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폭염이 지속되는 8월도 일주일이 훌쩍 지났다. 여름방학이 시작되면서 개강했던 방과후학교 수업도 종강하고 학생들의 인적이 끊어진 학교는 고요하다. 교정에는 목백일홍과 무궁화 만개한 꽃송이만 가득하다.
여름방학은 재충전하여 2학기를 활기차게 준비하는 힐링의 시간이어야 하지만 이번 방학에는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는다. 상큼한 여름꽃들의 아름다움은 느껴지지 않고 추모의 검은 리본만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지난달 꽃 같은 후배 교사를 잃은 우리는 망연자실한 마음속에 저마다의 검은 리본 하나씩을 새겼다. 폭염에도 불구하고 전국의 교사들이 정부 청사 앞에서 교사 사망 사건 진상규명과 교권 회복을 요구하는 집회를 이어 나가고 있다.
방학 중에 교육청과 교원단체에서 교권 침해 실태 파악을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필자도 두 번의 설문조사에 참여하면서 이런 조사를 해야 하는 현실에 참담함을 느꼈다.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던 교권 침해 사례는 거대한 전모를 드러냈다. 지난달 24일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교육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교육활동 침해 건수는 코로나 이전인 2017년에 대비해 2천662건에서 3천35건으로 증가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서 지난달 25~26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 사례가 전체의 71.8%(8천344건)로 학생에 의한 사례 28.2%(3천284건)보다 2배 이상 많았다. 학부모의 교권 침해 유형은 아동학대 신고ㆍ협박이나 악성 민원 사례가 6천720건(57.8%)으로 압도적이었다. 이어 폭언ㆍ욕설이 1천346건(16.1%)을 차지했다.
교권 침해 사례가 급증하면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교사들이 크게 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 교사들은 자신이 당한 고통보다는 제자를 위한 불인지심(不忍之心,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의 자세로 버텨왔다. 대부분의 교사는 교권 침해 신고보다는 제자들의 앞날을 먼저 생각하고, 자신이 받은 마음의 상처와 고통을 혼자 감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제자를 위해 참고 인내했던 그 교사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학생들의 인권과 교권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교육부에서도 `교원의 학생 생활지도 가이드 라인(고시)`을 2학기부터 시행하도록 준비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12월 개정된 초ㆍ중등교육법에 초ㆍ중ㆍ고와 특수학교ㆍ학급 교원의 생활지도권이 명시된 데 따른 것이다. 울산광역시교육청에서도 실태조사 자료를 기반으로 대책을 마련하여 발표하겠다고 한다. 달라질 2학기에는 교사의 손발을 묶고 제대로 된 교육활동을 기대했던 현실이 더 이상 없기를 바라며 상생과 배려가 있는 교육 주체들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한다.
여름방학은 짧아서 8월 3, 4주에는 대부분 개학을 한다. 학교 공사 일정 등으로 이미 개학을 맞이한 학교들도 더러 있다. 올해 2학기에는 `처음` 맞이하는 새로운 변화가 기다리고 있다. 중학교 1학년은 올해부터 자유학년제(1학년 1, 2학기)가 자유학기제(1학년 1학기)로 변경 운영되어 2학기에는 일반 교육과정으로 지필평가와 수행평가 등 시험을 치르게 된다.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은 입학 후 처음으로 치르는 시험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이 교차할 것이다. 방학 중 2학기 공부를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2학기 시험은 고입 내신성적에는 반영되지 않으므로 1학년 학생이나 학부모님은 지나친 부담감을 가질 필요는 없을 듯하다. 자신의 학업 성취 정도를 파악하고 2학년을 준비하는 시기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3학년도 2학기에는 고교학점제 및 고등학교 진학 준비를 위한 전환기 교육과정이 실시될 예정이다. 11월 말까지 2학기 기말고사가 끝나고 내신성적 산출이 마무리되고 나면 12월부터 겨울방학 때까지 전환기 교육과정이 운영된다. 올해 처음 시행되는 것이니만큼 알찬 운영을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에게 안전하고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교육공동체 간 신뢰 회복이 가장 중요하다. 지금 우리의 교육 현장은 교육 주체 간의 관계를 돌아보고 재정립해야 하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