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솥 같은 불볕 더위가 벌써 여러 날 계속되고 있다.
빨간 고무장갑은 너무 더워서 집안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주방에는 항상 빨간 고무장갑이 걸려있다.
더위에 쭉쭉 늘어나서, 빨간 고무장갑은 몸과 마음도 축 처진다.
올해 4살된 아이도 덥다고 자꾸만 칭얼거린다.
“아이구 그만 칭얼거려. 날도 더운데”
빨간 고무장갑의 주인인 아이엄마는 아이의 울음에 버럭 짜증을 낸다.
얼굴이 내 얼굴처럼 뻘개진 아이는 더 발악을 한다.
“너무 더워 , 수영하러가”
아이는 수영하는 흉내을 내면서 바둥바둥 거린다.
그런데도 남편은 피서 갈 생각이 없는지 아무 말도 꺼내지 않는다.
아이 엄마는 짜증을 버럭 내었다.
“여보, 우리도 어서 피서가요.”
아이 엄마가 신경질을 내자 남편이 미안한 듯이 대답했다.
“사실은 나도 피서 생각을 하고 있었어.”
아이아빠는 말을 꺼내자마자 밖으로 달려갔다.
그 때, 아이아빠는 현관문에서 지나가던 경비 아저씨를 만났다.
“안녕하세요!”
아이아빠는 경비아저씨에게 인사를 했다.
“오늘은 음식 솜씨 좋은 장모가 경비실에 짐을 안 맡겼네요.
친아들한테 하듯이 장모님의 사랑이 아주 지극해서 부럽습니다. 허허”
아이아빠를 보자마자 경비아저씨가 농담을 던졌다.
“오늘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얼굴이 아주 좋은데요.”
“사실은 곧 피서를 떠날 참이거든요.”
“아이구, 부럽네요. 난 경비를 하느라 아예 피서 갈 엄두도 못 내는데요.”
“아저씨도 문을 닫고 사흘쯤 쉬면 되잖아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가요?”
아저씨는 우리를 보며 부러운 눈길을 보냈다.
빨간 고무장갑은 계속 낀 아이 엄마와 같이 벌써부터 마음이 붕 떠 있다.
‘야! 나도 시원한 계곡으로 간다.’
빨간 고무장갑의 몸이 둥실 둥실 춤을 추는 것 같다.
아이 엄마는 피서를 간다는 말에 그릇을 소리나게 뽀드득 뽀드득 닦았다.
“깨끗이 깨끗이”
콧노래를 부르는 소리에 나도 어깨가 들썩거렸다.
‘촬촬 촬’
계곡이 흐르는 소리가 어디선가 들리는 것 같다.
‘삐리릭삐리릭’
인터폰이 울렸다.
“아이 엄마! 이상한 시골 할머니가 자꾸 내려오라고 귀찮게 합니다.”
경비실에서 아이 엄마에게 빨리 내려오라고 성화를 떨었다.
“네에! 우리 시어머님이신가 봐요. ”
미처 인터폰을 끓지도 않은 채 아이엄마는 밑으로 후다닥 내려갔다.
“연락도 안 하고 갑자기 오셨네. 오늘도 잔소리를 듣겠네”
아이 엄마는 허둥지둥 신발을 신고 나갔다.
조금 뒤에 아이엄마의 양손에 무거운 보따리가 3개나 있었다.
“이 무거운 것을 들고 버스타고 오셨어요.
다음에는 물건을 부치면 제가 돈을 낼께요. 헉헉 ”
아이 엄마는 양손 가득 든 물건에 숨이 찼다.
“쯧쯧 요즘 젊은 것들은 그저 편한 것만 찾지”
친 할머니는 못 마땅한 표정을 짓다가 아이를 보자 얼굴이 활짝 폈다.
아이 엄마는 할머니의 성화에 주눅이 들어 있었다.
빨간 고무장갑도 무거운 걸 들어서 기운이 빠지고, 힘이 없었다.
그런데 아이는 친 할머니를 보면서, 멀뚱히 보고만 있다.
“쯧쯧 애가 할미를 자주 못 보니까 손인지? 가족인지? 헷갈리는구만 ”
할머니를 안 반기는 아이모습이 꼭 제 잘못인양 아이엄마는 고개를 숙였다.
그 때 두 손 가득 피서용품을 들은 아이 아빠가 들어왔다.
아이 아빠는 시골의 어머니를 보고 놀랐다.
“어머니! 연락을 하고 오셔야죠. 우리는 내일 여름피서 갈려고 하는데..”
