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황견(東門黃犬)
동문 밖의 누렁이, 권력과 출세를 좇다 허망한 결과가 오다.
東 : 동녘 동(木/4)
門 : 문 문(門/0)
黃 : 누를 황(黃/0)
犬 : 개 견(犬/0)
높은 자리에서 떵떵거리는 세월이 길지 못하다는 것은 미물도 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꽃이 열흘 붉을 수 없고, 구좌지조대전(久坐之鳥帶箭)이라 '오래 앉으면 새도 살을 맞는다'고 했다. 달도 차면 기운다고 월만즉휴(月滿則虧)라 했는데 사람은 권불십년(權不十年)을 모르다 말년을 비참하게 맞는다.
권좌에 있을 때 큰 권한을 누리다 사지가 찢어진 상앙(商鞅)이나 장터에서 허리가 잘린 이사(李斯)가 누구보다 처참한 최후를 맞았다. 중국 진(秦)나라의 통일에 기여한 바가 많은 만큼 안타까운데 고향의 성채 동쪽 문(東門)으로 누렁이(黃犬)를 데리고 나가 사냥하려는 꿈을 가졌던 이사는 잘못 판단한 결과였다.
이사는 법가(法家)의 뛰어난 정치가로 초(楚)나라 출신이었지만 진시황(秦始皇)에 중용되었다. 군현제와 도량형 완비에 큰 공을 세웠고 타국 인재를 배제할 때 간축객서(諫逐客書)를 올려 막았다. 그런데 그에게는 동문인 한비자(韓非子)를 모함하여 옥사시키고, 사상을 탄압한 분서갱유(焚書坑儒)의 주도자란 오명이 따른다.
그보다 씻을 수 없는 것이 간신 조고(趙高)가 진시황이 죽을 때 태자 부소(扶蘇) 대신 호해(胡亥)를 옹립하는 간계를 막지 못하고 나중에 협력했던 일이다. 자신의 지위가 흔들릴 것을 우려하여 2세 황제에 권한을 쓸 수 있다며 능행독책(能行督責)을 부추긴 것도 말로를 재촉했다.
사마천(司馬遷)은 '사기(史記)'의 이사 열전에서 조고의 계략으로 삼공의 지위에서 처참하게 죽어가는 모습을 상세히 다뤘다. 태수로 있던 장남은 조고의 모함으로 죽고 이사 자신도 따돌려 2세 황제에 의해 최후를 맞는다.
수도 함양(咸陽)의 저자거리에서 허리를 잘라 죽이라는 명을 받고 옥에서 나온 이사는 둘째 아들과 형장으로 끌려가면서 말한다. "너와 함께 누렁이를 끌고(復牽黃犬俱出/ 부견황견구출), 고향 상채마을 동문으로 나가 토끼사냥을 하려 했는데(上蔡東門逐狡兔/ 상채동문축교토).." 이제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됐다며 탄식했으나 모든 것이 허사였다.
은퇴한 뒤 아들과의 사냥 동문축토(東門逐兔)도 이루지 못한 이사는 자업자득(自業自得)의 결과였다. 우수한 능력에도 조고의 간계를 막지 못하고, 승상의 자리가 오래 계속될 것으로 오판하여 협력했다가 모함으로 죽음까지 이르니 참으로 어리석다.
부나비처럼 권력을 향하여 몰려드는 요즘의 군상들은 다를까. 재주를 갖춘 사람이면 몰라도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 높은 사람에게 비위를 맞추며, 그럴듯한 자리를 꿰차면 오래 계속될 것이라 안하무인이다. 이런 사람일수록 권력무상의 이사 최후를 되새기면 좋겠다.
■ 황견지탄과 성공중독
이솝우화 '시골 쥐 도시 쥐'를 보면 가난한 시골 쥐가 때깔 좋은 부자 도시 쥐를 부러워한다. 막상 도시 쥐 집을 방문해보니 맛있는 것은 많을망정 사람이 들어오면 숨느라 바빠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시골 쥐는 이를 보고 자기 집이 더 낫다며 돌아간다.
