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타 이야기
김명숙 (시인)
삶이 피곤하신가요?, 머리 쓰고 생각하는 거 귀찮으신가요?`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난타 공연을 한다는 포스터를 본다.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내면서 스트레스를 날려 보낼 수 있는 여유를 주겠다는 의미이리라. 여기저기서 난타 공연을 한다는 기사를 자주 접한다. 그만큼 난타를 배우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일 것이다. 나 역시 그 유행에 기대 난타를 배우기 시작한 지 3년. 아직 익숙하지 않은 솜씨지만 동아리 회원들끼리 경로당에 봉사를 다닌다. 어르신들이 익히 알고 있는 음악에 맞춰 함께 북을 두드리다 보면 금세 시간이 지나간다. 처음에는 어색하다며, 어렵다며, 부끄럽다며 난타 채를 잡지 않으시던 어르신들이 나중에는 먼저 일어서서 채를 잡으신다.
허리나 다리가 아파 참여하지 못하는 어르신들은 의자에 앉아 노래를 부르며 손으로 박자를 맞추어 주신다. 마무리 즈음 주민센터 강당을 빌려 공연을 했다. 곱게 화장하시고, 무대의상을 입은 채 북을 두드리는 어르신들의 모습은 모두 소녀의 모습들이었다. 박자가 조금 틀려도, 몸짓이 조금 달라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완전체였다. 그날 그분들의 마음속엔 명랑한 나비들이 날고 있었을 것이다. 스무 살 초입에 피어났던 꽃송이들 위를 날고 있는. 난타는 `마구(亂 어지러울 난) 두드린다(打 두드릴 타)`는 뜻이다. 그러나 송승환이 「난타」 공연을 통해 우리 문화인 사물놀이와 마당놀이의 형식을 빌어 비언어적 퍼포먼스로 발전시켰다.
입을 열어 목소리로 말을 하지 않지만 소리와 색채 그리고 동작을 통한 방식으로 관객들과 소통했다. 언어들의 경계를 넘어서기 위해 대사가 없이 극의 모든 내용을 감탄사, 단어, 몸짓 등으로 표현하는 하나의 행위 예술로 만든 것이다. 「난타」의 성공에 힘입어 `난타`라는 단어의 사회적 위치가 달라졌다. `마구 두드린다`라는 의미의 일반 단어였던 `난타`는 공연 「난타」로 인해 고유명사화 되었으며, 공연이 크게 성공함에 따라 다시 보통명사화 되었다. 최초의 난타는 누구나 흔히 접하는 일상 속 공간인 주방을 무대로, 네 명의 요리사가 등장하여 결혼피로연을 위한 요리를 하며 벌어지는 소동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공연에서 주로 사용되는 타악기는 주방 용품인 칼, 도마, 냄비, 프라이팬, 접시 등과 음식 재료들인 배추, 당근, 오이 등이다.
주방 용품들로 재료들을 요리하듯 표현하면서 북을 치듯이 박자에 맞춰 재료들을 썰어 대고 용품들을 두드리며 신명을 돋우는 방식이 극 구성의 기본이다. 그 후 공연이 장기화되면서 무대는 점차 화려해졌고, 내용 중간 중간에 다양한 공연들이 더해졌다. 한국의 사물놀이 박자와 서양의 요리사 콘셉트의 조우라든지 장승 앞에서 지내는 고사와 결혼 피로연 준비를 위한 주방의 결합, 지배인의 조카와 요리사들의 관계가 만들어 내는 사회적 마찰 등에서 지역 문화와 세계 문화의 다채로운 결합들을 찾아볼 수 있다. 장승, 전통 혼례 의상이나 배경 등 각종 한국 이미지들이 서양의 주방 관련 이미지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고 있기도 하다. 난타에는 공연에서 드러나는 무대 이미지들의 단순한 결합 차원을 넘어, 한국과 서양의 각종 문화적 이미지들인 비주얼, 음악, 스토리 등이 공연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함께 어울리면서 중층적으로 결합되어 있다.
이제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들이나 북을 두드리는 형태의 공연이 사회 전반에 보편화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유치원생들의 재롱 잔치, 학생들의 학교 축제, 아마추어 공연가들의 시장 및 거리 공연, 지역 축제 등에서 `난타`라는 제호의 공연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원래의 「난타」 공연처럼 주방이나 요리사, 음식 재료들이 반드시 등장하지 않아도, 타악기 공연과 박자만으로도 간이 난타 공연이 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이다. 북을 치는 난타가 취미 및 건강에 좋다는 속설까지 되살려 전국의 문화센터에서 각종 난타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기도 하다. 난타북을 이용한 난타활동이 지적장애 장애학생의 스트레스 감소에 효과가 있다고 허선 교수가 논문에서 밝히기도 했다. 경로당 어르신과의 시간에서 스트레스 감소 효과뿐만이 아니라 건강에 많은 도움을 준다는 것을 보았다. 아마도 오랫동안 난타와 함께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