아들도 손주와 똑같이 안 반기는 말투에 친할머니는 얼굴이 빨개졌다.
“뭐시라! 너희들 위해서 무겁게 들고 온 어미가 귀찮은 것이야?
늙은이는 여름에 안 덥고, 피서도 못 가는 사람이라는 거야?“
서운한 마음을 안 감추는 친 할머니는 화가 많이 났다.
“아닙니다. 우리도 어머니와 같이 갈려고 했어요.”
얼른 손가락을 입에 갖다대는 아이 엄마는 친 할머니를 보고 웃었다.
친 할머니의 울먹거리는 말투가 꼭 유치원 아이처럼 삐침쟁이 같다.
‘할머니는 삐침쟁이!’
빨간 고무장갑은 아무도 안 들리게 속삭였다.
아이 엄마는 친 할머니를 유치원생을 달래듯이 살살 달래주었다.
“삐리릭 삐리릭”
또 인터폰이 울렸다.
친 할머니 때문에 더 바빠진 아이엄마는 전화기를 들었다.
“네에! 또 엄마가 물건만 두고 가셨어요.”
얼른 앞 베란다로 뛰어가니 절뚝거리는 외할머니의 뒷 모습이 보였다.
“여보! 친정 엄마가 또 그냥 가네요. 딸도 자식인데 왜 그리 불편해 하실까요?
당신이 얼른 데려와요.”
“참! 장모님도 사위도 자식인데, 왜 자꾸 남처럼 불편 해 하시는지.”
아이 아빠는 횡하니 밖으로 뛰어갔다.
아이엄마는 계속 아이 외할머니를 지켜보고 있었다.
“잘한다! 아들이나 며느리나 똑같아. 전부 다 나만 떠돌리고... 칫 칫”
옆에서 계속 투정부리는 할머니는 투정쟁이 같다.
‘할머니는 투정쟁이!’
“너희들은 나는 하나도 안 반갑고, 너희 친정엄마만 반갑제? 내가 오래 살지 말아야지”
친 할머니의 아이 같은 투정은 계속 되었다.
“어머니! 자꾸 이러지 마세요.
너무 혼자만 생각하시잖아요. 옛날부터 자기 자식들은 금덩어리 같이 대하고,
저는 꼭 죄인처럼 막 대하잖아요. 사람은 다 똑같은 거예요.
저도 곱게 자랐어요. 요즘 세상에 택배를 부치면 안 되는 까닭이 뭔가요.?“
“쯧쯧 그저 돈 쓸 궁리만 하는 너희들이 마음에 안 들어”
아이의 친할머니는 계속 심술이 난 것 같다.
‘치! 심술쟁이’
아이엄마도 입이 뽀족 튀어 나온 참새처럼 불퉁해 있었다.
“내일 피서갈 수 있는 거죠?”
빨간 고무장갑은 아이엄마에게 묻고 싶었다.
만약 피서를 안 간다고 하면 어떡하나? 걱정이네요.
그때 아이 아빠는 큰 찬합을 들고 왔다.
“외할머니!”
아이는 외할머니에게 달려갔다.
아이는 항상 맛있는 것을 만들어주는 외할머니를 좋아한다.
“외할머니! 또 맛있는 것 만들었구나?“
아이는 계속 외할머니의 품에서 떨어지질 않았다.
아이 엄마는 얼른 아이를 떼어놓으며 친할머니 눈치를 봤다.
“어머니 ! 우리 시어머니 계세요.”
시어머니의 모습에 외할머니는 깜짝 놀랐다.
“아이구! 미안합니다. 사돈어른이 계셨네요.”
“아닙니다. 우리 손주가 나보다 외할미를 더 따르네요.”
아이 엄마는 얼른 아이를 친할머니 품에 안겨주었다.
“어머니! 내일 여름 피서가요”
“다리가 불편해서 너희에게 피해를 줄까봐 걱정이다.”
“차로 다닐 겁니다. 많이 걷는 일은 없을 거예요.”
“우리 아들식구들이 좋다고 하니 같이 갑시다. 더운 여름에 집에만 있으면 되겠소?”
가만히 있던 친 할머니도 외할머니와 같이 가자고 하셨다.
외할머니는 빨간 고무장갑을 낀 뒤에 ‘뽀드득뽀드득’ 소리 나게 그릇을 닦았다.
콧노래를 부르며~~
이튿날 빨간 고무장갑은 온 몸이 덜컹거리는 소리에 잠이 깨었다.
