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식품시장 현황과 기술 트렌드
이기원 서울대학교 푸드테크학과장
최근 생활 밀접 기술인 컨슈머테크가 급부상하면서 식품시장에도 큰 변화가 일고 있다. 지난 1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5대 기술 트렌드로 선정된 ‘푸드테크(FoodTech)’는 사람들이 먹고살아가는 데 필요한 미래 식품시장의 새로운 혁신기술이자 창발(emergence) 기술이다. 이미 전 세계는 창발의 시대이며, 이러한 창발 생태계가 가장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분야가 푸드테크 분야이다. 식품 제조, 외식, 유통, 농수산업, 헬스케어, 관광 등의 기존 식품 연관 산업이 AI, 가상현실, 블록체인, 로보틱스, 스마트팜, 바이오 기술과 같은 창발 기술을 활용하여 대체될 것이다. 소비자는 AI를 통해 도출된 맞춤 식품을 구독하고, 로봇이 직접 조리해주는 맞춤형 키친도 곧 도래할 것이다. 음식물 쓰레기나 대안육 등 환경이나 사회적 문제까지 고려되어 푸드테크가 발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흥미로운 점은 새로운 테크 기반의 스타트업들이 전 세계 푸드테크 분야를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배달의민족, 마켓컬리 등 푸드테크 기업의 기업가치가 기존의 전통 식품제조 기업보다 훨씬 더 높게 평가받는다. 이들의 공통점은 미래를 내다본 창발 경영에 있다. 그렇다면 미래 식품 산업을 주도할 푸드테크의 핵심 기술 트렌드는 과연 무엇일까.
DIY로 먹는 AI 기반 개인 맞춤형 식품
사람마다 유전자, 좋아하는 음식, 건강 상태, 필요한 영양성분이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미래 식품시장은 개인의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식단을 추천하고, 이를 통해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 간편하고 효율적으로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스마트폰과 주방 가전을 연동해 맞춤형 식단을 추천하고 요리해주는 것은 이미 미래의 일이 아니다. 맞춤형 식품시장 및 투자는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으며, 이는 생체·의료 데이터를 활용한 질병 예방 및 관리 영역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질병을 사전 예방하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개인 맞춤형 식품에 대한 개발은 필수적이게 되었다. 의학적, 세포생물학적 검사와 현존하는 3,000개 이상의 의학 데이터를 알고리즘으로 분석하여, 환자가 먹거나 피해야 할 영양소를 제시해 최적의 식사와 영양 솔루션을 제공하는 메디푸드 플랫폼도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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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춤 푸드테크 플랫폼 (서울대 푸드테크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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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고 세심해지는 맞춤형 서비스 플랫폼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소비자들의 식품 구매 및 섭취 행동이 바뀌었고, 온라인 플랫폼이 먹거리를 주도하는 시대가 되었다. 배달 서비스는 식재료를 포함한 식품 전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 푸드테크의 발전에 발맞춰 쿠팡, 티몬 등 소셜커머스 업체들의 주문·배송 서비스의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마켓컬리’의 새벽 배송 시스템으로 인해 이마트, 롯데마트 등 경쟁 플랫폼에서도 유사한 서비스들을 개발하여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오프라인 위주의 축산업 유통의 판을 뒤바꾼 ‘정육각’은 초신선 육류의 온라인 판매를 내세워 소비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최근 초록마을을 인수하면서 농수산물 오프라인 시장까지 진출하였다.
최근 배달대행업계는 음식 배달 기반의 사업구조에서 더욱 진화하여 IT 기반 종합 유통·물류 플랫폼으로 전환하고 있다. 물류 시스템의 주요 전략은 판매자의 편의를 강화하는 것으로, 풀필먼트의 구축이 핵심이다. 풀필먼트란 물류 전문 업체가 판매자 대신 주문에 맞춰 제품을 선택하고 소비자들에게 배송까지 마치는 방식으로, 이를 통해 물류 전반에 대한 리소스를 줄일 수 있다. 풀필먼트 대표 기업인 ‘파스토’는 위생관리가 필수적인 식품 소재의 특성을 고려하여 보관에서부터 소비자들에게 빠르게 배송하는 과정까지 정밀 물류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전국 배송 인프라를 보유한 이륜 물류 기업 ‘바로고’는 온·오프라인 연계 플랫폼을 기반으로 당일 물류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반 생필품뿐만 아니라 제약, 헬스&뷰티 등 산업에까지도 퀵 커머스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식자재 배달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국내 식품 유통 플랫폼의 급속한 진화가 식품 산업을 변화시키고 있으며, 최근 산지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새로운 유통 트렌드 소비자 직거래(D2C) 서비스가 각광받고 있다. 정밀하고 전문적인 온라인 플랫폼으로 세분화되고 있고, 향후 드론 등 첨단 모빌리티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진화할 전망이다.
