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기 형식의 글은 지난번이 처음 써 본 것이라 재미가 없을까 걱정했는데 많은 분들이 격려를 해주셔서 이렇게 또 올리게 되었습니다. ^^
댓글 달아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려요. 정말 기뻤답니다. 헷~
아직 한류가 넘어오지 않은 유럽에 1년여 있었던 것 뿐이라 한류에 대한 것으로 주제를 한정하면 소재거리가 많지 않아요. 그래서 제 경험담을 위주로 쓰고 중간중간 한국에 대한 에피소드를 넣는 방식으로 하려고 합니다. ^^
독일에서 캠프가 끝나고 주변 국가로 배낭 여행을 갔습니다. 7개국을 돌았는데 가장 좋았던 곳이 어디냐 물으신다면 단연! 체코라 망설임없이 대답하겠습니다. ^^
체코 프라하.
(제목에는 체코라고만 썼지만 다른 곳은 가보지 않아 다를 수 있으며 프라하를 열 흘간 뒤지며 겪은 일들입니다.^^)
국경을 넘은 기차 안에서 창 밖을 내다봅니다. 굳이 ‘웰컴 투 체코’라는 역장의 방송이 흘러나오지 않더라도 이곳은 확실히 서유럽과는 다른 분위기가 있습니다. 흐트러짐 없이 인위적인 정갈함과 조직적인 도시 구획을 자랑하던 독일과는 다르게 마치 중세 시대로 들어온 것 같은 자연스러운 어우러짐이 있습니다.
갓 페인트를 칠한 듯, 깨끗하고 화사한 색감으로 영화 세트장 같았던 독일. 그것은 그것대로 꼭 동화 속에 온 것 같아 좋았습니다.
그러나 이곳 체코의 거리는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구시가지 도시 전체가 문화재라는 말이 정말 맞습니다. 눈에 띄는 건축물 하나하나가 전부 뛰어납니다. 다만 건물들에 먼지가 켜켜이 쌓여있고 장식이 부서지거나 외벽의 그림이 벗겨져 있어 실제 인간이 살았던 아름다운 옛 유적같은 느낌이 듭니다. (분명 단순히 재정적인 문제겠지만요)그러나 제가 체코를 열렬히 좋아하게 된 건 그 보석같은 문화유적들 때문은 아닙니다.
체코인들은 표정이 꼭 바위 같았습니다.
무뚝뚝하기로 유명한 게르만족,
깍쟁이같은 영국인,
콧대가 하늘을 찌르는 프랑스놈들보다 더. 딱딱해보입니다.
그들의 옷차림을 보면 무채색이나 차분한 색깔의 옷만 입는 서유럽인들과 달리 노란색, 주황색같이 대담한 원색의 파격적(?)의상을 입고 있습니다.
그런데 얼굴은 우리가 생각하는 동유럽의 살기 바쁜 이미지 그대로 여유없는 표정이라 왠지 슬픈 생각이 듭니다. 굳은 표정으로 고장나서 중간에 멈출 것 같은 낡은 전차를 꾸역꾸역 탑니다.
이런 사람들이 아시아인을 보면 무조건 묻습니다.
"Are you Korean? "
‘알 유 재패니스’가 아닌
‘알 유 차이니즈’가 아닌
‘알 유 코리언’의 메아리!!
<한국 사람>이라서 받는 환대
<한국 사람>이라서 받는 관심
<한국 사람>이라서 받는 존중
“ 아시안 = 한국인 “
끼얏~ 한국인이라 행복해요! ㅇ(>ㅅ< )( >ㅅ<)o (파닥파닥 ^-^ )
그 즐거움이 느껴지시나요? ^-^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서만큼은 한국의 위상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물론 그건 한국인 관광객이 워~낙 많은 영향도 크겠습니다만, 우리 기업들의 높은 위상이 한 몫 했다고생각합니다. 신문에서 어느 기업이 동유럽 어디에 생산 기지를 만들었다는류의 보도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무의식 중에 동유럽은 문화적 이미지보다는 아직 개발 중인 산업 국가라는 선입견이 제게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직접 와보니 아닙니다. 음악회, 오페라, 오페레타, 발레, 전통 인형극, 연극 문화 공연이 넘치고 넘치며 또 매우 저렴하여 대중이 즐길 수 있는 수준입니다. 거리에는 악사들이 있고 대문호 카프카, 우리 모두 한번쯤은 봤을법한 그림을 그린 무하가 체코사람이더군요.
하루는 피자집에 들어갔어요.