빨간 고무장갑은 뒷좌석에 수건과 같이 놓여 있었다.
“와! 드디어 피서를 가는 구나“
밖은 굽이굽이 뱀 같은 깊은 계곡이 보였다.
‘밀양얼음골’이라고 적혀 있었다.
나무마다 멋진 옷을 입고 있다.
‘나도 빨간 옷을 입었는데, 요즘 유행이 빨간색인가 봐’
빨간 고무장갑은 더 빨개보였다.
저부다 벌건 산은 활활 불에 타는 것 같았다.
빨간 고무장갑의 마음도 벌겋게 변하는 것 같다.
그런데 할머니 두 분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내가 오늘 죽어도 좋겠네요. 이렇게 좋은 것을 다 늙어서 볼 수 있다니.”
외할머니는 감격에 차서 목이 메었다.
“나도 평생 영감 병수발에 사는 게 지긋지긋합디다.
요즘 젊은애들은 우리가 참고 참았던 시절을 알아줄까요?“
친할머니도 힘든 결혼시절이 떠 오르는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나는 맛있는 것을 자식들 입안에 떠 먹일때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요.
그렇게 몇 십 년을 지내고 나니,어느 새 죽을 때가 왔네요“
음식솜씨가 좋은 외할머니는 음식을 만드는 게 좋았다고 했다.
“저녁에 붉은 해가 질 때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려요.
좋은 시절 다 보내고, 내가 뭔가? 싶네요.“
“사돈! 나는 새벽에 절에서 치는 종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텅텅 비는 것 같소.
우리가 자식들을 위해 살아온 세월동안 내 속은 텅텅 비어버린 것 같소.
늙은이가 주책없이 혼자서 눈물이 툭툭 떨어집디다.“
“병든 영감이 지겨울 때가 많았소. 그런데 얼마나 아프면 그랬을까?
하는 마음에 더 생각이 납디다.“
평소에 고생만 안겨준 친 할아버지가 싫다고 한 친할머니의 마음은 거짓말 이었나 보다.
“나도 맛있는 음식을 만든 뒤에 죽은 영감이 보고 싶네요.
영감이 내 음식은 제일 맛있게 먹어줬는데...”
외할머니도 자꾸 보고 싶은 가 보다.
외할머니와 친할머니는 붉은 단풍을 본 뒤에 소리 없이 울먹거렸다.
꼭 아이처럼 솔직한 할머니들의 모습을 보고 나니 전혀 다른 사람 같다.
‘아하! 할머니께서 자꾸 화를 내는 이유가 속상해서 그랬는가보다’
빨간 고무장갑은 단풍잎 닮은 빨간 색이 자꾸만 좋아졌다.
드디어 계곡에 도착했다.
아이엄마는 점심준비를 했다.
외할머니의 3개나 되는 짐 보따리는 요술보자기 같다.
각가지 맛있는 음식들이 쏟아졌다.
갓김치, 생김치, 보쌈김치, 파김치에 찰밥과 잡곡밥, 식혜와 후식까지 준비하셨다.
계곡에서 먹는 점심은 진수성찬이었다.
너무 좋아하는 두 할머니들은 서로 밥 위에 반찬을 얹어 주었다.
“깔깔깔 ”
아이보다 더 좋아하는 두 분은 다른 사람은 안중에 없었다.
평소 두 분이 사이가 안 좋았는데, 서로서로 고기를 먹고 잡담을 하셨다.
그 모습에 아이엄마는 얼굴이 활짝 폈다.
“엄마! 고기 잡으면 담을 거야.”
아이는 빨간 고무장갑의 몸을 양손에 끼워서 계곡으로 달려갔다.
옆에서 아이는 계곡에서 놀다가 빨간 고무장갑의 몸에 물을 가득 채웠다.
‘아’
그런데 빨간 고무장갑의 입에서 평생 처음으로 탄성이 쏟아졌다.
머릿속이 맑아지고, 상쾌해지는 이 기분은 어떻게 말을 못할 정도이다.
어릴 때부터 물속에 끈적이는 소독약냄새는 빨간 고무장갑의 몸을 떠나지 않았다.
‘아! 이런 기분 처음이야’
빨간 고무장갑의 온 몸에 퍼지는 이 기분은 태어나서 처음 느꼈다.
‘여기 물은 내 고향 같아, 아! 이곳에 계속 살고 싶어’
빨간 고무장갑은 소독약에 절인 내 생활이 지긋지긋했다.
어쩔 때는 약에 취해서 하루 종일 비틀거렸다.
