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가온교회의 러브투게더 사역.
청소년 가출 문제가 심각하다. 2021년 통계청과 여가부가 작성한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가출 경험 청소년은 11만 5471명으로, 전체 청소년의 2.9%로 나타났다. 학업 중단 청소년까지 합하면 가출 청소년 규모는 더 커진다. 가출은 각종 문제와 범죄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가출 청소년을 위한 정부와 세상의 인식과 대응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한다. 빛가온교회(담임 서길원 목사)는 방황하는 청소년들의 문제를 인식하고, 2014년부터 매주 금요일 식사를 제공하는 러브투게더 사역을 지속하며 삶의 방향을 잃은 청소년들의 회복을 돕고 있다.
가출 청소년을 돕는 사역으로 시작
‘러브투게더’ 사역은 교회가 가출, 비행 청소년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서부터 시작됐다. 평소에도 지역민을 위해 공간을 24시간 개방했는데, 가끔씩 청소년들이 교회에 와서 지내거나 잠을 자기도 했다고 이현우 러브투게더 담당 목사는 말한다.
“어느 날 새벽기도 가는 길에 선교관 예배실에서 담배 꽁초와 위장약 봉지를 발견했어요. 아이들이 왜 위장약을 먹는지 궁금증이 생겼죠. 담임 목사님의 지시 아래 확인해 보니, 집을 나온 청소년들이 PC방 등에서 지내면서 음식을 제때 먹지 못하거나 패스트푸드로 때우다 보니 위장병에 걸리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빛가온교회는 가출 청소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했고, 이 목사는 ‘아이들이 하루에 한 끼라도 제대로 된 집밥을 먹으면 마음도 따뜻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청소년을 위한 밥퍼 사역을 하는 곳을 수소문해 알게 된 다일교회의 구리 청소년 밥퍼 사역과 부천 청개구리 식당의 밥퍼 현장을 찾아 사역을 경험하며 배웠다.
러브투게더 사역의 탄생은 이 목사의 발품과 한 성도의 눈물겨운 헌금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중등부 교사로 섬기던 집사님이 백혈병으로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셨어요. 그분이 생전에 청소년부 사역을 위해서 기부 보험을 들어놓았는데, 나중에 보험사에서 연락이 와서 기부 보험금을 받게 됐죠. 고인의 뜻에 따라 그 재정으로 청소년 밥퍼 사역을 위한 트럭을 마련하고, 자원하는 성도들이 모여 함께 기도하며 준비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청소년 밥퍼 사역을 시작하려면 청소년들과 접촉점이 있어야 했다. 물론 청소년들에게 교회로 오라고 할 수도 있었지만, 빛가온교회는 세상으로 청소년을 찾아가는 것을 선택했다. 마침 교회가 위치한 노원구는 서울에서 두 번째로 청소년 인구가 많은 지역이었다.처음에는 청소년이 많이 다니는 노원 문화 거리에 장소를 물색했으나 쉽지 않았다. 장소 문제 해결을 위해 공공기관에 도움을 구한 끝에 금요일 6시 이후에는 구청 주차장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구청으로부터 허락과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러브투게더 사역이 시작됐다. 날짜는 청소년의 일탈과 탈선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날인 금요일로 정했다.
교회와 지역사회가 함께 섬기는 러브투게더 사역
러브투게더 사역은 그 준비와 실행 과정에서 성도들과 자원봉사자의 협업이 필수다. 여러 팀이 참여하는 이 사역은 철저한 분업화로 이뤄진다. 우선 금요일 새벽부터 교회 사역 팀이 구리 농수산물시장에 가서 당일 사용할 식재료를 확보한다. 오후에는 그 재료를 가지고 조리 팀이 음식을 만든다. 격주로 닭볶음탕과 제육볶음을 돌아가면서 준비하고, 밥과 국 외에도 세 가지 반찬을 준비한다.
배식 설치 팀은 오후 6시에 구청 보건소 앞마당에 텐트와 천막, 테이블과 의자를 설치하는데, 주로 남성들이 섬긴다. 7시부터 10시까지는 배식 팀이 청소년들에게 배식 봉사를 한다. 이때는 퇴근한 여성도들이나 비신자 봉사자들, 청소년 중에서 1365 사이트를 통해 러브투게더 사역에 신청한 이들이 배식 팀으로 섬긴다. 청소년들이 식사를 하는 동안, 지역의 전문 상담 팀과 노원경찰서 청소년 학교 전담 경찰관도 사복을 입고 와서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들을 상담하기도 한다고 했다.
