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군사상식] 보라매·골든 이글·파이팅…
항공기 이름에 담긴 뜻
입력 2023. 07. 13 16:25
업데이트 2023. 07. 20 15:17
너의 이름은 21세기 한국형 전투기 KF-21, 그리고 국민이 지어준 ‘보라매’
국내 기술 생산 항공기는 맨 앞에 ‘K’
숫자는 채택 순서 뜻하지만 예외 많아
T-50 경우 공군 창설 50주년 의미
시그너스·프리덤 나이트…공군이 명명
E-737 피스아이·F-15K 슬램 이글 등
대국민 공모 통해 지어진 별칭도 많아
공군은 오는 2026년 하반기 ‘천군만마’에 버금가는, 아니 그보다 더 강력한 무기를 얻게 된다. 바로 한국형 전투기 KF-21이다. KF는 말 그대로 한국형 전투기 ‘Korean Fighter’의 약자다. 21은 ‘21세기’를 의미한다. ‘21세기 대한민국을 지키는 국산 전투기’라는 뜻이다. 설계부터 생산까지 국내 기술로 개발 중인 전투기인 만큼 가치 있는 이름이 붙여졌다. KF-21은 ‘보라매’라는 통상명칭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최근 수출 낭보를 전하고 있는 FA-50은 ‘파이팅 이글(Fighting Eagle)’로 불린다. 그렇다면 항공기 이름은 어떻게 정해질까? 또 어떤 뜻이 담겨 있을까?
고유명칭은 항공기 임무로 결정
항공기에는 일반적으로 고유명칭과 통상명칭(별칭)이 부여된다. 고유명칭은 주로 영문자 알파벳과 숫자로 이뤄진다. F-15K, C-130, KT-1, KC-330, KF-16 등 딱딱한 제품 번호처럼 느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명칭에는 규칙이 숨어 있다. 간단한 법칙만 알면 해당 항공기의 성능까지 파악할 수 있다.
우선 앞에 붙는 알파벳은 항공기가 맡는 임무를 나타낸다. A는 공격기(Attacker), B는 폭격기(Bomber), C는 수송기(Cargo), F는 전투기(Fighter), H는 헬리콥터(Helicopter), T는 훈련기(Training)를 의미한다. 즉 F-15는 전투기, C-130은 수송기임을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공식에 따라 KT-1은 훈련기를 뜻하지만 앞에 ‘K’가 하나 더 붙는다. 국내 기술로 만들어진 훈련기라는 뜻이다. 앞서 이야기한 KF-21과 같은 맥락이다.
앞에 나오는 K가 ‘Korea’를 뜻하지 않는 항공기도 있다. KC-330의 ‘KC’는 공중급유 임무가 추가된 수송기다. 여기서 K는 ‘TanKer(유조선)’ ‘Kerosene(등유)’ 등에서 따왔다는 후문이다. 이 밖에 기본 개발 목적과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개량 등을 거쳤음을 의미하는 요소는 특수 전자전 E(Electronic Warfare), 해상초계 P(Maritime Patrol), 정찰 R(Reconnaissance), 대잠전 S(Anti-Submarine) 등이 있다.
숫자는 기본 임무별 항공기 채택 순서를 나타내지만 예외가 많다. 최근 주가 상승 중인 T-50 계열 항공기의 50은 대한민국 공군 창설 50주년을 의미한다. 숫자 뒤에 붙는 알파벳은 내부 구조나 장치 일부를 개량한 경우 사용된다. 숫자와 붙어 있어 혼동을 피하기 위해 I와 O를 제외한 알파벳 문자를 사용한다.
별칭엔 항공기 이미지와 기대감 담겨
사실 간단한 법칙이라고 소개했지만, 무기체계에 관심이 없는 일반인에겐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오히려 헷갈리기 일쑤다. 이에 군은 항공기마다 이미지에 맞는 특색 있는 별칭을 지어 줬다. 사람들에게 오래오래 기억되길 바라서다. 대체로 강함이 느껴지는 이름들이다. 항공기에 거는 기대감도 담겨 있다.
우리 공군 항공기의 별칭은 다양한 방식으로 정해진다. 2019년 전력화된 KC-330의 별칭은 백조자리를 뜻하는 ‘시그너스(Cygnus)’다. 총 1860명이 참여한 공군 장병·군무원 설문조사로 선정됐다.
