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 바르셀로나 유스 출신인 이승우 선수에 비길 바는 아니지만 30년 전 조진호 선수도 엄청난 축구 천재로 각광을 받았습니다. 이름 때문에 조르징요라고도 불리고 한국의 마라도나라고도 불렸습니다.
91년 남북단일팀과 93년 호주청소년대표로 뽑혀서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긴 했지만 호주 대회에서는 골결정력 부족으로 예선 탈락했죠. 미국전에서 골키퍼까지 제끼고 옆그물로 찼을 때는 지금도 기억납니다.
그후 국가대표에 선발되어 94 미국 월드컵에 나갔습니다.
그리고 평가전에서 연속골을 넣어 엄청난 인기를 얻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본선에선 중용되지 못했죠. 첫 경기 스페인전에서 2:2로 비기고 16강이 걸려 있는 두 번째 경기 볼리비아 전에서 0:0으로 비기면서 조진호를 기용하라는 여론이 극에 달합니다. 당시엔 PC 통신 중심으로 ㅎㅎ
결국 김호 감독이 여론에 굴복해서 조진호 선수를 독일전에 선발 출전시킵니다.
그런데 불길한 게 스포츠 신문 기사 제목이 '믿는 도끼'였습니다.
참 제목을 뽑아도 그렇게 뽑는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란 얘기 아닌지...
역시나 조진호 선수는 예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습니다.
가장 아쉬운 장면은 최인영 선수 실수로 두 골인가 먹힌 상태에서 조진호 선수가 일그너 골키퍼와 1대 1 찬스를 얻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옆그물로 차버리고 말았다는 겁니다.
그 골이 들어갔으면 2004년이 아닌 94년에 독일을 잡았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 장면은 "투혼의 한국팀"인가 하는 제목으로 1995년 피파 달력에 실렸지만
어쨌든 골은 들어가지 않았고 조진호 선수는 교체되고 말았습니다.
이후 조진호 선수는 비쇼베츠 감독이 이끄는 히로시마 아시안 게임 대표에도 선발되었지만
쿠웨이트 전에서 또 결정적인 찬스를 놓친 후 다시 기용되지 못합니다.
그리고 포항 스틸러스의 지명을 받아 프로로 오고, 96년 아틀란타 올림픽 대표팀에도 선발되지만
이승우 선수처럼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자
사상 초유의 선수촌 이탈이란 사고를 치고
영구 국가대표 제명이 되고 맙니다.
그후 조진호 선수는 초대 FA컵 챔피언이자 MVP가 되지만
히로시마 아시안 게임에서 우승하지 못해서 상무에 가고
제대 후 그저그런 선수로 부천과 성남에 갔다가 은퇴합니다.
물론 제가 알기론 거의 유일무이한 3개 팀 3개 대회 우승이라는 진기록을 세웠지만...(FA컵 포항, 리그컵 부천, 리그 성남)
그 기록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요.
감독으로서 나름 훌륭한 족적을 남겼지만
지병인 심장병으로 요절하고 말았습니다.
물론 이승우 선수와 조진호 선수를 비교하기엔 다른 점이 많습니다.
우선 이승우 선수는 바르셀로나라는 최고의 구단을 거쳤고 골결정력도 비교가 되지 않죠. 본인이 직접 병역을 해결하기도 했고요.
그에 비해 조진호 선수는... 하아... 그 결정적인 찬스에서 골을 넣었으면 한국 축구 역사가 바뀌었을...
구단도 이승우 선수는 2부여도 어쨌든 해외구단이고,
조진호 선수는 국내 구단 전전하다가 은퇴했죠.
다만 그때와 비슷한 건 국가대표로 선발되어서 경기 출장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는 건데,
조진호 선수와 다르게 이승우 선수는 국가대표고...
또 바로잡아줄 선배들이 많다는 게...
적어도 조진호 선수처럼 큰 사고는 안 칠 거 같네요.
조진호 선수도 올대가 아니라 국대였으면 그런 일은 없었을 거에요.
본인도 그때 일을 가장 후회했던 걸로 알고요.
조진호 선수가 활약하기 전에 태어난 이승우 선수라 이런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선배의 불행한 전철은 밟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본인이 어련히 알아서 잘하겠죠.
첫댓글 별개로 당시 같이 축구보던 어른들이 최인영 밤에 술쳐먹은거 아니냐고 했던게 기억나네요 ㅋㅋㅋ
최인영 골키퍼가 하나만 막었어도 달라졌을 텐데...
@파란혜성 그러게요.. 당대 아시아 최고 골키퍼라는 소리도 들었었는데 ㅋㅋ
키퍼 재치고나서 골넣기 전에 세레머니 하고나서 못넣은 장면이 아직도 기억 나네요ㅋㅋ
평가전에서 관중들이 조진호 외치는거 완전 소름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