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6. 3
도무지 이 집단은 무엇일까?
무엇이기에 이리도 이미 한물 지나간 과거의 노래들 부르며 행복해 하는 것일까?
인기있는 가수나 다른 사람의 노래를 듣고 박수를 쳐 주는 것이 아니고
이 들은 모두 떼창으로 그 오래 전의 노래들을 머리 깊은 곳에서 꺼내어
따라 하고 있다.
그렇다고 요즘 젊은이들처럼 신나게 발을 구르고
몸을 흔들며 춤추는 것도 아니고
그냥 조용히 앉아서 입으로만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도
행복해 하는 얼굴들을 보고 있으려니
이 들의 과거가 궁금하다
노래를 부르는 시간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누군가 기타만 치면 저절로 노래가 흐른다.
기타 선율이 흐르는 동안 그 노래가 끊이질 않는다.
외부적인 요인이 없다면 아무도 그만하자고 나서는 사람도 없다.
한창 젊은 10대와 20대에 형님이나 누님들 그리고
부모님이 부르시던 트롯트가 내 적성에 안맞는다고
생각되는 젊은이들이 포크송을 부르기 시작했다.
퇴폐적인 서구 문명이 우리 아이들을 버리고 있다고 하고
가사들이 현 정부를 비판하는 노래들이라고
너무 비관적인 노래들이 있다고
방송에서 마구 가위질하고 마음대로 가사를 바꾸던 시절에
이 들은 반항적으로 이 노래들을 배웠을 것이다.
나도 그 중 하나였다.
그러다가 어느 때 부터인가 댄스음악과 함께
도무지 이해 못하는 가사들이 포함된 대중가요가 나오고
칼러 TV에서 보여지는 현란함이 마음에 드는 신세대들 속에서
다방에서 DJ들이 쪽지의 신청곡을 받아 LP판으로 노래를 듣던
50~60세대들은 어느 때 부터인가 우리의 노래들이 슬그머니
사라져 버린 것을 알고 우리끼리 뭉치기로 했다.
그런 모임이 바로 인터넷상에서 시작한 바람새였다.
90년대 중반에 하이텔을 시작하고 상업 통신의 CUG로
하나로 된 사람들이 음악을 공유하고 모이더니
인터넷 세대에 맞추어 사이버 공간에 카페라는 것을 만들었다.
또한 오래 된 가수들의 팬클럽이 만들어 지고
나름대로 향수를 즐기며 살아가고 있다.
2017년 바람새의 모임이 1박 2일로 양양에서 있었다.
처음 참여하는 이 모임에 가고 싶어 좀처럼 빠지지 않는
주일 예배도 불참했다.
우리에겐 부모님에게 받은 이름이 없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선택한 것처럼
내가 만든 이름들로 모든 것이 통한다.
새들도, 꽃도, 자연도, 국적없는 예쁜 말로
우리 스스로에게 참 잘 어울리는 옷을 입었다.
멀리 양양가는 길.
토요일이 교통 체증이 심하다.
그러나 다른 차끼리 서로 교신하며 가는 길은 즐겁기만 하다.
휴게소에서 만나 생전 처음 보는 얼굴도
이미 우린 모두 익히 아는 사이들이다.
진행팀에서 모든 것을 준비했다.
속초에서 이 세상에 하나 밖다는 전복해물뚝배기를 파는
음식점을 찾아가 줄을 서서 먹는 즐거움은 여행의 기본이다.
수없이 많은 젊은이들이 줄을 서서 사먹는 씨앗호떡과 닭강정이 유명한
속초전통시장에 들어가 싱싱한 멍게와 섭같은 해물을 사서 입이 즐거운
저녁식사를 기대하는 것도 모두 다 같이 함께 했다.
양양으로 향하고 있는데 차 안에 있는 일행들의 핸드폰에서
동시에 문자가 도착했다.
오늘 동해바다에 너울성파도가 심하니 각별히 조심하란다.
마침 이전 년도의 행사에는 늘 스쿠버다이빙으로 해서
잡아 온 해물을 먹었다는데 오늘은 모두 사서 먹는 것으로 했다며
다행으로 생각했다. 아니면 진행팀에서 미리 알고 있던 것일까?
점심식사를 하고 숙소로 향하는데 동해 바다에
거대한 파도들이 밀려 오고 있어 모두 탄성을 질렀다.