비슷한 이야기가 '사기'의 '이사열전'에 나온다. 이사(李斯)는 진시황 때 법치주의 근간을 닦은 정치가다. 그는 청년기에 측간 쥐(변소 쥐)와 곳간 쥐를 보고 "같은 쥐인데도 곳간 쥐는 곡식을 먹고 측간 쥐는 오물을 먹는다. 사람도 잘나고 못난 것이 처지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다!"라며 출세를 다짐한다.
결말부터 말하자면 새드 엔딩이다. 우화에서 시골 쥐는 도시 방문 한 번만으로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았다. 실화에서 이사는 죽음을 앞두고서야 깨닫는다.
성공을 위해 배신과 변절을 거듭했던 그는 허리가 잘리는 형벌에 처해지기 직전 아들에게 울며 말한다. "내가 너와 누런 개를 끌고 고향인 상채 지역 동쪽 문으로 나가 토끼를 사냥하려고 했는데, 이제 할 수 없겠구나(吾欲與若 複牽黃犬俱出 上蔡東門 逐狡兔 豈可得乎)."
그의 마지막 탄식인 '동문견(東門犬)', 황견지탄(黃犬之嘆)은 평생 좇았던 성공 중독, 권력 무상에 대한 회한을 담고 있다.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던 권력자 이사가 죽음을 앞두고 가진 소망은 별게 아니었다. 아들과 함께 보내는 소소한 일상이었다.
알고 보면 성공을 향해 매진한 영웅호걸들의 삶이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니었다. 청년기에 진시황의 행차를 보며 "대장부면 저 정도는 해야지"라고 하던 유방이나 "내가 저 자리를 차지하고 말리라"며 야심에 찬 항우나 개인적인 삶과 말로는 그닥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끝까지 자신의 실력 과시에만 매달려 일당백 원맨쇼로 대적하다 죽음을 맞은 항우는 비장하지만 안쓰럽다. 임종 순간에 '차기, 차차기 총리 후보감을 묻는' 부인(여태후)에게 "차차기까진 염두에 두지 않아도 되오"라며 물리치는 유방의 멘트에선 서글픔이 묻어난다.
우리는 성공담을 많이 듣는다. 하지만 성공 이후 행복했는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일생지사 못지않게 소중한 일상사에 대해선 살피지 않는다. 외면적 기준만으로 위너와 루저를 판정한다.
랠프 월도 에머슨의 시 '성공이란 무엇인가'에서는 성공에 대해 다양한 정의를 내린다. '자주 많이 웃는 것, 현명한 사람들에게 칭송받고 아이들의 애정을 얻는 것, 아름다운 것에 감사할 줄 알고 남에게서 좋은 장점을 발견하는 것 (하략)….' 성공을 향한 열망도 좋지만 진정한 성공의 의미에 대한 각자의 정의도 필요하지 않을까.