10시에 식사가 끝나면 정리 팀이 와서 모든 설비를 정리하고 물건을 싣고 교회로 들어온다. 이때부터는 교회 성도들의 봉사 타임이다. 금요 기도회 예배를 마친 성도 중에서 자원한 봉사자들이 11시부터 러브투게더에서 사용한 식기를 설거지한다. 마지막으로 물기가 빠진 식기를 정리 팀이 제 자리에 갖다 놓는 것으로 사역은 마무리된다. 이렇게 조리, 설치, 배식, 상담, 설거지, 정리가 팀별로 운영되는데, 모두 40-50명의 성도 및 비신자들이 섬긴다고 한다.
봉사자도 다양하다. 지원자들은 대부분 배식 봉사를 자원한다. 부모가 자녀를 데리고 와서 교육 차원에서 봉사를 하는 경우도 있고, 예약 없이 오는 봉사자들도 있지만 일할 거리는 언제나 차고 넘치기 때문에 함께한다. 구청, 라이온스클럽, 해병대 전우회 등의 단체들도 봉사 연락을 해 오는 경우가 있어 겹치지 않는 선에서 배식하도록 배려한다.
하지만 초기 러브투게더 사역이 미약했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불과 2-3명의 청소년만 찾아왔다. 이 목사는 청소년들에게 러브투게더를 홍보할 필요를 느꼈고, 가출 청소년들이 지내는 곳으로 찾아가 전단지를 전하면서 알렸다고 한다. 처음에는 거부감을 표현하던 청소년들이 친구를 따라 한두 명씩 찾아오기 시작했다. 경찰서에 있던 청소년들이 우연히 식사를 하고 반응이 좋아서 다시 찾아오는 청소년들이 늘어나, 이제는 매주 70-80명이 이용한다고 한다.
초기에 러브투게더에 찾아오는 청소년들 중에는 주로 비행 청소년이 많았다. 사건 사고에 연루돼 다음날 경찰서에 출석해야 하는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다. 이 목사는 2016년 이후로는 외롭고 대화할 상대가 없어서 혼자 찾아오는 청소년들이 점차 늘었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거나 부모가 방치한 아이들, 공부에는 관심이 없거나 마음과 생각이 병들어 있는 친구들이 많아 전문 상담 팀은 이들에게 말을 걸고 상담하는 데 집중한다. 또 가출 청소년은 시립청소년지원센터나 청소년 쉼터를 소개해 그곳에서 거주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러브투게더 사역이 꾸준하게 진행되면서 알려지자 배식 외의 다양한 게임이나 버스킹, 마술쇼 등을 통해서 함께하는 봉사자들이 생겨났다. “많은 분이 재능기부를 통해서 함께해 주시기도 하고, 교회에 다니시지는 않지만 과일을 후원해 주시는 분도 계십니다. 격주로 피자를 후원해 주시는 피자 가게 사장님도 계십니다. 특히, 구청 공무원들이 교회를 보는 인식이 많이 달라졌어요. 이 사역이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꾸준하게 지속되는 것을 알고, 또 경찰서와 구청이 함께하는 협력 사역이라는 점에서도 인정해 주고 있어요. 심지어는 섬김을 받은 아이들이 철수 시간이 되면 우릴 돕는 경우도 있어요.”
러브투게더 사역의 유익
러브투게더 사역을 통해서 얻은 유익은 여러 가지다. 우선, 사역에 대한 관심과 섬김을 통해 성도들의 신앙이 성장하는 계기가 된다. 성도들이 러브투게더 사역을 통해 현장에 와서 여러 가지 모양으로 섬기면서, 평상시에도 교회에 좋은 일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성도들이 늘었다. 가정의 환갑이나 결혼 등의 잔치가 있을 때 기념 헌금을 하는 경우가 많아 헌신과 봉사의 좋은 기회가 된다. 주일 봉사도 하지만 금요일 밤에 철거 팀이나 설거지 팀으로 봉사하는 성도도 많다.
또한 러브투게더 사역은 새신자 정착에도 유익하다. 가령, 전도한 새가족을 교회로 먼저 데려오지 않고 러브투게더 봉사 현장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섬김을 통한 기쁨, 교회가 지역사회에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인식을 가지게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교회에 대한 좋은 인상을 받고, 교회에 정착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목장 구역에서도 일 년에 한 번씩 러브투게더 봉사에 참여하기에 성도들이 사역의 보람을 느끼게 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또한 교회에 대한 지역사회의 긍정적인 인식 변화도 빼놓을 수 없다. 실제로 노원구청은 빛가온교회에 대해 꾸준하게 청소년을 사랑하고 섬기는 교회로 인정한다.
