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들의 반란
박말이 (2009.10.5.)
잠은 주인의 눈 꺼풀을 자꾸만 누른다
어디 나쁜데가 있는지 알수는 없지만 잠과의 전쟁이다. 아침 마당을 봐야 하는데도 도저히 버틸수가 없다. 그렇게 아침 밥만 먹고 나면 나른한 잠에 빠져든다. 오늘은 억지로 청소기를 들고 티비밑에 먼지를 바라본다. 거짓말 조금 더하면 먼지가 한자정도 쌓여 있다. 청소한지가 언제인지 기억조차 가물거린다.
"니네 주인 오늘도 나갔니?"
"응 아마 오늘 카바레 갔을 걸"
"진작 말하지 따라 갈건데"
"너 아직도 그 곳을 못 잊는 거니?"
"응"하고 묻어온 먼지가 고개를 숙인다.
전번날 주인이 카바레에 갔을 때, 신발에 묻어 왔어 치맛단에 매달려 방으로 들어 온 먼지가 춤추는 그 곳이 그리운 모양이다.
"심심하지?" 집먼지가 묻어 온 먼지에게 묻는다.
"그래" 한 쪽에 다소곳이 내려 앉아 대답한다.
"그럼, 우리 한데 뭉치던지 쌓기 놀이하자" 여기저기 뭉치고 쌓기 시작했다.
"오~오 재미있다 날개를 달아 보자"
"우리 한 번 날아 볼까"
"좋아 근데 주인이 오면 구석에 쌓여 있자"
"그래 알았어"
"벨소리가 울린다 조용히 하자, 침대 밑으로 들어 가자"
저물게 들어온 주인은 화장을 지우고 잠이 든다.
"우리 나갈까? 나가서 주인 콧구멍을 들려다 볼까?"
"카바레 먼지 묻어 왔나 볼까?"
"그래 그런데 오늘은 어느 카바레인지 아니?"
"몰라 그냥 먼지 있으면 만나 보자"
"아니 좀전에 세수했잖아?"
"그럼 신발에 가 보자 틀림없이 아는 먼지 있을거야"
"그래 맞다" 먼지들은 우루루 몰려 신발장을 기웃거렸다.
뒷날 아침 주인은 늦잠에서 꺠어나 산책을 나갔다.
아침 햇살이 방안을 비췄다.
"야아~햇살이다, 눈부시다, 구석에 가만 있자"
"그래 그러자" 먼지들은 아침잠을 잤다
산책에서 돌아 온 주인은 오늘도 머리를 감고 나갔다.
주인의 모임이 있는 날이다
"근데 우리 언제까지 이렇게 뭉치며 살 수 있을까" 묻어 온 먼지가 말했다.
"일주일 정도는 꺼뜬히 견딜 수 있을 거야' 요즘 주인이 바쁘거던"
"니네 주인이 뭐하는데"
"글쎄 예전에는 애 키우고 살림하다 골병이 들었다나 뭐라하나 이제는 청소도 미룬대 조금 덜 깨끗해도 아프고싶지 않은 모양이야"
"응 니네 주인 갈데가 다 되어 가나 봐!"
"아니 아직 말짱해"
"근데 왜 그래?"
"세상 오래 살았다 이거지 뭐"
"아마 오늘은 식당 먼지가 묻어 올걸"
"그럼 한 번 맛나 보자 히히 좋겠다"
"가만 가만 주인 온다, 친구도 한명 같이 오네"
" 나 오늘 청소 안했어 많이 추접지?"
"응 자 한 번 가지고 와 봐 먼지 키 한 번 재워 보자" 친구가 말했다.
"아이구 너도 참 너무 비꼰다." 주인이 웃었다,
"나 요즘 수영도 가고 헬스도 하고 모임도 자주 나가 청소할 시간이 없어"
"그래 그렇게 살아 억지로라도 편안하게 사는 게 좋은거래"
"그 전에 어떻게 살았니? 까마득하지?"
