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시
jungmyungjo4762 ・ 2024. 6. 1.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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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시
..6월..오세영
바람은 꽃향기의 길이고
꽃향기는 그리움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밤꽃이 저렇게 무시로 향기를 쏟는 날
나는 숲속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체취에
그만 정신이 아득해졌기 때문입니다
강물은 꽃잎의 길이고
꽃잎은 기다림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개구리가 저렇게
푸른 울음 우는 밤
나는 들녘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말씀에 그만 정신이
황홀해졌기 때문입니다
숲은 숲더러 길이라하고
들은 들더러 길이라는데
눈먼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녹음도 지치면
타오르는 불길인 것을
숨막힐 듯 숨막힐 듯
푸른 연기 헤치고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강물은 강물로 흐르는데
바람은 바람으로 흐르는데
..금낭화..안도현
어머니는
장독대 옆에 틀니 빼놓고
시집 가고 싶은가 보다
장독 항아리 표면에 돋은
주근깨처럼
자잘한 미련도 없이
어머니는
차랑차랑
흔들리는 고름으로
신방에 들고 싶은가 보다
..유월의 장미..이해인
하늘은 고요하고
땅은 향기롭고
마음은 뜨겁다
유월의 장미가
말을 걸어옵니다
사소한 일로
우울할 적마다
'밝아져라 맑아져라'
웃음을 재촉하는 장미
삶의 길에서
가장 가까운 일들이
사랑의 이름으로
무심히 찌르는 가시를
다시 가시로 찌르지 말아야
부드러운 꽃잎을 피워낼 수 있다고
누구를 한 번씩 용서할 적마다
싱싱한 잎사귀가 돋아난다고
유월의 넝쿨장미들이
해 아래 나를 따라오며
자꾸만 말을 건네옵니다
사랑하는 이여
이 아름다운 장미의 계절에
내가 눈물 속에 피워 낸
기쁨 한 송이 받으시고
내내 행복하소서
..유월의 산..정연복
산의 말없이
너른 품에 들어서서
유월의 푸른 이파리들이
총총이 엮어 드리운
그늘진 오솔길을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디던
내 몸에도 흠뻑
파란 물이 든다
각박한 세상살이에
옹졸해진 마음이
풍선처럼 부풀어
어느새 쪽빛 하늘이 되고
세상 근심은 솔솔
바람에 실려
아스라이 흩어진다
..유월에..나태주
말없이 바라
보아주시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합니다
때때로 옆에 와
서 주시는 것만으로도
나는 따뜻합니다
산에 들에 하이얀 무찔레꽃
울타리에 넝쿨장미
어우러져 피어나는 유월에
그대 눈길에
스치는 것만으로도
나는 황홀합니다
그대 생각 가슴속에
안개 되어 피어오름만으로도
나는 이렇게 가득합니다
..한낮..김용화
눈부신 유월의 하늘
대지의 중심 깊숙히
뿌릴 박고
환희의 절정에서
숨죽이는 나무들
푸른 멸매 하나
탁..
우주 밖으로
떨어져 나간다
..6월에 꿈꾸는 사랑..이채
사는 일이 너무 바빠
봄이 간 후에야
봄이 온 줄 알았네
청춘도 이와 같아
꽃만 꽃이 아니고
나 또한 꽃이었음을
젊음이 지난 후에야
젊음인 줄 알았네
인생이 길다 한들
천년 만년 살 것이며
인생이 짧다한 들
가는 세월 어찌 막으리
봄은 늦고 여름은 이른
유월 같은 사람들아
피고 지는 이치가
어디 꽃 뿐이라 할까
..6월엔 내가..이해인
숲속에 나무들이
일제히 낯을 씻고
환호하는 유월
유월엔 내가
빨갛게 목타는
장미가 되고
끝없는 산향기에
흠뻑 취하는
뻐꾸기가 된다
생명을 향해
하앟게 쏟아 버린
아카시아 꽃타래
유월엔 내가
사랑하는 이를 위해
더욱 살아
산기슭에 엎디어
찬비 맞아도 좋은
바위가 된다
..6월 편지..윤보영
유월에는 편지를 적겠습니다
푸른 들판처럼 싱싱한
내 그리움을 몽땅 꺼내 놓고
초록 편지를 적겠습니다
미소도 있을 테고
안타까움도 있겠지만
마음 가는 대로 적어지게
그냥 두어야겠습니다
편지를 다 적고 나면
다시 읽지 않겠습니다
적힌 대로 보내겠습니다
편지를 적고 있는 지금
보고 싶어 눈물이 핑도는 이 순간도
편지의 한 부분이 될 수 있으니까요
유월에는 적힌 그대로 그대에게
보낼 초록 편지를 적겠습니다
답장 대신 그대 미소를 생각하며
바람편에 그 편지를 보내겠습니다
..6월의 시..임영준
과연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로구나
활개를 활짝 펴고
당당히 스며들어도 되겠다
정녕 별은 별이고
달은 달이로구나
