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부동산 산업의 미래(2) - 도시재생
건국대학교 미래지식원 부동산학 전공 주임교수
한국도시재생경제연구소(KUREI) 소장 / 부동산학 박사
//realestate.konkuk.ac.kr
집값의 급등, 지방(인구)소멸, 그리고 오프라인 매장의 위기는 오늘날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과 산업이 직면하고 있는 냉혹한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산업은 과연 미래에도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까? 지난 편에서 필자는 그 지속가능성을 위해 부동산+생활+창업+IT를 결합하여 지역기반의 생활 비즈니스 플랫폼을 창출하는 ‘부동산종합서비스’와 부동산+여행+창업+IT를 결합하여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는 ‘도시재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고, 그 중 부동산종합서비스에 대해 살펴봤다. 이번 편에서는 도시재생을 다뤄보도록 한다.
도시재생 사업의 필요성
도시재생이란 인구의 감소, 산업구조의 변화,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 주거환경의 노후화 등으로 쇠퇴하는 도시를 지역역량의 강화, 새로운 기능의 도입·창출 및 지역자원의 활용을 통하여 경제적·사회적·물리적·환경적으로 활성화시키는 것을 말한다(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2조). 즉 도시재생은 쇠락한 지역을 다시 활동적인 지역으로 재생(Revitalization)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이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겹치면서 지방의 중소도시의 경우 가까운 미래에 인구감소는 물론 도시의 축소와 소멸까지 예상되는 상황이다. 대도시 역시 건축물의 노후화가 확산되고, 도시 내부의 불균형으로 인해 쇠퇴한 지역에서는 일자리 감소와 주민 삶의 질적 하락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신산업·일자리·지역상권을 확대하고 도시 커뮤니티를 부활시키며 건축물·기반시설의 리모델링, 문화시설 유치 등을 통해 도시의 활력과 매력을 재창출하는 도시재생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의 도시재생 사업은 여러 가지 비판을 받고 있다. 먼저 도시재생이 해당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주민들이 주도하는 것이 아닌, 관 주도로 추진된다는 점이다. 도시재생의 트렌드가 물리적인 환경조성에서 지역 특유의 역사·문화에 대한 스토리텔링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아쉬운 부분이다. 물론 주민참여 열의가 너무 강한 일부 지역들의 경우 주민 간 의견대립으로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한 경우도 있다. 이에 따라 지자체에서는 도시재생 소통전문가인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를 배정하기도 하는데, 효과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다음으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에 대한 비판이다. 특히 서울시의 경우에는 지난 10여 년에 걸친 도시재생 사업의 결과 낙후된 단독주택촌의 땅값이 급등하고 원 거주민이 쫓겨나는 문제들이 발생했다. 사실 서울의 경우 과연 도시재생이 필요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도 제기된다. 인구감소로 인해 재개발 자체의 사업성이 없는 지방의 경우와 달리 낙후되긴 했지만 재개발 사업성이 아주 높은 서울 지역의 주민들이 재개발을 포기하고 도시재생에 협조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림> 도시재생과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 출처 : NAVER 지식백과
전면 철거를 전제로 하는 도시재개발 사업은 중앙주도(Top-Down), 대규모 계획을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특징이 있다. 반면, 도시재생 사업은 지역주도(Bottom-Up), 소규모 계획을 중심으로 생활밀착형 주거복지 실현, 주민재정착과 지역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추진된다는 특징이 있다. 이렇게 특징과 효과가 각각 다른 도시재개발과 도시재생 중 어느 것이 우월하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그 지역의 현황에 따라 효과적인 사업모델이 달라진다. 다만 서울과 달리 인구가 소멸하고 있는 지방의 경우에는 도시재생 사업 말고는 답이 없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도시재개발은 건축·토목공사 등 Hardware 중심의 사업이었고, 최근 진행된 도시재생 사업 역시 여기에 문화시설 유치 정도만 추가될 뿐 Hardware의 개선이라는 관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각 지역의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도시재생 사업은 대부분 일회성, 보여주기식 사업에 그치고 지속가능성이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장기적인 사업성이 불투명하여 민간투자를 활성화시키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와 지자체에서는 경쟁적으로 도시재생 사업에 많은 공적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막대한 공적 자금이 지속성과 효율성이 낮은 사업에 투입된다는 것은 국가경제에 있어서 큰 낭비일 뿐만 아니라 침체된 지방경제를 살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친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된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방을 활성화시켜 국토를 균형 있게 발전시키는 것은 우리 헌법상의 중대한 가치이며, 우리나라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책무다.
