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가서는, 진찰을 받지 않고 약을 지어 달라고 한다든지, 약이 잘 맞지 않는다고 물려달라든지, 또는 진찰을 받고서 진찰료를 내지 않는다든지 하는 일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나, 왠 일인지 한의원에서는 이러한 일들이 가끔 일어난다. 심지어는 원장과 한 시간 이상 동안이나 상담을 하고 나서는 나중에 다시 오겠다고 하며 그냥 나가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원장 선생보고 아저씨나 아줌마라고 호칭하거나 한의원을 한약방이라고 호칭하는 경우도 많다.( 아주 심한 경우에는 한의원을 약국이라고 호칭하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병원에서는 환자에 대한 각종 검사소견을 바탕으로 환자가 앓고 있는 병이 무슨 병인지를 알아낸 다음 그 병에 대한 치료 대책을 강구하지만,
한의원에서는 주로 사진(四診) (즉, ①환자의 전신의 상태와 얼굴이나 눈자위, 입술, 혀, 대소변 등의 기색(氣色)과 설태나 피부, 근육 등의 상태를 눈으로 살펴보는 망진(望診), ②맥 또는 배를 짚어 보거나 혈(穴) 자리를 만져보는 등의 절진(切診),
③기침, 신음소리 등을 듣거나 대소변의 냄새나 구취, 체취 등을 맡아보는 문진(聞診), ④ 환자에게 발병의 동기나 질병의 경과, 자각 증상 등을 물어보는 문진(問診) 등의 네가지 진단법)을 통하여 수집한 여러 가지 정보를 종합하여 환자의 체질과 병증(病證)이 무엇인지를 알아낸 다음,
그에 근거하여 심신 전체의 불균형 상태를 조절해 줌으로써 인체의 자연치유력을 도와 건강을 회복하게 하는 방법을 쓴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한의원에서 진찰을 받을 때에는 원장에 대한 깊은 신뢰를 가지고 꾸미거나 숨김이 없는 진실한 자세를 취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되도록 화장을 하지 않고 혀를 깨끗이 하고 가는 것이 좋으며, 절대로 술을 마시고 가서는 안된다.
특히 원장을 믿지 못하여 병을 감추고 팔만 쭉 내밀고서 맥을 보면 다 아는 것 아니냐고 하는 분이 간혹 있는데, 진찰을 받는 것은 궁극적으로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자는 데에 목적이 있는 것이므로 환자 스스로가 적극 협조하지 않으면 결국 자기만 손해인 것이다.
또 약을 먹고 다소간의 효과가 있는데도 전혀 효과가 없다고 하여 치료방향에 혼선을 일으키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
대체로 병이 악화되는 것은 알기 쉽지만 호전되는 것은 잘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또 치료가 적절하더라도 심신작용이나 기후변화 등에 의해 악화되거나 치료과정 중에 일시적으로 안 좋은 것처럼 보이는 경우(명현 반응)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