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일본산 자동차는 렉서스나 인피니티등 고급 브랜드가 주류를 이뤄왔으나 지난해부터는 혼다차의 저가형 모델들이 본격적으로 국내 대중모델 시장을 파고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토요타브랜드 상륙설까지 나돌고 있어 현대차를 비롯한 국산차메이커들은 그 어느때보다 긴장하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전 토요타자동차 미국법인 수석부사장을 지낸 이마이 히로시(75)씨가 본지에 기고문을 보내왔다.
그는 무려 49년을 자동차업계에 몸담았던 최고 경영자 출신답게 한국 자동차업계의 문제점을 매우 예리한 시각으로 파헤쳤다.
이마이 히로시씨는 1958년 도쿄대를 졸업한 뒤 토요타에 입사했으며 이듬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판매법인이 설립되자 미국 근무를 신청, 36년 동안 미국에서만 근무했다.
특히, 지난 1996년 1월에는 삼성물산 자동차부문 고문으로 한국과 인연을 맺어 구 삼성자동차에서 2년6개월간 근무한 경험도 있다.
그는 지난 98년 한국인 부인의 고향 제주도에 안착, 현재 제주에서 살고 있으며 지난 2006년 7월 제주시에 하와이 토산품을 들여와 판매하는 블루하와이를 오픈했다. 또, 지난해에는 제주산업진흥원과 협력, 일본에서 화장품으로 인기가 높은 마유(말 기름)제조 기술을 일본으로부터 도입해 제주도의 신수종 사업으로 성장시키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
-다음은 이마이 히로시 전 토요타 북미법인 수석부사장의 기고문-
■토요타브랜드 한국진출 결정 된 바 없어.
고급차에서 시작된 한국 수입자동차 시장은 최근 2-3년 동안 중저가 대중차까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수년 전까지 한국의 국산자동차는 동급 수입차들이 도저히 대응하기 힘든 저가격으로 판매돼 왔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차 판매가격이 급상승한 데다, 원화가치 상승까지 겹치면서 일본차와의 가격 격차가 거의 없어졌다.
이런 흐름을 타고 혼다자동차가 고급차 레전드에서 최근에는 시빅같은 소형차까지 한국시장에 들여오고 있다.
일본으로부터의 운송비와, 여전히 높은 수준의 관세를 감안하더라도 혼다차의 현재 가격수준은 한국 소비자에게 매우 매력적이어서 혼다차의 한국 내 판매대수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와 때를 맞춰 토요타자동차가 렉서스 브랜드에 이어 토요타 브랜드를 한국에 진출시킨다는 소문이 많이 나돌고 있다.
“2008년 봄부터, 혹은, 2008년부터 판매를 시작할 것” 이라는 등등의 갖가지 억측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흘러나오고 있지만, 토요타자동차 경영진들은 아직 토요타브랜드의 한국진출에 대한 어떠한 결정도 내리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토요타 브랜드가 한국에 진출한다는 단순한 소문만으로도 한국시장에서의 반응은 매우 컸다. 나는 최근 한국의 한 자동차회사 임원이 “토요타가 한국에 진출하면 품질격차 때문에 매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다’ 라고 한 인터뷰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
확실히 품질에 있어서는 토요타 자동차 쪽이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자동차 자체를 놓고 비교해 보면 품질수준이 한국차보다는 토요타가 앞서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국산차, 토요타에 비해 품질. 가격경쟁력 뒤지지 않아
그러나 토요타자동차가 한국시장에 들어오면 현대자동차가 품질경쟁에서 뒤져 판매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현대자동차의 품질이 토요타에 비해 그 정도로 뒤떨어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토요타자동차와 현대자동차의 현지판매 가격을 비교해 보면 일본산 차는 여전히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때문에 운송비와 관세 등을 고려하면 현재 한국에서 판매되는 동급차량보다 한 등급 위의 차량과 같은 가격수준이 된다.
이점은 경쟁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점이다.
토요타자동차가 미국에서 폭발적으로 많이 팔렸던 70년대 후반~80년대에 미국차와 일본산차 사이에는 확실히 품질격차가 있었다.
이 같은 차이는 주행성능 등 전체적인 품질수준이라기 보다는 내구성과 고장률, 유지비등에서의 차이였다.
