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베스 사망> 슬픔 속에 긴장감 감도는 베네수엘라
애도 속 긴장감 고조. 우고 차베스(58)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암 투병 끝에 숨진 가운데 AP 통신과 AFP 통신 등 외신은 오랜 지도자를 잃은 베네수엘라의 분위기를 단 두 마디로 줄여 표현했다.
14년간이나 집권했고 지지도도 높았던 대통령이어서 곳곳에서 애도 물결이 이어지고는 있지만, 일부에서는 지나치다는 논란과 함께 향후 정국에 대한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수도 카라카스에는 차베스 대통령의 죽음을 슬퍼하는 시민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음식점과 상점 등은 일찍 문을 닫았고 추모객 수백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교통이 마비되기도 했다.
한 시민은 "너무 큰 슬픔에 말을 할 수도 없다"며 눈물을 보였다. "차베스는 베네수엘라 최고의 지도자였다"는애정 어린 목소리도 나왔다. 시민들은 차베스를 지지하는 구호를 외치거나 서로 안아주며 위로를 나눴고, 차베스 대통령이 숨을 거둔군 병원에도 추모객들 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애도도 좋지만 너무 지나치다는 우려도 일었다. "조금만 진정했으면 좋겠다"거나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는 격한 반응도 있었다. 강력한 카리스마와 대중적 인기를 바탕으로 베네수엘라를 말 그대로 '장악'해온차베스가 떠나면서 앞으로 벌어질 상황에 대한 두려움도 크다.
실제로 흥분한 시민들 사이에 충돌도 발생했다. 차베스 사망소식이 알려진 이후 복면을 하고 오토바이를 탄 무리가 대법원 앞에서 시위를 벌이던 학생 40여명을 공격했다.
차베스 대통령의 건강 상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요구하며 1주일 넘게 시위를 벌여온 이들은 복면 일당이 텐트를 불태우고 음식을 던지는 것도 모자라 총을 쏘기도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세 불안을 우려한 정치권이 화합을 강조하고 있지만, 동요하는 민심을 안정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니콜라스 마두로 부통령은 "차베스를 지지하지 않았던 반대 세력도 지금의 고통을 이해해달라"며 "지금은 가족과 국가를 생각할 때"라고 호소했다. 마두로 부통령은 군과 경찰이 국민을 보호하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곳곳에 배치될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지도자 엔리케 카프릴레스도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는 조국 베네수엘라를 향한 사랑과 존중이 필요하다"며 화합을 강조했다. 국영석유회사(PDVSA)도 모든 설비가 정상가동되고 있고 국내의 연료 공급은 걱정할 것이 없다며 우려 잠재우기에 나섰다.
다만 현재 베네수엘라 여권에는 차베스를 대신할 만한 차세대 주자가 없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어 정치 지형에 변화가 일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미국에 거주하는 베네수엘라 교민들은 차베스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국기를 들고 모여 기뻐했다. 한 베네수엘라 학생 운동가는 앞으로의 일이 걱정되기는 하지만 "이것이 베네수엘라의 진정한 변화를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했다.
베네수엘라는 공식 애도기간을 7일로 정하고 오는 8일 국가 차원의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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