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쑥쑥밭 일구던 것이 엊그제같은데 벌써 여러 절기 지나 고구마를 캐고 마늘 심는 때가 되었어요. 거름기가 이미 충분할 거라 생각하고 오줌액비 몇 번 준 게 다였는데 모든 작물이 더디 자랐고 열매맺는 시기에도 아주 작은 씨알들 몇 개 달렸어요. 올해는 새땅 알아가는 시기였다 여겨요.
<인제할머니오이>
무더위 식혀주던 고마운 오이, 올해는 푸른 오이는 다섯 손가락 안으로, 노각도 몇 개 먹은 것 같아요. 하나 하나가 귀했던 오이! 그래서 더 고맙게 먹었습니다.
<얼룩토마토>
토마토 국수를 몇 번은 해먹고도 남을 토마토를 거두다가 올해는 몇 알 얻어 한 알 한 알이 고맙고 아주 꿀맛이었어요. 긴 비 동안 그리고 이후에도 비가 자주 내려서 그런지 붉은 열매를 거의 거두지 못하고 겨우 씨알 남겼어요.
<쇠뿔가지>
가지가 매년 풍년이라 밥상에 그만 내라는 원성이 자자했던 가지도 올해는 갈 때마다 손가락 만한 한 두개를 얻으면 다행이었어요. 가지나물 좋아하는 저는 쪄서 무쳐먹고 아이들은 간장찍어 먹고 몇 번은 밥상에 모셨으니 감사하고 씨할 것 단단해져서 잘 매달려 있어요.
작고 앙증맞은 가지만 달리다가 갑자기 한 열매가 엄청나게 커서 놀라움에 사진을 남겼어요.
<제주검은찰옥수수>
몇 년 심어본 중에 올해 가장 키가 작게 자라서 다른 작물을 많이 가리지 않아 좋았어요. 큰 바람에 거의 쓰러졌는데 바로 다음 날 못 가고 며칠 뒤에 쓰러진 채로 뿌리가 단단히 고정이 되어 생명을 이어가는 것 보았어요. 쓰러지면 쓰러진채로 그렇게 생명을 이어가는 모습이 울컥하면서도 장하고 본받고 싶었어요. 부러지지 않을 정도로 일으켜 세워주고 서로 묶어주었어요.
<수세미>
지금도 밭에서 한창때를 보내는 수세미에요.
수세미 달린 쪽만 거름기가 있는지 주렁주렁 많이 매달려있어요. 벌써 몇 개 따서 추석 때 선물꾸러미에 넣기도 하고요. 참 볼 때마다 배부른 수세미에요.
<무릉배추>
여름내 빛 잘 드는 곳에서 모종내서 본잎 3쌍 정도 되었을 때 밭으로 갔어요. 가자마자 그물이 되도록 계속 먹히는데 전에 보던 배추벌레는 잘 안 보이더라고요. 애가 탔어요. 아무리 서로 나눠먹는다 해도 이건 너무 먹고 있는데, 어떻게 도와줄 수가 없고 똥만 보이지 계속 먹고 있는 벌레는 누구인지 알 수가 없어 답답했어요.
그래도 몇 그루 잘 버티고 살아남아 열심히 자라고 있어요.
<진주대평무>
무 잎사귀도 그물이 되었지만 지금은 고비 잘 넘기고 쑥쑥~
<들깨>
제가 심은 것은 두 차례나 싹이 움트질 못해 옆에서 솎아다 심었는데 쑥쑥 자라고 익어 오늘 거뒀어요.
들깨 심는 법을 차근히 잘 배워야겠어요. 초기 들깨 싹 트고 자라는데 물이 중요한데 잘 살펴야겠어요.
들깨 거둘 때는 향긋해서 참 좋아요. 토마토, 들깨 등 스치기만 해도 향내나는 작물 향이 해가 갈수록 진하게 느껴져요.
<갓끈동부>
무더운 날 갈 때마다 넉넉히 따와 잘 먹었어요. 그냥 볶아먹고, 카레나 짜장에 넣어 먹고 여러 요리와 잘 어울려요.
<남사차수수>
망을 씌워 벌레로부터 보호했는데, 어떤 수수는 통풍이 안 되어 곰팡이같이 피기도 했어요.
키 큰 수수 망씌우기 쉽지 않았지만 그대로 유연해서 잘 구부려지더라고요. 큰 바람불어 다 뿌리째 들렸는데 그대로 뿌리내려 있어 다시 제자리로 세우려니 옥수수와 마찬가지로 이미 옆으로 누운채 길이 나 부러지려 했어요. 적정선까지 일으키고 서로 혹은 지줏대에 묶어주었어요. 바람 불어 넘어가면 바로 가서 살펴줘야겠다 배웠어요.
<만수국>
홍천서 뿌리채 나눔받아 잘 자리잡아 몇 번 꽃따서 덖어 차로 마시고 있어요. 으슬으슬 춥고 한기들 때 몸따숩게 해줘서 고마운 차에요.
<쪽파>
작년에 심어 올 봄 캔 쪽파에요. 다시 흙으로 들어갔어요. 들어갈 때라고 알려주듯 싹도 올라와있었어요.
<흰당근>
향이 진하고 참 반가운 흰당근!
올해도 여러 번 캐먹고 겨울 나 씨앗받으려고 여러 뿌리 밭에 남겨뒀어요.
<천일홍>
봄부터 심으려고 한 천일홍. 일터가 바빠 마음만 가득이지 뒤늦게 한여름 맞아 일터에 심었어요.
해마다 봄엔 발아가 잘 안 되더니 뜨뜻한 날 씨앗뿌려 놓으니 해도 넉넉하고 물도 자주 주니 넘치게 움트네요.
하늘땅살이 여러 해 하다 보니 요령도 생기고 몸에 맞게 적정한 선을 찾기도 하고 이젠 꽃도 심어 마주 보는 여유도 생기네요. 반찬거리 떨어졌을 때 밭에 가서 근대 몇 장 뜯어 와 된장국 끓이고, 깻잎 따와 장아찌 담가 먹고, 오이 가지 따와 바로 먹는 일상, 참 고맙고 든든해요. 내년엔 이 밭을 어떻게 만나가야 할 지 그려보게 되네요.
지난 주와 오늘에 걸쳐 고구마 캐면서 큰 일은 다 한 것 같아 마음이 시원~~하네요. 고구마 캐면서 계속 구부려 힘쓰니 땀이 뻘뻘나고 무릎과 허리가 불편하지만 캐도 캐도 나오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몰라요. 딴딴한 흙 속에서 보화를 캐내느라 구슬땀 흘리고, 고구마가 자꾸 끊겨 내년엔 고구마 밭을 잘 일궈서 해야겠다 크게 배우고요. 고구마 두 덩이에서 이리 많은 선물을 내어주는 씨알과 땅이 신기하고 신비로워요. 팥거두고 마늘 심고 무배추 거두면 농한기 맞아 팥 꼬투리 갈무리하는 긴긴밤 맞을 것 같아요.
첫댓글 배추가 고생했네요. 그렇게 자라는 과정 지켜보면서 밥상까지 올라온 모습이 참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