▶️ 東(동녘 동)은 ❶상형문자로 东(동)은 간자(簡字)이다. 東(동)의 옛 모양은 전대에 물건을 채워 아래 위를 묶은 모양인데, 나중에 방향의 東(동)으로 삼은 것은 해가 떠오르는 쪽의 방향이 동이므로 같은 음(音)의 말을 빈 것이다. 옛 사람은 東(동)은 動(동; 움직이다)과 같은 음(音)이며 動(동)은 봄에 만물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春(춘; 봄)은 동녘과 관계가 깊다고 결부시켰던 것이다. ❷상형문자로 東자는 '동쪽'이나 '동녘'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東자는 木(나무 목)자와 日(날 일)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래서 이전에는 해(日)가 떠오르며 나무(木)에 걸린 모습으로 해석하곤 했었다. 그러나 갑골문이 발견된 이후에는 東자가 보따리를 꽁꽁 묶어놓은 모습을 그린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東자의 본래 의미는 '묶다'나 '물건'이었다. 그러나 후에 방향을 나타내는 뜻으로 가차(假借)되면서 지금은 '동쪽'이나 '동녘'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다만 東자가 다른 글자와 결합할 때는 여전히 보따리와 관련된 뜻을 전달한다. 보따리에는 곡식의 씨앗이 가득 들어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그러니 東자가 쓰인 重(무거울 중)자나 種(씨 종)자, 動(움직일 동)자, 量(헤아릴 량)자, 衝(찌를 충)자는 모두 곡식이 든 보따리로 해석해야 한다. 그래서 東(동)은 (1)동쪽 (2)동가(東家) (3)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동녘 ②동쪽 ③오른쪽 ④주인(主人) ⑤동쪽으로 가다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서녘 서(西)이다. 용례로는 동쪽 방면을 동편(東便), 동쪽을 향함을 동향(東向), 동쪽의 땅을 동토(東土), 동쪽 지방을 동방(東方), 동쪽의 바다를 동해(東海), 어떤 지역의 동쪽 부분을 동부(東部), 동쪽으로 옮김을 동천(東遷), 동쪽으로 난 창을 동창(東窓), 동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동풍(東風), 동쪽에 있는 이웃을 동가(東家), 동쪽을 향함을 동향(東向), 동쪽에서 옴을 동래(東來), 동쪽 마을을 동촌(東村), 동쪽의 땅을 동토(東土), 동쪽에 있는 나라를 동방(東邦), 봄철에 농사를 지음 또는 그 농사를 동작(東作), 동쪽 방면이나 동쪽 편을 동편(東便), 동산에서 다시 일어난다는 뜻으로 은퇴한 사람이나 실패한 사람이 재기하여 다시 세상에 나옴을 일컫는 말을 동산재기(東山再起), 동산에 높이 누워 있다는 뜻으로 속세의 번잡함을 피하여 산중에 은거함을 이르는 말을 동산고와(東山高臥), 동쪽 집에서 먹고 서쪽 집에서 잔다는 뜻으로 탐욕스러운 사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 동쪽을 묻는 데 서쪽을 대답한다는 뜻으로 묻는 말에 대하여 전혀 엉뚱한 대답을 이르는 말을 동문서답(東問西答), 동쪽으로 뛰고 서쪽으로 뛴다는 뜻으로 사방으로 이리저리 바삐 돌아다님을 이르는 말을 동분서주(東奔西走), 동양과 서양 그리고 옛날과 오늘 곧 어디서나 또는 언제나의 뜻을 이르는 말을 동서고금(東西古今), 이리저리 바삐 돌아다니는 일을 일컫는 말을 동행서주(東行西走), 이리저리 닥치는대로 부딪침 또는 아무 사람이나 구분하진 않고 함부로 맞딱뜨림을 일컫는 말을 동충서돌(東衝西突), 못생긴 여자가 서시의 눈썹 찌푸림을 본받는다는 뜻으로 시비나 선악의 판단 없이 남을 흉내냄을 이르는 말을 동시효빈(東施效矉), 서쪽으로 뛰고 동쪽으로 뛴다는 뜻으로 사방으로 이리저리 바삐 돌아다님을 이르는 말을 동서분주(東西奔走), 이르는 곳마다 실패하거나 망한다는 말을 동패서상(東敗西喪), 말의 귀에 동풍이 분다는 뜻으로 아무런 감각이나 반응이 없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동풍취마이(東風吹馬耳), 정처 없이 이리저리 떠돌아 다님을 일컫는 말을 동표서랑(東漂西浪), 동서로 정벌한다는 뜻으로 이리저리 여러 나라를 정벌함을 이르는 말을 동정서벌(東征西伐), 봄에 농사를 지어 가을에 거두어 들임을 일컫는 말을 동작서수(東作西收), 동쪽과 서쪽을 분별하지 못한다는 뜻으로 안개 따위가 짙게 끼어서 주위를 분간하기 어려움 또는 몽매하여 아무 것도 모름을 이르는 말을 동서불변(東西不變), 동에서 번쩍 서에서 얼씬한다는 뜻으로 이리갔다 저리 갔다 함을 이르는 말을 동섬서홀(東閃西忽) 등에 쓰인다.
