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경매를 신청한 공사업자(채권자)를 대리하여 다른 배당권자 임차인 하00에 대하여 배당이의소송을 제기하여 진행한 바 있었다.
공사업자가 돈을 못 받은 것이 있어 공사대금판결을 받아 오피스텔 건물 중 한개 호수를 강제경매신청했는데, 이미 선순위임차인(하00)의 임차권등기가 되어 있는 사례였으며 그 전세금은 8,000만원으로 신고된 사례였다. 그리고 시일이 지나 그 오피스텔은 약 1.1억 원에 낙찰이 되었다.
임차인은 애초에 법원에 배당신청을 했고 실제 임대차계약서 및 전입신고, 확정일자가 전부 있어 일응은 진실한 임차인으로 보이는 사례였기에, 경매정보지에서도 임차인의 대항력이 있다고 공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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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위 내용을 보라. 저기 기재된 임차인 하00이 허위로 보이는가? 누가 봐도 진성임차인이고, 배당요구까지 하였기에 우선변제를 받을 권리가 있는 임차인이다.
그 뒤 낙찰자가 매각대금을 내고 배당표가 작성되었는데, 임차인 하00에게 1순위로 8,000만원이, 공사업자에게 2순위로 3,000만원이 배당되었다. 임차인 하00이 배당을 받아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해 보이는 사례이며, 필자가 경매계장이었어도 위처럼 배당표 원안을 작성하였을 터이다.
자 생각해보라. 말소기준권리는 2014. 3. 5.이다.
1) 임차인의 임대차계약서가 제출되었다.
2) 전입신고도 말소기준권리 전인 2013. 10. 14.이다.
3) 확정일자도 전입일과 멀지 않은 2013. 11. 1.이다.
4) 보증금 이체내역도 위 전입일 무렵에 총 6,400만원이 있었다. 단, 1,600만원은 현금으로 주었다고 하는데 이에 대한 계좌이체내역은 없지만 영수증은 있다. (추후 소송 진행 중에 확인된 사실)
5) 임차인은 임차권등기를 신청하여 하00이 임차인으로 등기까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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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경우 임차인으로 신고된 하00은 누가 봐도 진성임차인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하00이 허위임차인이라는 점을 과연 입증할 수 있을까? 아니, "우선변제권이 없는 임차인이라는 점을 입증할 수 있을까?"라고 되묻는 것이 좀 더 올바른 표현이겠다.
공사업자 주장은, 위 호수는 공사업자들이 유치권을 행사하며 다수 유치권자들이 함께 모여 회의하는 회의실로 간간이 사용했다고 하였고, 다만 가끔 회의만 한 것이라 그 호수를 회의실로 사용하였던 증거는 남은 것이 없다고 하였다.
공사업자들의 말을 들으면, 결국 공격포인트는 우선변제권 요건인 "적법한 임대차계약 + 점유 + 전입신고 + 확정일자" 중 "점유"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방법 뿐이었다. 증거는 부족하지만 일단 배당이의소송을 제기하고 증거를 추가 수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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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인 하00의 반발은 역시나 거셌다. 즉시 변호사를 선임하여 대응하면서, 초등학생 아들이 위 물건 주소지 근처에 다니다가 졸업하였던 자료를 제출하고, 관리비를 납부한 자료도 제출했다.
이러한 상황까지 오면 법원으로서는 임차인이 허위임차인이라고까지 인정하기 쉽지 않다. 이체내역도 조금은 부족하나 8000만원 중 6400만원이 존재하고(현금 부분에 대해서는 임대인으로부터 받은 영수증도 있었다), 전입신고도 있고, 확정일자도 있고, 관리비도 냈고, 아들도 그 근처 학교를 다녔는데... 사실 이 정도 나왔으면 공사업자가 패소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좀 이상한 측면이 있었다. 공사업자들이 그 호수를 회의실로 가끔 사용하였다는 점에 대해서 증거는 없었지만 정말 공사업자가 거짓말을 한 것으로 보이진 않았고, 건축주 박00이 72년생 여성이었는데 위 임차인으로 등재된 하00도 동일한 나이의 동성이어서 혹시 친구가 아닌가 하는 의심도 많이 들었다. 실체적 진실은 공사업자들 말이 맞는 것으로 보여 어떻게 반격증거를 찾을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도 공사업자들은 객관적 증거를 가지고 오지 못하였고, 결국 시일이 많이 지나 필자가 보다 본격적으로 증거 탐색을 시도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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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기록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꼼꼼히 살폈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부분은 전부 체크를 했다. 그리고.. 결정타는 의외의 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점유를 하고 있지 않는 건물에 대해서는 관리비를 잘 납부하지 않는다. 그게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리비를 납부했다는 점이 사실 좀 계속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그러나 임차인이 법원에 제출한 서류를 보면, 해당건물 관리업체에 이체내역이 분명히 존재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관리업체에 직접 전화를 했다. (공사업자한테 몇번 확인해보라고 얘기했으나 관리실이 협조해 주지 않는다는 얘기만 여러번 들었던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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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훈 弁 : 여보세요, 000 관리업체죠?