새 생활을 찾은 빨간 고무장갑의 두 눈에 기쁨의 눈물이 쏟아졌다.
“빨리 와 ! 식혜먹자“
엄마소리에 아이는 얼른 고개를 돌렸다.
아이는 식혜를 좋아하는지 나를 물속에 첨벙 집어던졌다.
혼자서 계속 놀던 아이는 물속에 빨간 고무장갑을 휙 던져 버리고,
가족에게로 뛰어갔다.
빨간 고무장갑은 계속 계곡의 물결 따라 흘러갔다.
시원한 물살이 온 몸을 적셨다.
“어, 분명히 가져왔는데‘
아이엄마는 빨간 고무장갑을 찾는지 두리번거렸다.
‘주인님! 안녕’
빨간 고무장갑은 굽이굽이 뱀 같은 골짜기가 자기 집 같이 여겨졌다.
빨간 고무장갑은 저 멀리 저녁놀이 지는 모습을 보고 눈물이 쏟아졌다.
‘훨 훨 훨’
‘쭈르륵 쪼르륵’
빨간 고무장갑은 계속 강물을 따라 ‘훨 훨’ 날아가듯이 흘러갔다.
빨간 고무장갑은 ‘오늘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한 외할머니의 말이 자꾸 떠 올랐다.
붉은 놀과 붉은 나무들이 살살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 주었다.
첫댓글지난해에 애가 멀미로 고생한 일이 있었는가 보다. 아마 그 일이 생각나서 피서 준비를 더 철저히 하는 것 같다. 이부분을 보면 .. 전 이런 생각이 듭니다 님이 이부분을 쓰실때 현제형으로 썼다면 어땠을까 하고요 ~했나 보다 ~해서 ~하는거 같다.. 이 부분이 꼭 작가가 자기 생각을 쓰는거 같은 느낌을 주는거 같은
데요 님이 만약 지난해에 애가 멀미로 고생한 적이 있어 이아이의 아빠는 피서준비를 더 철처히 할 생각인가보다 이렇게 쓰는 편이 더 낮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면 님이 ~ 있었나보다 라는 이말은 작가가 말하는 것이지 아이의 아빠가 말하거나 생각하는 글이 아니기 때문이죠 만약 님이 ~있었나 보다라는
라는 글을 쓰실 생각이셨다면 밖을 나와 약국으로 가 멀미약을 사는 상황으로 만들었다면 그나마 글이 자연스럽게 이어가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들고요 앞부분에서 아이와 아내가 피서가자고 말하고 바로 그럴생각이엇어 한마디만 하고서 나온것이니 .. 좀 이어지지 않는듯한 느낌이 드네요 한번 여러번 반복해서 그부분을
첫댓글 지난해에 애가 멀미로 고생한 일이 있었는가 보다. 아마 그 일이 생각나서 피서 준비를 더 철저히 하는 것 같다. 이부분을 보면 .. 전 이런 생각이 듭니다 님이 이부분을 쓰실때 현제형으로 썼다면 어땠을까 하고요 ~했나 보다 ~해서 ~하는거 같다.. 이 부분이 꼭 작가가 자기 생각을 쓰는거 같은 느낌을 주는거 같은
데요 님이 만약 지난해에 애가 멀미로 고생한 적이 있어 이아이의 아빠는 피서준비를 더 철처히 할 생각인가보다 이렇게 쓰는 편이 더 낮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면 님이 ~ 있었나보다 라는 이말은 작가가 말하는 것이지 아이의 아빠가 말하거나 생각하는 글이 아니기 때문이죠 만약 님이 ~있었나 보다라는
라는 글을 쓰실 생각이셨다면 밖을 나와 약국으로 가 멀미약을 사는 상황으로 만들었다면 그나마 글이 자연스럽게 이어가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들고요 앞부분에서 아이와 아내가 피서가자고 말하고 바로 그럴생각이엇어 한마디만 하고서 나온것이니 .. 좀 이어지지 않는듯한 느낌이 드네요 한번 여러번 반복해서 그부분을
읽어보셔요 그럼 저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아실겁니다 .. 제가 문예창작과를 나왔다지만 아직 문외한이고 그러니..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제 생각을 말했을 뿐이니까요
안녕하세요! 따뜻한 조언에 감사합니다. 저의 지인이 진짜 글은 계속 수정작업이라고 했습니다.^^ (제가 좀 많이 다듬어서 쓰야겠죵?)ㅎㅎㅎ..."아일 비백"=^^=
좋은 지적해준 얼음아이님에게 감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