저녁식사 장소인 바닷가 식탁에서 보니 그 파도는
멀리서 보던 것 이상으로 금방이라도 쓰나미가 올 듯
하얀 포말들이 우리 바로 앞에서 부서졌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런 몇 미터 높이의 파도가 밀려와도
바람은 거의 불지 않았다. 너울성파도가 그런 것이었던가?
다른 일행이 미리 옆 자리에서 식사를 끝내는 참이었다.
금방 멍게를 손질하고 큰 홍합같은 섭을 끓여 따로 가져 온
회와 함께 즐긴 후 노래가 시작되었다.
구성지게 부르는 하모니카 소리에 모두 흠뻑 빠져 있을 때
옆 팀에서는 앰프를 준비하고 섹소폰을 준비했다.
우리 노래가 시작된 후 도무지 그치지 않으니
옆팀에서 자기들은 이 장비들을 인제에서 돈들여서
빌려 왔다고 사정하며 마이크로 노래를 불렀다.
통기타의 맑은 소리와 앰프의 큰소리가 어울리지 못하듯
목소리만으로 부르는 포크송과
마이크를 통해 들리는 트롯트는 어울리기 참 힘들었다.
우린 핑계김에 준비해 온 불꽃놀이 기구들을 들고
조금 떨어진 바닷가 모래사장으로 나왔다.
이미 도착한 젊은이들이 이미 만들어 놓은 불꽃들이
힘찬 파도가 밀려오는 모래사장에 빨간꽃 노란 꽃의 화단을 만들고
하늘로 열심히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다.
그들이 물러가고 난 뒤에 우리도 질세라
열심히 맑은 하늘로 젊은 시절에 간직했던 꽃들을 쏘아 버리고
앞으로의 소망을 적은 풍등을 만들어
별과 달이 빛나는 까만 공간에 높이 높이 날려 보냈다.
누구는 나에 대한 소망
누구는 가족에 대한 소망
누구는 미래에 대한 소망들을 모두
높이 계신 이가 접수했을 것이다.
바닷가에서 씨름이 벌어졌다.
넘어뜨릴려던 사람이 넘어지고
잊어서는 안될 물건들이 모래 속에 파묻혔다.
그 옆에 종일 일하고 쉬고 있는 작은 배의 난간에
모두 둘러 앉았다.
노래가 시작되고 젊은 시절의 사랑이 시작되었다.
그 시간이 영원히 끝이 나지 않길 빌었다.
어니언스가 다시 뭉쳤고
요절한 비운의 가수 김정호가 다시 되살아 났다.
사월과 오월이 아직 만나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노래를 하고
트윈폴리오 그리고 송창식이 여전히 우리의 마음을 통해
현역으로 노래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커다란 파도에도 요지부동이던 바람이 갑자기 불어와
우리의 옷깃을 여미게 했다.
우리가 나이든 것을 알았을까?
모두 아쉽다는 표정으로 주섬 주섬 일어나 숙소로 돌아 와
남자와 여자들이 따로 방을 배정해 일정이 모두 끝나는 줄 알았다.
방이 넓다는 핑계일까?
아니면 먹을 것이 아직 남아 있으니 해결하자는 무언의 행동인가?
여자들이 화장기 없는 얼굴로 한명 두명씩 모여들며
옆에 있는 다른 팀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
조용하게 시작한 노래가 다시 불이 붙었다.
그래도 이제 나이가 있는지
젊은이들이 있는 다른 방에서는 아직도 시끄럽게 소음이 계속되는데
우린 겨우 1시 밖에 되지 않았는데 슬그머니 일어서야만 했다.
아! 우리가 아무리 애써도 젊은애들의 정력은 못 따라가는구나.
슬프다.
그러나 기쁘다.
우리에게 아직도 이렇게 노래를 할 마음들이 살아 있으니..
누군가 얘기했다.
다음부터 짜장면을 먹어도 좋으니 2~3개월에 한 번씩
모여서 노래하자고...
정말? 좋아 죽겠네..
나...노래라면 한가닥 하걸랑...
근데 나만 그런 줄 알았다.
우리 모두가 나 같았다.
