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개봉했을 때 봤는데 그때도 너무 답답한 해석들, 특히 조 캐릭터를 올드하게 해석하는 관객들 많아서 ㅋㅋㅋㅋ.... 사실 조는 비혼주의자인데 자꾸 로리랑 프리드리히랑 엮고 러브라인 어떻게 된 건지 말하는 사람들 많아서 짜증낫음...
조가 "너무 외로워요."라고 말하는 장면을 시작으로 해야할 듯 함.
이 장면에서 조가 "로리 청혼을 받아들일걸 그랬나봐요" 하는 거 보고 로리랑 조가 이어졌어야 하거나, 조는 로리를 안 사랑하지만 로리는 평생 조를 사랑해야 한다는 본인이 원하는 "로맨스 맛집" 구도 만드는 사람들 있던데 정말 화남.
영화를 다 보고도 조에 대해 그런 생각이 든다면 그 관객은 조를 끝까지 이해 못한 것 같음.
조의 외롭다는 표현은 패배주의적 감성이 아님. 사랑뿐만 아니라 야망도 생각도 영혼도 있는 여자지만 그럼에도 나는 남자가 필요한 외로운 인간일 뿐이라는 말이 아님. 조는 일관성 있게 남자에 관심이 없는 애임. 그동안의 리메이크에서 조를 레즈비언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많은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임. 조는 기본적으로 남성보다 여성에 대한 지향이 강한 캐릭터임.
외롭다고 할 때 조의 상황이 어떤지 보면, 돈 없음. 미래 불투명. 친정도 가난함. 원하는 글도 쓸 수 없음. 결혼하지 않고 자매들과 계속 함께 있길 바랐으나 하나둘씩 결혼을 목적으로, 혹은 이유로 떠나감. 가장 친한 동생이 죽음.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짐. 즉, 더이상 글쓰기로 생업도 도모할 수 없음.
결혼하지 않고 살겠다고 말하던 조에게 실질적인 가난의 문제가 닥쳐온 것임. 따라서 조의 외로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와 함께해서 그의 사랑을 받고 싶은 여자의 한탄을 담은 게 아니라, 결혼을 선택하지 않고 살겠다고 장담하던, 그 시대의 돌출된 여자에게 환경적으로 부여된 외로움임.
유년시절 행복했던 조에게 외로움이 밀려오는 균열은 메그의 결혼에서부터 시작됨. 영화 보면서 조금만 조 주변 인물들의 대사를 신경 쓰면 조 주변에 그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인간이 정말 없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임.
메그에게 결혼하지 말고 떠나자, 나와 자유롭게 살자고 말하면서 결혼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조에게 메그는 이렇게 말함. "너에게도 누군가가 나타날 거야."
결혼을 꿈꾸는 나도 존중해달라고 말한 메그지만 정작 조가 결혼하지 않겠다고 한 선언은 '조는 원래 그런 애.' 정도의 것으로 듣고 넘어간 것임.
로리가 조에게 청혼할 때, 조는 다시 한 번 말함. 나는 너를 사랑할 수 없다, 나는 결혼과 맞지 않는 사람인 것 같다. 그때도 로리는 이렇게 말함. "아니, 넌 결국 누군가를 사랑하게 될 거야." 자길 거절하기 위해서 그런 말을 할 뿐 결국 너도 결혼할 거라는 말임.
더 이상 그 작은 시골 공간에서 이해받지 못하는 조는 뉴욕이라는 큰 공간으로 이동했음. 하지만 시골 공간이 아닌 공적 공간에 조가 등장했을 때 그는 그냥 여성인 것임. 훨씬 적은 인세를 받으며 작업해야 했고, 그나마 말이 통하는 남자에게 자기 글쓰기도 전면적으로 비판받음.
자유를 상징하는 큰 도시에서도 조는 또다시 이해받지 못하고 상처를 떠안고 집으로 돌아온 것임.
그랬던 조가 사랑하는 베스의 마지막 요청을 기억하며 글을 썼음. 그리고 그 이후에 프리드리히가 방문하고 사랑을 확인한다는 결말은 모두 허구임.