스마트 팩토리로의 대전환
식품기업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디지털 전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생산 관리 효율화를 위해 AI 자동화 기능을 활용해 효율성, 제품 생산량을 높이고 원료의 오투입, 제품 불량 등을 예방할 수 있는 스마트 팩토리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CJ 제일제당은 AI 감지기로 냉동식품 공장 설비 상태를 감시하고 데이터를 분석해 기계의 수명과 고장 여부를 예측하는 시스템을 도입하여 적용하고 있다. 삼양식품 또한 생산, 물류, 영업 등 각 부문에 디지털 시스템을 적용하여 생산능력의 50%를 증가시켰다. 또한 생산관리 시스템을 도입하여 품질관리, 설비 자동화, 실적 관리, 물류창고 관리 등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다. 동원그룹의 계열사인 종합포장재 기업 동원시스템즈는 원자재 투입부터 제조, 품질관리에 이르는 모든 생산 공정을 데이터화하여 실시간 물류 정보 분석 체계를 갖추고 물류 관리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같이 식품업계는 수작업이 많고 생산 품목이 다양하여 맞춤으로 시스템을 적용하기 어려운 업종 특성상 스마트 팩토리 도입에 소극적이었던 입장을 전환했다.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제품 제조 및 관리에 AI 기술을 적극 적용하는 가운데, 식품 대기업들의 스마트 팩토리 구축이 확대되면서 국내 스마트 팩토리 시장 규모는 점점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동물성 단백질 대신 먹는 친환경 대안육 배양육
인구 구조와 기후변화 등의 영향으로 소비자들의 먹거리에 대한 의식 변화가 커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윤리적 소비, 환경 보호, 건강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동물성 식품을 소비하지 않는 대신 채식주의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푸드테크 중 에서도 대안육 시장의 확대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대체육’이라는 명칭을 주로 사용하고 있지만 ‘대안육’의 기본 개념은 기존 식육의 대체 개념이 아니라 대안이자 새로운 선택지이다. 이러한 대안육은 소재 특성과 생산 방법에 따라 나뉘는데, 크게 식물성 대안육, 식용곤충, 배양육이 있다. 식물성 대안육은 식물성 단백질 또는 곰팡이를 이용하여 제조하는 것으로 자원 사용량이 매우 적으며, 온실가스 배출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식물성 단백질은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안전성이 검증되었고 시장에서도 적용 사례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식물성 단백질을 이용하여 가짜 고기 패티를 넣은 햄버거는 아몬드와 마카다미아 오일 등 식물 원료만을 가지고 기존에 섭취하던 동물성 고기의 맛은 물론 육즙까지 구현해내는 수준으로 발전하였다. 이 외에도 콩을 이용한 소고기와 닭고기 제품이 출시되었으며, 주요 패스트푸드 체인에서도 이러한 대안육을 활용한 메뉴들을 출시하고 있다. 미국 대안육 브랜드의 강자인 비욘드 미트, 임파서블 푸드를 시작으로 전 세계 현대인들은 이미 대안육을 맛보고 있으며 가까워지고 있다. 연구실에서 나온 고기인 배양육도 유망한 푸드테크 식품으로 언급되고 있다. 식물성 대안육은 주로 콩을 사용하여 만들지만, 배양육은 진짜 소의 근육 세포로 만든다. 냄새, 맛, 식감도 진짜 고기와 더 비슷하다. 배양육이란 시험관 고기(In vitro meat)를 뜻하며, 가축을 사육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연구실에서 세포를 배양하여 얻게 되는 식용고기를 의미한다. 세포공학과 골격근 조직 공학 기술을 포함한 배양육은 일반 축산 방식보다 온실가스 배출, 에너지와 물 사용량이 현저히 적은 생산 과정을 거친다. 배양육은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인류의 식탁에 고기를 제공할 수 있는 미래 식품 소재가 될 것이다.
