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 보성을 거쳐 대한민국의 오지 고흥반도로 떠나다
다시 한번 가족여행을 떠날 때가 되자 어디로 갈지 고민이 되었다. 대한민국 지도를 펼쳐본 뒤 경상도와 전라도에서 가족들을 데리고 갈 만한 장소가 어딘지 물색을 했다. 충청도, 강원도 혹은 경기도는 고향인 창원에서 너무 멀어 아예 후보에서 제외해버렸다. 경상남도 대부분의 명소는 거리가 가까워서인지 이미 다 가본 듯했고, 아직은 겨울이라 경북이나 전북의 내륙지방은 추울 것 같았다. 이번에도 결국 가족여행은 전라남도로 떠날 수밖에 없는 것인가라고 생각했지만, 남도 여행은 어딜 가나 즐거웠기 때문에 기대도 되었다.
전라남도에서 유명한 관광지인 광주·순천·여수·목포는 다 가봤으므로 안 가 본 오지를 찾아봤다. 지도에서 눈에 띈 건 여수 왼쪽의 거대한 반도인 고흥반도였다. 크기만 따지면 여수보다 크지만 이번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고흥이란 곳이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곡성·구례·보성 등 전라남도의 다른 오지는 다 가봤지만 고흥은 안 가봤다는 사실이 내 여행 심리를 자극했다. 이번 여행의 최종 목적지는 고흥으로 잡고 가는 길 중간중간에 광양과 보성의 명소도 들리기로 했다.
국립공원 이야기 80 - 나로도
동경 127°30′, 북위 34°30′에 위치하며, 북쪽의 내나로도와 0.5㎞의 좁은 수로로 대하고 있으며, 고흥반도에서 남쪽으로 6㎞ 지점에 있다. 봉래면의 주도로서 예내리·외초리·신금리가 포함된다. 면적은 26.47㎢이고, 해안선 길이는 45.0㎞이다. 1995년 10월에 동일면과 외나로도를 연결하는 연도교인 나로 2 대교 (450m)가 건설되었다.
2009년 기준으로 인구는 2,155명(남 1,058명, 여 1,097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세대수는 1,050세대이다. 섬 북쪽의 신금리가 중심지 역할을 하며, 면사무소를 비롯한 공공기관이 집중해 있다.
토지이용 현황은 논 1.46㎢, 밭 3.24㎢, 임야 20.02㎢이다. 주민들은 농업과 어업을 겸하고 있으며, 주요 농산물로는 쌀·보리·고구마·콩·마늘·시금치·배추·고추·참깨·들깨 등이 재배되며, 밀감 재배단지가 조성되어 있다. 연안에는 멸치·도미·민어·고등어·갈치·쥐치·병어 등이 풍부하여 청산도와 함께 전라남도 대어장의 하나이고, 김·미역·고막·조개 양식도 활발하다.
나로도의 삼치파시가 유명하고, 나로해수욕장·염포해수욕장의 주변 경관은 다도해해상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교육기관으로는 봉래초등학교, 봉래초등학교 봉래남분교장, 봉래중학교, 나로고등학교가 있다.
말을 기르는 군용 목장으로 조선 중기부터 많은 말을 길렀는데, 임진왜란 때 큰 말이 아군을 위하여 육지의 전쟁터로 달려가 용맹을 떨치고 산화하였다고 하며, 그 용맹성을 기리기 위하여 해마다 음력 정월 초삼일에 풍어와 한해의 무운을 비는 제를 지내는 풍습이 있다.
