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도의 가을 향기에 희망을 심다...
마음은 멈추어 서 있는데 세월은 빠르게 흘러간다...
주체할 수 없는 시간의 흐름 속에
잃어버린 시간과 흐르는 세월을 달래려는 듯
가을바람에 실려 삶의 짐들을 하나씩 내려놓으려 먼 남도의 길을 나서보았다..
비우러 갔다가 채우고 오는 것이 길 떠남 이라지만
나는 과연 무얼 채우려 함이었을까
무수한 그 흔적들이 얼마만큼이나 나의 삶에 보탬이 되었을까...
수많은 무와 유가 교차하는 세월들이 아스라이 스쳐 지나간다...
남녘의 가을도 바람과 해님이 주고 간 손길로
산과 들은 저마다의 빛깔로 고운 옷을 입고 있었다...
나문답 정인님들의 훈훈한 이야기꽃에 떠밀려
마음 조이며 기다리던 시간이 한 순간에 가라앉았다...
오랜만에 딸과 떠나는 여행길이었던 만큼
내 가슴 한켠은 가벼움 보다는 조금은 부담감이 되었던 것이다....
설친 잠을 보상이라도 받듯 스치는 가을 들녘에 기대며
두 눈을 감고 설레던 마음을 다독이며 생각에 잠겨 들었다...
보통 사람들은 휴가를 얻는다면 가장 가보고 싶은 곳으로 남도를 꼽는다고 한다.
그만큼 볼거리 먹거리가 풍부한 곳이 남도이기 때문 아닐지...
남쪽 끝지점이라 쉽게 들르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리라
물리적으로 거리가 멀수록 간절한 기대감도 더 크지는 것이라 본다...
목포 거센 해풍이 다가온다..
그리고 속삭인다...
쪽빛 바다와 청자빛 가을 하늘 아래
비릿한 냄새를 동반한 바다 바람이
훈훈한 남도의 따뜻한 정으로 내게 떠밀려 온다...
푸른 파도가 하얗게 부서져 막힌 가슴을 후련하게 뚫어준다....
끝없이 펼쳐진 넓은 백사장 위를 다소곳한 파도가 어루만져주고
푸른빛 선명하게 잔잔한 물위로 점점이 떠 있는 오밀조밀한 섬들
그 섬을 오가는 작은 배들 ... 넓은 바다의 늠름함을 마주한다...
후련함 ... 스치는 바람의 느낌이 무척 감미롭다...
남도의 땅은 우리 땅의 끝이 아닌 시작의 땅 희망의 땅으로 부르고 싶었다..
한평생 한을 묻고 거친 삶을 일구며, 그 무거운 삶을 남도 가락으로 풀어 보았던 한의 삶
그 속에 정과 한 서린 아리랑 가락이 들려온다.
유난히 정이 많은 사람들 그리움을 품고 살았던 한 많은 삶....
그 무거운 삶을 헤쳐 나가기 위한 몸부림은 파도와 같다고 할까
아직도 목포역의 간드러지듯 귓전을 울리는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이
애처롭게 나그네를 반기던 것이 생각난다...
일제시대 수탈의 최전선 곡창지대 호남의 쌀을 일본으로 실어 나르던 목포항
그리고 일제강점기 혹독한 목포를 보여주기 위함일까?
동양척식주식회사. 일본영사관 등 곳곳에 일본인이 살았던 흔적들이 남아있었다..지울 수 없는 뼈아픈 역사의 흔적들...
유달산의 정기가 목포를 지켜낸 것일까..
... 고통의 역사위에 항구는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켜주며 삶의 터전을 마련해 주고 있다.
신지도의 명사십리
바다 기슭을 따라 흰 모래톱이 10리(4km)나 이어지고 있어 명사십리라는 이름이 붙은 줄 알았는데
그것은 함경남도에 있는 곳이란다...
이곳의 명사십리는 조선 후기 철종의 사촌 아우였던 이세보는 안동김씨의 계략에 걸려 신지도로 유배를 오게 되어
밤이면 해변에 나가 북녘하늘을 보며 유배의 설움과 울분을 시로 읊었다 한다.