대번에 두 명의 훤칠한 아르바이트생이 “안녕하세요! 어서오세요~”라고 외치는 겁니다. 깜짝 놀란 저희에게 “감사합니다! 한국 좋아요”까지 덧붙이는 엄청난 센스 ^^;
프라하 구시가지에 사는 체코인들은 한국어 한마디쯤은 다들 하는 것 같아요. (어디까지나 구시가지입니다) 기념품 가게에 들어가도 ‘안녕하세요’, ‘삼백오십(한국어로) 코루나(화폐단위)에요. 예쁩니다.’, ‘감사합니다. 천사같아요’라고 친절한 안내(?)를 곁들여줍니다. ><;; 심지어 한글로 아예 써놓은 곳도 있어요.
유적지에 한국어로 안내문이 있는 경우도 있고 인형극(목각 인형에 실로 연결되서 사람이 조종하는)을 보러갔는데 한국어 소책자가 있더군요!
지금은 루브르 박물관에 한국어 안내서가 있다지만 이때는 어느 박물관, 갤러리에 가도 한국어는 없었거든요. 근데 얼마나 반갑고 기쁘던지. ^-^
길거리를 지나면 사람들이 ‘안녕하세요~!’라고 외쳐주는 희안한 경험까지 가능합니다.
제 친구는 열심히 걷고 있는데 갑자기 옆으로 차가 멈추더랍니다. 뭔가 쳐다봤더니 ‘안녕하세요! (빙긋)’이러고 가더라네요. ㅎㅎ
또 생애 최고 고소한 일도 있었어요.
길가 벤치에 한 일본인 중년 부부가 앉아있었는데 체코인이 ‘안녕하세요? Korean? have fun! ^-^' 이렇게 손을 흔들며 유유히 지나가더라구요.
그 때 그 일본인들의 일그러진 표정! 푸하하하핫~~ 상상이 가세요?
어찌나 유쾌! 상쾌! 통쾌!하던지~~
제가 갔을때 우연히도 LG의 깃발이 거리 가로등에 걸려 나부끼고 있었어요.
유럽식(?) 역삼각형 깃발에 LG의 빨간 로고가 가운데 찍혀 있고 끝이 안보이는 저 멀리의 거리까지 줄줄이 걸려있는겁니다. 가슴이 뭉클했는데 사진을 못찍어서 정말 아쉬워요. 보여드렸으면 좋았을텐데. 그때 배터리가 없어서.
저희가 민박한 곳의 체코 주인 아저씨는 초급3 레벨 정도의 한국어를 구사하시더라구요. ^^ 한국어가 쓸모가 많아서 개인 과외까지 하면서 일부러 배우신다네요! 체코에선 유용하기 때문에 자기 사촌도 같이 배우고 있대요.
삼성이 한국제인걸 아는 최초이자 마지막 사람을 보기도 했어요. 제 카메라가 삼성꺼였거든요. 육중하고 두꺼운 그 초창기 디카로 정신없이 사진을 찍고 있는데 뒤에서 누가 어깨를 툭툭 치는겁니다.
사진 찍지 말라는 건 줄 알고 놀라서 돌아다보았는데
엄지 손가락을 번~쩍 치켜세우더니
‘ 삼성! 베스트!! 유 코리안? ’
장사속이든 뭐든
이 정도면 유럽에서 가장 친한적인 국가라고 해도 손색이 없겠지요?
적어도 돈을 뿌리며 사줘도 무시하는 프랑스 놈들보단 백 배 나은 것 같네요.
- 그 밖에
독일 캠프에서 저희가 한 일에 대해 말씀드리려구요.
독일인 제외 약 5개국의 외국인들이 모여 있었는데 독일인이 뭘 시켰는지 짐작이 가시는 분? 아마 없을겁니다. ^^
뭐냐면요,
나치의 유대인 강제 수용소의 끔찍함을 알리는 내용을 각국의 언어로 번역하는 일을 했습니다.
저희가 머물던 도시 근방의 지역에 강제 수용소가 있었습니다. 독일 오피스에서 지원으로 거길 방문했고 가서는 가이드를 붙여주어 얼마나 나쁜 짓을 했는지 생생한 설명을 들었지요. 같이 있던 독일인들의 반응은 물론 ‘끄덕끄덕. 정말 잘못했어. 반성해야할 일이야. 그것말고도 이런저런 악독한 짓도 했었다.’라고 추가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일본인이었다면?
브로셔(팜플렛)을 가지고 돌아와서 내용을 번역했는데 매우 사실적으로 전혀 감춤이 없이 적어놓았더군요. 네오 나치들이 있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그들은 절대적 마이너.
이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에서 '독일을 좋아한다'라고 말했다간 분위기가 이상해집니다. 그런 말을 하면 안된대요.
독일인들. 자신의 치부임에도 그것을 역사에 있는 그대로 떳떳이 밝히고 반성하는 모습. 보다 많은 외국인들에게 이런 자신의 죄를 알리고자 직접 나서서 다양한 언어로 데이터를 구축하는 모습.
