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5일~16일 흙날과 해날
한가로이 쉬는 날도 부지런히 거둔 것으로
밥상 차리려니 바쁘다 바뻐... 그래도 직접 해 먹는 맛이 일품이지...
직접 거둔 감자 오이 상추를 버무려 샐러드를 만들어 보았다. 아.... 직접 거두니 더 맛난다.
개구리 참외를 후숙하지 않고 갈라보았는데, ... 역시나 .. 아직 안 달다.. ^^ 오이처럼 반찬으로...
이날을 기다리며 사두었던 무쇠솥을 꺼내어 애호박을 부쳐본다.
처음에는 '전'만 많이 부쳐 먹었는데, 살이 쪄서 안되겠다. 다른 방식으로도 잘 만들어 먹어야지 다짐하게 된다.
감자버무리(이건 후배로부터 선물받은 것)를 빵에 곁들여 먹고. .
오이와 알비트로 초절임을 만들기도 했다.
7월 18일 / 불날
들깨밭 옆에 참깨밭을 만들어 옮겨 심어주었는데, 잘 안착이 되었는지 잘 자라고 있다.
참깨까지는 엄두를 못냈는데, 두레로 함께 밭을 일구는 이들이 있기에 힘을 내 본다.
들깨와 참깨가 둘다 자람새를 볼 수 있어 좋다.
저녁이 되었다. 이번 주는 배추씨를 넣는 주인데,
무릉배추와 구억배추를 포트에 심어 보았다.
손가락이 두꺼워서 두알씩 잡기가 어려웠다.
생각해 낸것이 젓가락에 물을 뭍혀 표면장력을 이용한 씨뿌리기?
젓가락에 물을 뭍혀서 씨앗 종지에 찍으면 두알씩 붙는다.
그대로 상토 속으로 쏙 심어준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어떻게 하면 능률적으로 일할지 항상 고민하게 된다.
7월 21일 쇠날
요즘은 왠만하면 비다. 장마기간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 아무리 살이쪄도... ^^ 이 비에... 감자전을 해먹지 않을 수 없다.
7월 23일 대서
무더운 날씨와 폭우가 이어지는데,
오이는 잘도 자란다. 작게 자라고 있어도 며칠만 지나면 금새 노각이 되어버린다.
터전 주변에 더불어 사는 이웃들과 거둔 남새들로 밥상을 차려 나눈다.
7월로 접어들며...풍성하게 차려지는 밥상이다.
7월 24일
너무 정면에서 찍어서 오히려 꽃을 알아보기 어렵지만,
참깨 꽃... 아래쪽부터 하나씩 다리며 열매를 맺으며 올라간다.
8월 3일
인제할머니오이와 얼룩토마토....
많이 많이 달려 이웃과 나누는 기쁨이 솔솔...
오이는 20개도 넘게 거두어 ... 너브내밥상에 나누었다...
정말 뿌듯하다.
8월 4일 쇠날
농촌, 산촌에 살며... 필요한 게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헛간(창고)이다. 장작도 보관하고, 이런 저런 남새들 거두어 말리기도 하고,
집을 지을 때 바로 지어 놓으면 편할 테지만... 살면서 하나 둘 짓는 것도 매력이다.
어째든 2년 만에 간신히 헛간을 짓고... 이것 저것 어떻게 채울지 궁리해본다.
들깨도 안전하게 말리고, 장작도 보관하고, 거둔 것들 갈무리도 하고, 때마침 마을잔치가 있어 (마을 어린이 배움터 들살이 때 음악회 무대 공연장으로 도 쓰였다. 앞으로 열 일 할 헛간을 기대해 본다.
8월 6일 들깨두레, 참깨두레, 메밀두레..
들깨 밭 일구다가
참깨 밭도 덩달아 일구고,
그 옆에 메밀 밭까지 ...
가을에 곱게 올라오는 메밀꽃을 볼 날을 기대해본다.
들깨두레 김매기, / 참깨 밭 / 메밀순 올라온 모습
8월 7일~9일 (달~물날)
마을 아이들의 들살이 기간이다.
첫날 점심은 집집마다 반찬을 가져와 비빔밥을 해먹는데,
들깨잎도 보이고, 애호박나물, 인제할머니오이, 청치마상추 등
반가운 친구들이 보인다.
이렇게 정성껏 직접 키운 남새들로 음식을 나누고 아이들을 키우는 일이 ... 이곳 저곳 마을 곳곳에서 이뤄지는 날도
멀지 않았으리라....
들살이 중에 아드님들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 것도 기특한데...
새벽부터 밭둘러보기를 따라 나선다.
바가지를 하나씩 들고, 따라 나선 모습이 재밌다.
