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그리고 알제리와 프랑스의 관계를 보면 비슷한 점도 있지만 차이점도 많다. 우선 유사한 점을 살펴보면 프랑스도 알제리를 식민지배하면서 엄청난 수탈과 징병, 징용을 저질러 수많은 알제리인들이 1, 2차 세계대전에 끌려 나가 많은 피를 흘렸다
그 기간 동안 프랑스는 알제리인들에게 불어 사용을 강요했고 많은 프랑스 신부를 파견해 가톨릭을 전파하고 이슬람교를 탄압했다. 나치 독일이 연합군에 항복했던 1945년 5월 8일에는 알제리 독립을 요구하는 한 젊은이가 알제리기를 내걸었다가 총에 맞아 살해당하는 사건이 기폭제가 돼 발생한 충돌로 수많은 알제리인들이 프랑스군에 학살됐다.
특히 독립전쟁 시기인 1954년부터 1962년 사이 알제리인의 대량학살, 투옥, 고문이 자행됐다. 그러나 지금까지 프랑스는 알제리인 학살과 식민지배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와 보상을 하지 않고 있다. 적어도 알제리인들은 아직까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프랑스의 식민지배에 대한 공식사과가 양국 관계 정상화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일본이 우리에게 해왔던 바와 비슷하다.
그렇다면 오랫동안 프랑스로부터 엄청난 탄압과 피해를 받았음에도 알제리가 프랑스인들을 증오하지 않고 아직도 프랑스식을 따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프랑스의 식민기간이 너무 길었다. 130여 년의 식민지배라면 통상 4세대가 아닌가? 이 기간이라면 이미 지배국에 동화되고도 남을 시간이다.
더구나 프랑스 식민지배 이 전에도 알제리는 이미 3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오스만터키의 지배를 받아 거의 400년 이상을 독립하지 못해 국민성이 그리 바뀌었는지도 모른다. 둘째, 원유, 천연가스 등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독립 후 오 랜 내전과 사회주의시스템으로 인해 프랑스의 흔적을 지울 만큼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 그래서 아직도 60 년 이상 된 식민지배 시절의 프랑스식 건축물들이 시내 곳곳에 남아 있다.
셋째, 알제리는 우리와는 달리 단일민족국가가 아니다. 대다수의 아랍인과 베르베르인을 비롯해 여러 소수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다. 따라서 국민정서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여지가 우리보다 많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알제리는 우리와 달리 국민을 선도하고 국가를 개조할 수 있는 지도자를 만나지 못했다. 민족 간의 갈등, 정치세력 간의 알력, 테러세력의 준동 등으로 아직도 불안한 정치·경제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제리인들의 최소한의 자존심은 종교를 지켜냈다는 것이다. 식민지배 시절 프랑스가 알제리에 가톨릭을 전파하려고 많은 신부를 파견해 회유했지만 알제리인들은 이슬람교를 버리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오늘날에도 중동 및 북아프리카 국가들 중 전체 국민 가운데 이슬람신자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이며, 종교야말로 알제리인을 하나로 묶어주는 구심체 역할을 하고 있다.
첫댓글 고맙습니다