섬의 동남쪽 예내리 하반마을에는 2009년 6월에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발사체 기지인 나로우주센터가 건설되었다. 나로우주센터는 우리나라에서 자체 기술로 만든 위성 및 발사체를 한국 영토에서 발사하기 위한 기반 시설이다. 주요 시설과 장비는 가장 중요한 우주발사체 발사대, 발사와 관련된 모든 통제 시설이 집약된 발사통제동, 우주발사체 조립을 수행하는 조립 시험시설, 발사 후 각종 데이터를 수신하는 추적레이더 및 원격자료 수신 장비, 광학 추적 장비, 비행종단 지령 장비, 추진기관 시험동, 기상관측소 등이다. 그밖에 로켓 전시관·인공위성 전시관·우주과학 전시관·야외전시장 등으로 이루어진 우주과학관이 있다. 나로우주센터는 21세기 우주기술 선진국 진입이란 국가목표 달성과 함께 미래 우주시대를 개척하기 위한 우주개발의 전초기지이자 우주를 향한 대한민국의 꿈과 희망이 발사되는 역사적인 장소이다.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외나로도(外羅老島))]
고흥반도를 거쳐 나로도로 가다
광양의 느랭이골 자연휴양림에서 하루를 보낸 뒤, 꼬막으로 유명한 벌교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고흥으로 향했다. 고흥은 여수처럼 입구가 좁은 항아리를 연상시키는 형태다. 입구에 해당하는 남양면을 통과하면 고흥의 명소를 구석구석 돌아볼 수 있다. 남서쪽에는 한센병 환자들이 살고 있는 소록도가 있으며, 남동쪽에는 다도해해상 국립공원에 속하는 팔영산과 나로도가 있다.
이번 가족여행에서 꼭 들러보고 싶었던 곳은 바로 나로도와 소록도다. 나로도는 다도해해상 국립공원에 속한 섬이긴 하지만 바다의 경치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산업으로 더 유명한 섬이다. 나로도 주변의 깨끗한 바다를 보니 수많은 섬들을 놔두고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섬에 우주센터를 만드는 작태가 한심하기만 하다. 사람들이 살지 않는 오지에 건설해야 하는 현실 때문에 자연을 망칠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육지와 연결된 다도해의 수많은 섬들 중 우주센터를 만들 만한 섬은 널린 것 같은데 왜 하필 나로도였을까. 우주센터를 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왔지만 한심한 결정으로 자연이 파괴된 현장을 보고 나니 안타까움이 더했다.
나로우주센터는 연구시설과 방문객을 위한 우주과학관으로 나뉘어 있다. 당연하게도 일반인은 연구시설에 방문할 수 없으며, 우주과학관에서 대한민국의 우주산업 현황과 나로우주센터에 대해 알 수 있다. 근사하게 지어진 우주과학관은 우주에서의 기본적인 운동원리, 로켓의 역사와 구조, 인공위성의 원리와 구조, 우주에서의 생활과 달 탐사 등 흥미로운 주제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한국에서 지금까지 우주산업에 사용한 장비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영상관을 통해서 가상현실에서 우주를 체험할 수 있기도 하다.
우주과학관 앞의 야외전시장에는 다양한 로켓들이 실물 크기로 전시되어 있다. 우주발사체 KSLV-Ⅰ(나로호)의 모형도 있어 한국 국민이라면 뿌듯함을 느낄 법도 하다. 야외전시장을 한 바퀴 둘러보고 바다를 향해 눈길을 돌려보면 자그마한 몽돌해변이 등장한다. 아름다운 몽돌해변을 보니 나로도의 아름다움이 실감 나기도 하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섬에 인간의 손길이 닿은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나로도에는 염포해변, 나로우주해변 등 찾아갈 만한 아름다운 해변이 더 있지만 늦은 오후에 우주과학관을 방문했던 터라 다른 해변을 찾을 만한 여유는 없었다. 대신 우리가 묵기로 한 숙소가 내나로도에 있어 숙소로 곧장 향했다. 나로도는 우주과학센터가 있는 남쪽의 외나로도와 북쪽의 내나로도로 이루어져 있다. 숙소를 내나로도로 잡은 것도 우주과학센터를 보기 위함이었다.
내나로도의 동쪽 바다를 바라보는 위치에 '가고파 그 집'이 있다. '가고파 그 집'은 수도권에서 일하시던 분들이 먼 미래를 내다보고 고흥에 땅을 사 각자가 노후를 보낼 집을 지은 곳 중 하나다. 주인 내외분이 살고 있는 집 외에 손님들이 묵을 객실이 준비되어 있어 고흥으로 여행 온 사람들에게 아늑한 안식처가 되고 있다.
'가고파 그 집'에 들어서니 파도소리가 은은하게 들리며 다도해의 아름다운 경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언덕 위에 지은 숙소라 저층에 있어도 바다를 감상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아침이 되자 붉은 태양이 바다 위로 떠오르며 우리 방을 밝게 비춘다. 매일 아침 이렇게 밝은 햇살을 맞이하며 하루를 시작하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젊을 때 열심히 일하고 노후 생활을 자연 속에서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