오이, 토마토, 깻잎, 차조기, 땅꽈리 .. 풍성하게 거두어 아침으로 나눈다.
남는 것은 집에 갈 때 싸가는 것으로 ...
8월 9일
개구리 참외를 열흘 정도 후숙해서, 터전에 밭둘러보러 오신 손님들에게 대접했다.
아주 달진 않지만, 먹을 만 하다.
8월 10일
감자에 이어 얼룩토마토를 거두러 오신 3살 어린이...
'두손' 가득 움켜진 토마토 ...
내가 거두어도 큰 보상이 되지만 ..
마을의 아이들이 거두어 갈 때 내가 얻는 보상도 만만치 않다.
오래된 경전에 보면
"심는 사람이나 물 주는 사람은 아무것도 아니요, 자라게 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십니다.
심는 사람과 물 주는 사람은 하나이며, 그들은 각각 수고한 만큼 자기의 삯을 받을 것입니다."라고 되어 있다.
풍성히 거둔 얼룩토마토로 퓨레를 만들어 쌀국수에 비벼먹었다.
스파게티의 토마토소스는 이렇게 만든 다는 것을 배우고, 익히게 된다.
직접 따서 만들어 먹으니 ... 당연히 맛나다.
8월 13일 해날
폭염과 장마가 이어지다가, 방학을 맞아 들살이를 다녀오니..
밭에 풀들이 무성하다. 들깨두레로 모여. 마지막 김매기에 총력을 다한다.
다소 욕심을 내서 들깨밭을 넓히고, 참깨밭까지 ... 열심히 김을 매본다.
사람의 힘은 참 대단하다.
여럿이 함께 하면 더 대단하다.
못할 줄 알았는데... 결국 풀 속에 숨겨진 보석같은 들깨들을 찾아내 ..
김매기를 해내고야 만다.
무엇보다 함께 사는 이야기 나누며, 일해가는 게 재밌다 보니...
고된 일도 너끈히 해낼 수 있나보다.
8월 15일
제주검은찰 옥수수 수술이 어느새 쏙 올라와 있었다.
무럭무럭 자라주니 고맙다.
8월 18일
벌써 일찍 심은 메밀에는 꽃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메밀꽃이 모두 활짝 피면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된다.
힘이 없어 보이는 무릉배추 모종을 밭으로 옮겨 심어 주었다.
상토로 그냥 밭 흙을 사용했더니.. 물을 줄 수록 흙이 굳고, 잘 자라지 않는 듯 했다.
조언을 듣고, 좀 더 일찍 밭에 옮겨 주었다.
8월 19일 흙날
들깨 밭 남은 김매기를 마쳤다.
뭔가 뿌듯하다.
하지만 들깨 자람새를 봤을 때 거름이 더 필요한 듯 보인다.
비오는 날(8월 23일)에 맞춰 오줌거름을 주었다.
새벽에는 들깨두레
저녁에는 둘레 풀베기 울력이다.
사실 밭에 있는 풀만 정리해도 쉽지 않은 일인데,
터전 주변까지 ... 깔끔하게 정리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작년 보다 낫고, 재작년 보다는 더 낫다...
조금씩 .. 달라지는 것을 분명하게 보게 된다.
이날은 그래서 완전 녹초가 된 날이다. ^^
8월 21일
남사차수수가 튼튼하게 자라 우뚝 솟아 자란다.
제주검은찰옥수수도 흰수염을 내밀며.. 알알이 익어갈 준비를 하나 보다...
그동안 풍성하게 먹고, 나눈 오이와 호박은 이제 마무리 되어 간다.
지줏대를 세워 둔 것이 덩굴이 잡아 당기고, 바람에 흔들리고, 오이와 호박 무게를 못 견디고,
조금씩 주저 앉았다. 집짓는 사람이 지줏대 하나 제대로 못 세워서 되겠나 싶다.
선배들의 밭을 둘러보며, 여러해 견딜 수 있도록 튼튼하게 만들어 놓은 것을 보았는데,
내년에는 좀 더 궁리해서, 꼼꼼하고 튼튼하게 만들고... 좀 더 여유있게 자랄 수 있도록 간격을 잘 살펴서 심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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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어르신들과의 만남>
이번 날적이에선 8월 8일 마을배움터 어린이들과 마을 노인정에 찾아갔던 일을 빼 놓을 순 없겠다.
하늘땅살이를 배울 때
우리 세대 대부분은 책, 인터넷으로 시작해 늦은 나이에 조금씩 몸으로 익히고 있지만,
어르신들은 어려서부터 몸으로 삶으로 배워오신 분들이다.
그 분들의 이야기는 사투리와 모르는 옛지명 등으로 약간의 장벽이 있지만
이야기가 살아있고, 재밌어서 큰 맥락을 따라가는데는 문제가 없다.