우리는 노래로 하나가 되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3058E4059356E1617)
![](https://t1.daumcdn.net/cfile/cafe/2155B84059356E1737)
![](https://t1.daumcdn.net/cfile/cafe/25686C4059356E1936)
![](https://t1.daumcdn.net/cfile/cafe/272C2F4059356E1A31)
![](https://t1.daumcdn.net/cfile/cafe/25558D4059356E1D06)
![](https://t1.daumcdn.net/cfile/cafe/2545874059356E1E14)
![](https://t1.daumcdn.net/cfile/cafe/226A004059356E2020)
![](https://t1.daumcdn.net/cfile/cafe/243F984259356E2130)
![](https://t1.daumcdn.net/cfile/cafe/2351F04259356E2201)
![](https://t1.daumcdn.net/cfile/cafe/210CE04259356E2316)
![](https://t1.daumcdn.net/cfile/cafe/23774F4259356E2426)
![](https://t1.daumcdn.net/cfile/cafe/2335AD4259356E262D)
![](https://t1.daumcdn.net/cfile/cafe/2741244259356E2721)
![](https://t1.daumcdn.net/cfile/cafe/260C264259356E2833)
![](https://t1.daumcdn.net/cfile/cafe/2307333E59356E2A04)
![](https://t1.daumcdn.net/cfile/cafe/2760F93E59356E2B13)
![](https://t1.daumcdn.net/cfile/cafe/2656D93E59356E2C15)
![](https://t1.daumcdn.net/cfile/cafe/213AA83E59356E2D02)
![](https://t1.daumcdn.net/cfile/cafe/23559F3E59356E2E16)
![](https://t1.daumcdn.net/cfile/cafe/2559BB3E59356E2F0D)
![](https://t1.daumcdn.net/cfile/cafe/2137383E59356E3021)
![](https://t1.daumcdn.net/cfile/cafe/2509F94659356E3225)
![](https://t1.daumcdn.net/cfile/cafe/26701B4659356E3325)
![](https://t1.daumcdn.net/cfile/cafe/221E8E4659356E3432)
![](https://t1.daumcdn.net/cfile/cafe/245C874659356E3513)
첫댓글 까르미나님의 후기를 보니 마구 질투가 납니다.
그 자리에 함께하지 못함이 매우 억울하다는 생각이....ㅎ
얼마나 행복하셨는지 짐작이 갑니다.
다음 모임엔 꼭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듭니다.
등장 인물들이 낯설지 않아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ㅎ
한참동안이나 부러웠습니다..^^
소화님 오셨으면
그 뛰어난 실력으로
우리들의 노래가 더 빛이
났을것 같네요.
다음에는 함께 해요.
소화님 오랫만 보고싶은데 24일엔 만나요~~^^
@햇살 저도 햇살님 많이 보고싶어요.
그런데..하필 그날 선약이 있네요.
오래전부터 약속이 된거라 정말 아쉬워요.
양양 번개 사진들을 보고 많이 부러웠는데 날자가 겹치네요.
다음 기회엔 꼭 참석할수 있었음 좋겠어요.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ㅎ
이렇게 양양번개 완결판이 되어가는거죠?
책을 두 권씩이나 출간하신 까르미나님의 후기에 걍 께갱~^^
저 역시 전날 밤을 패고 벙개를 맞았음에도..지기님의 3년산 오디주와 와인을 섞어 1병 이상 마셨음에도 이틀 연짱 밤 팰 자신 있었는데..ㅎㅎ옆에서 졸면서도 노래 따라부르는 어떤 여인 (누군지 말 몬 함^^)과 저처럼 밤 꼴딱 새고 온 환자 샐리님을 보며..아쉽지만 ..ㅎㅎ
다음날 물회 드신 후 등산화 꽁꽁 싸매신고 해파랑길 트레킹 떠나시는 까~님은 위대해보이셨슴다..^^
이제껏 보면 욜님 계신 모임은
언제나 대 만족입니다.
어쩜 그리 모든일에 열심이고
좌중을 즐겁게 하시는지
늘 경이로운 시선으로 봅니다.
아무래도 후기를 빨리 써야 할것같아
집에 도착해 바로 쓰고 올리느라
글이 디테일하지 못함을 양해바랍니다.
아직도 좋아하는 분들과의 만남이 긴~ 여운으로 남아 있네요
긴 얘기 나누지 않았어도 노래 부르며 정답고 즐거웁고
사랑은 늘 이리 따뜻한 기억인가봐요~~오늘 하루 휴식으로
피로일랑 싹 날려버리세요~~ㅎㅎ^^
보통 엠티는 서로를 알기위해 떠나는데
우리에겐 모두 노래로 통합니다.