억울한 귀양살이에서 풀려난 이세보가 한양으로 돌아간 다음부터 이곳 모래밭에서는
비바람이 치는 날이면 모래밭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는데, 그 소리가 마치 울음소리 같다 하여
명사십리(鳴沙十里)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다.
바다를 바라보는 순간 감탄의 탄성이 저절로 나왔다..
너무나도 멋진 곳. 여름 한철 북적임을 뒤로 한 채 철지난 바닷가는 한가로웠다..
금빛 모래와 넓은 바다만이 우리를 반겼다..
이세상이 아니라 다른 공간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환상적이었다..
어느 바닷가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아름다움이다...
수심이 완만해서 해수욕하기에 알맞은 곳이라 여름엔 발 디딜 틈이 없단다...
예쁜 하얀 조개껍질들이 파도에 휩쓸려 해변가를 반겨 주었다...
고운 모래인데도 파도가 왔다간 그 자리는 더욱 단단하여 발자국이 나지 않은 게 무척 신기하였다......
조개껍질을 주우며 저녁 낭만을 담아 보았던 명사십리...
도란도란 속삭이는 딸의 음성과 웃음소리,
그리고 철썩이며 다가오는 파도소리가 잘 어울려진 짧은 저녁 산책길은 무척이나 좋았다...
실로우 시티의 청산도... 느림의 미학일까 가는 그 길목은 멀고 길었다..
잠시의 흔적들을 깊은 바다에 모두 던져 버리고 푸른 마음으로 청산도를 담았다..
... 청자빛 물감을 풀어 놓은 듯 하늘빛, 바다빛 모두가 푸르다...
구들장 논에는 구슬땀 흘린 농부의 힘겨운 삶이 전해져 왔다..
기계가 아닌 한뼘 한뼘 손으로 심어 가꾸어 온 삶의 터전 얼마나 힘들었을까....
황금빛 들녘은 농부의 구슬진 땀이 흘러 내려 저렇게 고운 빛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젊은이들은 모두 도회지로 떠나고 주름진 얼굴과 굽어진 허리로 풍년을 일구어 낸 것이다
.. 그것이 우리네 부모들이다...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청산도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봄의 왈츠, 여인의 향기, 영화의 명소 그곳엔 코스모스 군락지를 만들어 구성진 남도 아리랑 가락과 잘 어우러져
갈바람에 가녀린 목을 내밀며 해풍에 더 간들어진다....
....억새의 소리를 들으면서 서로 친구가 되어 청산도의 가을을 한껏 반겨 주었다....
친환경의 섬 청산도 그래서 더 슬로우 시티를 외치나 보다..
점심에 슬로우 푸드를 먹어 보지 못한게 무척 아쉬웠다..
백련사....
“봄은 강진 백련사에서 시작된다고” 첫 백련사를 마주하면서 그 말이 생각났다..
강진만의 햇볕이 반사돼 백련사를 따뜻하게 감싸 안는다...
추운 겨울날에 와도 그 느낌 그대로 봄날의 형국임을 알 것 같다...
겨울을 기다리는 동백나무 숲길에 들어서니 고고한 자태를 뽐내며
떨어져 사뿐히 앉아있는 지천의 붉은 꽃봉오리가 영상처럼 스쳐 지나간다...
그래서 동백꽃은 두 번 핀다고 한다..
영랑 생가... 모란꽃을 배경으로 영랑은 사랑채에 앉아 있었다...
안채와 떨어진 그곳에서 시를 쓰고 사랑을 하고 자신의 삶을 만들어 갔을 것이다.
모란과 동백의 시인....
그리고 유난히 이곳엔 아담하게 쌓아올린 돌담들이 많은 것을 보면서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 가 절로 흥얼거려졌다..
남도의 풍경 그 곳에서 자연예찬과 순수 서정시를 쓰게 된 원동력이 된 것 임을...
한국전쟁 중 영랑은 저 세상 사람이 되고 말았다 한다.