우리 군의 첫 스텔스 전투기 F-35A 역시 공군 내부 공모로 지어졌다. F-35A에는 ‘프리덤 나이트(Freedom Knight·자유의 기사)’란 별칭이 부여됐다. 스텔스 능력을 바탕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기사라는 뜻이다. 미군은 적을 번개처럼 공격한다는 뜻의 ‘라이트닝2(Lighting2)’라고 지었지만, 우리는 독자적인 이름을 붙였다.
공군은 당시 “오랫동안 자유진영을 수호하던 F-5(프리덤 파이터·Freedom Fighter) 전투기의 임무를 계승해 월등히 향상된 능력으로 대한민국을 수호하는 충성스러운 기사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F-5는 1965년 우리 공군에 도입된 전투기다. ‘프리덤 파이터’란 별칭은 제작사인 미국 노스럽사가 붙였다. F-4 팬텀Ⅱ(PhantomⅡ)와 F-16 파이팅 팰컨(Fighting Falcon)도 미국 제작사가 정한 별칭을 그대로 쓰고 있다.
우리 공군이 이름을 처음 정한 항공기는 KF-5 제공호 전투기다. 우리나라가 첫 면허생산 후 ‘하늘을 제패하라’란 의미로 제공호라는 이름으로 명명됐다. 별다른 공모절차 없이 정부가 결정한 별칭이다.
대통령이 직접 정한 항공기도 있다. 첫 국산 훈련기인 KT-1의 별칭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정했다. 김 전 대통령은 1995년 ‘미래를 향해 힘차게 날아오르라’는 뜻에서 ‘웅비(雄飛)’란 별칭을 지어 줬다.
공군은 어울리는 이름을 찾아주기 위해 전 국민의 아이디어를 듣기도 했다. 2008년 E-737 항공통제기의 별칭 국민 공모에는 2551명이 참여했다. 1차 심의에서 12편을 선정하고, 2차 심의에서 6편의 후보작을 골랐다. 이를 대상으로 인터넷 여론조사를 실시한 끝에 ‘피스아이(Peace Eye)’라는 이름이 정해졌다. ‘한반도의 평화를 수호하는 감시자’라는 의미의 피스아이는 항공통제기가 수행하는 평화적 임무를 대내외적으로 강조하면서도 임무의 포괄적 특성에 가장 부합하는 것으로 판단돼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당시 피스아이를 제출한 공군미사일방어사령부 이용훈 상사(당시 중사)는 “잠들지 않는 눈으로, 적의 도발 징후를 탐지해 평화를 지키는 항공기니까 그렇게 지었다”며 “나 역시 미사일방어 임무를 수행하는 군인으로서 내가 지은 이름의 항공기와 함께 영공을 지켜 뿌듯하다”고 말했다.
F-15K 슬램 이글(Slam Eagle)도 2005년 국민 공모로 명명됐다. 슬램 이글은 ‘타격을 가하다’라는 ‘슬램’과 한미 공군이 함께 쓰는 작전용어 ‘그랜드 슬램(포착된 모든 적기를 격추했다)’에서 착안됐다. 적을 보면 반드시 격추하고, 적 지상전력까지 타격한다는 뜻이 담겼다.
T-50은 대국민 공모로 ‘골든 이글(Golden Eagle)’이란 이름을 받았다. 골든 이글은 맹금류인 검독수리다. FA-50은 ‘파이팅 이글’로 부여됐다.
아껴 뒀던 이름 보라매는 KF-21에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KF-21 보라매에 관해 이야기해 보자. 별칭 ‘보라매’ 역시 대국민 공모로 정해졌다. 한 번 더 강조하면 KF-21은 고유명칭보다 별칭이 주는 무게감이 훨씬 크다. 우리 공군에 ‘보라매’라는 이름 자체가 갖는 상징성 때문이다. 보라매는 태어난 지 1년 안에 길들인 새끼 매를 의미한다. 털갈이하지 않아 앞가슴에 난 털이 보랏빛을 띠어 보라매로 불린다고 한다.
공군은 전투기 조종사로 양성되는 사관생도를 ‘보라매’라고 부른다. 공군사관학교(공사), 나아가 대한민국 공군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다. 공사 옛 부지에 조성된 공원을 보라매공원이라 지은 까닭이기도 하다.
아껴 뒀던 이름, 보라매를 KF-21에 허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항공기 전문가들은 우리가 오랜 기간 연마한 전투기 개발 기술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라는 견해다.
상징과 같은 이름을 선물한 것처럼 공군은 KF-21 보라매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전 국민이 보라매라는 이름을 기억하고, 자랑스러운 한국형 전투기의 힘찬 비상을 응원하길 희망한다.
김해령 기자/사진=국방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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