필자가 제시하는 도시재생 사업의 바람직한 방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문화·관광 콘텐츠 등 Software 중심의 도시재생을 통해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인다. 둘째, 장기 지속적인 운영관리가 가능하도록 수익성 있는 합리적인 사업모델을 개발한다. 셋째, 지역일자리 창출, 지역사업체 활용 등을 통해 사업이익의 많은 부분을 지역경제에 환원한다.
도시재생 사업은 어느 한 분야에서 주도할 수 없고 부동산, 문화·관광 콘텐츠, 지역 및 도시계획, 건축, 경영관리, IT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의 공동연구가 필요한 융·복합 산업이다. 부동산 전문가는 도시재생의 사업성과 수익성을 높여 민간투자를 유인하고, 이로써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방안을 연구한다. 문화·관광 콘텐츠 전문가는 지역의 특성을 분석하여 지역에 맞는 콘텐츠를 개발하고, 이로써 인구유입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한다.
지역 및 도시계획 전문가는 공공적 측면에서 지역과 도시를 조화롭게 발전시키는 방안을 연구한다. 건축 전문가는 재건축·리모델링·인테리어 등을 통해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한다. 경영관리 전문가는 사업의 가치를 높이고 장기 지속가능한 운영관리 방안을 연구한다. 그리고 IT 전문가는 모바일, 정보기술(IT)을 활용하여 지역관광과 도시재생 활성화 방안을 연구한다.
한편 골목길 경제학자로 불리는 연세대학교 모종린 교수는 골목산업을 중심으로 한 도시재생에 있어서 다음의 4가지를 주장한다. 첫째, 현재 골목산업에서 절대적으로 부족한 고숙련 자영업자를 공급하기 위한 새로운 양성 시스템의 구축이다. 둘째, 골목산업이 열악한 지역 도시에서 국제적 경쟁력을 가진 골목상권을 단기간에 육성하기 위한 도시형 관광단지 사업 추진이다. 셋째, 현재 비공식적으로 이루어지는 소상공인 창업 시장의 제도화다. 넷째,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대책이다.
<그림> 도시재생과 골목산업의 성공조건 // 출처 : “골목길 자본론”(모종린, 다산북스, 2017)
부동산, 여행이 되다 - 도시재생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여행산업과 부동산의 결합을 통한 도시재생이다. 이를 통해 여행트렌드의 세계적인 변화흐름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여행은 살아보는거야!”라는 문구처럼 최근 새로운 여행 트렌드는 문화재 등 역사유적과 자연경관 중심의 전통적인 관광에서 벗어나 다양한 테마를 갖춘 도시여행으로 바뀌고 있다. 도시여행 특히 소도시여행은 체험과 경험, 공감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내세운다.
이러한 트렌드의 변화는 모바일 등 정보기술(IT)의 발달에 기인한다. 여행자들은 모바일 APP과 내비게이션 등을 활용하여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외딴 곳까지 찾아가서 새로운 체험과 경험을 하고 이를 인스타그램 등 SNS에 공유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이로 인해 뜻하지 않게 지역이 활성화되고 부동산 가치가 오르는 것을 우리는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대도시보다는 소도시, 작은 동네, 골목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패키지 여행 등으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여행방식은 변화가 불가피하고 관광지 개발과 문화시설 유치에 치중했던 기존의 관광정책은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도시여행자들을 끌어들이는 도시문화의 개발이 필요하고 이것이 여행산업과 도시재생이 결합되어야 할 이유다.
모바일과 IT 산업의 발달은 지역과 부동산에 새로운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저출산과 인구감소·고령화·1인가구 증대 등 사회구조적 변화와 함께 소비와 주거·교육문화 및 업무형태 등 라이프스타일의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향후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공간과 부동산의 개념이 ‘소비’를 위한 장소에서 물리적인 공간에서만 가능한 ‘체험’과 ‘경험’을 위한 장소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SNS와 내비게이션 등의 기술발달에 힘입어 입지적 한계를 극복한 상업용 부동산 개발사례들이 속속 나타나고,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부동산의 내부적 콘텐츠 개발이 더욱 중요해졌다.
말 그대로 새로운 길이 뚫린 것이다. 과거에는 도로가 뚫리는 것이 그 지역의 최대 호재였다면 현재는 그러한 물리적인 길이 아니더라도 IT를 통한 가상의 길을 뚫을 수 있다. “사람 길이 열리면 경제가 살아납니다!”라는 서울로 7017의 홍보문구에서 보듯이 길이 뚫리면 그 지역의 경제는 살아난다. 지자체는 모바일 APP 등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활용하여 그 지역으로 통하는 새로운 길을 뚫어야 한다. 이러한 APP은 ①‘정보’, ②‘재미’, ③‘공감’, ④‘실용성’이라는 4가지 요소를 갖추어야 경쟁력이 생길 것이다.