"얘 뒤돌아 보지마,앞만 보고 살자! 또 생각하니 너무 슬퍼지려고 해"
"요즘 세월 너무 빨라 하루해는 정말 눈 깜짝할 사이야"
"맞아 십 년 그거 잠간이야"
"좋은 세월 청소하다 다아 보냈잖아 그 때는 왜그리 깨끗하고 싶었든지 몰라, 이리 청소 안해도 잘살고 있는데"
"나 눈물 날려고 해 그 때 생각하면 펑펑 울고 싶어 너무 허송 세월 만 보냈어 "
"내일 에어로빅 가자 스트레스 확 풀려"
"그럴까?" 주인과 친구는 밤새도록 끝없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움직이지 말고 가만 있어. 내일 니네 주인 에어로빅 간다잖아"
"우리들은 언제 치워질지 모른다"
"우리 정말 오래 사는 구나 헤헤"
"시끄러워 너무 좋아 하지마 언젠가는 닥칠 일이니까, 예상하고 있어야 해"
"오래 살아 좋을 것도 없어 가려워 죽겠다 진드기 생겼나 봐"
"그 봐 좋은 것에 안 좋은 것 꼭 붙어 있어 "
"그래 너 말이 맞다"
"진드기 키워봐 재미있어"
"아마 주인이 못 견딜 걸"
"넘치는 것도 안좋아"
"뭉지면 산다고 했잖아' 왜 그 이승만 대통령 말씀있잖아 "
"요즈음은 튀어야 살아
"어떻게?"
"날개를 달아 모두 날자"
"어디로"
"창밖으로 세상이 그립지 않니?"
"단풍도 보고"
"낙엽이라고 하든데"
"가량 잎이라고 하드만"
" 다아 맞아 주인이 오기전에 힘껏 날아 증진 또 증진하자"
"스스로 스스로 무엇이든 스스로 하는 것이 좋아 누가 시켜서 하면 왕 짜증이야"
"그럼 날개는 어떻게 달지? "
"그냥 한 번 날아 보면 안될까?"
"아마 될꺼야"
"내일 아침 햇살이 들어 오면 가볍게 말리자 그리고 날아 보자 먼지도 세상을 날 수 있다고 소리치자"
"주인님 고맙습니다."
"뫃아 주시고 쌓아 주셨어 너무 감사합니다." 먼지들은 손을 흔들며 창밖으로 날았다.
주인의 불룩한 눈꺼풀이 화들짝 놀랐다. 비몽인지 사몽인지 알 수 없이 주인은 배시시 웃었다.
"작은 먼지들도 뭉치면 반란을 일어키는구나" 주인은 중얼 거렸다. 그리고 청소기가 시끄럽게 돌아 가고 있었다.
2024. 1.12.
예전에 써 두었든 글인데 읽어 주셨어 감사합니다~~^^
첫댓글 먼지들도 뭉치니 뭐가 되도 되는군요. ^^
재밌게 읽었습니다.
먼지는 정말 날개라도 달렸는지 고층이고 어디고 안 가는 데가 없습니다.
묻어서 오는 놈, 날아서 오는 놈, 다 무서워요~~^^
ㅎㅎㅎ 감사합니다~~연보리님~~^^
읽어 주시고 답글 주셨어 행복해 집니다^^
동화 같은 먼지 이야기가
우째 세겨 들어야 할것 같습니다
코로나가 많이 쫓아 내지만
요즘 미세란게 따라와서
또 우리를 괴롭히는 날들입니다
겨울이라 덜 하지만
햇님님 건강하세요 ()
고맙습니다~~거울빈님~~^^
좋은 일만 생기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먼지들의 대화를 재미있게 풀어놓어셨습니다 먼지끼리도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습네다 라는 이승만 어록을 인용하니 빵터집니다.
ㅎㅎㅎ고맙습니다^^~~산너머 저쪽님^^
좀 실없어도 좋게 봐 주셨어 감사합니다~~^^
편안 한 날 되시기 바랍니다~~^^
엊그제 청소한다고 침대 밑을 닦아냈는데
또 먼지 가득하겠지요
청소기 들기 싫어 밀대로만 하는날도있지요
오늘밤엔 먼지들의 대화를 살짝 엿들어볼까봐요 ㅎㅎ
홍삼님~~반갑고 감사합니다^^
좋은 일만 생기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