양력보다는 음력과 절기에 익숙하고,
언제 어떻게 심는 가 보다는
어떤 꽃이 필 때 작물을 심고, 어떤 새가 울 때 거두는 게 익숙하셨던 분들, 자연을 느끼며 살아오신 분들 일텐데,
하늘땅살이 지식이 짧아 그런 것을 다 끄집어 낼 수 없어서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을의 아이들에게 정성껏 또 재밌게 이야기 해주신 어르신들께 감사드린다.
이옥춘(88세), 안동식 할머니(79세)와 김장수 할아버지(79세)의 살아오신 이야기를 들었다.
왜정 때 부터 광복과 한국전쟁, 보릿고개, 강원도의 추운겨울 이겨내며
없는 양식에 어떻게 더불어 사셨는지, 맛난 것도 해드시고, 고된 일 속에 흥겹게 노래하고 춤추며
어찌보면 암흑같은 시기를 어떻게 흥겹게 넘어오셨는지 살아있는 이야기다.
김장수 할아버지는 붓글씨로 배움터 학생들과 만나왔고,
안동식 할머니는 두부, 엿, 조청 등을 만들는 걸 마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알려주셨던 분이라 낯이 익다.
이옥춘할머니께는 이번에 처음 만나 뵙는데, 마을에서 내로라하는 소리꾼이셨다고 한다.
이옥춘 할머니는 왜정 때 학교에서 숫자만 배우고, 한글은 해방 후에 야학에서 배우셨다..
15세에 시집와서 한 달 만에 동지사변(한국전쟁을 그렇게 표현하셔요)이 터져 횡성으로 괴산으로 피난 가셨다 돌아온 이야기
추운 겨울에 마을에 마르지 않는 샘물이 하나있어 거기 가마솥 걸고, 빨래삶고, 빨래하던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옷에 이가 하도 많아서 가마솥에 넣으면 '타다닥' 소리와 함께 구수한 냄새가 올라온다고 하셨다.
옷도 한벌 가지고 있는게 전부인 아이들이 많아서 단벌치기로 빨래 할 때면, 그냥 벗고 다니기도 하고
빨래도 15일정도에 한번 하니 옷이 그냥 거무튀튀 했다고 ... 그 땐 그렇게 살았다고 하셨다.
김장수 할아버지는
보릿고개 때 미처 여물지 않은 보리 이삭을 따다가 맷돌로 갈아서 죽을 끓여 먹던 이야기
간식으로 개구리 뒷다리 메뚜기, 매미, 잠자리를 감자랑 같이 구워 먹기도 하고
그 때는 정말 먹을 게 없어서 아주어려웠다고 이야기 해주셨다.
안동식 할머니는
이름이 '동식'이라는 남자 이름 같아서, 어렸을 때 별명이 '돌멩이'였는데 그걸 가지고
아랫집 오빠가 그렇게 놀려서 힘드셨다고 한다. 한 15살 되니까 안놀렸는데,
그 전까지는 "돌멩이 굴러간다" 라는 이야기 듣기 싫어서 아랫집을 지나 내려갈 때는
쏜살같이 뛰어 내려가셨다고 했다.
또 어렸을 때 '공기'를 그렇게 좋아하셨는데, 어른들이 그렇게 일만 시켜서
어찌나 공기를 하고 싶었는지.. 여기저기 숨어서 하셨다고 한다.
요즘은 늙어서 잘 못하지만, 예전에는 정말 잘하셨다고....
우리 친구들이 '공기'라는 말에 눈이 휘동그래져서
할머니랑 언제 한번 공기해봐야지 .. 생각했던 것 같다.
이옥춘 할머니는 명절 때 놀러 다닌 이야기도 해주셨는데
서낭당 나무에 모여 처녀들 새댁들이 놀면
아이업은 새댁들이 뒤에 아기들 모가지가 떨어질 정도로 뛰며 춤추며
노셨다고한다. 그런 장면을 떠 올려보면 얼마나 재밌는 지 모르겠다.
그 때 불렀던 노래들, 몇가지 불러 주셨다.
농촌, 산촌의 어르신 한 분이 돌아가시면, 박물관이 하나가 없어지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짧은 시간이지만, 여운이 있는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몸으로 하늘땅살이를 더 잘 익혀서,
어르신들과 종종 찾아 뵈며, 좀 더 깊이있는 대화를 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첫댓글 정성 담긴 하늘땅살이 일상~ 잘 보았어요. 거둔 열매로 전 부쳐먹으면서 살찌는 걱정은 안해봤는데.ㅎㅎ 주의해야겠어요..
작년보다 낫고, 재작년보다 더 나은.. 조금씩 달라지는 흐름 보이는 게 참 고마운 일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