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는
하얀 얼굴 고운 소녀는 수줍은 듯 고개 숙이고
엄마 몰래 발랐을까 분홍 립스틱
어느 봄날
처음 발라 본 분홍색의 수줍음에 차마 얼굴 들지 못하고
산마루 작은 바람은 살랑살랑 소녀를 희롱하고 있다
-은방울꽃-분홍, 홍천에서-
어느새 소녀는 수줍음을 알게 되고
분홍 빛깔은 마음에서부터 마침내 얼굴까지 물들었다
고운 마음은 '요정들의 사닥다리'를 어여쁘게 꾸미고 어디서 올까 요정들은....
아름다운 봄날 요정들을 기다리고 있다
-은방울꽃-분홍, 횡성에서-
언젠가 꿈속에서
나는 참 고귀한 모습이었지
지금의 현실에서 그 누구도 부럽지 않아
누구도 가질 수 없는 보릿 빛깔 귀고리 살랑이면
나는 더 아름답다는 걸 느끼거든....
-당개지치-
"깨순이 어디있니? 깨순이 어디있어?"
산길을 오르며 숲에 대고 소리친다
언제 봐도 귀여운 아이 그래서 또 보고픈 아이
지나던 바람이 풀숲을 헤치며 깨순이를 찾아주니
그 바람 오늘따라 고맙기만 하다
-금강애기나리(금강죽대아재비)-
팔랑팔랑 날아와 나를 앞서가더니
언제 앉았을까 저 잎새 위에....
"이왕이면 꽃에 앉지"
내 마음을 읽었는지 팔랑팔랑 날아 미나리냉이꽃을 지나더니
결국은 또 나뭇잎에 앉아 살며시 나를 쳐다본다
이 산중에 이 녀석 약 올리나 보다
-애기세줄나비-
어디선가 녹슨 쇳조각 하나 날아와 하얀 꽃위에 떨어진다
꽃이 아플까 치워주려 하니 살그머니 옆으로 도는 쇳조각
가만히 보니 더듬이도 있고 눈도 있네
괜스레 미안함에 서둘러 눈에 안 띄는 곳으로 달려 나온다
-쇳빛부전나비-
무엇이 그리 힘들었을까
잘 다듬어진 산길이었는데
터덜터덜 걷는 길가에 예쁜 웃음 하나 있다
-양지꽃--
언제부터였을까
고운 선녀 몇몇이 이 계곡에 내려왔다
화려한 선녀복 살그머니 벗어 놓고 골바람에 마음을 식히던 날
갑자기 만난 나를 보자 부끄러움에 살포시 고개 숙인다
-너도제비란-
-큰애기나리-
-큰구슬붕이-
-둥굴레-
-부처사촌나비-
첫댓글 유럽에서 향수 만든다고 유명하던데 혹시 검은손 업어갈라 ~~~
화창한 날 나비 날아 들고 꽃은 외롭지 않을것 같아요..꽃도 계속 진화 한다지요...화장빨 더 찐하면 벌나비 문전성시 이룰까요...멋작 즐감이요~~~`굿~~`
감성이 넘치는 하얀 상어님표 역시 멋지고 좋습니다.
하나하나 자꾸 더 보고 싶어지는 구성과 글들이 오래 머물게 되네요.
멋집니다.
저는 눈이 휘둥그레지네요 이건 정말 반칙이에요.
하얀상어님만의 독특한 기술 이번 기회에 꼭 공개해 주세요.
배가 아프고 머리가 복잡해지네요 너무나 멋진 작품 때문에...
고운사진에 감성깃든 스토리가 어쩌면 그리도 술술 나올까요
잘 만들어진 어른동화 한편을 읽은것같아 감동 그자체입니다
당개지치 그림자버젼은 전무후무한 불후의
명작입니다.
쫒아가기 버거운 세밀함의 끝을 체험합니다
화사함이 야생화의 정점을 보여 주네요
감성으로 표현하시고 다양한 종들의
포즈가 넘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