제가 당장 인종 차별 주의자에게 구타당하는 일이 있더라도 인간에 대한 깊은 신뢰를 믿게 해 준 독일인들이 있기에 언제나 저의 따뜻한 존경을 받을 것입니다.
훈훈한 글 잘 읽었어요! 저도 언젠간 체코에 가 보고 싶네요~!^ ^
훈훈한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어 기쁩니다.
저런걸보면 일본은 그냥 돈만 많은 졸부일뿐. 독일을 절대 못 따라갈것 같네요.
와우~~ 너무 즐겁게 글읽었답니다 ^^* 아~ 나두 체코, 헝가리(특히 부다페스터)너무 가보고 싶어요.
한류님 정말 잘 읽었어요 입가에 미소가 ^^
포로리얌님 일본 이야기 재밌게 잘 읽고 있어요. ^^
체코에 한국 사람들 많이들 간다고 들었어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
거의 뭐 미국 사람이랑 막상막하로 많은 것 같더군요 ^^
좋은글 감사합니다.한국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니 기분좋네요. 글구 일본과 넘 비교되는 독일의 태도가 정말 부럽습니다. 담에도 글 계속 부탁드려요^^
그쵸. 다른 나라들도 한국의 현재 모습을 잘 알게 되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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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감사! 이모티콘이 참 귀엽네요 ^^
재미있게 잘읽었습니다. 바로 과거의 반성과 경계가 존경받는 독일과 항상 지탄받는 일본과의 차이점
동감입니다. 독일의 십분의 일만 따라가도 우리가 이렇게 분개하진 않을텐데...ㅉㅉ
정말그런가요? 안가봐서 모르겠네요..
네, 정말 그랬어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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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 훈훈하게 해드렸다니 왠지 뿌듯 >_< ㅋㅋ
오늘 뉴스에서는 한국 학생들이 인종차별 제일 많이 당하는 곳이 뉴질랜드랍니다.
인종차별은 어디나 있는 것 같애요. 저도 꽤 당했는걸요. ㅜㅡ
한국다음으로 독일터키..ㅋㅋ 이제 체코도추가!ㅋ
필리핀에서도 지나가는 모든 필리피노 분들이 저를 보고 한국말로 '안녕~'했던 기억이 나네요. 꼬마에서 부터 어른까지~ ㅎㅎ..
오호 필리핀 애들이라니 귀여웠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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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 반전같은 질문^-^ 글쎄요~~특별히 눈에 띄는 사람은 없던데..덴마크에 바비인형 같은 애들이 돌아다니더군요 O_O
끼얏~ 한국인이라 행복해요! ㅇ(>ㅅ< )( >ㅅ<)o (파닥파닥 ^-^ ) <- 이거 진짜 귀여워요 ㅠㅠ
한국인관광객이 많긴한가봐요. 전에 어떤 일본인은 한국은 왜 이렇게 프라하를 좋아하냐면서 궁금해하던데..
체코가 스위스에 이어서 세계 2위로 관광 수입이 많다네요
체코말고 슬로바키아는 어떤가요? 거기도 한국기업엄청 많다고하는데...
슬로바키아는 모르겠고 폴란드인도 한국에 호의적이랍니다. ^^
나중에 돈벌어서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 유럽여행 체코에 가야지 ㅎㅎ
체코가보고 싶었었는데 이글보니까 진짜 더 가고 싶네요.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원래부터 프라하에 한국관광객이 많았지만, 프라하 현지로케 드라마 이후로 한국 관광객이 폭증했다고 하네요. 그 일이 체코 언론에서 다뤄진후, 한국인에 대한 호감이 대폭 상승된것 같습니다.
전 그 드라마 방영하기 1년 전에 갔었어요. 한국인 많았고 한국인에 호의적이었죠~ 지금은 더하겠네요. ^^
일본은 독일반이라도 닮았음....독일도 나름 지들입장땜시 그럴수도 있지만..국민들은 과거의 과오를 인정하는데.. 일본국민은 관심조차 없으니 ..ㅉㅉ 체코 한번 가구싶당 ㅠ
오~~체코!! 유럽 여행은 꼭 체코로 가야겠군...ㅋㅋ
독일에 꼭 가보고 싶네요^^ 사람이 자신의 과오를 감추려고만 하지 사실 드러내고 반성하는건 매우 힘든일인데 독일은 대단하네요 그런 면에서. 아마 그것이 독일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100번째리플이네요 잘읽고 갑니다.
얼굴일글어지네.....참내...하긴 우리한테 중국인이라고 하면 기분나쁜거랑 비슷한건가?
글 잘 읽었습니다. 가슴이 뭉클해지고 프라이드가 팍팍 생기네요!! 기분 업그레이드.. 일본관련글은 정말 통쾌하네요. 훈훈한글 감사합니다. 제 마음도 따스해지네요.. 체코 프라하 꼭 가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