모바일 APP의 운영자는 ‘정보’제공을 통해 여행지를 간접 체험토록 하고 연계성을 높인 특색 있는 코스를 개발하여 여행자들을 그 길로 유도할 수 있다. 여행을 일종의 온-오프라인을 결합한 게임化함으로써 여행자에게 랭킹과 리워드를 제공하면서 ‘재미’를 높일 수도 있다. 한때 유행했던 ‘포켓몬 고’ 게임을 참고할만하다. ‘공감’의 가치가 중요해지므로 APP 상에 같은 취향을 가진 여행자들을 위한 커뮤니티를 구축해야 한다.
활성화된 커뮤니티 시스템을 통해 맛집 등에 대한 소위 ‘찐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현재 시스템으로는 SNS 상에서 광고를 걸러내고 여행지 맛집에 대한 진정한 정보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배달의 민족’ 등의 배달 APP들이 소비자의 평점과 공감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여행자가 자신만의 개성이 담긴 여행코스를 개발하여 다른 이들과 공감하며 그 코스에 이름을 붙여 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일들도 모바일 APP에서는 구현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실용성’의 측면에서는 해당 지역에서만 사용가능한 지역화폐를 활용할 수 있다. 모바일 APP과 GPS 기술을 통해 지자체가 해당 지역의 여행자들에게 지역화폐를 실시간 제공하는 것도 가능하다. 현재 여러 지자체들이 거액의 예산을 들여 단체관광을 끌어오기 위해 돈을 대거나 큰 효과 없는 홍보비 등을 지출하고 있다. 어차피 예산은 써야 하고 유동인구 유입이라는 보여주는 실적을 위해 그리하는 것인데, 그러한 예산으로 차라리 지역화폐를 활용한다면 여행객 유치나 지역경제 활성화에 더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된다.
모종린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건축, 디자인, 공공미술, 문화시설·행사유치 등에 치중하는 전통적인 도시재생 사업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도시문화의 핵심은 다양한 개성과 창의성을 갖춘 소상공인이라는 것이다. 다양한 소상공인 창업이 활발해질 때 그 도시가 활성화되고 재생된다. 자생적인 도시재생이 이루어진 홍대, 가로수길, 이태원, 성수동 등이 모두 이러한 과정을 거쳤다.
따라서 도시재생 사업에서 국가나 지자체가 해야 할 일은 경쟁력 있는 거점 상업시설을 유치하여 기본적인 유동인구를 확보하고 여기에 더해 지역에서의 다양한 창업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이때 지역의 거점이 되는 상업시설로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매장들도 괜찮을 것이다. 이를 통해 인구를 유인하는 효과가 있고 지역의 개성과 다양성은 창의적인 소상공인들로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거점 상업시설들은 수익성이 낮은 지역에 진입하는 것을 꺼리므로 지자체의 적극적인 유치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한국과 일본의 부동산 회사들은 기존의 개발·분양을 통해 EXIT하는 전략에서 벗어나 개발 후 직접 임대·운영관리까지 함으로써 부동산의 장기 지속적인 가치 상승에 기여하는 사업모델로 전환하고 있다. 만약 지자체에서 나서기 어렵다면 이러한 민간 기업이 상업시설 유치에 앞장서고 지자체는 도로·공공시설 등 인프라 지원으로 뒷받침해주는 민관협력 모델도 고려할 만하다.
해당 지역의 창업이 활성화되려면 먼저 이를 컨설팅하고 중개하는 비즈니스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임대차와 권리금을 중개하고 창업자를 교육·컨설팅하는 일 역시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부동산종합서비스가 담당할 몫이다. 넓게 보면 도시재생과 부동산종합서비스는 결국 연결된다.
지금까지 두 편에 걸쳐 부동산 산업의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한 아이디어를 정리해봤다. 부동산은 우리나라 전체 자산과 국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관련 종사자가 매우 많은 산업이다. 부동산과 연관된 전·후방산업을 합치면 그 규모는 더욱 커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태껏 부동산은 시장 측면에서만 주목을 받았지 산업 측면에 대한 관심과 연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살펴본 것처럼 부동산 산업은 단지 전통적이고 고루한 산업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산업과 결합하여 혁신을 이루고 국가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산업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와 산업종사자들의 대대적인 인식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필자 : 최 우 석
-(현)건국대 미래지식원 부동산학/경영학 교수
-(현)한국도시재생경제연구소(KUREI) 소장
-서울대 경영대 졸업(경영학사)
-서울대 법대 졸업(법학사)
-건국대 부동산학 석사/박사(부동산금융투자 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