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난지도,,, 하늘 공원 23.3.29.)
이동순
꽃은 피었다가
왜 이다지 속절없이 지고 마는가
봄은 불현듯이 왔다가
왜 이다지 자취없이 사라져버리는가
내 사랑하는 것들도
언젠가는 모두 이렇게 다 떠나고
끝까지 내 곁에 남아 나를 호젓이 지키고 있는 것은
다만 빈 그림자뿐이려니
그림자여 너는 무슨 인연 그리도 깊어
나를 놓지 못하는가
이 봄날엔 왜 그저
모든 것이 아쉬웁고 허전하고 쓸쓸한가
만나는 것마다
왜 마냥 서럽고 애틋한가
제가 며칠 전에
하늘공원에 갔다가 내려오면서
만났던 비밀 정원 이야기를 했었지요.
개나리와 살구나무가 일렬종대로
늘어선 꽃길,
족히 2-3킬로는 되어 보였던
그 길을 이른 아침에
서둘러 찬찬하게
그리고 느긋하게 다녀왔습니다. 위치는
난지도 2문에서 노을공원 후문까지이고
거리가 3킬로입니다.
그 꽃그늘에 앉아
쇼스타코비치의 왈츠를 들으며
우아하게 커피 한잔 마시고 다녀 왔습니다.
그런데 눈에 비치는 모든 것들이
왜 마냥 서럽고 아쉽고 허전하고
쓸쓸하고 애틋하던지요.
아마도 봄의 절정 맨 꼭대기에 서니
봄이 떠나는 모습이 보여서
그랬나 봅니다.
봄은 왜 이렇게 짧은지
만나자 이별이라는
말이 봄을 일컫는 말인 듯싶습니다.
살구나무숲이 끝날 무렵 홍매가
몇 그루 섞여있는데
이 모습을 보고는 다 이루었다
올해 봄은 이것으로 충분하다 싶었답니다.
출처: 사진을 좋아하는 부부 - 아굴라와 브리스가 원문보기 글쓴이: 신형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