는 생존자는 정신건강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세요.
희생자와 생존자가 겪은 참사는 누구의 잘못도 아닌 비극적인 사건입니다. 수치심, 죄책감에 빠져 움츠러들지 말고 여러분을 이해하고 위로해줄 가까운 사람과 함께 몸과 마음의 고통에 대해 대화하세요.
감당할 수 없는 충격적인 사건을 겪은 후 불안과 공포, 공황, 우울, 무력감, 분노, 해리증상 등 트라우마 반응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비정상적인 상황에 대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당연한 반응입니다.
특히 이번 사고에서는 불안과 공황발작이 극심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안정화 기법을 실천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트라우마 반응은 사고 즉시 나타나기도 하지만, 시간이 흐른 후 지연된 트라우마 반응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신체 건강을 살피고 치료하듯이 마음의 건강도 주의 깊게 살펴보세요.
고통이 심하고 일상생활이 힘들다면 즉시 정신건강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세요.
2. 유가족은 크나큰 고통과 슬픔을 가까운 사람과 나누고 위로 받으세요.
예기치 못한 사고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고통과 슬픔을 가져옵니다. 원망과 분노, 죄책감에 휩싸일 수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사고와 죽음이 고인의 잘못도, 나의 잘못도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극심한 상실감, 절망감, 분노, 억울함, 그리움, 두려움의 감정을 억누르지 말고, 당신을 진정으로 이해해줄 가족, 친척, 친구와 함께 나누십시오.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은 고인을 보내는 당신에게 큰 위로가 될 것입니다.
우울, 불안, 공황 등 마음의 고통이 너무나 괴롭거나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정신건강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세요.
3. 희생자와 생존자의 가족, 친구, 친척, 이웃은 충격적인 재난 사고의 사망자와 유가족, 생존자를 비난하지 말고 위로해주세요.
희생자와 생존자가 매우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했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십시오. 사고를 당한 사람을 혐오와 비난하지 말고 편견과 낙인으로부터 보호해주세요.
“거기를 왜 갔어?”라는 말조차 생존자와 유가족의 마음에 큰 상처가 됩니다. 사고를 직접적으로, 간접적으로 경험한 사람을 비판하지 말고 진심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어 공감하고 위로해주세요.
생존자와 유가족이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고 있다면 정신건강 전문가의 도움을 받도록 권유하세요.
4. 언론은 트라우마를 이해하여 또다른 트라우마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언론이 트라우마를 유발하거나 악화시켜서는 안됩니다. 언론은 사망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유가족을 보호해야 합니다. 유가족의 슬픔, 고통이나 비통함에만 초점을 두지 말고 유가족을 위로하고 지지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비난과 혐오 등 부정적인 감정을 조장하여 사망자와 생존자에 대해서 편견과 낙인을 가지게 하는 보도를 하지 말아야 합니다.
사고 영상을 반복해서 방영하고 자극적으로 보도하는 것을 중단하세요. 처참한 사고 현장 사진과 영상을 반복해서 보는 것만으로도 트라우마를 받을 수 있습니다.
뉴스룸은 재난을 취재하는 기자에게 트라우마에 대한 지식과 대처를 숙지하도록 하여 취재원, 언론인, 국민을 트라우마로부터 보호해야 합니다.
5. 정부는 희생자, 생존자, 유가족이 이번 재난의 가장 큰 피해자임을 정확히 인지하고, 적절한 국가적 도움을 제공해야 합니다.
신체적인 회복과 더불어 정신건강 전문가와 협력하여 생존자와 유가족의 정신건강 문제를 돌보아야 합니다. 희생자, 생존자, 유가족이 비난 받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합니다. 청소년과 청년, 외국인 등 소외되는 사람 없이 치료와 지원을 받도록 해야 합니다.
6. 모두 비난을 멈추고 공감과 위로를 표현해주세요.
큰 재난이 발생했을 때 인간의 마음에서는 부정적인 감정이 생겨나며, 특정한 대상을 희생양으로 삼아서 이런 부정적인 감정을 쏟아내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온갖 매체가 앞다투어 쏟아내는 자극적인 뉴스를 소비하는 시간을 제한하고 혐오와 비난이 난무하는 댓글을 쓰고 읽는 행태를 자제해야 합니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 심리적으로 취약한 사람은 꼭 필요한 소식 외에는 가급적 트라우마를 유발하는 방송과 보도를 멀리하세요. 참사 현장에 대한 영상과 이미지만으로도 큰 트라우마를 받을 수 있습니다.
대중의 비난은 생존자와 유가족의 마음에 더욱 크고 깊은 트라우마를 남깁니다. 비난을 멈춰주세요. 생존자와 유가족이 겪는 몸과 마음의 고통을 헤아려주세요. 치료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온 분을 따뜻하게 맞이해주세요.
다시 한번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의 말씀을 전하며, 생존자 여러분을 위로합니다. 개인도, 집단도 감당할 수 없는 참변은 여러분의 잘못이 아닙니다. 마음의 고통을 숨기고 혼자 참으려 하지 마세요. 여러분의 곁에는 사랑하고 지지하는 사람들, 그리고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통합심리지원단은 트라우마와 재난을 겪은 모든 사람과 함께 하며, 치유와 회복을 위해 앞장서겠습니다.
첨부자료
안정화 기법
재난을 겪은 후에는 마음과 몸의 변화나 고통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스트레스 반응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증상이 심할 때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재난을 겪은 후에 스스로 해볼 수 있는 마음을 안정시키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1. 심호흡
“여러분이 긴장하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후~’ 하고 한숨을 내쉬게 되지요. 그것이 바로 심호흡이에요. 심호흡은 숨을 코로 들이마시고, 입으로 ‘후~’하고 소리를 내면서 풍선을 불듯이 천천히 끝까지 내쉬는 거예요. 가슴에서 숨이 빠져나가는 느낌에 집중하면서 천천히 내쉬세요.”
2. 복식호흡
“복식호흡은 숨을 들이쉬면서 아랫배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게 하고, 숨을 내쉴 때 꺼지게 하는 거예요. 이때는 코로만 숨을 쉬세요. 천천히 깊게, 숨을 아랫배까지 내려보낸다고 상상해 보세요. 천천히 일정하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면서 아랫배가 묵직해지는 느낌에 집중하세요.”
3. 착지법
“착지법은 땅에 발을 딛고 있는 것을 느끼면서 ‘지금 여기’로 돌아오는 거예요. 발바닥을 바닥에 붙이고, 발이 땅에 닿아있는 느낌에 집중하세요. 발뒤꿈치를 들었다가 ‘쿵’ 내려놓으세요. 그리고 발뒤꿈치에 지긋이 힘을 주면서 단단한 바닥을 느껴보세요.”
4. 나비 포옹법
“나비 포옹법은 갑자기 긴장되어 가슴이 두근대거나, 괴로운 장면이 떠오를 때, 그것이 빨리 지나가게끔 자신의 몸을 좌우로 두드려 주고 ‘셀프 토닥토닥’ 하면서 스스로 안심시켜주는 방법이에요. 두 팔을 가슴 위에서 교차 시킨 상태에서 양측 팔뚝에 양손을 두고 나비가 날갯짓하듯이 좌우를 번갈아 살짝살짝 10~15번 정도 두드리면 돼요.
출처: 재난 정신건강지원 정보콘텐츠 및 플랫폼 개발 연구(보건복지부 정신건강기술개발사업)
2022.10.31_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장 현진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