▶️ 門(문 문)은 ❶상형문자로 门(문)은 간자(簡字), 閅(문)은 동자(同字)이다. 두 개의 문짝이 있는 문의 모양으로 문짝을 맞추어 닫는 출입구를 말한다. ❷상형문자로 門자는 '문'이나 '집안', '전문'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갑골문에 나온 門자를 보면 양쪽으로 여닫는 큰 대문이 그려져 있었다. 戶(지게 호)자가 방으로 들어가는 외닫이 문을 그린 것이라면 門자는 집으로 들어가기 위한 큰 대문을 그린 것이다. 門자는 대문을 그린 것이기 때문에 '문'이라는 뜻을 갖게 되었지만, 이외에도 '집안'이나 '문벌'과 같이 혈연적으로 나뉜 집안을 일컫기도 한다. 다만 門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주로 문과 관련된 행위나 동작과 관련된 뜻을 전달한다. 그래서 門(문)은 (1)담이나 판장 따위로 둘린 안팎을 연결하기 위하여 드나들거나 통할 수 있도록 틔워 놓은 곳. 또는 그곳에 달아 놓고 여닫게 만든 구조물. 판자문, 골판문, 띠살문, 완자문, 정자살문, 빗살문 따위가 있음 (2)생물의 분류학(分類學) 상 단위의 한 가지. 강(綱)의 위 계(界)의 아래임. 동식물을 합하여 10여 개의 문으로 나뉨 (3)칠사(七祀)의 하나로 출입(出入)을 맡아 본다는 신 (4)성씨(姓氏)를 함께 하며 혈연적으로 나뉜 그 집안을 가리키는 말 (5)성(姓)의 하나 (6)포나 기관총 따위를 세는 단위 등의 뜻으로 ①문(門) ②집안 ③문벌(門閥) ④동문(同門) ⑤전문 ⑥방법(方法) ⑦방도(方道) ⑧가지 ⑨과목(科目) ⑩부문(部門) ⑪종류(種類) ⑫분류(分類) ⑬비결(祕訣) ⑭요령(要領: 가장 긴요하고 으뜸이 되는 골자나 줄거리)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스승의 가르침을 받는 사람을 문도(門徒), 집으로 드나드는 문을 문호(門戶), 성과 본이 같은 가까운 집안을 문중(門中), 대대로 이어 내려오는 집안의 사회적 신분이나 지위를 문벌(門閥), 문의 안이나 성과 본이 같은 가까운 집안을 문내(門內), 문 앞이나 대문 앞을 문전(門前), 문하에서 배우는 제자를 문인(門人), 문객이 드나드는 권세가 있는 집이나 가르침을 받는 스승의 아래를 문하(門下), 문을 여닫을 때 나는 소리를 문성(門聲), 대문 또는 중문이 있는 곳을 문간(門間), 세력이 있는 대가의 식객 또는 덕을 보려고 날마다 정성껏 문안을 드리며 드나드는 손님을 문객(門客), 문지기를 문사(門士), 한 집안의 가족들의 일반적 품성을 문품(門品), 문벌이 좋은 집안이나 이름 있는 학교 또는 훌륭한 학교를 명문(名門), 갈라 놓은 분류를 부문(部門), 한 가지의 학문이나 사업에만 전적으로 전심함을 전문(專門), 공기나 빛이 들어올 수 있도록 벽에 만들어 놓은 작은 문을 창문(窓門), 집안과 문중 대대로 내려오는 그 집안의 신분을 가문(家門), 큰 문이나 집의 정문을 대문(大門), 정면의 문이나 본문을 정문(正門), 성의 출입구에 있는 문을 성문(城門), 어떤 일에 바로 관계가 없는 사람을 일컫는 말을 문외한(門外漢), 대문 앞이 저자를 이룬다는 