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젠 벽제쪽 승화원 옆에 있는 유일추모관이란 곳을 잠시 다녀왔습니다.
만호가 올 4월에 자살을 해서, 거기에 있습니다.
어제 내내 마음이 좋질 않아서 낮부터 술로 해소했던 탓에 오늘은 아침부터 속이 마이 쓰리네요.
제가 웬만해선 속이 쓰리진 않는데 말이죠.
정확한 이유도 알 수 없고, 그냥 안재환처럼 그렇게 세상을 하직했습니다.
제가 까칠한 성격이라, 살갑게 가끔 전화가 와도 퉁명스럽게 전활 받곤 했었는데,
죽기 2주 전 즈음에 전화가 왔더군요.
'형님! 얼굴 한 번 보고 싶다고...'
그 말에 저는 '나는 왜 옷 안주냐고...언제 줄꺼냐구...' 퉁명스럽게 통화한 것이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죠.(그 친구가 옷 장사를 했습니다)
모임에서 저를 그래도 많이 따랐던 녀석인데,
그 때 그 전화만 제대로 받고, 술 한 잔 기울였더라면 그 녀석이 그런 선택은 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어제 하루 종일 죄책감이 드는 걸 어찌 할 수가 없더라구요.
그 녀석을 많이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더군요.
자신을 베일에 감춘 채, 속내를 그렇게 깊게까지는 내비치지 않았단 생각에 배신감도 많이 들었고.
(납골 옆에 아이를 한 명 데리고 찍은 사진이 있던데, 녀석의 아이라더군요. 전혀 모르고 있다가 이번 장례과정을 통해 그 사실을 알게 되었구..)
오늘도 박혜상이란 탤런트가 자살을 했다는 기사가 나오더군요.
어떤 이유인지 그 속내를 알 수는 없으나,
참으로 이기적이란 생각이 듭니다.
자신이야 이 세상 끝내버리면 속이 편하겠지만,
남은 사람들은 그 아픔 가슴에 묻고 어찌 살라고...
작년에도 학교 1년 후배가 자살이란 극단의 방법을 선택했었습니다.
그 녀석도 참 저를 친형처럼 따르고, 했었는데...
삶이 바쁘다는 이유로, 내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이유로,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다는 이유만으로...
소식을 끊고 살았었습니다.
그 녀석 와이프의 뱃속에는 곧 태어날 아이가 있더라구요.
똑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나 미안한 마음과 너무도 이기적이다 라는 생각..
유복자로 살아가야 하는 아이는 어찌 하라고,
세상 그래도 살 만 한데,
자식은 죽으면 부모의 가슴에 묻는다더군요
가슴 한 구석이 뻥 뚫린 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은 어쪕니까...
너무도 무책임하고 너무도 이기적입니다.
어젠 하루 종일 너무 아팠습니다.
너무도 떠나간 녀석들이 밉더군요.
저처럼 한 다리 건너 있는 사람조차 이렇게 힘든데,
녀석들의 부모님 마음은 어떨까요...
한 때 자살이란 충동을 저 역시 느낀 적이 있어, 7번 국도에서 차량을 바다로 돌진시켜 자살해야겠단 생각으로 내려갔던 때가 떠오릅니다. 위스키를 2병 쯤 먹고, 7번 국도 감포쯤에서 핸들만 꺾으면 되는데, 몇 번을 왔다갔다 해도 죽을 용기가 안 생겨서, 대구에 있던 친구 녀석 불러서 엉엉 울었던 기억이....
동해 view의 모텔에서 떠오르던 그 찬란한 태양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새로운 생명을 하나 얻었노라고..... 많은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부분 퇴색이 되고,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그 때의 기억이 살아가는 조그만 힘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삶이 그 이후로 많이 나아진 것도 없지만,
기쁜 일도 있었고, 슬픈 일도 있었고, 비참한 일도 있었지만,
저는 그래도 하루를 이렇게 그럭저럭 무난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죽을 용기로 살면 까지꺼 못 살게 뭐가 있을까요...
잘 살고 싶습니다.
죽어서 묘비명에 '잘 살다 갔노라' 고 딱 이 한마디만 새겨 넣어서 부끄럽지 않을 만큼만 살고 싶은데,
쉽진 않네요.
아침부터 이런 얘기 주절대서 죄송합니다.
너무 노여워 마시고, 이런 저런 글 있다고만 너그러이 받아 주세요
첫댓글 ㅜㅜ 잘 다녀 오셨습니다. 마음이 무겁습니다. 힘내십시오~
맘 한구석에 돌맹이 하나가 들어 온듯한 하루였어요...
'잘 살다 갔노라'<--항상 가슴속에 새기면... 꼭![~](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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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 올껍니다![~](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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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책 하지마시고 힘내세요![~](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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뺘샤![~](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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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팅![~](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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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께서 힘을 내고 잘사는 모습 보여주면 고인이 된 동생들도 뿌듯할껌니다
아... 우리 카페에 이런 일이 있었군요... 왜 자결이란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얼마나 힘드셨으면 그러셨을까란 생각이 들어 마음이 너무도 아픕니다... 사실 저는 주변에서 이런 일이 한번도 없어서 자결이란 게 그냥 연애인들 사이의 유행이나 TV에서나 나오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는데 제가 속한 카페에서 이런 일이 생겼다니 괜스레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네요... 사후 세계가 있다면 거기서는 부디 행복하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저도 문득 문득 만호오빠가 생각나요...그래도 이런 저런 추억들이 많아서...만호오빠도 다 털고 갔을꺼니까...회운 오빠도 무거운 마음 훌훌 털어버리세요...우리가 좋은 추억으로 기억해주길 만호오빠도 바랄거에요....다음에 기회있으면 또 같이가요..저 공지를 못봐서 가시는지 알지도 못했네요...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셨던 분 같은데 지금은 곁에 계시지도 않은 분의 죽음에 이른 과정과 그 분의 가정사까지 너무 낱낯이 들어내신 건 아닌가 좀 마음이 그렇네요...알고 있는 내용이긴 했지만 고인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고 마음으로 추모만 하고 계신 회원분들도 계신데....
듀퐁님!
고인에 대한 예의가 뭔지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제 글이 맘에 드시지 않는다면 운영진에게 요청해서 삭제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