아스라한 꿈결속으로
살포시 쓸어 담아도 되겠다
..유월이 오면..장영희
유월이 오면 나는 온종일
사랑하는 이와 향긋한
건초 속에 앉아
미풍 부는 하늘 높은 곳
흰 구름이 지은
햇빛 찬란한 궁전들을
바라보리라
그녀는 노래하고
난 그녀 위해 노래 만들고
하루 종일 아름다운 시 읽는다네
건초더미 우리집에
남몰래 누워 있으면
아 인생은 즐거워라
유월이 오면
..6월의 달력..목필균
한 해 허리가 접힌다
계절의 반도 접힌다
중년의 반도 접힌다
마음도 굵게 접힌다
동행 길에도
접히는 마음이 있는 걸
헤어짐의 길목마다
피어나던 하얀 꽃
따가운 햇살이
등에 꽂힌다
..6월..김용택
하루 종일 당신 생각으로
6월의 나뭇잎에
바람이 불고
하루 해가 갑니다
불쑥불쑥 솟아나는
그대 보고 싶은 마음을
주저앉힐 수가 없습니다
창가에 턱을 괴고
오래오래 어딘가를
보고 있긴 합니다
느낌없이
그런 나를 발견하고는
그것이 당신
생각이었음을 압니다
하루 종일
당신 생각으로
6월의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고
해가 갑니다
..6월의 노래..최상섭
6월의
달력 뜯어서
종이 비행기 접어
1월의 길목으로
날려 보낸다
잠시후
종이배 되어
내마음의 실개천을 따라
7월을 싣고 오누나
..유월의 노래..신석정
감았다 다시 떠보는
맑은 눈망울로
저 짙푸른 유월 하늘을 바라보자
유월 하늘 아래
줄기 줄기 뻗어나간
청산 푸른 자락도
다시 한번 바라보자
청산 푸른 줄기
골 누벼 흘러가는
겨웁도록 잔조로운
물소리 들어 보자
물소리에 묻어오는
하늬바람이랑
하늬바람에 실려오는
저 호반새 소리랑 들어보자
유월은 좋더라
푸르러 좋더라
가슴을 열어 주어 좋더라
물소리 새소리에 묻혀 살으리
이대로 유월을
한 백년 더 살으리
..6월에는..나명욱
6월에는
평화로워지자
모든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
쉬면서 가자
되돌아보아도
늦은 날의
후회 같은 쓰라림이어도
꽃의 부드러움으로
사는 일
가슴 상하고 아픈 일
한 두 가지겠는가
그래서 더 깊어지고
높아지는 것을
이제 절반을 살아온 날
품었던 소망들도
사라진 날들만큼 내려놓고
먼 하늘 우러르며 쉬면서 가자
..유월이 오면..도종환
아무도 오지 않는 산속에
바람과 뻐꾸기만 웁니다
바람과 뻐꾸기 소리로
감자꽃만 피어납니다
이곳에 오면
수만 마디의 말들은 모두 사라지고
사랑한다는 오직 그 한 마디만
깃발처럼 나를 흔듭니다
세상에 서로 헤어져 사는
많은 이들이 있지만
정녕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들은
이별이 아니라 그리움입니다
남북산천을 따라
밀이삭 마늘잎새를 말리며
흔들릴 때마다 하나씩 되살아나는
바람의 그리움입니다
당신을 두고 나혼자 누리는
기쁨과 즐거움은
모두 쓸데없는 일입니다
떠오르는 아침 햇살도
혼자 보고 있으면
사위는 저녁 노을 그림자에
지나지 않습니다
내 사는 동안
온갖 다 이룩된다 해도
그것은 반 쪼가리일 뿐입니다
살아가며 내가 받는 웃음과 느꺼움도
가슴 반쪽은 늘 비워 둔
반평생의 것일 뿐입니다
그 반쪽은 늘 당신의 몫입니다
빗줄기를 보내
감자순을 아름다운 꽃으로 닦아 내는
그리운 당신 눈물의 몫입니다
당신을 다시 만나지 않고는
내 삶은 완성되어지지 않습니다
당신을 다시 만나야 합니다
살아서든 죽어서든
꼭 다시 당신을 만나야 합니다
[출처] 6월의 시|작성자 jungmyungjo47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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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4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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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은 향기롭고
마음은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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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까운 일들이
사랑의 이름으로
무심히 찌르는 가시를
다시 가시로 찌르지 말아야
부드러운 꽃잎을 피워낼 수 있다고
누구를 한 번씩 용서할 적마다
싱싱한 잎사귀가 돋아난다고
유월의 넝쿨장미들이
해 아래 나를 따라오며
자꾸만 말을 건네옵니다
사랑하는 이여
이 아름다운 장미의 계절에
내가 눈물 속에 피워 낸
기쁨 한 송이 받으시고
내내 행복하소서..
이해인 시인의 글이 마음이 넘 와닿네요.
한번 다시 적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