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폭주에 기저귀라도 차야 하나"..현장 의료진 '폭염 속 악전고투'

[레인보우(서울)]

찜통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5일 서울 중구 서올광장 선별진료소에서 더위에 지친 의료진이 송풍구의 바람을 쐬고 있다.

“오늘은 또 얼마나 사람들이 많이 찾을까, 날씨는 또 얼마나 더울까 하는 걱정으로 하루를 시작해요. 검사자들이 줄고 날씨라도 덜 더우면 참 좋을 텐데요.”

15일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인근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 양모씨(24)씨는 이같이 말했다. 일주일 넘게 하루 평균 1500명 안팎의 시민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있는 이 임시진료소에는 이날 오전부터 사람들이 몰렸다. 100여m의 대기줄을 세 바퀴나 돌고도 30여명 뒤이어 줄을 만들었다. 검사를 받으려면 1시간30분 정도 기다려야 했다. 줄을 선 시민들은 양산을 들고 내리쬐는 햇볕을 피했다. 이날 오전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은 33도를 기록했다. 체감온도는 36도로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났다.

코로나19 검체를 채취하는 의료진의 손이 부산하게 움직였다. 페이스 쉴드(안면보호구)와 마스크, 방호복을 착용한 의료진 3명 중 2명은 검사를 하고, 다른 1명은 내용물을 받아 수거 작업을 했다. 냉방기가 설치돼 있지만 의료진들 얼굴은 금세 땀으로 뒤범벅이 됐다. 감염 우려로 손으로 땀을 닦을 수도 없어 땀방울이 볼을 타고 그대로 흘렀다. 의료진 문모씨(28)는 “냉방기가 있어도 방호복에 마스크까지 착용하고 있으니 숨이 턱턱 막힌다”며 “제가 움직이는 곳마다 에어컨이 함께 따라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의료진을 지원하기 위해 파견나온 군인 A씨는 “검사 대상자들이 끊이지 않고 온다”며 “방역하는 시간대에 맞춰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고 했다.

강남보건소 앞에 마련된 선별진료소도 상황은 비슷했다. 의료진들은 전용 냉풍기 앞에서 잠시나마 더위를 식히기도 하고, 물로 목을 축이며 작업을 이어갔다. 의료진 B씨(37)는 “3교대로 근무하는데 점심시간이 없고 밖에서 일하니 너무 덥긴 하다”며 “겨울에는 핫팩이 지급됐는데 지금까지 아이스팩이 지급된 적이 없어 물과 비타민 음료를 마시면서 버티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대부분 선별진료소에서 지난 7일부터 야간업무가 추가됐다. 인원은 그대로인데 업무시간이 늘면서 의료진의 피로도가 가중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체 채취를 하는 의료진 손모씨(57)는 “야간근무까지 늘어나면서 하루에 11시간까지 일을 하기도 해 집에 가면 다리가 퉁퉁 부어있고, 4겹으로 된 위생장갑을 낀 손은 물건을 한 손으로 못 집고 두 손으로 잡아야 할 정도”라고 했다.

하루에 180여명을 검사한다는 손씨가 머무는 곳은 컨테이너 박스 한평 반 남짓이다. 냉풍기가 설치돼 있지만 더위를 식히기에는 역부족이고 소음이 커 5시간 내내 안에 있으면 오히려 두통에 시달린다고 한다. 손씨는 “잠시라도 화장실에 가려면 방호복과 위생장갑을 다 벗어야 하는데, 요즘처럼 검사자 수가 많으면 이동시간도 부족해 기저귀라도 차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고 했다. 또 “투명 유리막 사이로 검사를 하는 까닭에 몸 앞쪽은 다 햇빛에 노출돼 있다고 보면 된다”면서 “땀띠와 모기로 고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오공(서울)]

그저 노고에 감사하다는 위로의 말씀만요...고맙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