아직까지 국내 배양육 재배 기술은 초기 단계이다. 육류에는 근육 외에도 지방, 혈액, 조직감 등 맛에 영향을 주는 다른 요소들이 있다. 아직 배양육은 육류를 완전히 모사하는 데에는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 이슈를 고려하면 지속가능한 식품 소재 개발은 필수적이며, 배양육은 그에 대한 해답 중 하나가 될 것이다. 푸드테크에 기반한 대안육 시장은 소비자들에게 육류의 섭취를 줄임으로써 건강 증진은 물론 자원과 에너지를 절약하고, 동물복지와 가축 질병 감축에 영향을 주는 등 사회적인 공공성에도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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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안육으로 만든 햄버거와 배양육으로 만든 치킨 타코 (비욘드미트, 업사이드푸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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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테크의 선두주자 '스마트팜', 농업을 자동화하다
똑똑한 농장을 뜻하는 스마트팜은 농작물과 가축을 기르는 농장에 IT 기술을 접목한 ‘지능화’된 농업을 말한다. ICT 기술을 활용하여 원격, 자동으로 작물의 생육환경을 관측하고 최적의 상태로 관리하는 과학 기반의 농업 방식이다. 센서들이 재배에 필요한 다양한 요소들을 사람을 대신하여 측정하고, 활용하여 스마트 농작업을 진행함으로써 기존 농업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을 고품질로 생산할 뿐 아니라 노동시간 감소를 통해 농업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
스마트팜은 인간의 식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푸드테크 대표 주자로 부각되었으나 여전히 한계가 많다. 아직까지 생산할 수 있는 작물이 한정적이며, 주식용 작물과는 거리가 먼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인간이 제어하기 힘든 외부 환경의 영향을 예측하고 조절하여 균질한 품질의 작물을 얻을 수 있다는 큰 강점이 있다. 더불어 개인 맞춤형 푸드테크 관점에서 본다면 자연히 농산물도 맞춤형이 필요하며, 여기에는 디지털과 결합한 스마트팜이 더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스마트팜에 대한 개발 투자는 주로 IT, 시설에 집중되었지만, 재배 전문인력의 양성에 대한 투자까지 함께 이루어진다면 데이터 활용을 넘어 데이터 학습까지 가능한 3세대 스마트팜은 더욱 빠른 시일 내에 우리 삶으로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 키친과 변화하는 외식 서비스
푸드테크 시장의 대표적인 무인화 사례는 푸드 로봇이다. 단순·반복적인 업무를 대체하는 자동화 기기와 로봇을 활용한 식품 산업은 소비자들의 시간을 단축해주고 사업 경영자나 판매자에겐 운영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하는 장점이 있다. 이런 장점을 적용해 최근 패스트푸드를 시작으로 커피 등 다양한 식품 분야에 로봇 서비스가 적용되고 있다. 국내에선 바리스타 로봇이 커피를 만들어주는 카페가 등장하기도 했다. 또한 스타트업 ‘로보아르테’는 로봇이 치킨 반죽과 튀김 과정을 담당하는 롸버트 치킨을 판매하고, ‘베오로보틱스’의 서빙 로봇 서비는 라이다를 탑재한 홀서빙 로봇으로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로봇이 스마트 외식을 담당하고 있다면, 가정에서는 개인 맞춤형 스마트 키친이 도입되고 있다. 삼성의 비스포크 직화 오븐은 기존의 조리 성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AI 기반 개인 맞춤형 기능이 강화되어 사용자의 습관에 따라 조리 순서와 온도가 자동 조정되며, 요리 과정을 추천하고 안내해준다. 또한 스마트싱스(SmartThings) 쿠킹 서비스를 통하여 사용자의 음식 취향 및 건강 상태 등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맞춤형 레시피와 식단을 추천해준다. 요리뿐만 아니라 간편식을 조리하는 소비자를 위해 간편식 스캔쿡 기능도 개발되었다. 사용자가 간편식의 바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각상품에 맞는 레시피와 조리를 위한 온도 및 시간 세팅이 조리 기기로 자동 전송되어 사용자가 손쉽게 요리할 수 있게 도와준다.
차세대 식품 산업, 푸드테크에 대한 자세
미래의 먹거리는 고령화와 저출산 등의 인구 변화, 기술 융·복합화, 글로벌 중산층의 증가, 기후변화, 자원 고갈 등의 사회적 메가 트렌드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식품 산업에는 IT 기술이 접목된 푸드테크가 생산과 물류, 먹거리의 다양성, 투명성, 편의성의 변화를 통해 개인 맞춤형 식품시장을 이끌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푸드테크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세계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분야가 바로 푸드테크이다. 따라서 산·학·연·관 협력 플랫폼을 구축하고 창발 생태계를 조성해 나아가야 한다. 차세대 먹거리 시장인 푸드테크는 기존 식품 산업에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진 혁신기업이 다양하게 나올 때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이기원 서울대학교 푸드테크학과장
서울대학교 식품공학과 학·석사,농생명공학부(식품생명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푸드테크학과 주임교수와 식품생명공학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이며 한국푸드테크협의회 공동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 본 기사는 월간 <과학과기술> 9월호 기사를 옮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