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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전사령부 장병이 도입 중인 신형 방탄복과 기능성 침낭 등을 선보이고 있다. 특전사는 작전 효율성 증대를 위해 다기능 경량화를 목표로 피복·장구류를 개선 했다. | 특수전사령부 피복·장구류 개선사업의 모토를 함축하면 `다기능 경량화' 라 말할 수 있다. 긴 여행을 떠날 때는 큰 여행 가방을 챙기듯이, 적지에서 투입될 특전사 요원들도 필요한 장비를 챙기다 보면 배낭 크기가 만만치 않아진다. 하지만 특전배낭에는 바퀴가 달리지도 않았고, 마음 편하게 짐을 부칠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이에 특전사는 피복·장구류를 개발할 때 한 가지 물품이 여러 가지 역할을 할 수 있는 `다기능'화에 주목했다. 이러한 발상의 전환을 통해 2011년께면 특전용사가 휴대하는 피복·장구류의 무게가 기존 42㎏에서 25㎏으로 현격히 줄어들 전망이다.
특수전사령부는 특전복을 포함해 베레모, 특수조끼, 스키화 겸용 동계전투화 등 27가지에 이르는 피복·장구류를 개선하고 있다. 2020년까지 3단계에 걸쳐 이뤄지는 개선사업 중 2009년까지 17개 품목을 대상으로 진행된 1단계의 핵심 목표는 ‘다기능 경량화’다.
맥가이버 칼처럼 기능 많고 가볍게
다기능 경량화라는 개념은 일명 맥가이버 칼이라 불리는 스위스 아미 나이프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하나의 작은 스위스 아미 나이프가 칼과 드라이버, 톱, 병따개, 가위, 송곳 등 여러 가지 기능을 품고 있듯이 특전사의 피복·장구류도 기존에 분리돼 있던 품목들 중 성격이 비슷한 것들을 하나로 모아 짐의 수와 무게를 줄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예를 들어 신형 기능성 방한복의 경우 기존의 방상외피와 방상내피, 고어텍스 방한복, 방한두건, 안면마스크, 전투우의, 손전등, 목토시 등 8개 품목을 단일화했다. 이를 통해 기존 관련 품목들에 비해 3.5㎏의 감량과 더불어 부피도 줄임으로써 활동성도 확보했다. 신소재 신슐레이트 내피를 사용한 기능성 방한복은 얇고 가벼우면서도 혹한 속에서 보온력을 유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목덜미에 내장된 다기능 두건이 안면마스크와 방한두건, 목토시의 역할을 해 준다. 또한 내피를 제거하면 사계절 착용도 가능한데, 탁월한 방수능력과 더불어 상의 외피 안쪽을 망사로 처리해 여름에 우의로 착용하더라도 습기가 차지 않게 했다.
또 개인용 특수천막도 천막과 깔개, 들것, 판초우의, 침낭 외피, 부유도구 등 6가지 기능을 하나에 담고 있다. 특히 밸브를 열어두면 자동으로 부풀어 오르는 에어매트리스를 내장하고 있어 야숙하기에도 편하고, 도하할 때 개인용 부유도구로도 활용 가능해졌다. 특전사 북극성대대의 박주홍 대위는 개인용 특수천막은 설치와 해체가 간편한 것이 최대 장점이라면서 “신형 천막은 야숙뿐만 아니라 장기간 매복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라 말했다.
야전소요에 의한 다양한 기능 추가
다양한 특전 장구류 가운데에서도 다용도 3단 야전삽은 스위스 아미 나이프와 같은 발상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이 야전삽은 기본적인 삽과 곡괭이 외에도 드라이버 2종과, 곡괭이, 깡통 따개, 정글도, 자 등의 기능이 포함돼 있다. 이는 모두 특전사 요원들의 야전소요에 의한 다양한 의견들을 반영한 것. 특전물자 개발담당관 최재근 원사는 “폭발물을 다루는 요원들의 경우 폭약 양을 측정할 자와 작업을 위한 드라이버가 필수였다”며 “이렇게 자잘한 부수적 도구들도 많아지면 짐이 되므로, 이렇게 하나로 모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전 피복·장구류의 또 다른 특징은 이렇게 야전소요에 의한 기능 추가가 이곳저곳에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카멜백이란 브랜드명으로 더 유명한 물백도 특전사의 입맛에 맞춰 수정이 이뤄진 뒤에 보급을 진행하고 있다. 특전사의 수통을 대체할 물백은 영하 20도 이하의 혹한기 작전시에도 물이 어는 것을 방지할 수 있으며, 필요에 따라 300ℓ의 오염된 물을 음용수로 만들 수 있는 정수필터도 포함돼 있다. 그뿐만 아니라 최 원사가 개발해 특허출원 중인 방독면 어댑터도 있어 화생방전하에서도 충분한 물을 섭취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밖에 특전배낭과 특수조끼 등에도 특전사 요원들의 여러 가지 염원을 담은 기능들을 포함했다. 두 장비 모두 탈·부착식 주머니 기능(MOLLE : MOdular Lightweight Load-carrying Equipment)으로 사용자 편의에 따라 장비를 추가·제거하거나, 위치를 옮겨달 수 있다. 또한 특전배낭은 무봉제 고주파 융착공법을 사용해 완전방수를 구현함으로써 방수포를 생략할 수 있었으며, 급조도하에도 활용할 수 있게 했다. 그뿐만 아니라 충격과 무게를 완충시켜 줄 어깨와 허리 패드를 사용해 편의성을 높였으며, 낙하산 회수낭으로 겸용 가능한 무장 분리낭을 추가해 무장 강하시 결속 및 해체 시간 과다로 인한 작전 반응속도 지연도 해소했다.