더 무엇을 바랄까요.
최고였습니다.
저는 이 사진들을 보고 예전에 제가 한번 참가했던 양양번개사진인줄 알았어요 낯익은 얼굴들 비슷비슷하게 나이든 모습들 보며 거기서 저의 모습을 찾기까지 했네요 작은핸드폰으로 바람새를 오랫만에 들어오보다가 벌인 헤프닝이었어요 후기 잘읽었어요
그 모습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겁니다.
얼굴은 변해도 노래하는 모습은
우리의 감성대로 보여질겁니다.
온통 부족함 투성이였지만
힘들고 긴 여정에 동행해주신 회원님들께 더없이 감사했고
기타치고 노래부르며 함께하는 순간은 끝없이 행복했습니다.
우리들의 젊은 날을 추억하고 그리워하며
어쩌면 그때처럼 살아가기를 또 바라는 우리들의 소중한 인연에
새삼 감사하는 마음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까르미나님의 섬세하신 필력으로 다시 생각나는 양양 바닷가에서의 순간이
농익은 청춘들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오래도록 기억되길 바램합니다.
고백하자면..
풍등에 적어 날린 제 소원이‘우리들의 소중한 인연 영원히...’ 였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불평않고 수고하시는 지기님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역시 리더는 아무나 하는게 아님을 깨닫습니다.
하모니카 연주가 클래식 연주같이 일품이었네요. 또 그런 기회를 주시길..
제 풍등에는 CARPE DIEM으로 써서 날렸습니다.
@까르미나 즐기는 현재가 훗날 소중한 추억으로 승화되리라 생각하고
역시나 까르미나님 다우신 멋진 기원이라 생각합니다.^^
그렇죠. 맞습니다. 책은 아무나 써 내는것이 아니라는 슬프디 슬픈 진실(왜냐면 전 죽을때까지 꿈도 못 꿀테니)이 마음에 확~~다가옵니당. 첨부터 끝까지 특별한 미사여구도 없이 가슴 깊이 밀려오는 감동!!!
부끄럽사옵나이다.
궂은일 억척스럽게 잘해주셔서
정말 즐겁게 놀았네요.
언제나 옆에 계실거죠?
까르미나님의 노래 사랑하는 마음~대단한 열정 이십니다~~
덕분에 올려주신 후기로 저는 참석 못했어도
그시간의 즐거웠던 시간들 모두모두 행복했으리라 생각됩니다~~^^
더 자세하게 쓰지 못함을 양해 바랍니다. 사진으로 표현안되는 느낌만 적어두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우리에게 늘상 이런 시간이 함께 해주길
소망합니다.
우리에게 언제까지나
바람새 길 동무들이
함께 해주길
소망합니다~^^
A
M
E
N
울~~랄라!!!^^
부럽네요.
즐거운 시간을 가지신 회원님들 너무 좋았겠습니다.
여긴 부산이다보니 구경 갈수도 없었고 사진으로서 대리만족을 느낍니다..
포크 가요 장르하나에 모두 뭉칠수있는 그 순수한마음이
오늘날 바람새가 더 잘굴러가는 이유일듯합니다.
참여한 저도 뿌듯했습니다.
내가 젊은시절 사랑한 노래가
나를 평생 즐겁게 해주고
늦은 나이에 동호인을 만나
같이 즐기는 시간들이
나를 들뜨게 하더군요.
아름다운 시간 입니다.
참치회, 멍게,불꽃놀이...싱어롱 시간 ...
먹는것보다 더 중요한건 모이고 노래하는거죠.
참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까르미나님 문장력에 빠져들며 양양모임을 그려봅니다
참석하신분들의 행복한 모습이 오버랩됩니다
양양모임이 힐링의 아이콘으로 부상될 듯 싶습니다
멋진 후기에 불참의 아쉬움을 달래봅니다
지난번 모임에 청률님 후기글을 보았지요.
전 도무지 그렇게 쓸 자신이 없더군요.
그래서 두리뭉실하게 썼습니다.^^
잘 계시죠?
까르미나님과 기타맨들 넘 멋졌어요 덕분에 엄청 즐거웠습니다 그날 여러가지로 봉사해주신분들께도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모든 과정이 한마음으로 있었기에
즐거웠네요. 다음에 또 밝은 얼굴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