여직원 : 아, 네. 말씀하세요.
이시훈 弁 : 아 저희가 00타워 관리비를 납부했었는데 호수가 헷갈려서 그런데 2015년 00월에 "165,030원"을 납부했었는데 여기 호수가 어디였죠?
여직원 : 아, 잠시만요. 확인해볼게요.... (시간이 지난 뒤) 아 확인해보니 704호네요^^
이시훈 弁 : (아, 대박. 이 사건에서 쟁점된 부동산은 6층인데) 아 알겠습니다. 그 때 관리비 납부한 사람이 하00인데 맞지요?
여직원 : 아, 네 맞습니다.
이시훈 弁 : 감사합니다. 다시 확인하고 전화드릴게요. 근데 저희가 법원을 통해 사실조회 보낼테니 답변해주셔야 합니다.
여직원 : (당황하며 거의 우는 소리로) 네?????? 저는 그런거 잘 모르고 관리소장님 바꿔드릴게요.
(그 뒤 저와 관리소장 간의 대화는 상상에 맡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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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좋았다. 위 경매부동산은 6층이었는데 이 사람은 704호의 관리비를 냈다고 한다!!!
혹여나 다른 호수에 살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의심은 들었었지만 소송 막바지에 와서 이 사실을 완벽하게 확인한 것이었다. 그전에도 관리실에 여러번 확인을 요청하였으나 협조를 해주지 않았는데, 꾸준한 시도와 경매에서의 필수스킬 중 하나인 일종의 제3자 화법(?)을 통해 결국은 필요한 정보를 알아낸 것이다.
임차인 하00이 제출한 관리비납부내역이 다른 호수에 관한 것임을 확인하는 동시에, 법원에 곧바로 관리업체에 대한 사실조회신청을 했고 녹취록을 제출했다. 만약 이 사실을 미리 확인하지 않고 관리업체에 사실조회신청을 했다간 더 불리한 결과가 나오면 100% 패소로 가는 길이라 그 동안 사실조회신청을 미뤄오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 사실조회결과까지 공사업자에게 유리하게 나오게 할 수 있었다.
위 과정에서 임차인을 대리하는 변호사의 저항도 상당했고, 선량한 임차인의 피같은 돈을 공사업자가 허위주장으로 빼앗아가려고 한다느니 하며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취지까지 운운하며 필자와 공사업자를 파렴치한으로 몰았다.
그리고 드디어 판결이 선고되었다. 전부 승소. 8000만원의 배당금 전부 공사업자의 배당금으로 변경되었다. 1년 반만이었다. 누가 봐도 대항력 있는 임차인 하00이었으나, 법원이 대항력 및 우선변제권 없는 임차인이라고 선언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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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필자가 직접 관리업체에 전화해보기 전에 공사업자가 필자의 요청에 의해 관리업체에 수차례 사실확인을 요청했으나 확인해줄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었다. 애매한 상황에서 관리업체에 대해 사실조회신청을 하면 모 아니면 도의 결과가 나올 수 밖에 없어 필자 역시 계속 신중한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필자가 직접 시도한 마지막 시도에서 대화를 잘 유도하여 관리비 납부된 호수가 다른 호수라는 점을 밝혀낼 수 있었고, 1심 판결에 대해 상대방도 항소하지 않아 확정되었다. 상대방 임차인 하00 스스로도 자기가 허위임차인임을 잘 알았던 것 같다.
많은 분들이 소송은 진실이 승리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위 사건에서 진실은 하00이 허위임차인이었으나 위 증거를 찾기 전에 거의 패소 직전까지 갔다. 소송은 진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증거가 전부다. 진실이라도 증거가 없으면 패소다.
- Law빈훗 / 이시훈 변호사
대단한 스토리와 소송 기술이십니다!
좋은칼럼 잘 읽었습니다^^
대화의 스킬이 증거를 끌어낼때 중요한 역할을 했네요
증거가 전부다.. 와~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기분으로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와 너무 멋있어요 ㅋㅋㅋㅋㅋ 기지까지 발휘하시고 ㅋㅋ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위장임차인을 찾아내는 정말
좋은 사례중에 하나네요, 보통 위장임차인의 경우
해당 호수의 관리비를 내지 않는게 일반적이겠죠
관리비도 이런 증거수집시에 꼭 확인할 사항이겠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렇게 드라마틱하다니! 쫀득쫀득한 스토리네요 ! 감사합니다
로빈훗님 역량이 돋보이는 글이네요 멋집니다!! 좋을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