훈련과 행군 간에 어깨가 자주 쓸려 고생이 많았다는 진용호 하사는 “구형 특전배낭을 쓸 때는 행군에 앞서 별도로 패드를 구매해 청테이프로 감아놓거나 아예 쿠션을 재봉틀로 박아놓는 등, 개인적으로 전투효율을 높이기 위한 소소한 개조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특별한 장비의 최고 기능 ‘사기진작’
새로이 개선된 피복·장구류 가운데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선호도가 높은 것은 신형 전투화. 최 원사의 실험정신과 제작업체의 장인정신이 녹아들어 있는 이 장비는 시중에서도 서바이벌 게이머와 등산 동호인들에게까지 큰 인기를 얻을 정도로 탁월한 품질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강지웅 대위는 “지난 겨울 3박 4일간 눈이 발목까지 차는 지역에서 훈련을 했는데, 나중에 전투화를 벗어 보니 발과 양말이 뽀송뽀송했다”는 소감을 밝혔다.
한편 특전사의 상징과도 같은 검은 베레모도 이번에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돌아왔다. 기존의 베레모는 방모와 나일론의 혼방이라 각이 잘 안 잡히고 보푸라기도 많이 일어났다. 이 때문에 특전사에서는 개인정비 시간에 라이터 등으로 보풀을 제거하거나, 빨래집게로 베레모의 각을 잡아 걸어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100% 방모로 품질을 높여 이러한 손질 없이도 특전사만의 근사한 멋을 살릴 수 있게 됐다. 또 베레모 사이즈도 2개에서 4개로 늘려 다양한 머리 크기에 어울릴 수 있도록 했다. 베레모에 대해 특전사 요원들은 모두 “검은 베레모는 우리를 특별하게 하는 상징과도 같다”며 “타군과 차별화된 피복·장구류가 주는 최고의 기능성은 특전사의 사기진작”이라 입을 모았다.
미래의 특전사 피복·장구류 -초기능 특전복 등 2020년까지
특전사에서도 미래형 디지털 병사를 지향하는 피복·장구류 개선을 구상하고 있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진행될 개선계획 3단계에는 미래형 침낭과 초기능 특전복, 초기능 전투화 등을 포함하고 있다.
미래형 침낭의 주안점은 극소화와 경량화를 통해 사용자 편의, 전투근무지원 소요 감소를 도모하는 것. 또한 자동 온도조절 기능을 구현해 계절 구분 없이 사용 가능한 전천후 침구를 만들 예정이다. 초기능 특전복은 최첨단 섬유기술 개발을 통해 스텔스와 화생방 방호, 방투습, 흡한속건 등 통합 다기능화와 디지털 기기를 장착한 스마트 전투복 능력을 갖추게 된다. 초기능 전투화 역시 기능 통합을 통해 화생방전하에서도 별다른 추가 장비 없이 사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며, 대인지뢰로부터의 보호기능 추가도 주목할 만하다.
이 밖에도 방탄 성능을 강화하고 통신기, GPS 등 디지털 장비를 장착한 통합헬멧과 생체신호를 측정해 신체 및 심리상태, 부상 상태 및 부위까지 점검 가능한 통합 다기능 장구에 대한 구상도 갖고 있다.
김우엽(대령) 특전사 군수처장은 특전사 피복·장구류의 미래에 대해 “미래전은 첨단정보전이므로, 미래병사는 수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신속하고 정확하게 작전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며 “앞으로 특전사가 세계 최강의 부대가 될 수 있도록 첨단 스마트 피복·장구류 개발·보급 준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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