편집장이 조의 소설을 받아들고 하는 말. "이 여주인공은 왜 결혼하지 않는 거에요?!" 이 때 조는 "그 집 도련님(로리)이 동생과 결혼했다니까요."라든가 "그 교수(프리드리히)와 만나지 못하고 헤어졌어요."라든가 "그 교수(프리드리히)와 일단 연애를 하고 있어요."라고 답하지 않음.
조의 대답은 "제 캐릭터는 처음부터 말했어요. 결혼하지 않겠다고."라는 것임. 조가 프리드리히와 기차역에서 재회하고 키스를 하는 장면이 갑자기 할리우드 50년대 영화처람 연출된 이유임. 그것이 허구이고, 단지 편집장의 요구로 넣은 로맨스 장면일 뿐이니까. 그 장면을 추가하면서도 이렇게 말함. 결국 결혼도 로맨스도 모두 금전거래라고.
즉, 조는 비혼주의자임. 결혼을 자의로 선택하지 않은 여성임. 그리고 이건 조가 원작 작가 루이자 메이 알콧이 자신의 아바타 캐릭터로 만든 존재이기 때문임. 알콧은 일생을 결혼하지 않고 글쓰기로 모든 가족의 생계를 풍족하게 책임졌던 사람임.
감독 그레타 거윅은 프레스에서 이렇게 말함. "30대가 넘은 지금 원작을 다시 읽으니 나에게 다가오는 주제는 명확하다. 이 소설의 주제는 여성과 돈이다. 가난한 여자가 예술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다." (메그는 배우, 에이미는 화가, 베스는 음악가, 조는 작가를 꿈꿨음)
또 이렇게도 말함.
"원작의 작가 알콧은 사실 조가 결혼하지 않기를 원했다. 출판사의 요구로 조를 결혼시킨 것이다. 하지만 작가 본인은 평생 비혼으로 살았다. 나는 이것에서 어떻게 실제 삶이 예술보다 진보적일 수 있는지를 본다."
유년시절은 갈색과 붉은색의 따뜻함을 지녔고, 이것은 조가 행복했기 때문임. 성년이 지나면 영화는 푸른 빛을 띠고 이건 성인이 된 조에게 닥쳐온 세상이 차갑기 때문임. 마지막에 스스로 학교를 짓고 가족들과 함께 있는 조를 찍는 카메라는 황금빛을 연출함. 어린 시절의 행복과 비슷하지만 다른, 성년 이후에 자존감의 위기를 겪고 이겨낸, 그럼에도 독립을 지켜온 조에 대한 찬사임.
본문 넘 좋당. 난 조가 외롭다고 하는 장면에서 저렇게 스스로의 니즈를 잘 파악하고 매사에 당당한 여자도 자신의 선택으로인해 지독한 외로움을 느끼는구나 싶어서 오히려 위로가 됐었는데.. 그럼에도 마웨하는 조가 너무 멋졌음. 또 고독을 동반자로 받아들여야 비혼라이프를 더 여유있게 즐길 수 있겠구나 싶었어. 그 장면이 패배주의로 해석될수도 있었구나.. 안타깝다ㅠ
첫댓글 조 정말 인생 캐릭터.. 글 가져와줘서 고마워
본문 넘 좋당. 난 조가 외롭다고 하는 장면에서 저렇게 스스로의 니즈를 잘 파악하고 매사에 당당한 여자도 자신의 선택으로인해 지독한 외로움을 느끼는구나 싶어서 오히려 위로가 됐었는데.. 그럼에도 마웨하는 조가 너무 멋졌음. 또 고독을 동반자로 받아들여야 비혼라이프를 더 여유있게 즐길 수 있겠구나 싶었어. 그 장면이 패배주의로 해석될수도 있었구나.. 안타깝다ㅠ
와 안 그래도 전개 이해 안 됐는데 이제야 납득이 된다 좋은 글 고마워
해석보고 영화가 더 좋아졌다! 좋은글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