뜻으로 세도가나 부잣집 문 앞이 방문객으로 저자를 이루다시피 함을 이르는 말을 문전성시(門前成市), 이집 저집 돌아다니며 빌어 먹음을 일컫는 말을 문전걸식(門前乞食), 문 앞이 시장과 같다는 뜻으로 대문 앞에 시장이 선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고 있다는 말을 문전약시(門前若市), 집에 사람이 많이 찾아 온다는 말을 문정여시(門庭如市), 문 밖에 새 그물을 쳐놓을 만큼 손님들의 발길이 끊어짐을 뜻하는 말로 권세가 약해지면 방문객들이 끊어진다는 말을 문전작라(門前雀羅), 집 앞 가까이에 있는 좋은 논이라는 뜻으로 곧 많은 재산을 일컫는 말을 문전옥답(門前沃畓), 마음대로 드나들게 터놓음 또는 제 나라의 영토를 열어서 외국 사람에게 무역이나 여행 따위 행동의 편의를 줌을 일컫는 말을 문호개방(門戶開放), 문벌이 서로 어슷비슷함 또는 결혼 조건이 갖추어진 상대를 일컫는 말을 문당호대(門當戶對), 인정 없이 몹시 모질게 대함을 일컫는 말을 문전박대(門前薄待), 어머니가 아들이 돌아오기를 문에 의지하고서 기다린다는 뜻으로 자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어머니의 마음을 이르는 말을 의문지망(倚門之望), 문을 닫고 나가지 않는다는 뜻으로 집에만 틀어박혀 사회의 일이나 관직에 나아가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두문불출(杜門不出), 정수리에 침 하나를 꽂는다는 뜻으로 상대방의 급소를 찌르는 따끔한 충고나 교훈을 이르는 말을 정문일침(頂門一鍼), 문을 열고 도둑을 맞아 들인다는 뜻으로 스스로 화를 불러들임을 이르는 말을 개문납적(開門納賊), 북문에서 한탄함이라는 뜻으로 벼슬자리에 나가기는 했으나 뜻대로 성공하지 못한 것을 한탄함을 이르는 말을 북문지탄(北門之歎),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 된다는 뜻으로 말조심을 하라고 경계하는 말을 구화지문(口禍之門) 등에 쓰인다.
▶️ 黃(누를 황)은 ❶형성문자로 黄(황)의 본자(本字)이다. 田(전)과 음(音)을 나타내는 光(광; 빛)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땅에 빛이 비치다, 흙의 색깔, 노랑으로 되었다고 일컬어지나 글자 전체가 화전(火箭)의 모양, 불의 색깔, 노랑으로 되었다고도 한다. 중국 고대(古代)의 오행사상(五行思想)에서는 색깔 중에서 黃을 제일 소중히 여겨 하늘은 玄(현; 검정), 땅은 노랑. 천자(天子)는 黃帝(황제) 때 비롯되었다고 한다. ❷상형문자로 黃자는 '누렇다'나 '노래지다', '황제'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黃자는 패옥(佩玉)이라고 하는 둥근 장신구를 허리에 두른 모습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黃자의 본래 의미는 '패옥'이었다. 그러나 후에 황금색의 패옥이라는 뜻이 확대되면서 '누렇다'나 '노래지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고 또 황금색은 황제의 색이기도 하여 '황제'라는 뜻도 갖게 되었다. 