미국 소비자들은 차량을 구입하자 마자 곧 고장이 나고 수리비도 비싼 미국차보다 내구성이 뛰어나고 유지비가 적게 드는 일본차를 선호했던 것이다.
게다가 당시에는 크기가 큰 미국차보다 컴팩트한 스타일의 일본차가 가격면에서 상당히 낮아 미국인들의 기호에 맞았다.
당시와 비교해 볼 때 현재의 한국차는 미국차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품질수준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여러가지 면에서 일본차와 비교해 보면, 한국산 차는 세부적인 부분의 마무리작업이나 도장, 재질면에서 다소 뒤떨어질 수는 있지만 이러한 요소들은 자동차의 성능에 있어서 필수적인 것들은 아니다.
지난 10년이 넘는 기간동안, 나는 한국산 차 중에서 성능에 있어서 필수적인 부분인 시동과 운전, 회전, 제동 등에 큰 문제가 발생한 것은 단 한 번도 보질 못했다.
미국생활 당시, 크라이슬러와 토요타USA의 부사장을 지낸 Bob McCurry씨는 신호등이 멈춰 설 때마다 엔진시동이 꺼지는 크라이슬러 차 때문에 골치아파 죽겠다는 이야기를 내게 종종 하곤 했다.
아마도 약간의 과장이 섞였을 테지만, 이는 당시 대부분의 미국차의 수준을 말해주는 것이었다. 미국산 차에 대해 소비자들이 “트렁크를 열기위한 키도 필요없이 그냥 위에서 탕탕 두드리면 열린다”고 할 정도로 품질수준이 낮았다.
그 당시 몇몇 유럽산 자동차들도 미국산 자동차처럼 저품질 문제로 골치를 썪고 있었다. 피아트와 재규어는 자주 수리를 해야 하는 차로 악명 높았고 프랑스 르노는 품질문제로 미국에서 철수,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다.
이런 차들과 비교해 보면 현재의 한국산 자동차들은 품질과 성능면에서 훨씬 뛰어나다. 또, 한국산 차는 수입차들에 비해 가격이 다소 저렴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한국차가 일본을 포함한 다른 수입차들과 정면승부를 못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토요타자동차가 한국에 진출할 경우, 한국 자동차업계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토요타 진출시, 정비. 부품공급. 중고차 가격서 어려움 예상
많은 부분에서 한국 자동차업체들은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첫째, 한국 자동차업체들은 서비스체계에서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한국의 자동차메이커들은 직영 서비스공장 수가 토요타 등과 비교해 보면 매우 적다.
때문에 한국산차를 구입한 대부분의 자동차 소유자들은 해당메이커가 운영하는 직영서비스공장 보다는 집에서 가까운 일반 수리점에 의존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자동차 판매는 미국처럼 딜러를 통해서가 아니라 해당 메이커의 직영점이나 본사가 통제하는 대리점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특히, 한국 자동차메이커의 대리점들은 대부분 정비시설을 갖고 있지 않다.
자동차 구매는 직영을 통하지만 정비는 직영이 아닌 위탁 서비스센터에서 받고 있는 것이다.
한국차에 비해 고장빈도가 훨씬 적은 토요타자동차도 한국의 자동차 메이커보다 훨씬 많은 서비스망을 운영하고 있다.
예측하건대 서비스부문이 매우 취약하고 메이커에서 제대로 훈련을 받은 전문 정비사들의 수가 크게 부족한 현실은 한국 자동차메이커들의 각종 보증 클레임 처리나 리콜처리에서 많은 문제점을 낳게 될 것이다.
한국이 일본이나 미국보다 리콜 캠페인을 실시하는 경우가 훨씬 적은 것도 한국 자동차메이커의 서비스 시설부족이 큰 이유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즉, 리콜을 감당할 수 있는 자동차메이커 직영 서비스시설과 숙련된 정비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국 자동차업계는 서비스부문과 함께 취약한 부품공급 체계도 개선해야 할 것이다.
내가 현재 타고 다니는 메르세데스 벤츠 차량의 under-carriage 보호판이 최근 부서져 벤츠딜러에 차를 갖고 가서 부품교환을 요청했다.