일찍 부인과 사별하고 춤의 대가인 최승희와 불타는 사랑을 나누었지만
현실과 이상은 따라주지 않았다...
토속적인 시인 영랑도 여러 모로 볼 때 참 한량이었던 같다...
그의 시를 보면 풍경화를 보듯 서정적이다.
비록 모란은 져버렸지만 선명한 모란꽃을 상상해 보았다...
모란꽃이 뚝뚝 떨어져 버리고 모란이 피기까지
나는 아직 기둘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나의 봄은 어디쯤 오고 있을지....
뭉클 피워나는 봄의 향기가 코끝을 간질거렸다...
희망.. 또 모란이 피는 봄은 올 것이다.
하지만 한 번 지나간 그 봄이 아닌 또 다른 봄이다...
영랑의 마음 한 자락 만나 잠시 동참해 보면서
내 마음을 흔들어대던 “일상의 산만함”이 조금씩 사라진다.....
뒤편의 대나무 숲과 동백나무의 싱그러운 바람이 갈 햇살에 속삭이는 햇살처럼 감미롭다....
다산초당....정약용님이 유배와 머물렀던 곳
당시 귤동마을 주변은 야생 차나무가 많이 자생하고 있어 '다산'이라고 불렀다 한다.
그곳을 오르는 길은 상당히 가파르다..
인적이 드문 곳 사람의 그림자가 얼마나 그리웠을까..
그 외로움과 그리움을 글을 쓰면서 달래었던 것일까
이곳에서 다산 선생은 10년 동안 600여권에 달하는 방대한 저서를 내어 실학을 집대성하는 엄청난 결과를 낳았다 한다
...선생께서 손수 쓰신 '丁石'이란 글씨가 선명하다....
그리고 다산의 가슴을 가장 뭉클하게 하던 산이 월출산이란다...
그 월출산에 달이 떠오른다면 ... 생각만 해도 가슴이 아려 온다..
월출산의 웅장한 산세를 뒤로 하고 어머니의 품속처럼
포근하게 반기는 무위사.....
한창 사찰을 보수 하는 중이라 어수선한 분위기였지만
국보 제13호의 극락보전의 목조건물은 마치 부처님의 얼굴처럼 온화하다..
가을날의 강진, 만리향 꽃향기를 맡으면서 김영랑 시인의 시 몇 수를 읽다보면
월출산에서 내리 부는 바람이 살결을 간질거리며 하얀 뭉게구름은 목화솜처럼 포근하다..
뚝뚝 떨어진 동백나무 꽃그늘 아래 눕고 싶었다.
동백잎의 우듬지 사이로 푸른 하늘이 보이고 유유히 구름도 지나갈 것이다...
....
이번 남도와의 첫 만남은 내게 거부의 몸짓이었고
부끄러운 시간이었다..
그것을 딛고 과감히 또 용기를 내어 본다...
홀로가 아닌 동행인이 있어 더 소중했던 시간
길을 나설 수 있다는 건 늘 행복하다..
인생이 가을같이 익어간다..
나문답의 가을도 더 알토랑 같이 익어 갈 것이다...
희망의 소리가 되어 들려온다.
소중한 인연은 가을의 향기처럼
저마다의 정이 되어 고운 빛으로 새록새록 익어간다
나문답의 향기로운 정인님들!!
모두에게 감사의 마음 전하면서...
더 건강해진 모습으로 만나요...
예그리나(사랑하는 우리 사이라는 옛 글)를 외쳐보면서..
부끄러운 답사기 마주한 시간 고마움 전합니다..
첫댓글 다시한번 남도로의 가을여행을 다녀오네요. 후기 잘 읽고 보듬어 갑니다. ^^
^^ 전복 넘 맛있게 잘 먹었어요. 덕분에 남도의 따뜻한 인심을 듬뿍 받고와 마음이 한층 부자가 된 듯 해요.. 고마움 전하면서 늘 건강하게 좋은 사진 많이 보여 주세요...