그래서 黃자가 다른 글자와 결합할 때는 '황제'나 '누렇다'라는 뜻을 전달한다. 참고로 黃자가 다른 뜻으로 가차(假借)되면서 여기에 玉(옥 옥)자를 더한 璜(서옥 황)자가 '패옥'이라는 뜻을 대신하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黃(황)은 (1)황색(黃色) (2)유황(硫黃) (3)우황(牛黃), 구보(狗寶) 따위가 동물에 들어 있을 때의 한약(韓藥)을 이룸 (4)보리나 밀의 줄기에 누렇게 내리는 병적(病的)인 가루 (5)인삼(人蔘)의 거죽에 누렇게 낀 병적(病的)인 흠 (6)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누렇다 ②노래지다 ③앓다 ④누런빛 ⑤황금(黃金) ⑥늙은이 ⑦어린아이, 유아(幼兒) ⑧황제(皇帝) ⑨열병(熱病) ⑩병들고 지친 모양 ⑪공골말(털빛이 누런 말) ⑫곡식(穀食), 곡류(穀類) ⑬나라의 이름 ⑭황마(黃馬)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노란 빛깔의 모래를 황사(黃沙), 금을 누른빛을 띤다는 뜻에서 다른 금속과 구별하여 쓰는 말 또는 돈이나 재물을 비유하여 일컫는 말을 황금(黃金), 중국 동부 해안과 한반도 사이에 있는 바다를 황해(黃海), 누른 갈색이 나는 흙을 황토(黃土), 누른 빛을 황색(黃色), 해가 져서 어둑어둑할 무렵을 황혼(黃昏), 꽃이 노란 국화를 황국(黃菊), 누른 빛깔의 종이를 황지(黃紙), 족제비의 꼬리털을 황모(黃毛), 구리에 아연을 섞어서 만든 쇠붙이를 황동(黃銅), 저승으로 사람이 죽은 뒤에 그 혼이 가서 산다고 하는 세상을 황로(黃壚), 누른 빛깔의 얼룩 무늬 또는 얼룩점을 황반(黃斑), 누른 빛깔의 소를 황우(黃牛), 털빛이 누른 개를 황구(黃狗), 어찌할 겨를이 없이 매우 급함을 창황(蒼黃), 달걀 노른자를 난황(卵黃), 붉은색을 띤 노랑으로 빨강과 노랑의 중간색을 주황(朱黃), 저녁 때를 훈황(曛黃), 성냥의 옛말을 당황(唐黃), 메조죽을 쑤는 짧은 동안이라는 뜻으로 부귀와 공명의 덧없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황량일취(黃粱一炊), 덧없는 꿈이나 한때의 헛된 부귀영화를 이르는 말을 황량지몽(黃粱之夢), 죽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을 황양지객(黃壤之客), 부리가 누런 색 새끼같이 아직은 어려서 입에서 젖비린내가 난다는 뜻으로 남을 어리고 하잘 것 없다고 비웃어 이르는 말을 황구유취(黃口乳臭), 새 새끼의 주둥이가 노랗다는 뜻에서 어린아이를 일컫는 말을 황구소아(黃口小兒), 돈만 있으면 무엇이나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말을 황금만능(黃金萬能), 하늘은 위에 있어 그 빛이 검고 땅은 아래 있어서 그 빛이 누름을 일컫는 말을 천지현황(天地玄黃), 초목의 잎이 누렇게 물들어 떨어진다는 뜻으로 가을철을 이르는 말을 초목황락(草木黃落) 등에 쓰인다.