나는 그 부품은 쉽게 망가지는 소모품이기 때문에 모든 딜러들이 반드시 부품재고량을 보유, 쉽게 교환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같은 나의 기대는 어긋났다. 그 딜러는 부품을 서울 본사에 주문을 해야 한다고 했으며 내가 딜러로부터 부품을 받기까지는 무려 38일이란 시일이 걸렸다.
해당 딜러는 그 기간 동안 서울본사가 부품을 보유하고 있는지, 아니면 독일본사에 주문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내게 통보해 주지 않았다.
미국에서의 메르세데스 벤츠 서비스 수준은 대체로 우수했으나 한국에서는 그들의 긴장이 꽤나 풀린 것 같다는 생각이다.
한국 자동차메이커들에게 있어서 모든 수입 경쟁자들이 메르세데스 벤츠와 같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만약 일본메이커들과 본격적인 경쟁을 해야 한다면 한국 메이커들은 이 부분에 좀더 많은 관심을 갖고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자동차 구매자들이 메이커의 자세를 평가하는 것은 차량을 구입하는 시점 보다는 서비스나 부품을 공급을 받는 시점이다.
한국에서 한해 동안 대략 120만대의 신차가 팔리지만 거리를 달리면서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차량은 그보다 몇 십 배나 더 많다.
자동차메이커들간의 서비스 질의 차이는 구매자들의 평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 만약, 일본산 차가 한국에 들어와서 일본에서처럼 신속한 부품공급과 숙련된 전문 기술자에 의한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아마도 한국 자동차메이커들은 일본자동차와 어려운 경쟁을 해야 할 것이다.
미국 빅3가 일본메이커들에게 형편없이 지기 시작할 때 빅3 간부들은 문제점의 핵심을 정확히 알았고 또 무엇이 실제로 필요한지를 알고 있었지만 즉시 조치를 취할 수가 없어 고전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진심으로 한국 자동차업계가 빅3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길 바란다.
또 다른 문제점은 한국의 자동차업체들은 지금까지 중고차부문을 무시해 오고 있다는 점이다. 자동차를 정기적으로 바꿔야 하는 구매자들에게 있어, 자신의 차량이 어느 정도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는 큰 관심거리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야후 웹 페이지를 열어보면, ‘당신 차의 현재 가치는 얼마입니까? 라든가 차의 가격을 매겨 드리겠습니다” 와 같은 광고를 많이 볼 수가 있다.
일본의 모든 자동차메이커는 조직 내에 중고차 담당부서가 있으며 그들은 시장에서 중고차의 가치를 높이거나 높은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그들이 입수한 중고차에 관한 정보는 신차의 품질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연구소나 공장으로 피드백 되고 있다.
자동차 메이커가 자신들이 판매한 차량 가치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그들의 의무와 책임중의 하나이다.
10년 전, 일본 닛산자동차가 구 삼성자동차의 생산을 지원할 때 파견된 닛산자동차의 고문들은 삼성자동차 임원들에게 중고차시장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닛산차 본부에서 파견된 중고차 전문가들이 삼성차의 중고차 담당 부서를 지원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닛산차 고문들이 한국을 떠났을 때, 삼성자동차 중고차 담당부서는 사라져버렸다. 이후 출범초기에 다른 경쟁사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던 삼성차의 중고차 가격은 점차 경쟁사와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져 버렸다.
토요타 등 일본산 자동차가 본격적으로 한국에 진출하게 되면, 일본 자동차메이커들은 자신들의 강점을 살려 높은 중고차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 할 것이다.
중고차 가격 관리는 특히, 일본 메이커 가운데 토요타자동차가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본 중고차시장에서 토요타자동차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토요타자동차의 높은 품질과 신속하고 철저한 중고차 유통관리로 토요타 중고차 자체가 일반 중고차시장에서 많이 유통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결론적으로, 한국자동차메이커가 일본자동차의 진출로 맞닥뜨리게 될 호된 시련과 경쟁은 품질과 성능보다는 바로 이러한 서비스, 소모성 부품, 중고차 분야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나는 한국의 자동차메이커들이 이 같은 문제를 정확하고 냉철하게 파악하고 미래의 더 큰 성장과 번영을 위해 장애를 잘 극복해 나가기를 바라 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