기다렸습니다....샬리에님의 풍부한 감성이 묻어나는 에세이 같은 후기.....비어있는 가슴에 정하나 가득 채우고 갑니다...^ㅣ^
안쓴다 하면서도 부족한 후기를 쓰게 되네요. ^^ 덕분에 넉넉하고 평안한 답사였어요..고마워요.
희망.. 또 모란이 피는 봄은 올 것이다.
하지만 한 번 지나간 그 봄이 아닌 또 다른 봄이다...아!~이구절이 넘 와닿습니다! 지나버린 과거는 묻고 새로운 희망을 꿈꾸게 하는 멋진 답사후기에 가슴한켠이 따땃해지네요!~~~^^
이번 답사에서 맺은 좋은 인연 ^^ 푹 반했어요.
그날 강진에서의 감동을...다시금 회상하게 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서로에게 낯섬을 낯익음으로 바꾼 시간이었어요.. 감사해요..
한줄 한줄 댓글에서 표현을 참 잘하신다고 생각했는데......다시 한번 남도의 가을을 한껏 느껴줄수 있게 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인생도처 유상수!!!
감사드리면서 늘 나문답의 풍성한 공감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 행복하세요..
남도 가을 여행후기 다시한번 여행하는 기분으로 잘 읽었습니다. ^^ 다시 행복한 순간을 기억 할 수 있게 해주셔 감사드립니다.......
낯선 닉네임이라 감사의 말을 전해야 하는데 .. 죄송해요. ^^ 담을 기약하면서 낯익음으로 바꾸어 가요..
늘 기다려지는 샬리에님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아! 가고싶다
반가워요^*^ 문화바로보기 이후 뵙기가 어렵네요..^^ 열심히 공부하고 계신 모습 넘 부럽습니다..
답사에 좀 오세요.
역시.... 좋네 글
항상 조용히 웃던 살리에님의 웃음 속에 이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있었군요.
참 ~ 좋은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남도 길의 짧은 인연 반가워요.^^ 이 가을빛처럼 늘 넉넉하시길...
예쁜 따님과의 여행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만나뵈어서 반가웠습니다.
예쁘게 봐 주셔 감사드리면서 낯설었던 시간이 가신 듯 해요..
2박3일의 여정을 돌아볼수 있는 글이어서 참 좋았습니다 . ^ ^*
이번 여행길에 길지 않은 첫 대면이었지만 담 기회오면 정겨운 만남을 기대해요..
다시 그 시간 음미 할 수 있는글...만나서 즐거웠습니다^^
밝은 음성이 참 좋았어요 . 함께 한 시간 즐겁고 첫 만남 반가워요.. 일년에 한 두번 오신다고 하는데 또 언제 함께 할 수 있을지....
샬리에님~ 몸은 많이 편해지셨나요? 힘드신 중에도 이렇게 멋진 후기까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답사에서 충실한 시간을 보내고 오신 디토님 넘 열심예요. ^^ 무척 궁금했는데 함께 해서 남도 길이 좋았어요.
좋은 글 잘 즐감했습니다. 남도여정은 언제나 가슴 설레고 정겹죠... 수 년 전 가 본 그 곳이 그립네요...
종종 게시판에서 좋은글 잘 보고 있지만 답사에도 좀 나오세요. 가을빛 좋은날 뵐 수 있기를....
살리에님! 알바로 글쓰시나요?ㅎㅎ 가슴 꽉채우고 갑니다 ..또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 춘다 하지만 과분한 말씀예요. ... 그래도 제 입가엔 미소가 번지네요.. 반갑고 늘 행복하시길.
잔잔한 감동이 뭍어나는 후기네요...^^샬님의 멋진미소와 버금가는 멋진후기입니다!!
늘..사람좋은 향기가 나는 샬님~!! 다음답사때도 건강한 모습으로 뵈요~*^^*
늘 밝고 고운 미소와 함께 해서 넘 좋아요.^^ 하늘공원 억새축제가 다가와요.. 이 가을 억새를 만나고 싶지 않은지요 ???
난 글이길면 대구빡 마이아파
그래도 참 대단하이 항상웃는모습 보기조아요 따님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