이 목사도 러브투게더를 통해서 비신자, 특히 비행 청소년이나 왕따 청소년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 얼마나 귀한지 경험했다고 한다. 청소년들에게 먹거리를 제공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들의 상처와 아픔, 속상함과 연약함을 꺼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그들과 삶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기쁘고 귀한 일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유익은, 러브투게더에서 섬김을 받았던 청소년들의 변화다. 상담을 받고 가족 품으로 돌아가는 청소년부터,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새 삶을 살거나, 신앙을 가지는 경우도 있다. 러브투게더에 왔다가 주님을 믿고 교회 캠프에 같이 참여하거나 성도가 된 친구도 있다. 섬기는 이들의 변화도 있다. 봉사자로 왔던 비신자가 교회가 선한 일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교회에 등록한 경우도 있다.
“청소년 중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친구들이 있어요. 주로 배달 알바를 하는데,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아요. 그러다가 사고가 나면서 중환자실에서 부모가 가출한 자녀를 찾고 다시 부모 품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었어요. 혼자 태권도복을 입고 우리를 찾아왔던 5학년 초등생은 지금은 19세가 돼 직장에 취직했고, 한 달에 한 번 봉사자로 섬기고 있어요. 또 한 명은 대학에 진학해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면서 매주 러브투게더에 와서 봉사하기도 합니다. 그 청년은 통일 이후에 북한에서 밥퍼 사역을 하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어요.”
청소년 밥퍼 사역의 주의사항
사역의 주의사항도 있다. 첫째, 교회가 아닌 지역에서 천막을 치고 하는 사역이고, 날씨와 계절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과 성도와 비신자들이 함께 섬기는 자리기 때문에 교회 색채를 빼고 진행해야 한다. 또한 청소년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면서 교회에 나오라고 권면하지 않는다. 청소년을 만나서 기도나 안수를 하는 것도 금지한다. 단지, 봉사를 시작할 때 이 목사가 기도하고 ‘아멘’으로 화답하는 정도만 진행한다.
둘째, 러브투게더는 전적으로 청소년을 위한 섬김 사역이다. 왜냐하면 청소년 외의 사람들이 찾아오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금요일 저녁이라 중년들이 포장마차로 오인하고 찾아오기도 하고, 형편이 어려운 어르신이 와서 밥을 달라고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때마다 청소년 식당이라고 말하고, 불만을 표현하시는 분들께도 청소년만을 위한 공간이니 이해해 달라고 정중히 말씀드리고 돌려보낸다.
셋째, 질서를 잘 유지하는 것이다. 청소년들끼리 시비가 붙는 경우도 있지만, 사복 경찰이나 해병 전우회 봉사자들이 질서를 유지하기 때문에 안전하게 운영할 수 있었다. 학교 담당 경찰관이라서 청소년들을 만나고 다루는 것에 매우 노련하기에 이들과 함께하는 것이 좋고, 사전에 청소년들에게는 서로 물건을 빼앗거나 훔치거나 싸우는 일을 하지 않도록 주의시키기도 한다.
코로나 이후의 러브투게더 사역의 변화
러브투게더 사역은 코로나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특히, 노원구청 보건소 자리에 선별 진료소가 들어서는 바람에 중계근린공원으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정부의 방역 수칙에 맞게 음식을 도시락처럼 나눠 주는 사역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현재는 함께 식사를 할 정도로 회복됐다고 한다.
그런 와중에 사역 팀이 모색한 또 하나의 방식은 찾아가는 사역이다. 노원구 안에서 가출 청소년들이 모여 사는 센터에 찾아가서 먹거리를 전달하고 안부를 묻기도 한다. 또한 노원구 새터민 청소년들이 사는 장소에도 찾아가 식사를 전달하기도 했다. “새터민 아이들은 한부모 가정도 있고, 부모가 일 때문에 자녀와 떨어져 사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25명의 새터민 청소년에게 먹거리를 나누거나 성탄절에 성도들이 러브박스를 선물해 주면서 섬기기도 합니다.”
코로나 기간에도 멈춤 없이 사역을 하다 보니 구청에서도 러브투게더를 주민참여예산 지원 사업으로 3년간 선정했다. 이 목사는 러브투게더는 작은 교회도 시도가 가능한 사역이라고 말했다. “빛가온교회가 남양주에 있는 작은 교회인 힘찬교회를 지원했는데, 지금은 남양주 화도읍 주민센터에서 청소년 밥퍼를 시작하면서 지역 내 명물 사역이 됐어요. 성도들도 금요일에는 예배 대신 사역에 함께 동참하면서 교회도 성장했지요. 이처럼 러브투게더 사역을 배우려는 교회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첫댓글 정말 귀한 사역을 감당하고 계시네요~
그들과 삶을 나눌 수 있는 것이 정말 귀하고 밥퍼 사역의 주의사항도 참 좋으네요~♡
이런 사역을 감당하는 교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