▶️ 犬(개 견)은 ❶상형문자로 犭(견)은 동자(同字)이다. 犬(견)은 개의 옆 모양을 본뜬 글자이다. 한자는 그것의 제일 두드러진 곳을 강조한 것이다. 소와 양은 뿔을, 말은 갈기를 개는 짖는 입을 각각 특징으로 본뜬 자형(字形)이다. 犬(견)은 다른 글자의 변이 되면 개사슴록변(犭=犬; 개)部로 쓴다. ❷상형문자로 犬자는 '개'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갑골문 이전의 문자라고도 하는 도문(陶文)에도 犬(개 견)자가 발견될 정도로 개는 인류와 매우 친숙한 동물이었다. 그래서인지 갑골문에서는 마치 재롱을 피우듯이 꼬리를 추어올린 개가 그려져 있었다. 犬자는 이렇게 꼬리가 강조된 개를 그린 것으로 다른 글자와 결합할 때는 '개'나 '개의 행동', '짐승'과 관련된 뜻을 전달한다. 犬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犭자로 바뀌기도 하며 狐(여우 호)자나 狼(이리 랑)자처럼 개와 비슷한 부류의 동물을 뜻하기도 한다. 그래서 犬(견)은 ①개(갯과의 포유류) ②겸칭(謙稱), 자신(自身)이나 자식(子息)을 낮춤 ③하찮은 것의 비유 ④남을 멸시(蔑視)하는 말 ⑤서쪽 오랑캐의 이름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개와 말을 견마(犬馬), 송곳니를 견치(犬齒), 개가죽을 견피(犬皮), 개와 고양이를 견묘(犬猫), 개와 원숭이를 견원(犬猿), 개가 짖음을 견폐(犬吠), 주인에게 충실한 개를 충견(忠犬), 사냥 때 부리는 매와 개를 응견(鷹犬), 군사 목적에 쓰이는 특별히 훈련된 개를 군견(軍犬), 사나운 개를 맹견(猛犬), 사랑하는 개를 애견(愛犬), 이름난 훌륭한 개를 명견(名犬), 개끼리 싸움으로 붙임 또는 거기에 쓰이는 개를 투견(鬪犬), 개와 원숭이의 사이처럼 매우 사이가 나쁜 관계를 일컫는 말을 견원지간(犬猿之間), 개나 말의 하찮은 힘이라는 뜻으로 임금이나 나라에 충성을 다하는 노력 또는 윗사람에게 바치는 자기의 노력을 낮추어 말할 때 쓰는 말을 견마지로(犬馬之勞), 개와 토끼의 다툼이라는 뜻으로 양자의 싸움에서 제3자가 이익을 봄을 이르는 말을 견토지쟁(犬兔之爭), 개나 말이 주인을 위하는 마음이라는 뜻으로 신하나 백성이 임금에게 충성을 다해서 몸을 바치는 자기 마음을 겸손하게 이르는 말을 견마지심(犬馬之心), 자기 나이를 낮추어 일컫는 말을 견마지년(犬馬之年), 개나 말의 정성이라는 뜻으로 임금이나 나라에 바치는 정성 또는 남에게 자기가 바치는 정성을 아주 겸손하게 일컫는 말을 견마지성(犬馬之誠), 개나 말이 하는 일없이 나이만 더하듯이 아무 하는 일없이 나이만 먹는 일 또는 자기 나이를 겸손하게 이르는 말을 견마지령(犬馬之齡), 개나 말이 하는 일없이 나이만 더하듯이 아무 하는 일없이 나이만 먹는 일 또는 자기 나이를 겸손하게 이르는 말을 견마지치(犬馬之齒), 개나 말의 봉양이라는 뜻으로 부모를 봉양만 하고 경의가 없음 또는 봉양만 하는 것은 효도가 아니라는 뜻을 이르는 말을 견마지양(犬馬之養), 개와 토끼의 다툼이라는 뜻으로 두 사람의 싸움에 제삼자가 이익을 봄을 이르는 말을 견토지쟁(犬兎之爭), 개의 어금니가 서로서로 맞지 않는 것같이 국경선이 볼록 나오고 오목 들어가 서로 견제하려는 형세를 일컫는 말을 견아상제(犬牙相制), 원래의 뜻은 동쪽 닭과 서쪽 개가 우는 소리가 들린다는 뜻으로 닭 우는 소리와 개가 짖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린다 하여, 인가가 잇대어 있음을 이르는 말을 계견상문(鷄犬相聞), 폭군 걸왕의 개도 성왕 요임금을 보면 짓는다는 뜻으로 윗사람이 교만한 마음을 버리고 아랫 사람을 진심과 믿음으로 대하면 아랫사람은 자기 상관에게 충성을 다하게 된다는 것을 이르는 말을 걸견폐요(桀犬吠堯), 고을 개가 무리지어 짖는다는 뜻으로 소인들이 남을 비방함을 이르는 말을 읍견군폐(邑犬群吠), 가라말이 울고 개가 짖는다는 뜻으로 들을 가치가 없는 이야기나 보잘것없는 문장을 이르는 말을 여명견폐(驪鳴犬吠)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