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목련꽃이 하늘로 날아갔다.
벚꽃잎이 떨어져 공원은 눈꽃 세상이다.
마음으로 간직한 꽃이어도 조금 더 느끼고 싶어 금요일에 다녀온 부곡공원 답사였지만,
나만 누린 것 같아 교회에 다녀온 후 오후 늦게 남편과 공원으로 향했다.
이틀 사이에 흰 눈은 갈색 꽃으로 사람들 발에 밟혔다.
왕벚꽃과 박태기나무꽃을 몇 장의 사진으로 담았다.
주말 주차 공간 부족으로 늦은 시간이 더 늦어졌다.
아쉬운 관람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 식사를 막 시작하려는데 시골에 사는 남동생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와 남편이 받는다.
표정이 일그러지며 말꼬리를 흐린다.
어머니가 지금 막 하늘나라에 가셨다고....
내가 직접 받았다면 큰 충격이었겠지만 남편을 통해서 들어도 너무 큰 충격이다.
몸 안의 모든 액체가 위에서 아래로 쏟아져 내리는 심정이다.
엊그제 분명 좋아지셨는데....
왜 그리 빨리 이런 소식을 전해 들어야 하는 걸까.
4월 들어 조마조마한 가슴을 쓸어내리는 순간이 많아서
마음의 준비는 어느 정도 하고 있었던 터였다.
언제고 달려갈 수 있게 짐가방을 싸놓고 대기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머리가 하얘지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러면서도 황망한 중에도 생각해야 하는 일이 있었다.
3월 말에 여선교회 주최 부산 당일치기 여행 계획이 있었다.
갈까 말까 몇 날을 망설였다. 어머니의 상황 때문에 결국 가지 않기로 나 스스로 결심을 내렸다.
그런데 한 권사님이 지속해서 내게 전화를 걸어온다.
차표 예약을 해놓고 그 전날까지만 취소하면 되니 꼭 같이 가고 싶단다.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남편과 상의하니 일단 가는 방향으로 결정하고 여행 회비를 냈다.
여행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내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견디기 어려울 것 같아서였다.
여행은 4월 20일 토요일이었는데 14일 저녁에 이런 전화를 받게 된 상황이다.
떠나는 어머니의 마음과 내 마음이 합해져 비가 세차게 내렸다.
다행히도 모든 일정 가운데는 비가 다 그치고 슬픔 가운데서도 좋은 일기 속에 순조롭게 모든 일정을 잘 마쳤다.
검은 복장을 벗고 장례식장에서 나온 우리 온 가족은 찬찬히 비치는 햇살 밑에서 서로 사랑하고 위로하며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편하지 않은 몸이었지만 언제고 달려가면 엄마를 볼 수 있었고 손을 만질 수 있었다. 이 나이에도 엄마가 계신다는 위안으로 살아왔는데 이제 그런 호사도 내겐 없게 되었다.
얼마만큼 그리워하고 얼마만큼 눈물을 흘려야 할까?
또 시간이 흐르니 4월 20일 토요일 아침이다.
새벽 4시 30분에 출발하여 광명역에서 5시 반 KTX 기차에 오른다. 2시간 10분 후 부산역에
도착했다. 날씨는 바람이 불고 내 마음의 일기처럼 흐리다.
렌탈 차량으로 옮겨타고 태종대에 닿아 돼지국밥으로 아침 식사했다.
커피 한잔을 포장해서 들고 유람선을 타고 파도를 가르며 오륙도를 돌아 배에서 내리니
나팔꽃만 한 붉은 영산홍꽃이 환하게 웃는다.
배 아래 영도다리가 생각보다 작다는 느낌이다.
차로 한참 이동하여 달리니 “흰여울”이라는 문화마을에 도착했다.
실제로 주민들이 생활하면서 만든 관광특수 지역이다.
곳곳에 앉아 영화 촬영지, 카페, 선물 가게로 마치 오스트리아에 있는 할슈타트에 버금가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빗속에서도 우산을 쓴 채 사진도 찍고 바다 감상도 했다.
그야말로 갈치가 펄떡 뛴다고 할 정도의 싱싱한 생선이 가득하다.
값도 많이 저렴하여 사고 싶었지만, 마음뿐이다
싱싱한 횟집들이 많이 있었다. 호객행위로 그야말로 북새통이다. 맛있는 회로 점심을 마치고 송도 해상케이블을 탔다. 탑승 전 바구니에 집어 온 막대사탕이 입 안에서 다 녹기도 전에 케이블카에서 내려 영화 촬영지로 유명한 국제시장에 들렀다.
우산 속에서도 사람들이 내국인 외국인 할 것 없이 발 디딜 틈이 없다.
우선 달콤한 씨앗 호떡으로 입을 즐겁게 했다.
각종 싱싱한 생선, 어묵 가게가 즐비했다. 뜨끈한 어묵과 밀떡 간식도 즐겼다.
국제시장에 이어 깡통시장에 들러 오징어, 건새우, 디포리(밴댕이), 어묵을 선물로 샀다.
어떤 이는 가방을, 또 다른 이는 상견례용 가방도 샀다.
마지막 국제시장의 꼼장어(먹장어) 가게에 들러 꼼장어구이로 저녁 식사했다.
각자의 선물 꾸러미를 들고 부산역에 도착하니 저녁 9시 30분이다.
깊은 기차 의자 안에 나를 묻었다.
빗속에 젖은 내 운동화 속 발처럼 마음은 축축했으나 오늘은 어머니가 내게 주신 마지막 선물이었다. 말없이 평생 희생과 섬김, 겸손으로 네 자녀 외에 조카 넷을 키워낼 동안 남모를 마음 상함이 얼마나 많으셨을까!
오늘 내게 한 번 마지막으로 선물이니 편안하게 여행 다녀오라고 하신 것 같다.
순백의 백목련은 졌지만, 하얀 영산홍이 또한 반겨준다.
첫댓글 토닥토닥. 엄마의 마지막 선물.
ㅡ언제나 즐거운 여행처럼 살으렴. 사랑한다 미숙아ㅡ하는 것 같아요.. 좋아요^^
언제인지 모를 이별을 미리 겪은 기분 입니다.
저도 눈물이...
엄마도 언니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더 좋아하실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