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주작가님께서주신글]
나의 애송시
그대는 그런 사람 가졌는가?
만 리 길 나설 때 처자식 맡겨놓고, 맘 놓고 떠날 그런 사람 그대는 가졌는가.
세상이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사람 마음이야!’ 하고 믿어줄 그런 사람 그대는 가졌는가.
배가 침몰할 위기에도 구명대를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그런 사람 그대는 가졌는가.
사형장에 끌려가 죽어가도 세상 빛을 위해, 저이만은 살려두라고 외칠 그런 사람 그대는 가졌는가.
세상 떠날 때 ‘저이만 남아 있으면 됐어! 웃으며 눈감을 그런 사람 그대는 가졌는가.
찬성보다는 ‘아니야!’하고 머리를 흔들며, 어떤 유혹도 물리칠 그런 사람 그대는 가졌는가.
함석헌
을숙도에서
사람 인 人 자로
위만 쳐다보는 것 보다
새을 乙 자로
옆을 바라보는 삶이
한결 편한 걸.
일진광풍 찬바람에
갈지 之 자로
비틀 거리며 사는 인생
왜 그리도 힘들게
살았을까
쉬엄쉬엄 사는 것이
이렇게 편할 줄을
오늘은 한 마리 백조 되어
새을 乙자로 날개 접고
오수를 즐겨보자.
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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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맥(太白山脈)
조정래(趙廷來)는 1943년 전남 승주군 선암사에서 태어났다. 본관은 함안(咸安)
아버지 조종현은 승려이자 시인으로, 한용운의 비밀결사 조직의 총 책임자였다
중도 결혼해야 한다는 총독부 방침에 따라, 조종헌은 결혼해서 조정래를 낳았다.
벌교가 무대였다.
일제의 수탈에 이어, 해방 후 여순반란사건, 6·25, 민족의 비극이 휩쓸고 지나간 역사의 현장이다
소설의 주인공인 염상진의 수급을 걸어놓고, “악질 빨갱이 염상진 사살”이라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벌교가 배경인 소설답게 등장인물 대다수가 벌교 출신이다. 그리고 사건도 벌교에서 일어났다
염상진이 지주에게 빼앗은 나락을, 소작인들에게 나눠주려고 쌓아 놓았던 홍교(보물 제304호)
이외에도 중도방죽, 야학교회를 비롯해 토벌대 숙소로 쓰던 남도여관, 김범우의 기와집
벌교(筏橋)
벌교는 도시 이름이 아니라. 영조 때 가설한 뗏목다리 이름이다.
교통 요충지여서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어, 기질이 드센 편이어서, 타 지역 깡패들을 용감하게 제압한 벌교주먹의 신화가 남아있다.
흥선대원군이 호남지방을 ‘팔불여(八不如)’라고 했다.
벌교에 가서 주먹자랑하지 마라
여수에 가서 돈 자랑하지 마라
진도에 가서 소리자랑하지 마라
장성에 가서 학문자랑하지 마라
고흥에 가서 전(錢)자랑하지 마라
도대체 벌교 주먹이 얼마나 세 길래, 전국구 주먹으로 대접받던 광주나 목포를 무색하게, 그런 말이 나왔을까?
시라소니, 김두한, 이화룡, 구마적, 신마적 등과 같이 한 시대를 풍미한 주먹들의 무용담은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박치기 선수 김일, 권투선수 김종팔과 박인성 등은 벌교 출신이다.
안규홍(安圭洪)
안규홍은 몰락한 양반의 가문에서 태어나, 부친을 여의고 머슴살이를 하면서 편모를 봉양했다.
일본 순사가 마상(馬上)에서 조선 여자를 희롱하는 것을 보고, 분개한 나머지 다리 밑으로 떨어뜨려 죽였다.
일경의 추적을 피해, 함경도 출신 의병장 강성인의 휘하에 들어갔다.
의병장이라는 자가 부녀자를 겁탈하고 양민의 재물을 빼앗는 악행을 일삼자, 토착 의병들은 강성인을 처단하고, 안규홍을 의병장으로 추대했다.
의병들의 활약상에, 민간에서는 이런 노래가 유행했다.
장하도다. 기삼연
제비같다. 전해산
싸움이라면 김죽봉
잘도 죽인다. 안담살이
되나 못되나, 박포대
무만동(武萬洞) 청년회
당시는 혼란기여서 청년단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벌교를 대표하는 주먹집단은 무만동 청년회, 속칭 무청
반골과 저항정신은 해방 후에도 벌교의 지역적 특성으로 자리 잡아 `벌교 주먹'의 전통이 되었다.
미인 소화
할아버지는 아버지를 먼 곳에 심부름 보내고 나서, 무르익을 데로 무르익은 어머니를 사흘거리로 데리고 놀았다.
할아버지 정력이 센 것은 사실이나, 어머니가 더 밝히는 것 같았다.
할아버지 정 참봉과 무당인 어머니 사이에서 소화가 태어났다.
소화에게 군침을 흘리는 사내가 많아, 하루도 속옷이 마를 날이 없었다.
빨지산 정하섭
정하섭은 벌교 최고 미녀 문정님, 송경희를 애인으로 두었을 정도로 여복이 많았다.
숨어 다니던 정하섭이 밤중에 살며시 들어오자, 밤참을 준비를 하던 소화가, 꼬막이 없어 어쩐다?
소하는 소꿉친구인 정하섭과 육체관계를 맺었다.
젓통이 푸짐한 와서댁
남편인 강동식이 빨치산 활동으로 집을 비우자, 이 틈을 엿보던 염상구가 강간해서 아이를 낳았다.
이런 사실을 알고 분노한 강동식이 염상구에게 보복을 하려다가, 도리어 반격을 당했다.
그일 이후로 와서댁은 입산하여 빨치산 활동을 했다.
왈패 염상구가 앙탈하는 와서댁을 완력으로 범하고 허리춤을 올리면서, 쫄깃쫄깃한 것이 꼬막 맛이야!
벌교 꼬막
간간하고,
졸깃졸깃하고,
알큰하고,
배릿한데,
그 중에
낭글낭글한 것이
좋은 것이여.
태백산맥은 이념의 대립으로 빚어진 동족상잔의 비극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소설이다.
인기가 얼마나 많았던지 다 헤질 정도로 돌려가며 읽었던 생각이 난다.
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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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FrQCvc_Mg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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